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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단법인 순직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 원문보기 글쓴이: 잉걸불
소방관의 하루기도 외 25편
신이시여,
이렇게 오늘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어제와 별 다를 바 없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각오로 민첩한 행동으로
출동준비를 하게해 주시고,
만약, 출동을 하게 되면
평소 다져 온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떠한 상황이 벌어져도
가장 유연한 자세로 행동하게 하소서.
우리들로 하여금
저 재해재난의 절박한 상황에서
영원한 불사조가 되어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사위어 가는
인명을 안전하게 구조하여 심신을 안정시켜
구조된 소중한 사람에게 생명의 존엄함을 주시어
소생으로 행복한 삶을 연장하게 도와 하소서.
오늘도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이 있어
새롭게 다가서는 즐거움의 모습으로
온 세상을 활보하게 하시고
우리들로 하여금
안전의 지킴이로 위안을 삼고
그저 믿음의 수호천사로 생각하도록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소서.
신이시여,
우리가 하는 일이
화재진압 및 구조. 구급으로
우리들이 선택한 행복한 명예이며
우리들의 지켜야할 기본일임을 명심하고
언제나 우선순위 첫 번째 두고
예방과 대응에 당돌하게 혹은 그윽이 스며드는
으뜸으로 당당한 삶이게 하소서
그리하여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쉬이 달려가 명약같이 효험을 볼 수 있도록
우리들의 지혜를 늘 맑게 하여 주소서.
어쩌면 생애에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여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서비스가 되게 하시어
무한봉사에 조명하는 진정한 119가 되게 하소서.
신이시여,
오늘도 하루 25시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대기 근무 중에 몇 건의 화재와 구조. 구급출동의 연속으로
오늘도 어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 우리들이 갑자기 불의를 당한 사람들에게
혼신의 노력을 쏟았지만 안타까운 일도 많았습니다.
절망에 실의에 빠진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을 다하지 못한 일,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 모두에게 희망을 못다 지켜준 일은
소방관도 미완성이라는 이름이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오로지 땀과 피를 흘렸습니다.
혹은 졸지에 유명을 달리하는 고비 고비를
아슬아슬 하게 넘긴 이들도 있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이웃에게 사랑을 채워 준 저들에게
신의 은총과 가호가 있게 하소서.
정녕 절망의 통곡으로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그대 말씀을 실천한 거룩한 동료에게
폭포수 같은 가호가 있게 하소서.
저들에게 오늘 출동으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게 하시고,
내일은, 내일에는 꼭
오늘과 또 다른 새 영혼을 듬뿍 안겨 주소서.
소방방재를 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생명의 본질이 무엇이고
재물의 근원이 무엇이냐고
어느 날 문득 묻는 너에게
뭐라고 내가 말해줄 수 있을까?
생명이 필수의 유아독존이라고
재물이 선택의 보편지향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면 너는
고개 끄덕이며 내 말을 경청할 수 있느냐?
우리들이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에
생명존중, 재물보존 잘 지켜간다면
사람 사는 사명을 곧 알게 될 거고
온 지구사랑 마음에 아로 새기게 되리
사람들의 잣대가 시공에 따라 각각 다르고
사람들의 저울이 마음에 따라 각각 달라도
생명사랑 재물보존은 소중하고 으뜸인 것을
다 아는 것은 인류 보존의 이치이며 섭리인 것을...
말하노니,
소방방재를 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또 다시 말하노니
생명사랑, 재물 보존하는 일은
오로지 그 일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소방방재인, 소방방재인의 사람들이여!
그 정답을 세월의 연륜 그 파고에 띄우고
스무 한 개 탑을 정성스레 쌓아 온 사람들이여!
장하다, 정말 대단하다.
힘내라, 힘내.
소방사랑의 경건함으로
샛별이 고이 빛날 때처럼
그대들 맑은 영혼이
여기 고이 빛나고 있으니,
우리는 다시 옷 고쳐 입고
올곧은 숨 몰아쉬고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일은 생애,
그대들의 업적을 기릴 때마다
우리들의 가슴 가슴은 마구 뛰고 있다.
칭찬해야 할 사람들,
사랑해야 할 사람들,
하느님이시여! 저들을 끝없이 사랑하소서.
우리들은 고요히 스며드는 선율로
그대들의 희생봉사정신과 살신성인정신을
길이 소중히 여길지니,
우리들은 여태까지 그러하였고,
지금도 늘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하기 위해
우리들의 목숨을 걸고
소방의 명예를 지켜가겠습니다.
그대들의 영혼과 권리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오니,
그대들이시여! 그대들의 맑은 영혼이 아름답게 피어 나
그대들은 남은 자들의 표상이 되었다
그대들과 우리들 모두는 하나가 되어
소방사랑의 경건함으로 이어지듯이.
쭉쭉 뻗어라, 그리고 빛 내거라.
- 의용소방신문 創刊號에 부쳐 -
유구한 소방역사, 그 맥을 이어 온
의용소방의 역사를 기록해 가기위해
혼신의 힘으로 온기 지핀 그대들,
의용소방신문의 사람들이여!
쭉쭉 뻗어라, 의용소방의 역사가
청사에 빛나 아롱이는 초석 다져
그 소명으로 일어서는 날 까지
그리고 빛 내거라.
이 세상은 천지창조 때부터
시간과 햇빛이 공유한 채
진리와 정의, 그의 사랑하는 자유로
소금밭 일구고, 토지를 경작하고
문화와 예술을 연마하는 혼신의 힘이
그 원동력이었다.
보라, 의용소방신문이여!
움직일 수 없는 확고한 신념으로
의용소방대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의용소방대원들의 거룩한 봉사정신을
경건한 마음, 엄숙한 자세로 기록하라
의용소방신문의 사람들이여!
두 주먹 불끈 쥐고, 정의를 위해
포효 같은 자세로 달려가
성난 파도같이 부서져라.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진리를 위해
순풍에 돛단배처럼 나아가
나비처럼 앉아 너울져라
오로지 쭉쭉 뻗어라, 그리고 빛 내거라
의용소방신문의 사람들이여!
