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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한국 뮤지컬
불의 검
제작 정진욱
연출 박일규
작곡 김대성 / 최완희 / 황강록 / 고상미
원작 김혜린
각색 박 연 / 김정훈 / 김혜린
프롤로그
어둠 속에서 메아리치는 아무르 마리한의 목소리.
마리한E 전사여!! 철검을 구해오라! 아무르의 부활을 위하여!
밝아지면 이미 무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두두두두---.
온구트 누구냐, 감히 강철의 비밀을 넘보다니!! 침입자를 잡아랏!
카르마키의 병사들이 벌떼같이 아무르의 가라한을 쫓는다.
진군하는 소리. 쫓고 쫓기는 긴박한 음악.
무대 우측, 카르마키의 신궁에는 온구트와 마녀 카라.
무대 좌측, 아무르궁에선 마리한과 신녀 소서노가 염려하며 상황을 지켜본다.
카르마키의 병사 세명이 가라한을 향해 활을 쏜다. 화살 날아가는 소리.
쫓기던 가라한에게로 날아가 박히는 날카로운 화살!
화살을 맞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가라한. 음악 끝.
- 제 1 막 -
1막 1장 - 실카강이 실어온 사람
이 시점은 겨울. 동이 트는 듯 서서히 조명이 밝아오면 실카강 마을을 배경으로
아무르의 전설 노래가 합창으로 흐른다.
M-1 아무르의 전설 (합창)
옛날 옛날 아주 옛날 평화로운 아무르 강가에
착한 사람들 모여 살았는데
마귀와 괴수 침략한 후에
마음씨 착한 그 사람들 빛을 잃었다네
아 -----(구음)
빛을 다오 빛을 다오 하늘에 빌었더니
빛의 머리 찾아가 보라고
거인의 산 그 희고 큰 산 빛을 다오 빛을 다오
하늘에 빌었더니
푸른용의 전사야 강물같은 여인아
빛나는 자손들과 그들 물리쳤네
아라 사람들은 평화를 되찾았네 어우러지며 살게 되었다네
빛을 지닌 거인은 그대로 산이 되었네.
허름한 침상에 누워있는 사내. 그 옆에 한 여자.
아라가 반주 없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낯선 사내 가라한을 간호하고 있다.
사내(가라한)(간신히 정신이 드는 듯 어깨를 좀 일으키며) 으윽!
아 라 아..! (약간 놀라고 감격하며) 괜찮아요?
사 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둘러보다 아라에게 눈길이 멎는다) ...여긴
아 라 아직 움직이지 말아요- (사내의 힘든 움직임을 도와주려다 동그랗게 마주본다. 눈을 뜬 그 의 모습이.. ) ...
두사람 잠시 그대로 마주본다.
이순간이 두사람이 서로를 처음 인지하는(feel) 씬으로 중요.
마치 천지간에 둘뿐인 듯한 느낌.
아 라 (왠지 두근거린다. 바깥쪽을 향해 움직이며) 아버지!! 아버지! 깨어났어요!
그 사람이 살아났다구요오!
큰마로와 노인과 곰바우,청산네, 동네사람 두엇 등이 몰려 들어온다. 아라, 그 기세에 좀 당황한 듯 얼른 사내 곁으로 다시 가려하는데
큰마로 (여차하면 벨듯한 자세. 사내를 가늠하듯 노려보며) 넌 누구냐!
곰바우 너 이놈, 카르마키의 첩자지?
아 라 (나서 말리려 하며) 아버지이!
청산녀 (아라를 말리듯 붙들며) 세상에! 그 몸으로 살아나다니... 더 수상하잖아?!
사 내 (혼란스러운듯) 당신들은 누구요? 여긴 대체- (사이) 나..는?
큰마로 (홱 검을 빼들며) 어서 말해라! 넌 누구냐!
사 내 (당황) 나는.....난....모르겠소. 기억이 나지 않아!
큰마로 거짓말! (검을 사내의 목에 겨눈다) 카르마키 오랑캐! 네가 안고 있던 이 철검이 증거다.
사 내 카르마키? 철검?
곰바우 (큰마로에게) 거보세요, 정보고 뭐고 죽여버려야 된다니깐.
사 내 뜻대로들 하시오. 그러나 난 거짓말한건 아니오!
큰마로 (검을 쳐들며 버럭) 이 놈이?!
아라 다급하게 양 팔을 벌리며 그 앞을 막아선다.
아 라 안돼요! 아버지! 이 사람은 다쳤어요.
큰마로 (약간 흔들린다) 속임수를 쓰는거라면 우리가 위험해진다!
아 라 (강하게 도리질) 실카강에 떠내려올 때 보셨잖아요! 온몸에 카르마키 화살!
눈을 봐요, 저 눈을 봐요, 저 눈을 보시면!
일동 수런수런. 각기 긍정과 부정의 몸짓들.
큰마로 사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채 천천히 칼을 내리는데
노 인 (사내와 큰마로를 번갈아보며 타이르듯) 큰마로! 저 애 말도 일리가 있네. 우선 거두어보세.
사람 목숨 아닌가.
큰마로 (좀 누그러졌다) 그건 그렇지요.. (사람들에게) 청산녀, 약재를 좀 더 구해다 주시게.
자네들이 수시로 감시하고.
청산녀 그.. 그럽지요.
사람들 (이래도 되나..하는듯이) 아..예에.
큰마로 무슨 다짐이라도 두듯 사내를 휙 돌아보고 사내, 거의 미동도 없이 큰마로와 시선을 부딪힌다. 큰마로가 돌아서 나가자 사람들 수군수군 힐끔대며 따라 나간다.
곰바우 (뒤돌아보며) 에이 참, 찝찝하게. 너- 아무르 마을에 들어온 걸 천행으로 알거라 엉?!
아라, 사람들을 따라 퇴장하려는 듯 천천히 뒤따르다가 머뭇, 멈춰섰다가
눈치를 보듯 뒤를 살피며 다시 다가서는데
사내, 침상을 내려서려다 비틀, 아라가 얼른 부축하며 그대로 걸터 앉는다.
( 사람들이 퇴장하는 사이 무대 주변 어두워지며 아라와 사내의 부분만 아스라히 밝게 남는다.)
사 내 : 고맙소...
아 라 : 카르마키 놈들 땜에 의심이 많아졌어요. 모두 본심은 안그런데... (상처를 고쳐 매어주며) 가만... 상처가 깊어요.
사 내 : (고통을 참으며) 거짓이 아니오. 내 이름조차 모르겠는걸...
아 라 : (사내의 고통을 감지한 듯 혼잣말) 이상한 사람. 아프면 아픈 티를 내도 될텐데.
사 내 : 카르마키, 아무르. 그 이름이 낯설지 않소. 당신들은 전쟁중인가?
아라 : 잔인한 카르마키! 무서운 철검을 가진 카르마키! 우린 그들에게 모든 걸 빼앗겼죠. 초원도 하라무렌 강도 가족도...
사 내 : 그랬군...(사이) 내가 만약 카르마키 사람이라면- 구제받은 이 목숨, 그대로 돌려드리겠소.
아 라 : 카르마키 사람이라면 그런 식으로 말할 리가 없는걸!
바구니에서 천을 꺼내 사내의 몸을 덮어주려 하자, 사내, 좀 쑥스럽고 어색한 듯.
사 내 이, 이름이 뭐죠?
아 라 이름? 그냥- 우리 아버진 이놈아! 그러고 사람들은 큰마로의 딸이라고 해요.
사 내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
아 라 으음... (설레임을 담아) 잘됐다. 하나 지어줘요. 나도 성안 여자들처럼 이름이 갖고 싶었는데.
사 내 음... (먼 기억에서 건져올리듯 천천히) ...아라.
아 라 아라? 무슨 뜻?
사 내 모르겠소. (좀 쑥스럽다) 예쁘다는 뜻일지도...
아 라 (방긋 웃으며) 아라! 마음에 들어요. 음.. 그럼 당신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사이)산마로! 산 사나이 산마로. 어때요?
사 내 산마로...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요, 아라.
둘이 마주보다가 이중창. (맨 처음 씬에서의 그 느낌과 분위기처럼.)
M-2 설레이는 이 마음 (아라+가라한(산마로)) -아래 2곡중 택1할 것임.
(아라) 모든 것이 잠든 추운 이 겨울
이 사람은 홀로 어디서 왔을까
그 눈빛 너무나 외로워보여서
내 맘이 어쩐지 자꾸만 떨리네
(산마로) 살려줘서 고마워
(아라) 살아줘서 다행이야
(듀엣) 설레이는 이 마음 내가 왜 이럴까
(산마로) 얼어붙은 산 얼어붙은 강
그속에 오직 한점 들꽃같은 이.
나를 구해준 따뜻한 저 손길
조그마한 저 어깨 마음이 이상해
(아라) 내 이름을 주었죠
(산마로) 내 이름도 주었지
(듀엣) 설레이는 이 마음 내가 왜 이럴까
아라- 모든 것이 잠든 이 겨울 이 사람 어디서 온 걸까?
그 눈빛 너무도 외로운데, 가슴 뛰네 이상해라·
사내 - 얼어붙은 산 얼어붙은 강 그 속에 들꽃 같은 소녀야
그 모습 너무도 조그만데, 가슴 뛰네 이상도해라.
아라 - 다행이야 이 사람 살아서 맑고 빛나는 눈빛이여
푸른 기운이 그를 감도네 산 사나이, 산마로-.
사내 - 내가 누군지 모르면서 나를 구해준 사람아
그 마음 너무나 따스한데
아라. 사내- 가슴이 뛰네 가슴이 뛰네 / 설레이는 이 마음 내가 왜 이럴까
1막 2장 - 아무르 바위궁
아무르인들의 피난지 바위궁. 피난지의 스산함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마리한 천궁, 의자에 앉아있고 주변에 신하 1,2.
뒤쪽 한켠에는 희미하게 기도전과 소서노의 실루엣이 보일 듯 말듯...
마리한에게 미루가 보고를 하고 있다.
마리한 (무겁게) ...죽었을 거란 말이냐?
미 루 (침통하다) 각지의 밀정들에게 알아봤지만 여태 보았다는 사람이..
신하 1 (말을 가로채듯)마리한! 한시가 급합니다! 그를 속히 포기하고 계획을 다시 짜보는 것이-
미 루 안됩니다!
신하 1, 2. 미루를 못마땅한 듯 보고 미루도 지지않겠다는 듯 울컥하는데- 소서노의 소리가 울리 듯 들려온다. (신탁처럼)
소서노 (신비로운 실루엣 속에서) 그는 살아 있습니다...
울려오는 듯한 신녀의 목소리에 모두 긴장. 기도전 쪽을 주시한다.
소서노, 어느새 조용히 이쪽을 보고 있는듯..
마리한 그대의 점괘는 틀린 적이 없지. 말해보라- 소서노. 그는 어디에?
소서노 그의 염파가 잡히지 않습니다. (염려하는 표정으로 등장하며) 살아있지만, 무슨 큰 변이 생긴 것만은 분명합니다.
마리한 도대체! 어찌된 것인가!
마리한, 초조하게 탁자를 쿵, 치고 모두 굳어있는 가운데 암전.
