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노래 / 김 난 석
남이섬을 가기 위해 지하철 7호선 건대역을 찾았다.
차를 기다리며 두리번거리노라니
가림막에 예이츠(W.B.Yeats)의 영시가 적혀 있다.
술의 노래다.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I sigh. / Yeats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느니
자라면서 죽을 때까지 알아야 할 진리는
오직 이 두 가지뿐
술잔 들어 입에 대며 그대 바라보매
한숨뿐이라.
시를 마음에 담고 남이섬을 돌아보려니
깡통으로 망가진 인사가 게슴츠레한 모습으로 서 있다.
술기운은 남아 있으되
사랑할 기운이 소진되었음을 아쉬워함인가...?
예이츠의 시와는 상관없는 나만의 생각이다.
영어의 "Sigh"는 “한숨 쉬다” 의 뜻이다.
허나 “사모하다, 동경하다” 의 뜻도 있다.
술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면서
바라보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한숨도 사모도 동경도 될 테니
아직은 “사이(Sigh)” 가운데에 “랑”을 끼워 넣어
“사랑이”를 부르고 싶다. / 지난날의 단상 중에서
술, 그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얼마 전까진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더라.
흥(興)보다 정(情)~
젊은 시절엔 이런저런 뜻으로
'술 한 잔 할까...?"
"밥 한 번 먹을까...?"
"차 한 잔 할까...?"
이런 말을 번갈아 했지만
이젠 여성 앞에선 '차'로
남성 앞에선 '밥'으로 변한 지 오래인 것 같다.
그게 다 외롭거나 情이 그리운 때 나오는 말인데
어제는 어느 글벗의 부름을 받고 나가
밥 한 번 먹었다.
興이 아니라 情이었던 거다.
어제는 B 형 방의 모임이 있었다.
산애 님이 약술을 대령한다는데
술도 못하는 주제에
가?
말아?
그래도 기본식단은 있다 하니, 참여하기로 했다.
인애6 님과 나란히 앉았다.
매너가 있는 여성인지라
주위의 회원들과 건배를 한 뒤에
홀연히 자리를 뜨더라.
미국에서 온 가족이 기다린다는 거였다.
잠시 뒤에 최멜라니아가 그자리에 앉았다.
나는 양(羊)이요, 그네는 말(午)이니
서로 궁합이 맞으면 참한 '양말' 한 켤레가 되련만
나는 헌짝이요, 그네는 신짝이니
헌신짝이 되었던 거다.ㅎ
그런고로
내가 권하면 그네는 받아 마시더라만
나는 권해와도 못 마시니
내 입에선 한숨(Sigh)소리만 나오고
그네는 들여라 들여라 하다가
황홀경에 빠지더라.ㅎ
사실 세상에 술보다 더 좋은 음식이 있을까?
제어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기 때문이지
술보다 더 좋은 음식(그중에서도 음료)은 없지 싶다.
첫 잔은 갈증을 해소하고
둘째 잔은 향미를 느끼게 하고
셋째 잔은 흥취를 돋구고
넷째 잔 부터는 광기(狂氣)를 발하게 된다는데
물론 이건 영국의 속담이므로
우리와 다른 위스키의 기준일 테지만
속에서 받기만 한다면야
두주(斗酒)인들 사양할 게 무어더냐~
헌신짝일망정 우린
그렇게 둘이 앉아 즐기다가
나는 상행선, 그네는 하행선을 타고 귀가했다.
* 사진은 리즈향 님이 찍은 건데
한숨 짓는 사내와
황홀경에 빠진 그네
첫댓글 저는 석촌님을 남여 합동 모임때 살포시 저혼자 뵙습니다 댓글을 안다는데 오늘 글은 감정의 표현이 아주 좋은것같아요 저도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그랬군요.
인사라도 나눌걸 그랬군요.
맛있는 고기 먹을 생각에 가위질 하느라갸우뚱 가까이 안계셔서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얹지 못했습니당~^^
먼데서 오느라 시장하기도 했겠지요.
목마르기도 했을거고. ㅎ
맞습니다 풍산님 표현이 참 적절하네요 멋지시구요 고맙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바쁜 와중에 참석 하셔서
선물까지 전달 해주시고
잘 사용 하겠습니다~^^
같이 단잠 자고 아침에 시누님과 남대뮨쇼핑 염색약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요 칼국수도 찰밥과 함께
먹게 되었답니다 더군다나 시카고 돌아가면 쓰겠다던 멋진 모자는 정말 여러개 샀어요 석촌선생님
바쁜일정이 다 보이네요.ㅎ
풍류방(참치모임)에서 한번 뵌적이 있어요 정말 재주가 많으시고 재능봉사 열심히 하시는것 응원합니다 건강하세요
고마워요.
함께 잘 지내야겠지요.
누가 할머니 친손녀 아니랠까봐 끼를 닮았는지 책에 시어를 기록하고요
참 잘썼네요.
앞으로 잘 지도해야겠네요.
@석촌 시어 중에 후반부 햇살향수라는 멋진표현이 있네요♡
남이섬을 가시는데 왜 7호선 건대역을 가셨을까요?
상봉역에서 갈아타실 요량 이셨나 봅니다만 그냥 집 앞에서
8호선 타시고 별내가서 갈아 타시면 훨씬 시간이 절약이 됩니다만..
사실 저도 나누어 드린 술은 한잔도 못 마시고 그냥 맥주만 반잔 먹고 왔습니다..
그 술이야 변치 않을 테니
두고두고 반주로 조금씩 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마웠어요.
그런데 왜 8호선을 타지 않았느냐고요?
그거야 다 이유가 있지요.
별내행 지하철이 확장되기 전이었으니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