의무소방교육대(義務消防敎育隊)
오늘 하루 동안에도
오로지 교육훈련으로
땀과 흙먼지에 흠뻑 젖은
오렌지색 제복 위로 해가 저물고
해맑은 웃음 짓는 그대들 얼굴보다
더 큰 둥근 달이 둥실 떠올랐다.
그래도 기어코 해냈다는
그대들의 열의에
나는
그대들의 음성 한 음절
그대들의 몸짓 한 동작에도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눈 들어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그대들이 곤히 잠든 생활관에
땀 냄새가 폴폴 날려도
나는 꽃향기보다 더 좋기만 하다.
이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이
그대들의 의무이며
내가 맡은 소명입니다.
그대들은 오늘보다 더 나은
최정예 의무소방원이 되기를 빌어본다.
오늘 하루 동안에도
여러 번 그대들 늠름한 모습에
크게 경탄했는지
저렇게 소쩍새가 울고 있다.
이따금 흔들리는 나무 가지에
별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내일 아침 기상에 까치 떼 소리가
그대들 발등에 소복 쌓이고 있다.
오늘처럼 아마도.
소방의 의무
슬기로운 마음으로 다함께 모인
우리는 희망 안은 소방의 횃불
늠름한 기상 속에 고된 훈련도
즐겁게 받아 낸다. 보람된 긍지로
배움의 바른 자세 굳건한 모습은
영원히 길이 남을 불사신 해태 상
화재의 예방진압 희생정신은
세기에 길이 이어갈 소방의 의무.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참마음 사랑 심은 소방의 표상
너와 힘을 모아 굳세게 모아
온전히 나아간다. 슬기론 지혜로
해맑은 우리 이웃 보전해 나가는
보람된 삶이 꽃필 무궁한 불사조
구급의 긴급이송 봉사정신은
영원히 길이 남을 소방의 의무.
숭고한 사랑
여기 샛별이 고이 빛날 때처럼
임들의 희생정신 빛나고 있나니
그대들의 숭고한 사랑,
소방의 표상으로 남아
우리들 가슴마다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오로지 나라사랑 겨레사랑 한 마음으로
소중한 인명재산 지키다 산화해 가신
임들의 거룩한 뜻 우러러 따르리이다.
* 한정찬의 소방충혼탑 헌시 : 충남 천안시 유량동 중앙소방학교 내 소재. 8억 여 원으로 2001. 11월부터 2002. 5. 22 까지 조성된 소방충혼탑에 위의 시가 헌시로 게재되어 있음.
자전(自轉) 2
하루 25시
시공을 초월해
천 근 구조복과
만 근 방수복 무게도 영영 잊은 채
시간 밖의 나락으로 증발된
나태를 살라 마음의 벽에 걸고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에
마구 뛰고 있나 보다.
수시로 혹은 이따금 다다른
출동현장에서 가쁜 숨 몰아쉬며
긴장된 운명의 심신을
절대자의 오른팔에 맡기고
언제나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기약 없는 고난의 수면 아래로
침전하듯 사르르 눈감으려는
목숨, 목숨 그리고 소중한 목숨들을
광야의 목소리, 그 푸른 목소리로 회유하고
길 뜬 설움 울먹이며
부메랑을 맞은 참담한 삶을 각인하며
그대로 오도카니
그렇게 걷고 있나 보다.
분노하는 역류의 화염과
순간 빨려드는 구조구급에
늘 새로운 기법으로
맞는 코드를 갈아 끼우면
요구조자의 맑은 영혼 자락이
햇살에 묻어오는 그림자처럼 일어 나
눈 닿는 갈피의 여울목에 걸리는 희열에
영광보다 기쁨이 튼실해 보이지만
어쩌다 색깔 다른 소리의 공명에
맥없이 사기진작의 양 날개가 꺾여도
고독과 침묵의 고뇌를 능가할
가족들의 건강한 얼굴빛 그리며
엄지와 검지로 안전 끈 다시 조이고
희망을 사수해야 하나 보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고요의 정적을 일깨우고
소란한 소리를 잠재우면
화재 및 구조․구급 출동에
늘 해태를 표상의 눈높이를
근거기준의 잣대로 삼고
서글프고 메마를 마음 달래며
휑한 바람 한 자락 동행하면
그대 바라보는 매 순간마다
화살 같은 성호를 그으며
여명에서 일몰사이,
혹은 일몰에서 여명 그 한계를
새로운 지평 열 듯 사랑하다 생각하다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아
홀연히 쓸쓸하게 외로워지면
탈을 쓰고 가야 하나 보다.
사랑스런 내 조국 한반도
그 부속도서에 실핏줄 같이
솟대에 앉은 솟대 새처럼 멀리,
총명한 마음의 눈 맑게 밝혀
늘 깨어 외로운 눅진 마음도
눈웃음으로 소리 없이 감추고
까치발 그 보폭 자국에 황톳물 가득 고여
일가친척 찾을 겨를 없어도
오로지 출동대응에 단련된 노련함은
그대 눈빛에 어린 늠름한 모습이
늘 향기롭다 못해 자욱한 물안개로
저리 곱도록 피어오르고 있나 보다.
고요한 정적을 흔들어 깨우고
늘 처음 마음이듯
그대로를 맞이하는 것처럼
긴장의 끈을 차마 놓질 못해
허무의 현란한 현장사이로
공연스레 하현달 그림자 무리가
갑작스런 돌풍에
휘말려 방향감각을 잃고
터지 듯 날마다 꽃봉오리 터지 듯
슬픔이 터져 초록 이슬에 흠뻑 젖어
숨결 고름하고 있는가 보다.
무한의 당연한 의무 귀결로
강요된 이어짐은 예사로운 경이가 아니지만
오로지 희생봉사의 스스러운 코드에
정성스레 공들여 길들이듯
사금파리 반짝이는 그늘 아래 텃밭에는
지난 지루한 장마에 지치고 지친
말캉한 희나리 고추 모양 드러내 듯
무릇 진리가 덜 다듬어진 채로
견고하게 태초의 경건한 인연으로
명줄처럼 흔적 반추하는 절망을 깨고
일상에 스며든 슬기론 꿈을 심는
저 희망 늘 첫 마음 그대로
소중히 살아가고 있는가 보다.