1막 3장 카르마키 궁전
거만한 자세로 술을 마시며 카라를 더듬고 있는 온구트, 한켠에 악사(바리), 비파를 연주하고 있다. 이 때 수하이와 우르판, 병사 1,2가 들어 와 고개를 숙인다.
온구트 그래, 우르판. 잘 처리했겠지?
카라를 더욱 더 더듬는다. 눈살을 찌푸리는 우르판과 수하이. 벗어나는 카라.
우르판 생포하진 못했습니다.
온구트 뭣이? (비소섞인 투로) 아니 천하의 우르판이 실수도 하나?
수하이 (어딘가 피식) 죽었을 겁니다. 강으로 쓸려 들어가 시체를 못찾은 거지-
온구트 (술잔을 던지며) 그게 말이 되나!! 정체도 모를 놈이 철검을 훔쳐갔다. 그게 야장소 전장으로서 할 말이야?
수하이 그래도 놈이 철 제조술을 빼내가진 못했습니다.
온구트 닥쳐라! 이런... 쯧 쯧 쯧. 달아나는 쥐새끼 한 마리를 못 잡다니. 우르판, 군대통솔을 어떻게 하는 거야?
우르판과 수하이, 차마 항변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한데) 카라 입을 연다.
카 라 쥐새끼는 살아있어요.
온구트 뭐라고? 오, 카르마키의 신녀여! 어디에 있는지도 보이느냐?
카 라 그건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강이 보여요.
온구트 에이...!
수하이 놈들이 야장소를 기웃거린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차제에 아무르 잔당들을 확 쓸어버리죠.
우르판 지금은 신궁공사로 손이 모자란다.
수하이 신궁 짓는게 불만이시오? 내 병사들만 가지고도 그정도는 하겠소.
우르판 수하이 바토르!
온구트 시끄럽구나. 알아서들 처리해! (갑자기 카라에게) 그런데 너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궁 짓는 일에 열을 올리는 거냐?
카 라 (야릇하게 웃으며) 그야 물론 오라버니의 만수무강을 빌기 위해서지요. (장군들에게) 자아! 언제까지 작은 일로 대왕을 귀찮게 할 터인가? 악사는 무얼하나? 풍악을 울려라!
바리, 비파를 연주하고 우르판 약간 침통하게 고개를 숙인 후 나가고 수하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뒤를 따라 퇴장. 온구트에게 안기는 카라.
그들을 쳐다보는 바리, 몸이 안 좋은지 기침을 한다.
M-3 바리의 노래 (바리)
오늘도 한심한 하루. 이렇게 저물어가네.
마음대로 노래 부를 자유 하나 그리워
하지만 몸은 병들고 봄은 멀어라.
1막 4장 짓밟힌 실카강의 봄 (이 시점은 초봄. 즉, 이미 산마로는 이 마을에 머문지 제법 되었음)
야장간. 쇠를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 산마로도 그들 속에 있다. 입구 쪽엔 노인이 앉아
뭔가 가벼운걸 다듬고 있다.
곰바우 (푸념조) 아~ 지겹다. 이놈의 청동검!
아.남2 (되다만 검을 들어보며 쩝...) 이것도 철검만 만나면 부러지겠지?!
아·남1 (망치를 툭 던지고 털썩 앉는다) 이러니 일할 맛이 나나. (힐끔) 아니, 근데 저 놈은 지치지도 않나~
곰바우 (따라 보며) 저러다 말겠지. 강철이 어디 그리 쉬운가.
아·남1 보다보니 나쁜 놈은 아닌데.
아·남2 흉터를 보면 막 산 놈 같고. 말투는 또 글 꽤나 배운 놈 같고.
곰바우 표정은 또 어떻고? 무뚝뚝~ (낄낄) 혹시 큰마로님, 자기랑 비슷해서 곱게 봐주는거 아닐까?
모두 와르르 웃는데, 큰마로 들어온다.
큰마로 (버럭) 일하다가 웬 잡담들인가!
사람들 움찔. 노인, 사람들 잡담을 듣고 있었던 듯 허허 웃으며 일어선다.
큰마로, 산마로를 힐끗 바라보곤. 그러나 그 시선에 이미 적의 같은건 없다.
노 인 (큰마로에게 나직히) 어떤가? 바리한테선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큰마로 (고개를 저으며 가벼운 한숨)놈들이 점점 미쳐가는 모양입니다. 그저께도 신궁 공사장에서
수십명이 돌에 깔려 죽었다고...
노인과 큰마로 잠시 부동모드. 저편의 사람들 이쪽을 보고있다.
큰마로 우리에게 정말 희망이 있을까요...
노 인 희망은 있어!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는것이야!
사람들, 슬슬 눈치보며 다가온다.
아·남2 (걱정) 무슨 일 또 났나요?
큰마로 아닐세! (의식적으로 힘차고 밝은 표정 지으며) 자네 둘은 재료를 좀 더 구하러 가세. 이번에야말로 철검을 만들어보자고!
아.남1.2 이번에야말로!
곰바우 철검을! (사람들 밝게 기합 들어간 모습)
사람들 퇴장.
구석에서 조용히 일만 하던 사내, 미칠 듯이 쇳덩이를 두드린다.
M-4 나는 누굴까 (가라한(산마로))
산마로 나는 누굴까? 어디서 왔을까? 왜 여기 있을까?
어제가 없이는 오늘도 없어 내일이 보이지 않아
나는 누굴까
해없이 사는 길 달없이 헤매이고 별도 내겐 너무 멀어
내 손엔 강철 두드리는 소리 거친 숨결 불처럼
내 가슴 속에 미칠 듯 미칠 듯 터져버리네 나는 누굴까
노래를 마치고 다시 두어번 망치를 두들기던 산마로.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산마로 (깊은 탄식조) 아라...
이 때, 아라가 야장소 밖에서 부른다.
아 라 산마로? 산마로! 이리 나와 봐요. 벌써 봄꽃들이 피었어-
산마로, 잠시 굳은 듯 그대로 있다.
아 라 산마로-?
산마로, 야장소 밖으로 나간다. 아라, 꽃을 행복하게 보고 있다 산마로가 오는 쪽을 본다.
아 라 세상에. 땀 좀 봐! 대체 몇시간이나 일한거에요?
산마로 ......
아 라 그러다 또 상처가 터지면 어떡하려고- (땀을 닦아주려 한다)
산마로: (약간 몸을 빼며) 됐어요. 괜찮아.
아 라 : (좀 서운하다) 음... 저기-
아라, 바구니에서 새옷을 꺼내든다.
아 라 곧 봄맞이날이거든? 새옷.. 지어봤는데. 산마로건 물푸레로 물들였어요. 어떤 색이 좋아? 이거 맘에 들어요?
아라 수줍고도 자랑스런 표정으로 옷을 들어 보여주고, 산마로 물끄러미
그런 아라를 바라본다.
아 라 (약간 삐짐. 다가오며) 정말~! 싫다 좋다 말을 해줘야 알지- 몰라! 맘에 안들어도 할 수 없 어. 자, 입어봐요. 그 겨울누더기 좀 벗고.
아라, 토라진 듯 산마로의 누더기 한쪽 소매를 휙 잡아당긴다. 그 서슬에 남자의 한쪽 어깨가 드러나 버리자 아라, 일순 당황하고 산마로도 당황.
아라, 시선을 돌리며 돌아서며 뒤로 팔을 뻗어 옷을 내민다.
산마로, 옷을 받아들고 갈아입는다. 허리띠를 매면서 마치 혼잣말처럼
산마로 ...노랑. 니건 노랑저고리가 좋아.
아 라 응?
아라, 미처 못들은듯(실은 들었다) 고개를 돌리고 옷을 갈아입은 산마로를 보며 반색,
아 라 잘 어울린다아...! (웃으며) 아이참- 위쪽에 끈도 매야지.
아라, 산마로의 가슴께에 있는 끈을 곱게 매어주는데.. 그런 아라를 내려다보던 산마로.
아라에게 살짝 입맞춤을 한다. 아라, 놀라 바라보자 그대로 다시 입맞추는 산마로.
마치 스톱모션처럼 잠시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그 상태에서
주변 조명 살짝 어두워지면서 듀엣곡의 전주가 흐른다. 두사람만의 공간 마치 꿈처럼.
M-5 내게 온 당신 (아라+산마로) - 사랑의 기쁨과 불안과 애틋함을 담아.
(아라) 깊게 얼어붙은 차가운 강 지나 내게 온 당신 산마로
(산마로) 어두운 기억 속 한 가닥 마음 줄
(아라 ) 사슴 같은 눈망울
(산마로) 당신의 노란 향기가
(아라) 당신의 기억 돌아온다면
(산마로) 돌아온다면 꼭 가야 할 곳 있다면 가야겠지
(아라) 꼭 가야만 한다면 나 여기서 그대를 기다릴게요 영원히
(산마로) 마음에 품은 나의 사랑
(아라+산마로) 뒷모습만 보아도 왜 이리 가슴이 아파오는 걸까
(산마로)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아라) 캄캄한 기억 속 아픈 마음으로
(산마로) 한 여인을 사랑한다 말해도 되는 걸까 안되는 걸까
(아라+산마로) 그래도 난 말하고 싶어
아라(대사) 산마로 나 여기 두고 그냥 가면 어떡해
(산마로) 널 남겨두고 떠나지 않아 영원히
(아라 ) 영원히
(아라+산마로) 함께 할 거야
(아라) 산마로 산마로
(산마로) 사랑스런 아라
(아라+산마로) 행복한 이 순간 영원히 기억해
노래 마친 후 두사람 다시 깊은 포옹 나누는데, 아무르의 봄 전주 시작되고.. 환해지면서
마을사람 한둘씩 나타나며 합창한다. 꽃을 뿌려주며 두사람을 놀리기도 하고 축복하기도 하는듯한 분위기.
산마로와 아라, 당황하고 쑥스러워 하지만 서로 꼭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두사람 얼굴에 번지는 행복한 미소. 꽃과 노래와 춤 속에 소박하지만 예쁜 혼례식 장면이 이어진다.
M-6 아무르의 봄 (합창) -수정부분 생길 수도 있음.
남녀 군무
남녀 혼성 합창
봄꽃들이 활짝 피면 물떠놓고서
가시버시 맺는다고 하늘에 절하는거야
봄꽃들이 활짝피면 물떠놓고서
가시버시 맺는다고 하늘에 절하는거야
(대사 아라) 산마로 만약 기억이 돌아오면 (수정 요)
(대사 산마로) 같이 가는거야 아라도
(대사 아라) 나 못됐지 그래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음..
(대사 산마로) 아냐 나도 가끔은 그런 생각하는걸..
노래
산마로 : 그대가 지어준 이름 산마로
아 라 : 그대가 지어준 이름 아라
(듀엣) 그것만으로 충분해 더 무엇이 필요할까
(남성합창)
카르마키에 쫓겨 실카강에 왔지만
(여성합창)
초원으로 돌아갈 꿈 버리지 않아
(남녀 혼성 합창)
꿈도 얼지않듯이 봄은 얼지 않아
하늘도 얼지않듯이 마음도 얼지 않아
(남녀 혼성 합창)
봄꽃들이 활짝피면 물떠놓고서 하늘에 맹세하고
가시버시 가시버시 맺는다고 절하는 거야
봄꽃들이 활짝피면 물떠놓고서 가시버시 맺는다야
군무와 노래가 계속 되는데 갑자기 비명소리들 울리면서 한 무리의 카르마키병사 등장.
