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 투명성의 신화 ● 사진의 사실주의란 하나의 환상이고, / 또 사진적 이미지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대상이다._Alain Sayag ● 사진이란 과연 무엇일까? 또 좋은 사진이란 어떤 사진일까? 지갑 속, 핸드폰 카메라 속 애인 사진부터 미술관에서 본 풍경사진까지 우리 주변 곳곳에 사진이 있지만 사진의 본질이 무엇인지,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신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권두현_환(?)_컬러인화_100×150cm_2003
노정하_정하의 방_컬러인화_26×60cm_2001
이경애_환상의 벽_컬러인화_160×120cm×5EA_2004
19세기 프랑스에서 처음 탄생한 이래, 사진은 재현과 기록의 매체로서 뿐만 아니라 표현과 창조의 도구로 일반인들뿐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사진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자료나 증거로 쓰일 때이며, ‘사진’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얘기되는 특징은 그 ‘사실성’이다. 우리는 ‘사진이 찍히던 그 순간, 그 자리에 분명히 그 사물이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고 믿는다. 마치 유리처럼 투명하게 현실을 비춰준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사진을 대할 때에도 사진을 하나의 통합된 이미지로 파악하기보다는 그 속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하려 한다.
이완교_무념무상_디지털 프린트_87×130cm_1996
김석종_언덕을 넘어서_디지털 프린트_120×360cm_2001
전흥수_홍콩_디지털 프린트_70×47cm_2003
『사진, 그 투명성의 신화』展은 사진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좀더 새롭고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마련된 전시이다. 여기 9명의 작가는 사진을 단순한 현상의 기록이나 재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사용한다. ●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로 권두현, 김석종, 노정하, 이경애, 이완교, 전흥수, 주상연, 최병관, 황규태를 선정한 기준은 크게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사진 속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지 자체가 주제가 되는 사진, 둘째, 몇월 몇일 몇시 특정 장소의 다큐멘트로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진실과 영원한 원리를 추구한 사진, 마지막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보여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진이다. 예술의 역사는 눈에 보이는 것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 이들은 모두 사진이 현실(대상)과 맺고 있는 직접적인 연관 관계를 넘어서 작가의 의도를 시각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모든 이미지는 언어가 침묵하는 바로 그 순간 태어난다. 말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붙잡아 표현하고자 하는 소망에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줄 표어나 수사로 온전히 다 번역되지 않는 자체의 아름다움과 의미가 이 사진들에 담겨 있다.
주상연_물 위를 걷다_디지털 프린트_160×80cm_2003
최병관_자연시리즈-선_흑백인화_70×70cm_2002
『사진, 그 투명성의 신화』展은 1999년에 열린 『사진조형』展에 이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사진전이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인식, 현대 예술로서의 사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전시를 보는 이들이 ‘무엇을 찍었는가’라는 질문에서 그치지 않고, ‘왜 이 사진을 찍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를 함께 생각하며 감상하기를 기대한다. ■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오시는 길
① 대전역/서대전역 하차 후 대중교통 이용 ②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 둔산 정부대전청사 터미널 하차 도보 10분 ③ 대전고속버스 터미널, 유성 터미널 하차 후 대중교통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