허무를 보게 되면 괜스레 멀리 가까이 아롱이며
아픔 위에 아르는 가장 빛나는 불빛 모양 앞에
흠뻑 젖은 땀과 눈물 그리고 매연으로 뒤범벅이 된
어지러운 모습들이 시퍼렇게 곤줄박이지만
그래도 그리운 사람 그리워 우는 것은
바람에 가장 먼저 넘어지고
햇살에 가장 늦게 일어나고
절망의 쓰라린 가슴 안고 슬픔을 감당 못해
돌 속에 잠긴 불새의 성긴 목소리 끝까지
잎 새에 지는 노래처럼 공허한 가슴 추스르다
슬며시 외로움에 몰입하면
바다의 개펄처럼 비릿한
화재 및 구조․구급현장에서
희망을 갈구해야 하나 보다.
누가 뭐래도 계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가뭇한 얼굴, 얼굴들
날밤 없이 고통스러워 울부짖는
저 숭고한 희생봉사정신으로
출동, 출동하고 또 출동하고
안전부재를 가장 경계해야하는
덫으로 삼으면 밀물처럼 밀려온
난해한 은유가 낯선 바람 앞에서도
재난현장을 조율하는 경광등처럼
뭉실한 서러움에 눈 시리고 목청 타도
어리바리한 넋 놓지 못 하리
망개나무 열매 같은 노을 바라보며
일몰 후 어둠을 환희 밝히고 있음은
필시 119의 삶인가 보다.
오늘의 기도
오늘도 재난으로부터 모든 사람들의 생명재산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평소 연마해온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소방관들을 부디 보살피시어, 별안간 불의의 사고가 예고 없이 다가와도 항상 지혜롭게 잘 대응하여 극복할 수 있게 하소서.소방관들이 모든 업무를 수행할 때 마다 안전이 겹겹으로 보호막이 되게 하시고, 불의에 처한 요구조자 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신속정확하게 구조구급의 손길이 닿아, 한 사람도 불의의 재난 발생으로부터 아무런 두려움과 절망에 헤매지 않게 용기를 주소서.그리고 평소 모든 사람들이 그 삶의 주변에 재난의 원인이 될 요소들을, 잘 관리하고 보살피게 하는 관심과 열정을 항상 생활화하게 하시고, 만약, 재난이 발생한다면 신속한 통보, 초기 조치, 인명대피의 행동을 정말 가장 우선해야 할 중요한 일임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실천하게 하소서.
출동 벨
내가 세월 따라 많이 변해가고 있다.공 병우 타자기가 외부에 나갈문서 박는 그 중심에 서 있을 때우리는 문서 기안에 열정을 쏟는 데도줄곧 출동 벨이 우리의 혼을 빼어놓곤 그랬다.내가 결혼하기 전 도시 외곽 파출소에처음 발령 받아 근무할 때 출동 벨은 곧 바로내 심장을 울려 긴장과 가슴 조였다.아직도 귀에 쟁쟁 남아 있는 출동 벨이그때는 어디 불 났는가보다 불자동차 소리가 요란한걸 보니,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을 건넸다.80년 어느 날 점심식사 하다가 출동 벨에 첫 출동한대구 태전교각 옆 동아당(金銀時計房) 화재에주인은 소사(窒息消死) 되었어도 몇 개 벽시계는 오후 한시를 울리고그저 연거푸 울려대도 사람들은 저마다한 마디씩 수군거렸지만 벽시계 소리가 출동 벨의그 강약고저(强弱高低)를 넘어서지는 못했다.내 나이 마흔 중반 무렵 충남 천안 아산 예산에서출동 벨을 달고 119구조대, 화재현장을 누비고 다녔어도처음 출동 벨에 혼쭐이 난 옛날 그 때가 아니었다.지금 오십 중반, 학교 강의실에서 곰곰 생각해 봐도변하는 건 세상 모두인데 나는 그 때가 그리워지고아직도 그 때 사용하다가 폐기처분된 출동 벨 몇 조각을내 사상의 서랍에 가두고만 있다.아직은 단정할 일 아니지만 이다음 자연인으로 돌아갈 때나는 출동 벨 몇 조각을 소멸할 수 있을까?나는 출동 벨 몇 조각을 정말 소멸할 수 있을까?내가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할 출동 벨의 그리움에게삶은 늘 긴장된 삶의 연속이야, 나 홀로 중얼거리다가오늘은 새벽 4시에 묵주기도를 바친다.내가 세월 따라 참 많이 변해가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 활기차게
소방인으로 살아가려면 기사도가 되라.그대 삶의 모습은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에서 신뢰를 쌓을 것이고그대 삶의 정신은 무한한 감동으로 이어진 세이프로 숭고한 희생정신의 믿음에서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정성을 다하는 지혜가 사람들 가슴을 여는 감동이 되고그 감동이 생명구원의 근원이 되는 믿음의 사랑이 되는정말 충만한 은혜와 용기 치솟게 하는 기사도가 되라.이 시대의 어떠한 재난이 우리의 일상을 괴롭혀도우리들이 발휘하는 소방정신 그 이상의 기사도가 되라.아울러 소방정신의 깊은 의미는 친절과 미소가전신에 스민 향수처럼 이성과 감성을 조율하는 세상의 향기처럼시각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마음에서 마음으로 혹은 그리움에서 머무는 낭만과 여유도 지녀야 한다.결국 우리들의 저울과 잣대로 무게와 길이를 판단하는 일들이있지만 수많은 화재 및 구조구급 출동에 사람 존중(尊重)처럼참 거룩한 모습으로 이 세상을 행복으로 채우리라.이 복잡한 사회에서는 기사도가 기도하는 자세처럼 위대하다.소방인으로 살아가려면 기사도가 되라.아무리 큰 자연의 재앙과 무모한 인간의 테러가 발생해도의연하라. 늘 의연하라. 현란한 재난이 난무해도 이성을 잃지 말고 의연하라.