수하이 모두 쓸어버려. 모조리 태워버려!
병사들, 창칼로 위협하며 사람들을 한 쪽으로 몬다. 삽시간에 아수라장.
수하이 벌레 같은 아무르 놈들! 잘도 숨어있었구나!
묶인 큰마로가 무대 쪽으로 끌려나온다.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
큰마로 아라야...!
아라 아버지!
아라, 놀라서 큰마로에게 달려가려다 병사들에게 난폭하게 가로막혀 밀리고, 격분한 산마로
튀어나와 병사들과 싸운다. 혼자서 몇 명을 해치우지만 결국 병사들이 던진 쇠그물에 걸려든
산마로.
수하이바토르, 유유히 둔덕쪽에서 내려온다.
수하이: (산마로를 보며) 흥. 그래도 제법 날뛰는 놈도 있군그래.
산마로, 병사들에게 몸을 제압당한 채 수하이를 노려본다.
수하이 : (비웃듯) 하하하! (돌아서서 큰마로에게 다가오며)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해주마.
아 라 : (달려나와 큰마로를 감싸며) 아버지! (쇠그물쪽을 보며 절망적으로) 산마로!
수하이 : 이 야장의 딸이더냐? (낚아채며) 너는 이제 내거다!
아라, 뿌리치며, 청동검을 빼어든다.
산마로 : 아라! 아라!
수하이 : (산마로를 흘깃) 아라? 저 놈이 니 사내로구나? 하핫!
아 라 카르마키 원수들!
아라, 청동검을 들고 수하이에게 덤벼들어보지만 수하이, 가볍게 제압하여 병사들에게 밀어버린 다. 병사, 아라를 붙든다.
큰마로 : 수하이바토르 이놈! 카르마키의 개가 되는 것도 모자라, 이제 니 어미의 땅에 칼을 들이대 느냐.
수하이 : (호기롭던 자세가 딱 굳는다) 그 입 닥쳐라! 죽인다!
큰마로 : 불쌍한 놈!
수하이, 얼굴 일그러지며.. 다음 순간 큰마로를 칼로 내리친다. (효과음은?)
동네사람들 울부짖고 산마로와 아라 비통한 몸부림.
아 라 : (절규) 아버지! 아버지! 산마로- 아버지이-
산마로 아라---------!!
수하이, 울부짖는 아라를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퇴장. 몸부림치는 산마로, 병사들이 창으로
두들긴다. 산마로, 기다시피 하여 죽어가는 큰마로 쪽으로 온다.
조명. 두사람에 특히 집중해 이것이 두사람만의 대화임을 나타냄...
M-7 큰마로의 죽음- 너는 아무르인이다. (큰마로)
큰마로: 네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넌. 카르마키가 될 수 없는 놈 / 넌 아무르 사내다! 살아남아라!
포타하라 무렌의 가수 붉은 꽃 바리를 / 바리를 찾아. / 바리를 찾아.
살아 남아라! 아무르를 위해 싸워줘!
내, 내 아가. 불쌍한 우리 아라도 ...
큰마로가 노래하는 동안 병사들 산마로를 주루룩 끌어간다.
병사들 이곳저곳에서 난폭하게 동네사람들을 휘몰아 끌고 나간다.
산마로 큰마로님! 아아... 아라! (사이) 카르마키! 용서하지 않겠다!
끌려가는 쇠그물, 쇠그물 찢어질 듯 하며 암전.
1막 5장 마녀 카라
카라의 방.
M-8 카라의 침실(온구트&카라)
온구트: 이리 오라, 카르마키의 신녀여, 나의 누이여
카 라 : 카르마키의 대왕이시여
온구트: 너는 내 입 속의 혀
카 라 : 대왕께서 원하신다면 기꺼이,
온구트: 여자의 혀는 달콤한 독
카 라 : 무슨 말씀을...이리 오셔요.....
온구트: 네가 신녀이기에 상대해 주는 게야. 여자들이란!
카 라 : 여자들이란, 귀찮고 쓸모없는 존재.
온구트: 가끔은 필요하기도 하지. 이리 오너라, 너를 품은 지 오래.
온구트, 카라를 당겨 안고, 조명이 잠시 꺼졌다 켜지면,
침대에 누워 있는 카라, 온구트 호탕하게 웃으며 나간다.
카라, 천천히 일어나며
M-9 카라의 노래 (카라)
카 라 : 아무 것도 모르는 날 더러운 도구로 키워서
추한 벌레로 사람들 정기를 빨아들이는
마녀로 불모의 몸으로 살아가게 만든 당신.
긴 세월 권력을 잡는, 민심을 잡는 도구였어
쇠도 녹이는 노리개, 나 카라.
운명의 굴레에 갇혀 징징대는 일 따윈 하지 않아!
머지않아 알게 되리라 당신이 어떤 독사를 키워왔는지
머지않아 세상 모두가 떨게 되리라
모을 수 있는 모든 피를 모아
내 피의 탑 신궁이 완성되는 날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무녀1 카라님! 수하이바토르가 그 노예를 데리고 왔습니다.
수하이가 들어온다. 철갑을 손, 발에 두르고 끌려오는 산마로. 다치고 지친 모습.
카 라 어서 오라. (산마로를 음미하듯 훑어보며 미소) 내 주술의 그물을 찢었단 말이지...
카라, 수하이에게 가볍게 손짓. 수하이, 힐끔 산마로를 비웃듯 노려보고는 못마땅하게 나간다.
산마로, 수하이의 뒷모습을 노한 눈으로 좆으며 사슬에서 벗어나 보려 애쓰지만 되지 않는다
카 라 애쓰지 마라, 고통만 더할 걸.
산마로 (노려보다가 말하기도 싫다는 듯 휙 고개 돌리며).....아무르의 노예다. 노역이나 시켜!
카 라 호호...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구나.
카라, 산마로에게 다가가며
카 라 너 같은 사내가 필요했다. 나를 모셔라!
카라, 산마로의 몸에 손을 대려는 순간, 번쩍이는 빛.
카라, 일순 충격을 받은 듯 한발 물러선다.
산마로 (노려본다) 탕녀의 노리개가 되느니!
카 라 건방진 놈! 역시 힘 또한 예사롭지 않구나!
산마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내 아내를 내놔!
카 라 너의 정체를 알아야겠다. (산마로를 노려보며, 마치 그의 머리를 움켜쥐는듯한 샤먼적 동 작) 너는 누구냐?
산마로 (고통스러운 듯) 나는 .... 나는 ....
카 라 그래 어서 말해! 너는 누구냐?
산마로 나..는! 으아아... (저항하듯 몸을 틀며 격렬하게 외친다) 카르마키! 용서하지 않겠다...!
그때 무대 다른 쪽에서 칭- 짧은 효과음과 함께 은빛 조명이 내려꽂히면서, 소서노의 모습.
실루엣처럼 보인다.
소서노 (간절히) 그의 염파가 살아났어! 그가 위험해. 아사! 정신 차려요!
카 라 아니?! (소서노의 기운을 느낀 듯 홱 고개 돌리자 칭--- 마치 공격받은 듯 은빛이 꺼진다)
아무르의 무녀? (다시 홱. 산마로쪽을 노려보며) 이 노예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산마로 탈진한 듯 간신히 버티고 서있다. 카라, 자신도 피곤을 느낀 듯 의자에 깊숙이 앉으며
카 라 아무르의 무녀를 부를 미끼일 줄이야... 얘들아, 일단 저 놈을 가둬라!
무대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카라 모습 음산하게 비치고... 무녀들, 산마로를 감옥에 가두기 위해
끌고 나간다. 철창소리 크게 울리며 암전.
1막 6장 살아가야 해.
불이 켜지면 한 쪽은 야철장, 야철장 옆에 수하이의 거처.
침상 쪽은 검은 휘장으로 가리워져 보이지 않는다. 아라 도사리듯 버티듯 서있고
시녀가 아라에게 비단옷을 입히려하나, 뿌리치는 아라. 수하이가 고갯짓을 하자 시녀, 나간다.
수하이: 왜 기뻐하지 않지? 실카강 촌구석보다 신나게 살 수 있다.
아 라 : .....
수하이: 난 힘이 세다. 널 내걸로 하는건 아무 것도 아냐.
아 라 : 카르마키 원수!
수하이: (피식) 맘을 바꿔라. 여자의 운명이란 남자 따라 바뀌는 것.
아 라 : 아무르의 여자는 그렇게 살지 않아!
수하이: 하하하! 나의 어미도 처음엔 그랬겠지!
아 라 : (그제서야 그를 본다.)......
수하이: (저벅 다가서며) 왕의 후궁이 되더니 사람이 아예 변하던걸?
아 라 : (공포감을 느낀 듯 물러선다. 뒤는 침상쪽이다.) ..... 저, 저리가요!
수하이: 너도 내 품에서 비단옷에 교태부리며 살게 될 거다. 여자란 그런거지.
아 라 : (발악하듯) 저리 가!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아, 나는 산마로의 여자!
수하이: 끝내 날 웃기는군. (버럭) 그 이름 다시 부를 일 없을 게다!
수하이, 외치면서 사납게 덤벼들고 아라, 밀리며 두사람 침상 쪽으로 사라진다.
절망적인 아라의 비명소리. 잠시 암전.
흐릿하게 불이 켜지고 슬픈 음악이 흐르면서 아라가 마치 유령처럼 천천히 검은 휘장 안에서 나온다. 절망과 비탄의 몸짓.
아 라 : 나는 왜 죽지 않고 있는 걸까... 산마로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희망때문에?
머리 뒤에 꽂혀있던 비녀처럼 생긴 장식을 꺼낸다.
아 라 : 산마로, 부디- 아아! 아버지...
머리장식을 들어 올려 찌를 기세다.
이 때, 서서히 나타나는 큰마로의 영혼.
(아라의 마음 속에 있던 아버지의 기억일 수 있음. 귀신이 아니라 육친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 아닐지?! 귀신으로서가 아니라, 딸을 사랑하고 애처로워하는 한사람의 아버지로서 연기해주기를 바람.)
M-10 딸에게 (큰마로)
내 딸 내 아가 홀로 있구나 / 내 마음이 아프구나죽어버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게 / 살아가는 일이지 기억하느냐
그리고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 내 딸아 그 마음 기억하느냐
살아야 한다
사라지는 큰마로의 영혼.
아 라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라, 허공을 보다가 두손을 모으고 서서히 굳어지는데.. 휘장을 들추면서 잠이 깬듯한 모습으로 수하이가 나온다. (옷은 대강 걸치고)
수하이 (아라가 손에 든 것을 보곤 삐딱하게) 그걸로 죽기라도 할 건가? 아니면 날 찌를 건가?
아 라 .......
수하이 더 좋은걸 주지! 비단! 보석! 뭐든지- 내려 와!
수하이, 돌아서 나가려는데
아 라 ..야철장 일을 가르쳐줘요.
수하이, 멈칫. 휙 돌아본다.
