청주공항에서 중국이나 동남아로 취항하는 전세기들이 취소되는 등 잇따라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서 청주공항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공항이용료와 주차료 등 저렴한 시설이용료와 짧은 대기시간으로 인한 이용편의로 청주공항을 이용한 해외 관광상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지만 잦은 차질로 인해 공항의 신뢰성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존 항공사와 여행업계 내부의 알력이 적잖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청주공항 활성화라는 도민적 열망을 무색케 하고 있다.
잇따르는 예약자 골탕
하나투어는 지난달 청주 ~ 중국 장가계 직항 관광상품을 출시, 고객들을 모집했다. 장가계는 몇 년 전 부산공항에서 2회 단발로 취항한 것 외에는 처음 시도되는 노선으로 그동안 상해나 장사공항을 통해야 했다. 상해에서는 중국 국내선으로 갈아타 2시간을 더 가야 하고 장사에서는 버스로 4시간이나 달려야 하기 때문에 장가계 직항은 높은 관심을 이끌어 3200명이 예약하는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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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사들이 중국과 동남아지역 직항 전세기 관광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취항불허와 일정의 잦은 차질로 예약 취소와 지연이 되풀이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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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출발하기 며칠전 청주공항 출발 약속이 인천공항으로 바뀌어 예약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나투어 측이 관광객 모집을 먼저 시작하고 건설교통부에 청주공항 전세기 취항허가를 요청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선 3월 청주지역 업체인 로얄관광도 청주공항 ~ 장가계 직항 전세기를 띄우려가 무산되기도 했다. 또한 이 업체가 내놓은 청주 ~ 백두산 관광상품도 당초 오는 23일 첫 전세기를 취항할 계획이었지만 항공기 문제로 일정이 하루씩 미뤄지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이밖에도 모두투어가 14일부터 10차례 띄울 예정이었던 청주 ~ 마닐라 여행상품도 8차례로 축소되고 일정도 미뤄져 예약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백두산 상품은 항공기 기령이 낡아 교체하는 과정에서 하루씩 지연됐으며 마닐라 상품은 예약률이 크게 저조해 여행사가 일정을 미룬 경우다. 어렵게 휴가를 내 예약까지 마친 고객들은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골탕 먹을 수밖에 없으며 해당 여행사에 항의하거나 경비를 돌려받는다 해도 날아가 버린 기대는 되찾을 방법이 없다.
청주공항 직항 방해 움직임
전세기 취항은 여행사 등이 관광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예약률 저조 등으로 수지가 맞지 않을 경우 취항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위 흥행에 성공하고도 항공기 취항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다. 그 단적인 예가 최근 취항이 무산된 하나투어의 청주 ~ 장가계 직항 노선이다.
취항허가를 받지 않은 채 모객에 나선 여행사 측의 잘못도 있지만 주목해야 되는 것은 취항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이유는 중국민항총국의 취항 불허지만 그 배경에는 지방공항에서 미취항 공항인 장가계 직항을 띄우는 데에 대한 반대 입장이 반영됐다는 정황이 짙다.
하나투어와 전세기를 임대키로 한 중국 해남항공에 따르면 건교부에 취항허가를 요청했지만 국적기를 포함할 것을 주문했고 중국 측에서 2개 항공사가 운항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는 것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 측이 장가계 공항은 국내선이 취항하는 소규모 공항으로 국제선 항공기 2대가 취항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청주공항 취항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여행업계에서는 청주 ~ 장가계 노선에 국적기 포함 요구 뒤에는 대형 항공사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전세기 노선에 두 개 항공사가 취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전세기를 임대하는 측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전세기를 띄우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내놨다. 장가계 직항으로 인한 고객이탈을 우려한 기존 항공사들이 영향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관계자는 “장가계 관광상품은 상해나 장사공항을 이용해 왔다. 또한 상해 노선 승객의 상당수가 장가계 관광객이었는데 청주공항에서 장가계를 직항으로 띄운다면 이탈고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투어가 3200명을 모집했으니 기존 항공사는 그만큼 고객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행업계, 남 잘되는 꼴 못 봐?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관행도 전세기 취항 차질에 한 몫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세기 직항은 상대적으로 항공료와 현지 이동시간이 줄어들어 여행경비와 함께 이에 따른 여행사 수익도 낮아져 직항 노선 상품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장가계 직항 노선은 가장 저렴한 상품이 50만원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나오자 덤핑 논란이 불거져 타 지역 일부 여행사들이 건교부에 취항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일도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행업계 구조는 도매업체에 비유되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OK투어 등 홀세일러와 소매 대리점 격인 일반 여행사로 나뉜다. 전세기를 이용한 해외 관광상품은 주로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홀세일러 업체가 출시하고 모객은 일반 여행사에서 맡다보니 이같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역 여행사 관계자는 “대형 홀세일러 업체들은 전세기를 띄우며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책정해 일반 여행사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형업체야 박리다매가 가능해 어느정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고객을 모집하는 소매 업체는 대형업체 뒤치다꺼리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매 여행사들의 이같은 불만은 하나투어의 장가계 직항 상품이 청주공항 출발이 무산되자 대전지역 여행사들이 사기를 주장하며 법정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등 표면화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 여행사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경유지가 줄어들수록 비용과 시간이 절감된다. 고객의 요구와 편의를 위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고객의 요구를 수용한 상품들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서 고객과 여행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상해를 경유하는 4박5일 장가계 상품이 70만원 이상인 반면 전세기 직항 일 경우 30%나 절감할 수 있다. 당장의 수익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과 여행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경·심양·항주 정말로 취항 하나요? 아시아나항공, 계획만 있고 일정은 불투명
상해와 심양에 그치고 있는 청주공항 국제노선이 연내 북경과 항주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항공사는 계획만 확인한 채 구체적 일정을 잡지 않고 있어 충북지역의 애를 태우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2004년부터 운영중인 국제항공 운수권 정책지침은 신규 운수권을 배분받은 항공사는 1년 이내에 취항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운수권을 회수토록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1년내 10주 이상 취항해야 한다는 조항을 첨부했다. 건교부는 지난해 11월 아시아나 항공에 청주공항에서 북경과 심양, 항주 노선을 배분, 오는 11월까지 이들 3개 지역을 취항해야 한다.
하지만 1년으로 돼 있는 운수권 회수기간을 1년 유예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으며 항공사들도 유보하길 원하고 있어 연내 취항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중국 3개 지역 운수권을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1월까지 취항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마련하지 않고 있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 관계자는 “11월까지 3개 지역에 취항할 계획이지만 10주 이상 취항해야 한다는 조항은 법률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기존 규정에는 1년내 취항만 명시돼 있고 지난해 10주 이상 조항이 첨가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11월까지 취항한다는 계획만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국제항공 운수권 정책방향이 현행대로 유지되도록 건교부를 설득하고 있으며 아시아나에 대해서도 조기 취항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