바람은 구름을 몰고 바람과 구름은 태풍을 일으키고지각의 요란스런 판 그 움직임으로 지진이 일어나도그대들의 의연함을 결코 흔들 수는 없을 것이니, 그대들은 동중정(動中靜)으로 다스리는 부단한 노력을 간구하라.소방인으로 살아가려면 기사도가 되라.기사도는 희생과 봉사정신이 합하여새로운 신뢰로 가속을 내는 일이다.수많은 관중이 있어도 결국 눈앞에 남아 있는 건소방호스와 자욱한 화염뿐이다.견딜 수 없는 화재진압의 고통과 두려움…. 관중 한 명 없어도 결국 눈앞에 남아 있는 건아비규환의 신음소리 뿐이다.소스라치는 구조구급의 급박함과 안타까움….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의 한 가운데 서있는 소방인은기사도가 서 있는 가장자리다.삶과 죽음의 기로에선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 어두운 암흑에서 밝은 빛 이끌어 내는희망의 기사도는 으뜸으로 커 가고 있다.희생봉사의 거룩한 기사도는 삶과 죽음을 초월한 우리시대의 영웅이다.그것은 우리들의 소금이며 진리가 결정(結晶)되는 아름다움이다.소방인으로 살아가려면 기사도가 되라.때론 소방인도 나약하지만 강인해 보이려 무척 애를 쓰게 된다. 나약함이 강인함을 이겨낼 때그 나약함은 이미 이전의 나약함이 아니다.그러기에 기사도처럼 위대(偉大)한 소방인이 있어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사람들은늘 안심(安心)해도 좋을 놀라운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기적의 밥상 앞에서 생활을 가늠하고저마다 의미 있는 삶을 꿈꾸며이 아름다운 세상을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화재 현장의 그 날, 그 용사들이여
물이 가장 효능을 올리기좋은섭씨 사도 씨에서또 다시 급강하하면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영하의빙점.건조주의보를 타고을씨년스럽게 유령의입술처럼우리의 재산을 삼키고삶을 삼키던칠흑의 어두운어느 한 겨울 밤의불.강풍에 휘날린수 십 만개의 얼음 알갱이가방수복 팔꿈치에수백 개 고드름으로 달라붙던겨울밤의그 날그 현장.손이 시리고발이 시리고온 몸의 마디마디뼈 속까지 시려도오로지인명구조화재진압에만힘을 모두든 불사의 용사들이여목숨을 던져 가면서라도불을 다스리려는너무나 선하여 슬픈 백성이여.
문화가 있는 소방
보소, 이 사람아
요즘 같은 세상에
소방의 뿌리 반추하며
관악산 남쪽 기슭에 서 있는
「해태상海苔像」을
한번쯤 생각해 보시었는가.
늘 전설로만 남아 온
소방의 수호신 해태상은
불꽃 자지러진 화재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기상
바로,
그 모습이 아니신가.
완용 펌프 위로
망루 종소리가 은은히 퍼지던 시절
그 이전에 이미
문경의 산기슭에
「산불됴심」바위에 아로새겨 남은
그 글씨 가슴에 담아 보시었는가.
불조심은
나, 너
그리고 우리를 지켜
저마다 맡은 이상 실현하는
가장 숭고한 일이라는 걸
곧 바로
가장 잘 알 수 있음이 아니신가.
보소, 이 사람아
문화가 있는
소방 여울의 난간에 걸터앉아
소방의 수호신 해태 상을
소방의 이정표 산불됴심을
이야기 좀 해 보시게나.
회억回憶 1
화로에 꽂아 놓은
부삽 쥐고
불의 시를
질기게 쓰리라 다짐했으나
의지를 이겨내지 못한
게으름의 나태로
깜부기숯만을 만지며
울먹인 한탄을
불쏘시게 갈비로 모으고 있다.
시나브로 어렴풋이 떠올라
기억에 남는 건
실에 풀을 먹이려
왕겨를 태우시던
할머니의 살아생전 모습은
죽어 어떤 한 영혼으로
검불거리 한줌에 헤매다
간신히 새가 되어
푸른 창공을 훨훨 나르는
한 마리 불멸의 새가 되어
포롱 포롱 날고 있다.
을씨년스런
황막한 늦은 겨울
벌판 한 가운데
해질 무렵에
유년의 초롱한 눈매로
묻어 난 바람은
잔잔한 하늘가에
바람 수제비 티로 운을 떼고
열정으로 신명난 바람처럼
저절로 살아난다.
돌아보면
군불의 습성으로 남아
마음 둥둥 주저하지 못해 온
가버린 날들이
불땀을 닦고 있지만
의미 있는 부여
삶의 한 가운데
반추하는 생활로 남아
아직도 따듯한 인정의 맥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가시나무 땔감을
안아 나르다
문득 스치는 연민
살아 온 날들이
우주 끝 날의 별처럼
아득히 멀어 보일 때
다른 땔나무에도
눈길 골고루 주면
어쩐지 멀리 있는
그리운 사람들이
정갈스럽게도 자라 나
남포등의 추억으로
백야처럼 밝아 오면
노을 속에 타고 있는
정열의 이상이
올곧은 심지 따라
명멸이 이어 오는 심성이라 여겨져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통나무 숯불에 얹힌
몇 마리 고등어
등이 푸른 모습에서
하늘 고인
바다가 울렁이고
그 위에 사뿐 내려앉은
구름 한 조각
한 조각구름에서도
한사코 일어서는
사랑이 있다
말리지 못하는
희열의 사랑이 있다
다만,
포우의 에너벨리를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을씨년스런 언덕 아래로
가다귀를 한 짐 지고 오는
나무꾼의 그림자가
발걸음 소리를 앞지르고 있다.
해 기우는 저녁이다
땔나무를 쌓아 놓은
더미 옆
닭 통에서
닭의 체온이 오르기도 전에
어둠의 그림자가 얼비치고 있다.
몇 알의 달걀 위로
꽃불이 지핀다.
이글거리는 아궁이에
꽃불이 지핀다.
바스락거리는
잔소리꾼 낙엽을 보내고
홀연히 빈 가슴 여미는
꽃불 지피는 소리는
꼭,
지난 장날
시장에 송아지 내보내고 온
칠성이네 암소 울음소리 같다.