수하이 야철? 쇠를 다루는 일이 장난인 줄 아나?
아 라 (어딘가 먼 쪽을 보고있는듯한 시선) 불가마 옆이라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수하이 그건 안돼! 다른 걸 말해라. 뭐든지 들어주지.
아 라 (여전히) 뜨거운 불가마 옆에서...
(비로소 수하이를 똑바로 본다)그리고 청산녀란 사람을 불러줘요. 다른 건 아무 것도 필요없어.
수하이 미쳤군. 그건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아 라 싫다면, 그냥, 나를 죽여요.
수하이 (왠지 충격받은 듯 노려보다 한발씩 다가온다) 뭘 생각하나? 뭘 보는거야?
(어깨를 잡아 다그치며) 넌 지금! 내거다!
아라의 어깨를 거칠게 다그치지만 아라는 그저 단호히 수하이를 쳐다볼 뿐.
수하이 (질린 듯 버럭) 흥! 좋다! 원대로 해주지. 하지만 아마 하루도 못견딜걸? 미친 년!
수하이 씨근대며 나가버리자, 아라 서서히 무너지며 비장하고 애절한 노래.
M-11 나는 살아가야 해 (아라) -가사 일부분 달라질 수도 있음.
아버지, 이제야 알겠어요.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힘든걸.
이제야 알겠어요. 내게 주어진 길.
나는 철검을 만들거예요.
산마로와 만나게되면 내가 만들어둔 철검 한자루를 그에게 건네주고 파.
그대의 얼굴 한 번 보려고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걸.
너무나 힘이 드는 걸.
그래도 나는 살아가야 해. 나의 길을.
불길에 가슴이 까맣게 타 버려도
연기에 가리워 눈물이 다 말라도
나는 살아갈거야. 난 살아가야 해.
(대사) ...산마로!
1막 7장 엇갈린 사랑
감옥. 침침하다. 산마로, 지친 듯 철창에 기대 있고 병사들이 저 켠에서 지키고 있다.
M-12 그대도 살아주오 (가라한(산마로))
바람 어디로 부는가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언약 맺은 그 날 헤어져 오늘도 꿈을 꾼다
나를 부르던 그 목소리 꿈 속에서도 들리네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혹시 울고 있을까
가슴은 미칠 것 같건만 내 몸은 여기 있어
마음은 그대 곁에 가있건만 내 몸은 여기 있어
그리운 사람아 들어줘 난 그대를 놓지 않아
나는 아직 여기에 살아있어 그대도 살아주오
그리운 사람아 제발! 나를 기다려줘
그대에게 내 다시 갈 때까지 그대도 살아줘
그리운 사람아 제발! 나를 기다려줘
그대에게 내 다시 갈 때까지 그대도 살아줘
산마로 노래를 마친 후 안타깝게 철창을 쥐어잡는데
조명이 이동하면서... 바리가 악기와 술병을 들고 들어온다. 얼핏 보기엔 태평스럽다.
병사1 여어, 바리! 어쩐 일이야?
바 리 (여유있게 웃으며) 심심해서~ 궁안이 어수선하니 악사가 할 일이 없네요.
산마로, 갑자기 몸을 돌리며 이쪽에 주의를 기울인다.
산마로 바리?!
바리, 병사들에게 뭐라고 속닥거리고 병사들 손사레를 치며 뭔가 수런대고 바리가 술병을 내밀자
히죽거리며 마시고 등등.. 모션. 이것이 진행되는 동안 산마로, 이쪽 정경을 주의깊게 보고있다.
병사들이 주저앉아 술을 마시는 동안 감옥으로 은근슬쩍 이동하는 바리.
병사들 곧 잠이 든다. 약을 탄 술이다.
바리, 힐끗 뒤를 돌아보며 피식.
바 리 짜식들. 약이 좀 셌나? (감옥앞으로 가며) 좋은 정보라곤 하나도 없군. 그래도 혹시 모르 지... 누가 살아남았는지.
바리, 감옥 앞에서 넌즈시 안을 살핀다. 조명도 서서히 이동.
산마로 당신이 혹시, 붉은 꽃 바리?
바 리 (긴장) 누구요?
산마로 큰마로가 당신을 찾아가라고 했소!
바 리 아...(사이) 가엾은 큰마로.
산마로 날 도와줄 수 있소? 난 아내를 찾아야 해.
바 리 아내? 이 판국에 무슨 한가한 소리신가?
고개를 쭈욱 내밀어 산마로를 살펴보다 깜짝 놀라는 바리.
급히 주위를 둘러본 후 (누가 눈치채면 안되므로) . 바짝 다가서서
(레시타티브)
바 리 : 당신은! 당신은 가라한,
산마로: 가라한? 무슨 소린가?
바 리 : 기억을 잃었나요? 당신은 가라한. 철검의 비밀을 캐러 갔던!
산마로: 잘못본 게 아닌가? 지금 내 이름은 산마로.
바 리 : 당신은 살아서 아무르를 위해 싸워야 할 전사.
산마로: 하지만 지금은 내 아내를 먼저!
바 리 : (급히 잠든 병사에게 다가가 열쇠를 빼낸다) 미련한 사람! 서둘러요. 마녀의 궁을 벗어나요.
그녀는 너무 위험해!
산마로: 내가 진정 그 전사인가? 그 전사를 살린 이가 내 아내다.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아무 것도 지키지 못했다. 내 싸움은 여기부터다.
바 리 : ( 바리, 감옥 문을 열고 가라한을 끌어당긴다.)
북으로 북으로- 바위궁을 찾아요. 옛 기억이 날겁니다.
급하게 금전 따위를 내밀고 한쪽 입구를 가르키며
(바리가 들어왔던 곳과는 반대방향.. 즉. 감옥셋트에서 가까운 쪽)
바 리 (다짐두듯) 당신은 만인의 사람! 한 여자의 남편에 머물러선 안됩니다.
산마로 (잠시 침묵) 고맙다, 바리.
산마로, 휙 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나가는데. 바리 뭔가 머뭇거리다 마치 따라잡으려는듯한 움직임. 그러다 그냥 멈춰선다. 바리 탄식.
바 리 아아...!
M-13 타락하지 않은 전사여 (바리)
타락하지 않은 전사여 마음속에 불을 안고가는구나
얼마나 많은 이별과 죽음을 봤는지
신물나는 난세를 바보처럼 뚫고가는이여
사랑을 안다고 감히 말하지 말자
저 사랑의 무게를 누가 재겠는가
보아라 고통조차 아름다움을
저 사랑을 어이하리 저사랑을 어이하리
바 리 이제 나도 몸을 숨겨야겠구나. (사이) 그런데 정말 이 사랑은 어찌될까?
돌아서서 나가려는 데 한 무리가 들어온다. 야장들과 노예들인 듯 이런 저런 광석 바구니를 들고 이동중. 바리, 그들을 둘러보며 가다 무리들과 떨어져 뒤에 오던 한 여인(아라)과 부딪힌다. 아라, 일하던 중이었던 듯 야장 차림에 광석 바구니를 들고 있다. (이들이 대화를 하는 중에 무리는 서서히 사라진다.)
아 라 깜짝이야!
바 리 이크, 나도 깜짝이네요. (멀어지는 무리를 힐끔 보곤) 야장소 무리 같은데. 설마, 당신도 야 장?
아 라 (약간 경계하며.. 끄덕) 궁에 재료들을 가지러 온 길이에요.
바 리 (좀 의미심장하게) 혹시? 큰마로의 딸?
아 라 그걸 어떻게? (바리의 악기에 시선) 붉은 꽃 바리?
바 리 맞아요...
아 라 : (눈물겹다) 혹시 잡혀온 사람 소문 못들으셨나요? 산마로라고.
바 리 : 당신... (사이) 지금은 카르마키의 여자.
아 라 : (굳어버린다. 그러다 주변을 경계하며 절박하게)
아 라 : 당신은 아버지의 동지. 그러니 부디 내말 좀 들어주세요. 난 철검을 만들고 있어요.
그 칼을 다 만들면! 내가 도망칠 수 있게 좀 도와주세요.
바 리 : (당혹) 철검을? 당신이? 왜?
아 라 : 그 사람에게... (사이) 조금만 있으면 마지막 비밀을 보게 돼요.
바리, 아라를 똑바로 바라본다. 힘겨운 일을 견디고 있는 야장의 모습. 거칠어진 손.
바 리 : ...철검을 완성하는 날, 불꽃으로 신호를 하시오.
아 라 : 꼭! 용광로를 뒤엎고 불꽃을 올리겠어요.
바 리 : 탈주를 꿈꾸는 노예들이 많소. 그들과 함께 사방에 불을 지르지. 혼란을 틈타면 함께 도망 칠 수 있을게요.
아 라 : 고마워요, 고마워요.
멀리서 부르는듯한 소리. 아라 황급히 나가다가
아 라 : (애써 웃으며) 혹시, 산마로라는 사람을 보면 아라가 살아있다고.
아라 총총히 나가고, 바리 그 모습을 바라보다 탄식한다. 방백조.
바 리 아아!
저 사랑을 어찌하리? 내가 어떡해야 하나?
사랑을 노래한다고 지껄이던 한심한 입술이여!
잠시 암전. 망치질 소리 들려온다.
카르마키 야철장.
조명이 밝아지면, 망치질 하고 있는 아라. 옆에서 아라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수하이.
아 라 아야!!
수하이 (버럭) 그러게 뭐랬어? 계집이 무슨 불일을 한다구.
아 라 (망치를 고쳐잡으며) 다시 한번만 가르쳐줘요.
수하이 아, 진짜 이런 찰거머리가 없어!. 이 물집하며 이 꼴이 뭐냐!
아 라 다시 한 번만! (고로에서 익고 있던 칼 모양의 쇠를 내민다. 그것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담 금질중) 주철을 탄력있게 만들 때는......?
수하이 (성질내며) 그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니지! (직접 보여주며) 불. 메질. 물. 이 시간 간격을 잘 알 아야 한단 말이다!
아 라 (긴장한다) 이렇게요... 그 다음엔?
수하이 다음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문득) 이거. 내가 목 걸고 가르쳐주는 거다. 이건 특급비밀 이거든.
아 라 (다음 순간, 얼굴이 감격으로 밝아지며 탄성) 아, 알았다! 이거였구나.. 이거였어!
수하이 () 그렇게 웃는 거 처음 보는군.
아 라 (순식간에 웃음 멈추면) ....
수하이 왜 멈추지?
아 라 (긴장)
수하이 (강요) 웃어!! 아까처럼 웃으란 말야! 어서!
아라, 대답없이 돌아서며 일에 몰두할 기세. 수하이 바짝 들이대듯
수하이 검을 만들어서 뭐 할 거지? 나한테 복수하려고?
아 라 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칼을 만드는 게 아니야. (칼을 높이 들어 겨누어보며) 당신 하나 죽인다고, 복수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수하이 하하하! 역시 넌 재미있는 계집이야!
