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생각났는지. 잘 기억하지 않는데 쓰기 시작한지 한참 지나서였던 것 같아요. 카프카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그 음감도 좋았어요.<해변의 카프카>란, 뭔가 이미지를 상기시키는 게 있지요? 무슨 바람에 문득 생각나서, 머리 속에서 한참 그 울림을 굴려 봤다가 "자, 이걸로 하자" 생각했어요. 그 뒤로부터는 다른 제목이라는 게 생각나지 않았지요.
――영어로는 Kafka on the shore 인데, 처음엔 영어로 생각났다는 건 아닌가요?
<아인슈타인 온 더 비치>라는 유명한 연극도 있지만, 그런 것을 특별히 관련시켜서 생각하진 않았네요. 그리고 저의 경우는 on the beach라기보다 on the shore라는 이미지니까, 그건 좀 감각이 다르겠지요. 바다와 육지가 접하는 곳, 이랄까요?
――어떤 페이스로 쓰셨습니까?
집필의 일과라는 것이 저의 경우, 아주 엄밀하게 정해져 있어요. 아침에 쓴다. 밤에는 안 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 아침은 아무리 늦더라도 4시에는 일어나요. 더 일찍 일어나는 날도 종종 있어요. 3시라든가. 자명종을 맞혀 두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확 깨지는 거에요.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자 곧 책상을 향해 쓰기 시작해요.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4시간이나 5시간 계속 써요. 완성되는 것은 400자 원고지로 말하면 딱 10장. 그보다 많이 쓰지도 않고 적게 쓰지도 않는다. 그것도 게임의 룰 같은 거에요. 룰이라는 것은 그런대로 중요한 거에요.
그리고는 운동을 하고, 오후엔 대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번역을 하거나 해요. 짧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밤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을 듣거나 비디오를 보고 9시쯤에는 잠들지요. 나이트 라이프 따위 것은 통 없어요.
그런 작업을 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그 반복 리듬 속에 제가 쑥 들어가는 것이 느껴져요. 들어가서 일을 하고, 그리고 나온다.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에 대해, 기계적인 반복을 바보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반복성에는 확실히 주술적인 것이 있습니다. 정글 안에서 들려 오는 드럼의 울림처럼 말이지요. 거기에 자기를 자연스럽게 동화시키는 것이 중요해요.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갈 수 있고 나오고 싶을 때 나올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 놓는다. 단, 바른 반복을 하기 위해서는 꽤 피지컬한 기조 체력이 필요해요. 깊게 집중하면서, 게다가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거니까요. 보통 사람... 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훈련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물론 세상에는 선천적으로 그런 자재한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겠지만요.
그런 식으로 하루에 10장 쓰고, 한 달에 300장, 반년에 1800장. 그걸로 완성이에요. 거기서부터 분량을 줄이면서 고쳐 썼다 결국 1600장 정도로 됐습니다.
――쓰기 시작하신 건 언제쯤이었어요?
좀 잼미있는 일인데, 막 야구 시즌의 개막과 동시에 쓰기 시작해서, 야쿠르토가 우승을 거드는 무렵에 제1고를 완성시켰어요. 이 점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똑같더라고요. 그 때도 개막 날에 쓰기 시작해서, 우승이 결정되는 무렵에 완성시켰다. 히로오카 감독 아래 첫 우승을 했을 때 말이지요. 무슨 인연 같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반년 동안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써 나간다는 것은 저에게는 정신적으로도 힘드는 일이었어요. 계속 숨이 막히게 집중해서 쓰는 거니까요. 저는 20년째 날마다 런닝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런 축적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체력은 중요하지요, 정말. 문장을 쓰기에는 하반신이 중요한 거에요. 메타포 깉은 것이 아니고 그 글자대로 다리와 허리가 단단하지 못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는 없는 법이에요. 물론 아까도 말했듯이 천재는 예외이고, 저와 같은 정도의 재주를 가진 인간에 대해서 말하면 말이지만.
――아침 4시부터 9시란 뭔가 이유가 있는 건가요?
아침을 좋아하거든요. 옛날에 바 같은 걸 경영하고 있어서, 그때는 물론 야행성의 인간이었는데. 새벽에 자고 점심 때쯤에 일어나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가게를 그만두었을 때, "이제부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날이 새기와 동시에 일어나려고. 인생의 리셋 같은 걸로 삼아서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어둠 속에서 일을 시작하고, 일을 하는 새 점점 날이 밝아진다는 것이 느낌으로서 좋다는 것. 뭔가 제가 쓰고 싶은 작품세계를 바로 상징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있어서요.
가끔씩 일을 시작할 때쯤에 장난삼아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곤 해요. 아침 4시 쯤에 말이지요. 물론 연락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건데, 그러면 편집자들은 아직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거에요. 참 신기하지요?