불의 전설에
한 토막으로 나올 것만 같은
얼굴 붉은 텃새가
솔 씨앗 한 알 물고
구름 따라 간 사연
누가 들려준 건지
통 알 수 없지만
이야기를 한 그 사람은
늘 푸른 산 준령
언덕 드문 곳에서
바위에 앉아
헤르만 헛세의 흰 구름을 암송할 줄
아는 분인지도 몰라.
관솔불에
정금의 은혜로
안으로만 살아 온
지순한 길 딛고
느릿 느릿 다가오는 자
그대 두 눈 사르르 감고
묵상하는 것은
철저한
기도의 고행자다.
가슴 안에 쌓아 둔
지푸라기 혹은 마른풀에
불이 요원일 때
보일 듯 말 듯한 모습의
거울을 본다.
그리움에 상기된 기대의
연민으로 거울을 본다.
만남의 종을 울리기 위해
헤어짐의 종을 알리기 위해
불같은 뜨거운 사랑은
한갓,
얼음 같은 차가운 이성에
한 조각 남루로 펄럭이지만
티 없이 찡그린
불의 시는
꿈꾸는 순례자의 고행처럼
자전하는
날 선 바람이다.
화음和音 담을 그릇이 될 수 있도록
- 소방저널 창간 1주년에 부쳐
아기가 갓 태어났을 때
가족들은 어쩔 줄 몰랐고
이웃 친지 그리고 온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축하해 주었듯이
우리다운 목소리를
올바르게 조율하는 주간 소방저널이
이 세상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
소방의 숨결은 실 다이 지피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가
소방에 적籍을 둔 일이 있는 사람,
소방에 적績을 두고 있는 사람,
소방과 함께 살아 온 사람들로,
소방의 애환을 잘 알고 있지 아니신가.
내가 선택한 이 길과
내가 겪어 온 발자취를
내가 가장 잘 알 수 있듯이
소방의 진정한 얼,
소방의 진정한 모습을
소방인이 말하지 아니하고
그 누가 전파하랴.소방인이여!
소방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시라
소방저널은 이제 걸음마의 자세로
두 주먹 굳게 쥐고 당당하게 서 있다.
지켜 봐 주시라.
돌 봐 주시라.
가꾸어 주시라.
진정한 우리의 가장 진솔한 목소리
화음和音담을 그릇이 될 수 있도록.
영혼 모자란 불새로 남아
정결한 불의 시샘에 기다려도찬연한 추억 가진 그 사람은불의 강을 건너오지 않았다불의 노래 부르다가불탄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허무만 안고 돌아가도불의 노래 불러야할 그 사람은끝내 불의 강을 건너오지 않았다물과 불이 교차하는 화재현장에서물줄기 높이 올려조종 울려라불길 창조한 선구자,프로메디우스의 얼굴이 얼비치다물결 날리는 바람결에 타는 저녁노을이 있다.늘 종이 한 장 부피만한 가슴으로하루를 폈다 접는 나의 일상에불 길 댕기는 바람아, 마음을 태우는 불길아네 모습이 불꽃 가물거림으로 멀어져 가도애절한 마음 더 애태워가슴이 숯 되도록 불 지펴날카로이 달려가는 화마 앞에숯불이 되어 다가서도마음으로 일어선 한 가닥 애정 어린 눈빛눈빛은 태우지 못하리라삶의 여신의 순결한 혈맥이삼계의 안으로 들어와차가운 대지에 생기를 불어넣는긴 분기의 이정표다찬연히 눈 부시는불의 간이역으로 불을 보내자.생경이 되 살아나는유년의 기억을 실타래처럼 풀어 보면부지깽이의 불로 새벽 밝히고 시간 가르며눈물 짖던 내 누님의 손이동화 속으로 나와 내 불의 손을 잡는다.불 속에 내 마음 빨리어 들어하루를 건져내는 날은금빛 날개 반짝이는불새가 되는 날이다때로 홀로 있을 때별거 아니었음이 새삼스러워지고숨 가쁘게 달려오는 빛바랜 화재의 잔해 잿빛도백야처럼 밝아 온다.별빛이 놀러 온 창가에 서서문을 열어 보면문득 스쳐 가는 생각저 하늘에 드문드문 자리한 별들의 역학은한 점 사랑으로 남아불길에 선 이 자리도 공유하고 있을까어디선가 또 불의 요소가 발견된 자아를 드러내고마주 앉으면불은 깨어진 병 조각처럼상한 마음의 가장자리에서 흩어져 있다.고요한 밤의 적막에네온사인이 달려 있다.불의 노래를 부르는판단의 밤을 익혀 가면서바람의 벽에 부딪혀 울어대는 불이시간의 요소,얼굴 없는 계절에도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알 수 없을 것 같기도 한불새의 날아간 여운이어라어디서 화재가 났는지 알 수 없지만사이렌 소리 요란히 뿌리며소방차가 성급히 달리고 있다여러 해가 지난 오늘까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다만 화재가 난 것은 알 수 있는 일불 냄새가 난다야 불새야육감으로 알 수 있는 일유독한 냄새를 보니 영락없는공장화재구나불 냄새에 저민 바람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천 가닥 만 가닥 올이 짜여가슴 쓰리게 하면기별 받은 간잎도 얼굴 찡그린다.사위도 사위도 남는 불의 잔재다리를 달고심지 돋워 달리고 있음인가뒤돌아 봐도 남는 운명허물어진 화재의 허상을욕망의 불바다로 채우고 있다.슬픔의 엘리지가 불로 환생하여 울렁이고 있다.생활의 오선지에 하루를 엮다보면소방 순찰은빛바랜 에덴의 언덕으로연초록 한 점 띄우는 열정의 사랑인지도 몰라어둠이 한두 발짝 앞으로 성큼 다가오는하루의 끝 날에 서게 되면아무 것도 소용이 없는 자전이다.아무 것도 찾지 못한늘 그대로의 자전이다잠에서 덜 깬 밤길의 보행자와 같이위험 속의 안전이 걸어가듯어둠 속을 걸어가고 있다.악마로 다가오는 불을 저주하지 말라.연습도 없이 마구질주 하는 불,단조로운 반복의 연속 자전이다.바람과 하나 되어시간에 자맥질하는 화재야, 불아너의 이성 찾은 모습 볼 수만 있다면꽃보다 더 진한 너의 피가여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볼일이다여과하지 못한 화재 현장을경광등이 자르고 있는 고요를화재는 변치 않는 얼굴빛으로응시하고 있다.허망한 승리가내 안으로 들어 와 조용히 숨죽이며양파 같은 불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화재야, 그대 잊어버릴 수만 있다면내 사랑스러움 드리워진 모습으로불 꿈꾸어시간의 손을 잡고 너의 노래 부르리라.불의 사랑을 보고불의 사생에 담겨감정으로 시를 쓰는 것은호롱불 같은 불을 사위지 않는 일마지막 남은 목숨까지 다 사윈불새의 모습은일그러진 자화상을 반추하듯그대는 명멸이 살아 있는 수선화다.사랑이 모여 강을 이루고시간의 무게를 더해 갈 때소멸하다 살아나는 불바다이글거리는 불바다의 해일이다.수평선에 잠자다 햇덩이를 건져 올리는만선의 어부 환한 웃음 해일 뒤의 희열이다.인화물질이 질주하는 도심,인화물질이 깊이 뿌리 연결하고 있기도 한 곳은화재가 범접하기 쉬운 터미널이다.출동 대기의 연속 시간 속을불이 일어나지 않기 바라며침묵으로 미소 짓는 지혜야.불같이 타오르는 가슴으로불 속을 날아가자.불같은 삶은영롱하리만큼 찬연하여라.정결하리만큼 찬연하여라.소롯히 살아나는 기억,불새의 꿈, 불새의 꿈처럼미완의 자리에 앉아불 소리 들어보리라.깊은 산 숲들의 몸놀림처럼 서서불 소리 기억하리라.최초의 불길, 영혼 모자란 불새로 남아영혼 모자란 불새로 남아서.