M-14 이상한 일이야 (수하이)
이상한 일이야 모를 일이군. 왜 자꾸 마음이 쓰이는 건지
애교도 없고 예쁜것도 아닌데 이상한 일이야
내가 왜이러지 저 애의 눈은 날 보지 않는데
저 애 모습만 봐도 마음이 편해져
여자의 마음따윈 필요없는데 기분이 이상해
내가 미쳤나 여자의 마음따윈 믿지 않는데
알 수 없는 이 기분 하지만 싫지는 않아
수하이 : 오늘 밤은 최고로 예쁘게 꾸미고 있어라! 명령이다!
수하이, 소리치곤 휙하니 나간다. 청산녀 안절부절하며 수하이와 엇갈리며 들어온다. 아라, 다시 검을 두드리려고 하는데
청산녀 ; 얘야.. 이러다 사람 잡겠다아 응?
아 라 : 이제.. 이제 알았어요! 이제! ...!
아라, 갑자기 헛구역질을 한다.(소리는 없이 시늉만) 깜짝 놀라는 청산녀. 아라도 충격.
청산녀 ; 아...아라야... 너어...
아라, 잠시 얼어붙어 있다가 청산녀에게 손짓. 청산녀, 기막히고 안타까운 얼굴로 나간다.
아라, 맹렬하게 망치질을 시작한다.
M-15 불의 검에게 (아라+합창)
일어나 약해지면 안돼
내 님! 내사랑! 그를(그만을) 생각해
내 맘 속의 불로 태어날 불의 검아
하늘도 날 도와주는 걸 느껴 / 내 뜨거운 두 손에
검이여 이 순간을 기억해다오 / 너와 함께 한 이 어두운 밤까지
기다려 그를 만나는 날까지.
검이여 내 피를 기억해다오 / 그를 위해 흘린 나의 눈물까지
전해줘 아라는 살아있다고
칼날이 빛나기 시작하고, 음악이 약간 긴박해지며 긴장감이 감돈다.
1막 8장 탈출.
무대에 성벽들 계단들, 한쪽에 감옥.
한줄기 조명을 따라 산마로가 무언가를 찾듯이 두리번 두리번. 머리가 아픈 듯 한손으로
감싸쥐기도 한다.
산마로: 아라! (다시 둘러보며) 살아 있어줘!
그때 다른 한줄기 조명이 산마로를 찾는 듯 왔다갔다.. 그리고 산마로의 조명과
겹쳐지며 꽝! 하는 음향효과, 산마로 충격을 받은 듯 눈이 부신 듯 비틀거린다.
불이 켜지며 카라와 무녀들이 등장한다.
카 라 여기 있었구나! 카라가 탐낸 것을 그리 쉽게 놓칠성 싶더냐?
산마로 ........ (경계태세를 취해보지만 사방이 적이다)
카 라 반드시 네 정체를 알아야겠다!
온전히 힘을 되찾은 너를 내 것으로 만드리라. 얘들아!
음악, 긴박해지며- 무녀들이 순식간에 산마로를 검은 천으로 빙글빙글 묶어들어간다. 그를 가운데 둔 채 빙빙 도는 무녀들의 움직임은 마치 음산한 사교의 윤무처럼 보인다.
카 라 : (주문처럼) 기억해내라, 사내여! 너는 누구냐!
산마로, 격렬한 고통을 느끼는 듯 몸이 꺾이는데... 한 쪽에 조명이 비치며 소서노의 모습 이 나타난다. (무대에 서 있는 것이 아닌, 저 너머 어딘가에 있는 느낌으로. 실재 나타난 것이 아 닙니다.)
소서노: 카르마키의 여인아! 얼마나 더 많은 피를 부르려느냐!
카 라 : 역시 나타났구나, 아무르의 무녀야!
M-16 세상은(카라&소서노)
카 라 - 신녀로 태어나 한평생 살아가도
남자들의 권력에 이용이나 당하지
소서노 - 신녀로 태어나 세상을 보살피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이지
카 라 - 세상은 어차피 강한 자의 몫 차라리 그 누구보다 강해지리라
소서노 - 풀한포기 별빛한줌에도 다 사연은 있는 법
혼자 상처받은 짐승인양 괴로워하지마라
카 라 - 고귀한 척 위선 떨지마라 그래 네가 그토록 구하고 싶어하는
이 사내의 사랑한번 받아보았느냐 안겨 보았느냐
소서노 - 한 사내의 여인으로 살수없는 것 또한 내가 택한 소명이니 받아들이지
소서노의 빛 약해지며 간담을 울렁거리게 하는 음악과 불빛의 난무. 음에 맞추어 가라한의 긴 비명. 갑자기 한 편에 조명이 내려꽂히며 야장간의 아라가 보인다.
칼이 막 완성된 듯 치켜드는 아라. 모든 음과 움직임이 일순 멎고 짧은 정적.
아 라 : 철검이 완성되었어, 산마로!
산마로: ...나는.
아 라 : (칼을 좀 더 치키며 기도하듯) 내 속의 불로 달군, 내 불의 검아!
너의 주인은 나의 님, 하늘 아래 그이 한 사람!
산마로: 나는!
카라. 뭔가 느낀 듯 홱, 산마로를 노려본다.
아 라 : (검에 손 끝을 갖다 대며)
검이여, 너의 검날에 처음 묻은 이 피를 기억해다오.
산마로-!!!
아라의 절절한 부름과 거의 동시에, 이쪽 편에선 산마로를 둘러싸고 있던 천조각들이 산산히 부서 지듯 풀려나간다.(튕겨나가듯)
산마로 나는..!!!
아라쪽 조명이 스러지고... 천이 흩어져 나간 속에서 드러나는 산마로의 모습. 어딘가 달라보인다.
카 라 : 드디어... 깨었구나! 너는 누구냐?
산마로, 자신의 상황을 휙 둘러보는듯. 바로 깨달은듯 자세가 팽팽해지는데...
M-17 전사의 길 (가라한) -가사 수정될 수도 있음.
이 곳은 어디인가?
계절이 바뀌었구나.
긴 꿈을 꾼 것 같아. 알 수가 없네.
꿈 속에선 행복했던가?
저기 검은 그림자는 카르마키의 마녀.
나를 쫒는구나
내가 누군지 묻는구나
강철의 비밀을 손에 넣지 못한 채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나.
한 자루 푸른 칼. 초원을 내달리는 말발굽
그것이 나다. 그것이 전사.
맨 손 맨 발로도
나는 싸울 것이니
적이여, 나를 감히 잡지 못하리라.
가라한(산마로)의 살기를 보며 카라, 무언가 깨달은 듯 탄성 비슷하게
카 라 ... 알겠다. 이제야 알겠구나! (사이) 너는 바로, 아무르의 가라한!
동시에 구석에서 갑자기 불꽃이 일어난다. 뒤이어 철검을 안고 아라, 뛰쳐나오며
아 라 : 바리-! 철검을 완성했어요______!!
M-18 탈출 (카라.가라한.아라.바리+합창)
긴박한 음악. 신호를 알아본 바리와 노예들이 튀어나와 여기저기 불을 지른다.
다급한 소리들 : 불이야- 야철장에 불이야아!
불꽃이 커지고, 폭죽처럼 이리저리 튀는 가운데, 카르마키 병사들과 도망치려는 아무르 노예들이 뒤섞이는 대혼란. 가라한, 덤벼드는 병사들을 메어치고 칼을 손에 쥔다. 불타 는 야철장을 배경으로 각자 움직임. 카라, 무녀들과 무대 뒤쪽으로 급하게 이동. 각자의 노래 가 울려 퍼진다.
카 라 :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아무르의 가라한을 잡을 기회인데!
불을 꺼라! 저 자를 놓치지 마라!
가라한: 강철의 비밀 캐지 못한 채 /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지는 몰라도
동족들아! 나를 따라 나가자!
아 라 : 내 노랑 저고리 곱다던 님은 무사하실까?
천지간 어디에 가야 내 님을 만날까요?
바 리 : 당신이 왜 그녀를 사랑했는지 알 것도 같아.
고해(苦海)를 안고서도 이토록 용감한 사람.
합창 (노예들의 합창) : 벗어나리라. 이 지옥을
되찾으리라, 우리의 자유. 다시 부르리, 우리의 노래.
눈물없는 봄을 위해 우리 다시 싸우리라.
조명 집중. 무대 중앙에서 가라한과 바리 마주치다.
바 리 : (반갑다) 가- 아니, 산마로!
가라한: 너는 밀정 바리가 아니냐! 그런데 지금 나를 뭐라고?
바 리 : 아. (얼른 고개를 숙이며) 아닙니다. 가라한!
노예1 : 가라한?
노예2 : 우리 가라한?
곰바우 : 세상에!
어느새 가라한 주위에 한무리의 노예들이 몰려있다. 곰바우도 섞여있다.
칼을 든 가라한은 이미 완연한 전사의 모습이다.
합창 (노예들의 합창) : 벗어나리라. 이 지옥을
가라한: 되찾으리라, 우리의 자유.
합 창 : 다시 부르리, 우리의 노래.
가라한+합창 : 눈물없는 봄을 위해 우리 다시 싸우리라.
노예들: 가라한! 카르마키 군대가 옵니다. 어서 빠져 나가세요!
가라한: (앞장서며) 함께 우리 왕께 갑시다. 가서 다시 싸웁시다. 바리! 너도 어서-
바 리 : 찾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꼭 뒤따를테니 어서 서두르세요!
함성 울려퍼지고 무리, 빠르게 사라진다.
바리 두리번거리다 아라와 만난다. 아라, 열심히 그를 잡아끈다. 청산녀 보따리 이고 동행.
바 리 : (탈진한 듯 혼잣말) 바위궁은 멀고 먼 길. 가라한도 멀고 먼 사람.
아 라 : (바리를 부축하며) 힘을 내요, 바리. 우리도 어서 가요.
불길이 잦아들며 노래 울려퍼진다.
노래(노예들의 합창 변주)
아 라 ; 다시 한 번 내 님을 볼 수만 있다면!
바 리 : 그녀에게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네!
가라한: 왜 이다지 가슴이 아픈가?
아라+바리+가라한+합 창 : 벗어나리라. 이 지옥을
카 라 : 용서치 않으리라! 모든 것을 없애리라!
아라+바리+가라한+합 창 : 되찾으리라, 우리의 자유.
다시 부르리, 우리의 노래.
눈물없는 봄을 위해 우리 다시 싸우리라.
노예들의 합창소리 울려퍼지며 막이 서서히 내려온다. (1막 끝)
- 제 2 막 -
2막 1장 카라의 분노
거대한 전쟁의 먹구름을 암시하듯 광폭한 분위기. 카르마키의 병사들이 대장 우르판을 중심
으로 사기충천하여 남성적인 군무를 춘다.
무대위에 분노한 카라와 불려 온 수하이가 보이고, 그 밑에는 간수들이 불안에 떨고있다.
온구트는 무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하쉬쉬 향에 취해 흥청망청거리고 있다. (BGM)
M-19 카라의분노-카르마키의 광분
합 창 카르마키 카르마키
우리는 무자비한 전사들 카르마키 카르마키
우리는 피에 굶주린 전사들 카르마키 카르마키
카 라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게냐, 수하이! 내 신궁마저 태울 참이었더냐?
꼴도 보기 싫으니 물러가라!
터덜터덜 걸어나가는 수하이. 술에 취한 듯하다. 엎드려 벌벌 떨고 있는 간수들.