아침은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네요. 작은 소리로 바로크 음악을 틀어 놓고 말이지요. 대개는 실내악이나 기악. 하지만 글렌 굴드는 안 돼요. 그것이 들려 오면 그만 그 소리에 빠져 버리거든요. 일을 하면서 듣기에는 좀더 온화하고 중립적인 소리가 좋은 거에요. 뭐, 이번엔 prince나 radiohead도 제법 들었지만요(웃음). 식사는 적당히 센드위치 같은 것을 먹어요. 부엌에 가서 혼자 만들어 먹지요. 일을 하는 중에는 아무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써 나가기가 힘들 경우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가시는지요?
쓰기가 어려운 부분이란 건 물론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을 쓰지 않고 척척 써가는 거에요. 너무 자세한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않고요. 그런 것은 나중에 시간을 들여 고쳐 쓰면 되니까. 그것보다는 이야기의 진행 속도에 늦지 않게, 필사적으로 그것에 매달려 간다. 그게 더 중요해요.
――표지에 그려져 있는 두 가지 오브제에 대해 가르쳐 주세요.
표지에 그려져 있는 고양이 인형과 뱀을 그린 돌. 그것은 둘 다 제 것이에요. 언제나 책상 위에 놓아 있지요. 고양이는 어디서 샀던가? 생각이 나지 않네요. 뱀은 시도니 올림픽을 취재하러 갔을 때 토산물 가게서 샀어요. 둘 다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듯싶어서 표지에서 쓰기로 했어요.
제 책상 위에는 제법 여러가지 물건이 놓아 있어요. 대개는 동물과 관련된 것이에요. 그리고 개구리나 벌이나 쥐, 그런 것도 있어요. 일을 잠깐 쉴 때 그런 것들을 보곤 하는데, 그들이 다 함께 저를 격려해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조금은 있겠네요. 동물이란 건 좋군요.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서, 취재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시코쿠(四國)에는 실제로 갔어요. 저는 원래 소설의 취재라는 걸 별로 안하는 편인데, 사실적으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곤란하니까 일단 가서 알아 봤지요. 실제로 혼자 야행 고속버스로 가서, 렌타카에서 마츠다 파미리아를 빌려서 그 주편을 돌아 봤어요. 그다지 길지는 않았고요. 2박 3일 정도지요.
그런데, 쓰기 전에 예비 조사를 하러 갔다는 것이 아니라, 다 쓰고 난 다음에 확인하러 간 거에요. 쓸 때는 오로지 상상력을 구사해서 써요. 타카마츠(高松)에는 전에 몇 번인가 가 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하는 건 별로 없었으니까, 자기 머리 속에서 소설을 위한 장소를 제멋대로 만들어 가는 거에요. 그러고 나서, 그런 장소가 실제로 있는지를 확인하러 가요.
<태엽감는 새>를 쓸 때도 그랬군요. 거기엔 노몬한이 나오는데, 실제로 노몬한에 간 것은 책을 다 쓴 후였어요. 처음부터 조사를 하러 가면, 저의 경우는 말이지만, 상상력이 잘 작용되지 않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시코쿠를 무대로 삼아서 쓰고는 있어도, 결국 그것은 그 어디도 아닌 곳인 거에요, 저의 경우. 어느때도 아닌 시간 속의, 어디도 아닌 곳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장소가 꼭 타카마츠 시의 어딘가에 있을 거야"하고 생각해서 쓰고 있으면, 꼭 그런 곳이 존재하는 법이에요. "아, 역시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 그런 게 되게 기쁘지요. 모래사장에 앉아서 "그렇구나, 이런 곳이었구나" 하면서 이상하게 릴렉스하기도 하고요. 노몬한의 경우엔 "야! 바로 내가 쓴 대로의 곳이잖아" 같은 기시감(旣視感)까지 있었지만(웃음).
<양을 쫓는 모험>만은 미리 현지답사(location hunting) 같은 것을 했어요. 그러지 않으면 양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으니까(웃음). 실제로 가 봐서 양에 관한 일에는 이상하게 자세히 아는 사람이 됐어요. 그것이 지금까지 유일한 취재 조사지요.
왜 무대가 타카마츠냐는 질문을 받으면 곤란해요. 근거가 전혀 없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소년의 행선지는 시코쿠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꽤 확실히 있었어요. 서쪽으로 향한다는 이미지가 있었고, 그것은 칸사이(關西)도 아니고 큐슈(九州)도 아니고 히로시마(廣島)도 아니다. 그렇다면 역시 시코쿠가 되겠지요. 타카마츠라는 도시를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뭔가 누긋하고, 우동도 맛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