화재현장 구조출동 1
한밤중인지라 화재인지가 늦고
초동조치가 아주 미흡하기만 했든
홍일 여인숙 이층짜리 건물의
화재현장.
이미 일층은 불길이 완전 휩싸였고
이층도 연기가 자욱 앞이 도저히
분간되지 않았다.
일층 진화 동시에 이층 인명검색 하는 동안
“아이고, 안에 사람 있어요. 사람 살려 주세요.
아이고, 사람 다타 죽어요. 사람 좀 구해 주세요.
빨리 구해 주세요. 사람 다타 죽어요.”
타는 불길 속에
자욱한 연기보다 한 박자 더 빠른
넋 나간 한 여인의
이성 잃은 절규의 목소리가
소방대원들의 귀 고막을 북 치듯 마구 두들겨 놓아
불길 잡고 검색 후 인명피해 없다 알렸더니
그 여인 어디론지
번개같이
기적소리같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화기에 결빙 점 잃은 물방울들이
새벽 두 시의 밤기운에 곡예라도 하듯
헬멧과 어깨 위에 뚝뚝 떨어지고
다시 떨어져 흘러내려
방수화를 얼리고 있었다.
한 뼘 눈앞엔 영하의 시린 겨울날씨가
을씨년스런 바람과 아우러져
적막한 기류를 흔들며
차가운 눈보라를 일게 하고 있었다.
철수준비 하는 소방대원들의
옹골찬 눈빛과 시린 손끝에서
또다시 예고 없이 다가올
출동준비에
야무진 분주함이 한 자루 촛불처럼
유난히도 경건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산시 온천동 76-1 홍일 여인숙 화재 인명피해 없이 진화됨)
화재현장 구조출동 2
얼마나 놀랬기에 허둥지둥 바르르 떨며
일용할 가방만 들고
맨발로 혹은 한쪽 발에만 양말 신고
창틀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었나.
얼마나 급했기에 연약한 여잘 혼자 두고
저 혼자 살아보겠다고 도망쳤나, 탈출했나.
그러나 그들은 필생 우기리라
도망이 아니고 탈출이라고
촌각을 다투는 짙은 연기 속에
벌거숭이 여체를 본 구조대원들의 보고에
겉옷이라도 빨리 걸치라고 다그치는
내 억센 목소리에도
덜깬 두 눈 깜박거리고
바짓가랑이 한 개에 양쪽다리 자꾸자꾸 넣으려다.
넘어지는 여인의 옆에는
멍하니 정신 잃어 멀뚱한 한 남자가 있었다.
멀뚱한 그 남자는
구조대원들에게 유도되어 구조되면서도
연신 헛발질만 해댔다.
전장의 아비규환처럼 왁자지껄한 현장에서
신속한 화재진화와 인명구조시간이
재빨리 지나간 뒤
고립되어 구조된 사람들은
숙박부에 기재된 스물다섯 명 중
열셋 명.
여명에 경광등 불빛이 퇴색될 무렵
귀대할 때
가장 늦게 구조되어 눈에 맴맴 도는
황 상연(남․1세)이
잠시도 내 뇌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제발 무사했으면 다같이 입 모아 해보는
나지막한 기도소리.
(아산시 영인면 아산장 여관 화재. 소방대원들의 신속한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로 여관 투숙객 중 미처 대피하지 못한 전원이 구조됨)
화재현장 구조출동 3
출동벨 소리와 함께 안내방송의
지령이 떨어지면
늘 그렇게 본능적으로 해 온 일임에도
성급히 달리는 119긴급구조차안에서
공기 호흡기를 둘러멘 대원들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불길한 예감의 전율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현장도착,
키보다도 더 높은 철조망을
공기호흡기 둘러멘 채 뛰어넘어
연소부분을 저지하는 진압대원들의
의지와는 아랑곳없이
이미 5층 옥내계단까지
짙은 연기에 휘 쌓인
아산시 방축동 주공아파트 110동 삼사라인
화재현장,
우선은 인명구조가 최우선이기에
구조대원들은 2인 1조가 되어
짙은 연기 속으로 진입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진압대원과 하나가되어
이단 사다리를 전개하여
삼층 베란다에 걸쳤다.
삼층 303호에 진입한 두 대원들의 수신호가 왔다
예비공기호흡기에 두 아이들을 씌운 채
요구조 신호를 보내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까만 연기사이로
아주 멀리처럼
아득히 흔들리기만 했다.