카 라 멍청한 것들! 내 죄수를 놓치고 그 많은 노예들을 다 놓쳐?
카라가 한 번 긴 소매를 휘두르자 간수들 피를 토하며 널부러진다.
무희들이 춤을 추자 온구트 서서히 잠이 든다. 그것을 확인한 카라, 앞으로
나오며 우르판에게 명령한다.
M-20 카라의 분노 후반부 - 가거라 우르판
카 라 카르마키의 전사들아 들으라
왕의 명령이 떨어졌다 복종하라
아무르의 바위궁을 함락하라 카르마키의 무서움을 보여주어라
합창 카르마키! 카르마키!
카 라 출전하라 우르판 아무르의 잔당들을 한놈도 남김없이 모두 쓸어버려라
합 창 우리는 무자비한 전사들
카르마키! 카르마키!
우리는 피에 굶주린 전사들
카르마키! 카르마키!
광폭하게 전쟁을 암시하는 음악과 더불어, 암전.
2막 2장 가라한 아사의 귀환
아무르 바위궁. 의자에 앉은 마리한을 중심으로 신하들이 보인다.
그 뒤켠 기도전에서 기도하고 있는듯한 소서노의 옆모습 보인다.
마리한, 위엄있지만 초조함이 배어 나오는데
신 하1 마리한, 우리 왕이시여! 너무 심려마소서.
마리한 심려마라, 심려마라! 입으로만 하는 충성이 무슨 소용? 은거지들이 박살나고 전사대의 수장 마저 사라졌거늘! 저들의 신궁이 완성되면 큰일이로다.
갑자기 고통스러워하는 소서노. 모두 놀라 쳐다본다.
마리한 무슨 일이오? 소서노.
소서노 마리한, 무서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기쁜 기운도-
신 하1 신녀시여, 무서운 일이라니?
신 하2 기쁜 일이라니?
이 때 젊은 전사 하나(미루) 뛰어 들어온다. 기쁜 기색.
미 루 (뛰어 들어오며) 마리한! 마리한!
신 하2 무슨 일이냐?
미 루 가라한이 돌아오셨습니다.
마리한,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고 신하들, 반기면서도 뭔가 어색하다.
들어와 예를 갖추는 가라한.
마리한 돌아...왔는가! 나의 형제! 나의 맹우여!
가라한 푸른 용부의 장자, 가라한 아사. 할 일을 다 못하고 맹주를 뵈오이다.
(레시타티브)
마리한 길이... 멀고 험했던 모양이오.
신 하1 어찌 되신 게요? 두 계절이나 연통도 없이!
신 하2 전사대의 수장으로서, 지난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일.
가라한 믿지 못하시겠지만 기억나지 않소.
신 하1 (신하 2를 보며) 기억을 못한다니?
신 하2 (신하 1을 보며) 말도 안돼!
마리한 그만, 그만! 우리의 관심은 카르마키의 제철 기술뿐.
가라한 (고개를 약간 숙인채 말이 없다) .....
신 하2 (비난조로) 이번만은 믿었건만! 모두가 허사!
마리한 조용히! (사이) 천궁은 전사가 살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소!
신하들, 찔끔해 물러나고 소서노와 마리한, 가라한만 남는다.
소서노 전사대의 수장을 사지로 내모는 게 아니었습니다.
마리한 철검의 비밀은 아무르의 마지막 희망.
소서노 그렇다 하더라도-
마리한 (울컥) 알고 있소, 나도 알고 있어! 그대는 어찌!
소서노 (약간 고개 숙이며) ...이해합니다, 마리한.
마리한 두사람 다 쉬시오. 밝은 날 다시 의논하지.
마리한, 퇴장하다가 멈춰선다.
M-21 왕이라는 자리 (마리한)
이해한다고? 뼛속까지 스미는 고독감을 이해한단 소리냐
물러서도 안되고 삼켜져도 안되는 이 왕관의 무게를
하늘이시여 이 무력한 왕을 용서하소서 힘을 주소서
마리한, 무거운 걸음으로 퇴장.
소서노 아사! 무사히 돌아와서 기뻐요. 당신의 위험을 알면서도 내 힘 닿지 못했습니다.
가라한 신녀의 걱정을 더욱 깊게 하였소.
소서노 마리한도... 당신을 보내고 편치 않았습니다.
가라한 (씁쓸한 미소) 결국 모든 것은 우리의 힘이 약하기 때문.
소서노 (안쓰럽다) 아사... 상하신 몸 추스르게 약재를 보내드리지요.
가라한 (고개를 가로 저으며) 괜찮습니다. 우선 전사대부터 둘러봐야겠소.
소서노, 가라한 서로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소서노 나가려다 멈춰
가라한을 돌아본다. 조명 소서노 비추고 가라한 쪽 조명 약간 어둑신하다.
소서노 그에게 전에 없던 낯선 그늘이...
M-22 다가갈 수 없는 그대 (소서노)
소서노 검게 탄 얼굴 피로한 눈 서서 싸워 온 당신에게
앉은 우리는 상처만을 주는군요
어려서부터 우리는 친구로 자랐지만
이제는 무거운 짐을 진 신녀로 왕으로 전사로
마음에 품어서는 안되는 사랑인줄 알아요
여자로 다가가서는 안된다는것도
그래도 당신 살아와 기쁜 마음마저 감출수는 없네요
그립던 사람아 하늘님 별아 달아 바람아
오늘만은 그의 곁에 있어주세요 그를 쉬게 해주세요
노래를 마친 소서노, 가라한을 한번 바라보곤 퇴장.
가라한 쪽 조명 서서히 밝아지면서 무거운 전주가 흐른다.
M-23 전사의 고독 (가라한)
가라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이렇게 눌러온걸까
혼도 감정도 없는 전사로서 전사
가슴에 불덩이가 매달린 듯 뜨겁다.
피비린내 쇠내 목까지 가득찬 흙먼지
수천리길을 미친 듯 싸우며 달려왔는데
내 친구 내 일족은 내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가슴이 아프다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아
헐벗은 채 파랗게 독기만 남은 우리전사
손에 넣지 못한 철검의 비밀
이런 밤 몸은 천길 벼랑으로 떨어지는데
기억나지 않는 두 계절 가슴이 서걱댄다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시간
그 속에 도대체 무엇이 있었기에
쓸쓸히 서 있는 가라한. 암전.
2막 3장 여왕이 되리라.
카라, 음산하게 꾸며진 방 안을 하쉬쉬 잔을 들고 왠지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다.
사방에 하쉬쉬 연기 피어오르는 술잔 모양의 그릇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이상한 구음소리.
카 라 아무르의 기운이 심상치 않아... 가라한을 꼭 잡았어야 했거늘!
왕의 행차는 어디쯤 왔다느냐!
카라의 무녀들 쩔쩔매며 대답을 못한다.
무녀1 걱정 마세요. 모든 것은 여신님 뜻대로..
무녀의 얼굴에 하쉬쉬 잔을 던지는 카라.
얼굴에 흰 연기 피어오르며 고꾸라지는 무녀.
카 라 (의자 깊이 몸을 묻으며) 감히 내 머릿속을 넘어들려 하다니! 수하이를 불러와라!
수하이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등장.
수하이 부르지 않아도 여기 왔소이다!
카 라 죽일 목숨을 봐주었거늘, 아직도 술독에 빠져있다니!
수하이 그 계집, 어디로 갔는지나 알아봐 주시오, 잡히기만 하면!
카 라 (비웃듯) 세상에 뻔뻔한 것이 사내라!
수하이 망할.
카 라 너... 그 여자의 사내가 누구인지나 아느냐?
수하이 무슨 상관! 가르쳐 달란 말요!
카 라 가르쳐 주지. 그전에 나를 좀 거들어 주면.
수하이 계집이 있는 곳부터 알려 줘!
카 라 그건 안되지. (가까이 오라고 손짓) 들어보렴.
곁에 온 수하이에게 카라 무언가 속삭인다. 음산한 음악.(BGM)
수하이 (흠칫)
카 라 내 형제 자매의 피로 이룩한 왕국이다. 눈멀고 귀 먼 늙은 늑대! 이 몸의 원흉!
수하이 우르판이 가만 있을까?
카 라 지금, 여기, 없지... 여차하면 그 목도 따버리면 돼.
수하이 흥. 죽도록 충성한 대가가 그건가. 하지만 이토록 서두르다니.
카 라 그는 의심쟁이. 더는 미룰 수가 없다.
수하이 하하하! 재미있겠는걸. (사이. 음울한 분노) 내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지.
카 라 그렇지, 탕아여. 빈틈없이 행하라. 곧 세상이 우리 것이 될 것이야.
수하이 약속이나 지키시오.
수하이, 카라의 의자 뒤로 물러난다. 온구트 성난 소리를 지르며 등장,
무녀들이 카라 주위를 막아선다.
온구트 카라! 감히 내 앞을 막아서는 이것들은!
카라의 손짓에 물러서는 무녀들. 여전히 경계 태세.
온구트 야철장에 불이 나고! 노예들이 도망치고! 그런 소동이 일어난 것을 왜 숨겼더냐? 도대체, 내 등 뒤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게야? 생각 따윈 하지 말라고 내 분명히 말했을텐데!
카 라 대왕, 고정하시어요. 지난 번 하도 화를 내시길래... 옥체 상하실까 잠시, 미뤄둔 것일 뿐.
무녀들이 하쉬쉬를 들고와 온구트에게 건넨다. 온구트, 마시다가 의자 뒤에 서있는
수하이를 발견한다.
온구트 수하이바토르, 네가 어쩐 일로? 우르판은 어디로 간 게냐?
수하이 카라님이 말렸는데도 아무르 잔당들을 토벌하러 간 모양입니다...
온구트 놈들의 은신처를 알아내었더란 말이냐?
수하이 대왕께 알리려 했으나, 우르판이 혼자 알아서 하겠다기에.
온구트 무어라~! 우르판이! 혼자 공을 취하려했단 말이냐?
몇 잔째 들이킨 술과 하쉬쉬 향에 비틀거리는 온구트
온구트 아.... 이 맛은 언제나 좋구나... 우르판 네 이놈. 어디 돌아오거든 보자.
새 잔을 들려고 허리를 숙인 사이 소리 없이 무녀들 다가가서 검은 천으로
순식간에 온구트의 몸을 감아버린다.(BGM)
온구트 무슨 짓이냐!
카 라 온구트... 카르마키의 대왕... 그러나 이젠 한낱 폭군! 타락한 전사!
온구트 이러지 마라, 우리의 힘으로 이룩한 왕국의 완성이 눈앞에 있거늘!
카 라 지옥으로 가! 내 왕국과 당신의 왕국은 틀려! 너희들의 왕국은 틀렸어!
온구트 내가 널 너무 키웠구나.. 얘야, 나의 누이, 너를 사랑했다..
카 라 사랑? 나를 여자로 길들여 이리 저리 써먹은 것이 사랑? 그 따위가 사랑?!
카라, 흥분해서 자신도 모르게 온구트에게 다가서며 증오어린 언사를 퍼붓는데..
온구트 갑자기 덤벼들어 카라를 끌어안는다.
온구트를 밀쳐내는 카라, 그러나 몸에는 피가.
