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렸을 때 생각하면 깜찍한 거짓말들이 참 많았습니다. 초등나이가 되면 요금을 더 부과받아야 하는 공중목욕탕비나 버스요금, 놀이공원 입장료 등등, 이를 피하기위해 부모님들은 초등학생임에도 아직 초등 입학 전이라고 우기거나 우리에게 초등학생 아닌 척하라고 하곤 했죠. 대체적으로 이런 하얀 거짓말에는 속아넘어가주고 크게 문제될 것도 없이 부모들의 승으로 끝나곤 했는데요
주말에만 만나게 되는 상황이지만 간판을 내건 이후 한 두팀은 펜션예약을 하게 되는데 몇 분이 사용하실 예정이냐 라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실제 인원보다 한 두명은 빼고 답변을 합니다. 실제 함께올 인원을 이야기해도 두세명은 저녁만 먹고 돌아갈 예정이다 라는 사족을 꼭 달곤 합니다.
공식적인 숙박예약 규정을 보면 방마다 제한인원이 있고 그 인원을 초과하면 추가료를 내게 되어있어서 모두 이런 상황을 잘 알고있기에 어쩔 수 없이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정직하지 못한 답변을 하게 되는듯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내시는데 문제만 없다면 인원가지고 뭐라고 하지않으니 편하게 있다 가시라 말씀드리곤 합니다. 제가 워낙 여행을 많이 해보았고 숙박시설 이용하면서 이런 야박인원제한 경험이 많은 터라 가능하면 여행객 마음을 헤아려주려 합니다.
며칠 전 동창생들 6명 모임이라는 분들이 예약을 하면서 방 하나를 잡았습니다. 그게 어제 사용하는 것이었고 막상 왔는데 당연히 인원은 6명이 아닙니다. 차량만도 6대가량이니 조그만 원룸방을 잡는 건 무리수입니다. 그래도 사용할 수만 있다면 뭐 상관하지 않는데 스스로 도저히 안되겠는지 결국 비용을 더 내고 큰 방으로 옮겼습니다.
저야 여행객들이 원하는대로 맞추어주려고 할 뿐, 야박운영을 해야하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어가기도 하지만, 아직은 여행객편입니다. 이제 숙소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깜찍한 거짓말들 속에서 하룻밤 일탈의 장소 사용비에 대해서는 뭔가 아깝다는 공통된 심리가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넓지않은 국토에 살면서 도시근방의 여행이란 것이 여행이라기보다 지루한 일상 속의 일탈적 이벤트성이라, 자연감상이나 휴식이 아닌 음주와 왁자지껄한 한판수다들의 난무가 주입니다. 그런 현장이 바로 펜션이라는 공간인듯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모임이 낯설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가 영 어색하지만, 때로 어떤 모임의 여인네들은 저에게 같이 저녁먹자라고까지 친절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성격이니 왁자지껄한 모임을 즐거워하며 하룻밤 거나하게 보내고 가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참으로 기억남는 숙소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저의 친절함 외에는 별로 내세울 게 없기는 하지만...
어스름해지는 토요일 저녁, 또 어떤 인연의 여행객들이 스쳐 지나가게 될까요?
첫댓글 풍광이 끝내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