일층 베란다와 창문으로 내뿜는 짙은 연기에
절반쯤 가려진 사다리는
그 받침 지탱하기에도
몹시 불안한 구도를 하고
빙판에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공기호흡기를 고쳐 쓰고 흔들리는 사다리에 올라
넌출 대는 아슬아슬한 전율을 느끼며
김 나은(여․2세), 김 한별(여․4세)
왼팔에 안고 오른팔로 몸을 지지하며
한 명 안고 내려다 놓고 또 한 명 안고 내려올 때
반복 구조를 하는 순간과
안도의 한숨쉬며 그 아이들의 어머니까지
유도 구조하는 순간은
지구보다 도 무거운 짐을 지는 순간이었다.
사다리 지주를 잡은 진압대원의 안간힘처럼.
인명을 구조하는 구조대원의 혼신의 힘처럼.
침묵으로 일관한 수 백 명 관중들의 손에 땀처럼.
마음속에는 애간장 녹이듯 각인 된
그 순간은 영하의 겨울날씨에도
충만 된 희열의 꽃을 활짝 피웠다.
그 순간은 영하의 겨울 날씨에도
충만 된 희열의 꽃을 활짝 피웠다.
(아산시 방축동 주공아파트 110동 화재. 303호에 고립된 모녀를 창문 베란다 쪽에 사다리를 설치하여 구조함)
화재현장 구조출동 4
나지막한 황토밭 둔덕에 언제라도
사그라질 듯한 낡은
아산시 신창면 남성리 왕산목장에서
겨우내 얼었다 녹아지는
삼한사온의 반복된 일기라도
아주 극명하게 대변할 듯한
그런 왕산목장에 화재가 났다.
출동하는 길
고불 고불한 비포장도로 돌고 넘어
겨울바람에도 더 자란 아카시아가시가
줄기차게 채질 하는
험난한 길 헤치고
도착해보니
불길 휘 쌓인 낡은 목장건물은
단숨에 관창으로 진화했지만
퇴색한 짚이 쌓여 있는 노적가리는
진압대원의 빠른 손놀림에도
별 빠른 진척이 없다가
포크레인 도착 후에야
완전진화 되었다.
보험하고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사십 중반쯤 나이 먹었을 그 남자주인의
떨리는 심신에서 아마도
반쯤 불에 탄 우유 교반기가
가슴을 아주 쓰리게 했나 보다.축사 안에는 불길에 등가죽이 타
진물 같은 피가 흘러내리는
젖소 한 마리
두 눈에 눈물 주르륵 흘리며
네다리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
한기가 들어 그런가 보다
귀대하는 긴급 구조차 유리창에
아침 햇살에 깨어난 온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무값 폭락으로
사람 손 한 번 거치지 않은 무들이
머리가 부서진 채 도열하고 있었다.
언 듯 언 듯 보이는 밭이랑에
축사 잃고 시름할 농부의 근심이
마치 헤일로 일어날 것만 같아
정월 햇살은 아롱이며
한 점 따뜻한 사랑 키우려
왕산목장을 떠나지 못하고
맴맴 돌고 있었다.
(아산시 신창면 남성리 왕산목장 화재. 쌓아 놓은 볏짚 북데기 등이 타고 있어 완전진화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림)
화재현장 구조출동 5
시린 햇살이 영하에 걸려 헤살이는
일요일 오후
오만 잡동사니가 산더미처럼 쌓인
고물수집상에서 화재가 났다.
오가는 혼잡한 교통 속을
헤집고 나가는
조급한 마음은
장마에 거센 물살 헤쳐 나가기보다도 더
힘들기만 했다.
화재현장에 진입하는 길
소방차 바퀴만 닿을 듯한
그런 공간을 울퉁불퉁한 노면을
노련미와 경험 하나로 오로지
잘 유도해간 대원의
운전 솜씨는
영하의 날씨에도 얼어붙은
소방호스를 녹이게 했고
강풍에 천방지축으로 너울대며 춤추는
거센 불줄기를 잠재울 능력이 충분하고도 남았지만
얽히고 얽혀 타오르는
폐 가전제품 폐전선 그리고 폐지 타는
화학물질의 불길 앞에서는
별다른 방도의 끝이 아득하게만 보였다.다들 쉬고 있는 날 허사로 해 보는 일인 줄
알면서도
전화선 닿는 데까지
전화한 후 겨우 연락 닿아 달려온
포크레인의 위력 앞에 결국 무릎 꿇은
고물상화재였지만
오랜 경험과 강인한 힘으로
진화작업 하는 진압대원들의
손놀림이 땅거미가 밀려오는 어둠 속에서도
더더욱 빛나 보이기만 했다
귀대하는 길 좁다란 통로를 빠져 나올 때
잽싼 몸 날리듯 육중한 긴급 구조차를 유도하고
운전하는
구조대원들의 손끝에서 눈매에서
한겨울 속에서도 무게도 형체도 없는
따뜻한 한 점 사랑이 아롱이고 있었다
또 다른 출동을 준비하는 여유로운 마음이
넉넉하기만 했다.
(아산시 용화동 30-4 .명동고물상 화재. 폐가전제품 폐전선 폐지 등이 강풍 속에 타고 있어 진화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됨)
교통사고현장 구조출동 1
무슨 일이 그리도 많아
뭐가 그리도 급해
많고 많은 대명천지 밝은 대낮을
어디다 걸어두고
동트는 새벽녘에
이렇게 되어서는 절대 안될 일
이 엄청난 사고를 냈나.
구조대원들이 현장 도착했을 때
전봇대는 부러져 휘청거리고
길 아래 농수로 흙탕물 뻘에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승용차가 쳐 박혀 있고
어디선가 흙탕물에 뒤범벅된 채
나뒹굴어져 있는 시신과
살려달라 아우성치는
절규의 희미한 목소리가
여기 저기 새벽 공기를
흔들어 역류시키고 있었다.
구조구급대원들의 바쁜 손놀림이 시작되고
마지막으로
구겨진 승용차지붕을 절단하고 들어낼 때
죽은 사람 죽더라도
산사람도 살아있는 목숨이 아닌
허물어진 목숨 목숨들
아서라, 이 사람들아
과속이나 하지 말지.