온구트 많이 컸구나, 내 동생. 그러나 내가 끝까지 방심하지 말라고 가르쳤을 텐데.
이 때 등 뒤를 급습하는 수하이, 비명 지르는 온구트.
카 라 보라,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카라의 일격에 온구트 쓰러지고 비틀거리는 카라를 무녀들이 부축한다.
M-24 온구트의 죽음 (온구트)
카라 나의 사랑하는 누이여 카라 나의 사랑하는 누이여
모든 것을 너와 나누려 했거늘 모든 것을 너와 나누려 했거늘
늑대처럼 초원을 가로질러 아무르에 우리의 왕국을 이루었건만
나의 동생 나의 아가 카라여
너와 함께 위대한 제국을 너와 함께 위대한 카르마키를
만들고 싶었는데 만들고 싶었는데
나 온구트 .. 배신을 하다니
너희에게 모든 것을 너희에게 모든 것을 주었건만
나에게 배신을 죽음을 주는구나
카라 누이여
온구트, 숨을 거두고 카라, 무녀들을 내치며 몸을 꼿꼿이 세운다. BG
카 라 카르마키의 새 왕이 등극했음을 알려라!
수하이 (온구트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멍한 목소리로) 젠장. 전혀 재미있지 않군...
(카라에게) 이제 그 여자가 있는 곳을 알려주시오!
카 라 (이상한 미소. 샤먼적 분위기) 그 계집은... 바위궁 동쪽. 네가 가는 곳에 있으리라!
수하이, 넋을 잃은 듯 비틀거리며 나가고, 카라, 미친 듯이 웃는다.
카라 가엽고 약한 것들! 그래 수하이, 너는 계집을 찾아라,. 나는 아무르를 가지겠다. 그리고..
내 세상을 만들 것이다! 아하하하하!
BG와 웃음소리 멀어지며 암전.
2막 4 장 전사에게 바치는 불의 검.
불이 켜지면 바위궁의 모습은 뒤에 있고, 한 켠에는 아무르 야철장, 작은 호수.
전체적으로 전운과 긴장감 감도는 가운데.. 군데 군데 무기를 다듬고 있는 병사들.
병사들을 돌아보고 있는 가라한.
미루가 들어오고 그를 따라 구석에서 바리와 아라, 청산녀가 들어온다. 무척 지친 모습들.
아라는 보자기에 싼 검을 꼭 껴안고 있다.
청산녀 (긴장해 둘러보다가 아라에게 걱정스럽게) ..괜찮어?
아 라 (긴장.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
바 리 (아라 옆으로 와서) ...아라. 사실은 말해두고 싶은게 있는데.
그 때 미루, 병사들 사이에 있는 가라한을 발견하고 그가 있는 쪽으로 간다.
미 루 가라한! ( 거의 동시이므로 자연히 바리의 말은 멈추고..)
가라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무대 가운데로 나온다. 미루, 읍하며
미 루 바리가 왔습니다. ( 말한 후 옆으로 슬쩍 비켜선다. 상관의 길을 열어주는 동작이다.)
가라한 (얼핏 반색) 바리가! (아라를 모른 체 지나치며) 무사히 왔구나, 바리.
바 리 (다소 의식적으로 보일만큼 깍듯이 절하며) 푸른 용부의 수장. 가라한 아사께,
밀정 바리 문안드립니다.
가라한이 무심한 얼굴로 바리를 향하자 아라는 그만 굳어진다.
가라한 (빙긋 웃으며) 웬 인사를 그리 하나. 고생 많았다. (아라와 청산녀를 바라보며) 저들은?
바 리 (가라한의 표정을 살피며) 함께 도망쳐 온 아무르 사람들인데...
가라한 시선, 아라에게 머물고 있다. 고민하는 바리. 청산녀가 가라한에게 다가가려 하나,
청산녀 저기..산.. 저기- (미루가 막으려는 몸짓)
가라한 (미루 향해 손을 들어) 내버려 두어라.
미루가 비켜서자, 아라가 뒤에서 다급히 청산녀를 붙잡는다.
바 리 가라한, 이 사람은...
아 라 (바리의 말을 막으며 고개 숙여) 아라라고 하옵니다.
가라한 아라.
바 리 (체념어린 한숨) 실카강에서 숨어 싸우던 야장 큰마로의 딸입니다.
가라한 아라...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다. 현기증을 느끼는듯)
미 루 가라한!
가라한 괜찮다. ...아라. 어려서 카르마키에게 죽임당한 내 여동생의 이름과 같구나....
(몸을 바로 세우며 바리에게) 바리, 내 나중에 너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 내게 기억나지 않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말해줄 수 있는 자는 너뿐일 것 같구나.
(미루에게) 잘 거둬주어라.
가라한, 퇴장하려는데 갑자기 위잉- 검울음이 울린다.
가라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아라, 품 속의 검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든다.
가라한 검 울음이?
아 라 (뭔가 결심한듯, 검보를 풀고 조금 앞으로 나온다.) 제가 만든 검입니다, 가라한.
아무르를 위해, 최고의 전사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검!
가라한께서 주인이심을 검이 말하였으니 부디 높으신 뜻에 써주소서.
미 루 (아라를 가로막을 듯 나오며) 그럼 설마 그, 카르마키 망나니가 찾고 있다는?
가라한. 안됩니다. 부정한 여자가 만든 검입니다!
가라한 (미루를 제지하며) 그대가 만들었다니? 철을 다룰 줄 안단 말이오?
그때 또 검이 윙....울음을 운다. 아라, 천천히 검을 들어 가라한에게 바친다.
모든 조명은 오직 한 점. 검을 들어 바치는 아라와 그 앞에 선 가라한에게.
팽팽한 긴장감과 신비로운 분위기. 모두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높아가는 검울음. 가라한이 검을 받아드는 순간 큰 굉음과 함께 멎는다.
가라한, 마치 불에 데인 듯 움찔. 조명 서서히 전체로 퍼지는 가운데
가라한, 칼집에서 칼을 뽑는다. 칭-- 칼날을 높이 세운다. 칼날과 사람이 함께 팽팽하여
마치 그 모습 자체가 한자루의 칼처럼 보인다.
#검무 가라한, 마치 검과 자신이 한 몸이 된 듯 잠시 검무를 펼친다.
M-25 불검의 울음(아라&가라한) -가사. 약간 다를 수 있음.
가라한 검이 방금 내게 무어라 했나. 스쳐간 그림자는 누구냐
내 아버지의 검은 주인의 죽음과 함께 파열됐다고 한다
이 검이 나를 보고 울었으니 내가 검의 주인
저 여린 여인의 손끝은 아마 몇 번이고 곱아 터졌으리라
나에게 온 불의 검이여 우리에게 온 철검의 비밀
듀엣 불의검이여 우리를 도와주소서 다시 일어설수 있도록.
아라 아무르를 위해, 아무르의 전사를 위해 만든 검
가라한께서 검의 주인이심을 검이 말하였으니
가라한+아라 불의 검이여, 우리를 도와주소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가라한, 칼을 집에 넣으며 아라 쪽으로 목례를 보낸다.
가라한 고맙소. 정말 좋은 검이오. 부디 기운을 회복해서 우릴 도와주오.
아 라 (말없이 바라보다 인사하듯 고개를 숙인다) .....
BG (사랑의테마) 가라한, 나가는데 아라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본다. 가라한 문득 멈추더니 돌아본다.
아라, 급히 고개를 돌린다. 가라한,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려 나가며 퇴장.
아라, 쓰러지려는 자신을 다잡듯 양팔로 어깨를 감싸안는다. 온 몸이 떨리고있다.
(위 장면이 전개되는 동안 바리와 청산녀 안타까이 보고 있고 주변에 사람들 하나 둘 보인 다. 수군수군 힐끔힐끔..하는 분위기. )
아 라 (방백조) 내 님은 나를 잊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표정도 차림도 변했지만, 그 안엔 산마로가 숨어있네요... 그래서 난 더 눈물이 나요...
바리 다가와 안타까이 말한다.
바 리 아라!
아 라 괜찮아요... 이제 되었어. (사이) 나는 괜찮아요....
아라. 마치 모든 기운을 다써버린 사람처럼 (혹은 넋이 나간듯) 처연히 서있고
바리 탄식한다.
바 리 (방백조) 내 부르고픈 사랑노래의 끝은 이런 것이 아닌데...!
BG Fade out. 서서히 어두워지며 암전. 어둔밤. 한쪽에만 불빛.
아라가 호숫가에 동그마니 서 있다.
반대편에 홀로 산책 나온 가라한의 그림자. 어슴푸레하게 어른거린다...
M-26 내 눈물 , 바람에 (아라)
아 라 : 이제 난 하늘을 볼 수 있어 / 더 이상 바랄게 없어
가슴에 품었던 내 불의 검 전해줄 수 있었기에
가라한, 부를 수 없는 그대 이름이지만
변치 않았죠 그대 향한 마음 / 슬픔은 없어요
뜨거운 손끝은 날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거야
고맙다 말해준 그 목소리 / 여전히 내 맘 울려와
실카강처럼 울었던 내 가슴 / 검 속에 담겨 그대 지키죠
그 검이 울 때 나를 생각해요, 가라한.
나의 산마로 / 나는 괜찮아 / 내 눈물이 마르잖아
바람 속에 여울진 나의 눈물이.
아라 아버지... 전 지쳤나 봐요. 이젠 아무 생각도 안 나네요...
(배에 가볍게 손을 대본다) 아가, 넌 아무 죄 없지. 그래도 무정한 세상은 너에게
죄 있다 할거야...
아라 쪽 조명이 어두워지며, 서서히 걸어 나오는 가라한.
가라한 알 수가 없다.. 철검이, 철검의 비밀이 열리고 있는데!
내 기분이 왜 이런가? 이런 밤! 이런 밤!
(머리를 감싸쥐며) 오늘따라 머리도 깨질 듯이 더 아파...
찰랑.. 물소리가 들린다. 흠칫,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는 가라한. 다음 순간 놀란다.
저 편의 아라, 천천히 호수로 걸어들어간다. (물소리...)
가라한 (다급하게 외친다) 무슨 짓이오!
아라, 뜻밖에 울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놀라 멈춰서고. 가라한 달려와 아라를 막아선다.
(출렁- 큰 물소리)
가라한 대체, 무슨 짓이오!
아 라 (놀라고 당혹. 외면하며 마치 감추려는 듯 배를 감싼다) -
가라한 (왠지 필사적으로) 안돼! 그런 생각은 잘못이오!
아 라 (외면한 채 쥐어짜듯) ..제발!
가라한 (아라의 양어깨를 붙들어 자신을 향하게 하며) 나는!
둘의 눈이 마주치고.. 다음 순간 가라한 손을 놓는다.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당황한 듯.
가라한 나는.. 아라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불행해 지는 걸 다시는 보고싶지 않소! 다시는!
(사이. 아라를 다시 똑바로 보며)
그대는 철의 기술을 알고 있는 소중한 존재요. 부디... 살아주오. 부탁이오!
아라,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아 라 용서하세요, 가라한. 제가 잠시 잊었습니다... (사이) 철을 만들겠어요.
돌아서 가는 아라. 가라한,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대로 서 있다.