초과인원이나 승차시키지 말지.
되돌릴 수 없는
이 처참한 현장.
이승의 문턱을 넘어갔거나 맴도는
그대들 영혼 앞에
단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하느님, 이 불쌍한 영혼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소서“ 해보는
간절한 기도밖에 없었다.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세교휴게소 앞 교통사고. 신00씨 외 3명 중상, 문00씨 외 2명은 사망함. 그들의 나이는 22세에서 25세로 당시 승용차에는 7명이 승차하고 있었음)
교통사고현장 구조출동 2
3미터 아래 농수로에 완전 전복된
승용차 안에서 구조되어
구급차에 이송되는 순간까지
제 왼쪽 등 부상한 것도 잊은 채
“오빠 어떻게 해, 오빠 정말 어떻해.”
같은 말만 연신 되풀이하는
방양의 나이는
열아홉 살.구조되어 나와도 한참동안 정신 나갔는지
앞이마 열상도 아랑곳없이
파리 잡아먹은 두꺼비처럼
두 눈만 깜박거리다
허공만 처다 보는
김씨의 나이는
스무 한 살.
“운이 참 좋았던 모양입니다.
차가 좋아서 그러한지,
그만하기 천만 다행입니다.”
구급차에 이송 한 후
긴급 구조차량에 오르며
쓴웃음 짓는
구조대원의 말이
경광등 불빛아래 유난히도 더 크게 들렸지만
소방간호사가 주소 물을 때
“집에 알리면 안 되는데, 집에 알리면 안 되는데,
집에 알리면 절대 안 되는데.”
끝까지 애원하듯 반복하는 방양의 말에
이해할 수 없는
물음표가 남아 있음은 어인 일일까?
(아산시 염치읍 방현리 도로상 교통사고. 농수로에 승용차가 쳐 박힌 사고로 당시 차안에는 방00(여․19세), 김00(남․21세)가 동승하고 있었음)
교통사고현장 구조출동 3
한 가족은 서울 길
다른 한 가족은 부산 길
보아하니 꼭 시골 왔다가 귀가하는
두 가족의 길손들이다
어쩌다가 미끄러운 빙판 길에 서로 정면으로
부딪혀 심하게 다쳤구나.
긴급 구조차가
험난한 빙판 길 헤집고 오기엔 시간이 걸려
다친 아비 어미는 넋을 잃고
깨진 차창으로 들어온 차가운 겨울바람에
한기가 들어 벌벌 떨고 잇는
김00(여․12세), 김00(남․7세)
너희들 너무 추웠겠구나.
시퍼런 입술이 여실히 증표로 남아 있었구나.
일그러진 차 안팎에는
어질어진 농산물의 알곡들이
발바리 싸준
나이든 노부모의 염려의 손길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차게도 어지러이
눈보라에 휘날리고 있었다.
구조된 두 가족들의 길손들을
구급차에 이송한 후 돌아오는 빙판 길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보다도 더 가슴 졸였다.
“빙판 길에 차가 돌면
대책 없는 일이여.”라고 말한
대원의 말이
한 송이 눈꽃처럼 피어
차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아산시 음봉면 쌍용리 도로상 미끄럼사고.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00(남․44세), 부산시 사하구에 사는 윤00(남․49세)의 일가족 8명을 구조하기 위하여 눈길 빙판으로 교통상황이 불리한데도 어려움을 무릅쓰고 임무를 완수함. 이날 김00, 윤00씨 두가 족은 각각 2명 중상, 2명 경상의 피해를 입음)
교통사고현장 구조출동 4
갑자기 펑펑 눈 내린 빙판 길에서는
흔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차들이 돌고 박히고 밀려 낭떠러지에 걸려있는
즐비한 차들의 모습이
그냥 지나치기엔
웃지도 못할 진풍경이었다.
출동지령 받은 곳은
아산시 음봉면 소동리와 원남리 중간지점
소동리에서 원남리로 진행 중인
충남 34가 0000호 승용차가
눈길 미끄럼 사고로
길옆 도랑에 전복된 현장.
운전석에 끼어 있는 요구조자
강00(여․25세)는
직업 간호사.
빙판 길에 제 무게에도 힘겹게
짐 잔뜩 싣고
요구조자를 구조한 후 귀대하는
구조대원들의 등 뒤에는
맑았다 흐려지는
일기예보 같은
땀자국만 남아 있고
긴장된 여운의 쉼표가
등 뒤로 후줄근히 흐르고 있었다.
(아산시 음봉면 원남리 두원공조 앞 도로상 눈길 미끄럼 사고)
교통사고현장 구조출동 5
한천寒天에 떠돌던 바람이
군청색 어둠 안고 머무는 지상으로
긴급 구조차 머리 세워 질주하던 날
깊은 밤 고요한 정적 속에
뒤 따라 오던 구급차 경광등에
시린 눈이
성근 별 입술처럼 파리해져 가고
예감보다도 더 앞질러 바라보이는
처참한 현장에는
유리조각처럼 흩어진 목숨들이
허공에 뜬 달빛을 더욱 차갑게 했다.
눈앞에 전개된 은행나무 가로수 옆에
졸지에 영혼 잃어 불의의 객이 된
두 명의 흩어져 있고
가녀린 숨결 파닥이는 한 목숨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목숨 아닌
목숨으로 축 늘어져
구조대원들의 바쁜 손놀림에도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하듯
숯불처럼 사위어 가고 있었다.
구조 후 이마에 흘린 땀 닦으면서
껍질 벗겨진 은행나무 흔적을 어루만지다
바라보는 유혈낭자 한 채 구겨진 승용차 모습은
악마의 형국처럼
밤공기를 흔들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힘 쭉 빠진 머릿속에 떠 오른 슬픈 생각이
소리도 없이 심신을 달래고 있었다.
설한雪寒이 아주 적막하다고
생각한 올이 아주 적막하다고
(아산시 염치읍 석정리 산림조합 앞 도로상 교통사고. 승용차가 은행나무 가로수를 들이받고 일어난 사고로 당시 유00현(남․34세)씨 외 2명이 사망하고 최00(남․31)만 안면부 열상을 입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