M-27 잠들 수 없는 밤 (가라한)
달은 은백색. 바람에 서걱이는 풀소리.
이런 밤. 이런 밤엔 잠들 수가 없구나.
알 수 없는 이 마음. 철검을 얻었건만!
나의 검이여 너는 왜 나를 보고 울었느냐?
눈물조차 없이 우는 여인아. 너는 누구냐?
난 너를 모르는데 세상 모두가 무연하다 하는데
오직, 오직 하나. 내 가슴만이 아니라 한다. 오~
모르는 사람에게 이토록 가슴이 내려앉는가!
그 눈동자 너무 아팠다. 안아주고 싶었다. 오~
알 수 없는 이 마음. 철검을 얻었건만!
이런 밤. 이런 밤엔 잠들 수가 없다.
알 수 없는 이 마음. 철검을 얻었건만!
이런 밤. 이런 밤엔 잠들 수가 없다-
무대 각각 대각선상에서 서로 우두커니 서있는 두 사람.
그 안타까운 구도에서 암전.
암전상태에서
소 리 천신제가 시작된다-------- 북을 울려라!!
2막 5장 부활을 향하여 (천신제 / 야철장)
아무르의 천신제.<-짧고 인상적으로. 크고 요란하지 않게, 힘차고 신비롭게.
아무르 야철장 <-희망차고 역동적으로.
(BG)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제일 먼저 보이고,
둥! 둥! 둥! 둥! 둥! 북소리!
북소리 높아가면서 무대 한가운데서 서서히 솟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무대가 뚜렷이 보이기 시작하면... 신비롭고도 힘찬 분위기.
제단 위 향로에 불이 피어오르고 소서노가 달을 향해 간구하는 듯한 모습.
그 아래 마리한과 가라한, 수장들(신하 1.2) 둘러 서있다. 모두 칼을 들고 있다.
솟대에 감긴 천이 바람에 휘날린다. 솟대 아래는 백성들, 모두 들떠있다.
둥둥둥,둥둥둥! 차라랑! 더 강해지는 북소리와 악기소리.
(마리한과 가라한이 좌우로 포진. 그 뒤쪽으로 다른 수장(신하) 1.2 좌우로 포진.
마리한과 가라한 간격이 예를 들어 10m라면, 뒷사람들간 간격은 더 좁게 하여
원근감 구성. 이 때부터 가라한은 항상 손에 칼을 들거나 허리에 차고 있어야 함.
천신제가 바로 야철장 씬으로 연결되므로 인물들은 거기에 맞게 복장 갖출것.)
솟대가 완전히 올라와 정지하면 BG out.
(소서노의 기도는 경건하면서도 청아하게. 백성들의 환호성은 점점 커지게. BG도 맞게 조절. )
소서노 하늘이시여! 저희에게 철검의 비밀을 열어주셨나이다.
백성들 와아-! (BG)
소서노 승리를 주소서. 평화를 주소서.
백성들 와아아--!! (BG)
소서노 사람 세상, 보우하소서...!
백성들 와아아아아--!! (BG 계속)
모두 하늘을 향해 간구하는 모션.
전사들의 짧은 검무가 펼쳐진다.
검을 멋지게 다루는 늠름하고 기백넘치는 전사들의 모습들..
춤과 북소리 길게 울리는 가운데 서서히 암전.
( 북소리 BG 계속 이어지면서 ‘아무르 야철장’ 노래로 연결.)
무대 확 밝아지면, 오른쪽엔 야철장의 분주하고 활기찬 분위기.
왼쪽에는 천신제의 검무씬이 바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으로 병사들의 역동적인 군무.
분주하게 움직이는 야철장이 한데 어우러진다.
야장일을 하고 있는 아라. 주변 야장들에게 이런저런 지시. 가라한은 병사들을 지도하고 있다.
모두 활기차다. 희망찬 분위기.
철검에 대한 희열과 피끓는 사기가 뒤섞인 장면.
M-28 아무르의 야철장 (합창)
합 창 내려쳐라 내려쳐라 내려쳐
이제는 아무르도 철검을 만든다
내려쳐라 내려쳐라 내려쳐
뜨거운 불길로 철검을 달궈라
내려치면 칠수록 강한검이 나온다
뜨겁게 달굴수록 질긴검이 나온다
아무르의 철검 아무르의 철검
카르마키가 두렵지 않다
합창이 끝남과 동시에 아라, 막 완성된 철검을 높이 들어 보여주자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시리도록 차고 붉게 빛나는 철검들이 보인다.
가라한과 병사들 움직임 멈춘 채 이편을 바라본다. (아래 동시진행)
야장장, 철검을 들고 기운차게 병사들 쪽으로 간다. 가라한, 칼들을 살펴본다.
아라 지치고도 벅찬 표정으로 땀을 훔치고 바리, 그 옆에서 걱정스레 위로하는 몸짓.
아무르 야장장이들, 밝은 얼굴로 그녀 주위로 모여든다.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웅성...
장이 2 어이- 우리가 일을 배우고 있으니 뭔가 대접을 해줘야지 않겠나?
장이 3 그래! 여야장이라 부르자구!
장이 1 여야장! 그거 좋네! 여야장!
뒤 쪽에서 수군대는 소리 들린다.
사람 1 (들으라는 듯) 에이. 그래도 여야장은 무슨~ 몸 팔아 칼 만드는 재주 산게 뭐 그리 귀한 일이라고.
사람 2 카르마키 놈의 새끼까지 뱄다던데?
인부들 서서히 그들을 돌아다 본다. 가라한, 저 편에서 뭔가 들은 듯 이쪽을 바라본다.
장이 1 자네들, 말이 좀 심하잖아?
사람 1 우리가 뭐 틀린 말 했소?
사람 2 그러게말야.
곰바우, 청산녀 아니, 듣자듣자하니까 이 사람들이!! (벌떡)
아라, 얼른 그들을 붙잡는다. 가라한,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다.
장이 2 우리가 지금 누구 덕에 철검을 만들게 됐는지 모르는가, 자네?
사람 2 글쎄- 철검은 철검이고, 저런 부정한 여자를-
가라한 (청천벽력같은 고함소리) 그만!
모두 펄쩍 뛸 듯이 놀란다.
가라한 누가 입을 함부로 놀리는가! (사방 홱 둘러보며) 적이 오고 있소. 정신 차리고 각자의 임무를
다하시오!
사람들 가라한의 서슬 퍼런 눈매에 슬금슬금 돌아가며 수군수군..힐끔힐끔..
(바리, 청산녀, 곰바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로 눈짓으로 대화하며 안타까이 보고 있다.)
가라한, 아라 쪽을 바라보는데
아라, 고개를 숙인다. (인사인듯. 혹은 외면하듯) 조명, 두사람 집중하여 둘만의 투샷느낌으로.
가라한 그대 아이의 이름을 내가 지어주겠소.
아라, 놀라서 고개를 든다. 가라한, 여전히 아라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가라한 가라한이 준 이름을 가진 아이 앞에서, 적어도 대놓고 그대를 모욕할 자는 없을 것이오.
아라,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하여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다. 두 사람 그대로
서로 바라본다. 터질 듯한 긴장감. 가라한, 아라 쪽으로 한 걸음 내딛는데-
(BG) 둥둥둥둥-----------------
갑자기 커다란 북소리가 울린다. 이어지는 군대의 함성소리.
군중소리1 카르마키다! 카르마키 군대다!
군중소리2 전쟁이다! 전쟁이다! 전쟁이다!
미루가 달려들어 온다.
미 루 드디어 봉화가 올랐습니다! 카르마키의 우르판입니다-
그대로 서 있는 가라한. 야장장과 병사 등 몇이 더 가까이 달려오고 주변 분위기 긴박해진다.
미 루 가라한!
가라한 (사이) 아라! 반드시 살아 있으시오.
(야장장에게) 여자와 아이들을 바위궁 동쪽 은신처로 대피시켜라.
(크게) 전투대형! 철검을 신속히 지급하라! 전투대형으로 움직여라!
휙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나가려는 가라한. 아라, 자신도 모르게 다급히(안타깝게)
아 라 가라한! (가라한, 멈칫. 돌아보자)
아 라 무사하셔야 해요!
가라한, 고개를 깊이 끄덕인다. 뛰어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라, 기도하듯
아 라 (간절히) 하늘님! 제발 저 사람을 지켜주세요. 평화를 주세요. 봄을 주세요...!
북소리 울리는 가운데 뛰어 나가는 가라한. 미루가 흉갑 등을 들고 뒤따라 뛴다.
사람들 각기 긴박하게 움직이고. 북소리와 말굽소리 뒤섞이며... BG out 암전. 장면 전환.
2막 6장 수하이의 죽음
어두운 산길. 우왕좌왕 은신처로 피난가고 있는 여자와 아이들. 혼란 속에,,,
갑자기 아라의 비명소리.
아 라 (비명) 아아--!!
조명, 음악 일변하면서- 아라 (수하이에게) 떠밀리어 바닥에 내동댕이. 수하이가 검을 휘두르며 등장. 피난민들 기겁하여 달아난다.
아라, 벌벌 떨고 바리, 놀라며 아라에게 달려온다.
수하이 (노려보면서) 겨우, 이런 꼴이냐?
아 라 놔요!
수하이 잡기만 하면... (계속 노려보며) 죽여버릴려고 했는데.
아라, 벗어나 보려고 하지만 수하이가 팔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수하이 그래, 놈이 철검만 가지고 너는 버리더냐! 이런 꼴이 될려고 내게서 도망쳤나?
아 라 제발 놔줘요!
수하이 (버럭) 그 놈한테 원하던 걸 내가 해주지! 죽을 때까지 널 놔주지 않을거다!
수하이, 아라를 끌고 나가려하고. 바리 막아보려다 수하이에게 밀려 쓰러진다.
수하이 너는! 한낱 악사인줄 알았더니 아무르의 밀정이었구나.
바 리 그녀를 놔줘... 제발 그냥 내버려둬!
아 라 수하이, 제발!
수하이 닥쳐라! 이제 넌 내 것이다.
아 라 나는 누구의 것도 아니야!
수하이 여자란 언제나 누군가의 것.
아 라 불쌍한 인간!
수하이 감히! 감히!
수하이 울컥해 주먹을 치켜들다가...
수하이 (왠지 애원조로. 이제야 진심이 나온다) 아라, 떠나자, 카르마키도 아무르도 아닌 곳.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자 , 가서 살다보면-
갑자기 이상한 구음과 함께 쉬이익- 검은 안개가 주변을 감싼다. 울려오는 목소리.
카 라 그 계집인가! 잘 찾아 주었다, 수하이.
삽시간에 사방 어두워지면서 카라와 무녀들, 병사들이 스르르 나타난다.
카 라 (아라 쪽을 보며) 알 수가 없군. 작고 보잘 것 없는데.
수하이 (뭔가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듯) 지금 뭐 하는 거요? 그녀를 내게 준다고 했잖아!
카 라 (냉소) 어디 있는지 알려주겠다고만 했지... (정색하며) 너야말로 무얼 하고 있는 거냐?
마녀 카라의 충실한 악귀 수하이는 어디로 갔지?
바리, 절박하게 외친다.
바 리 수하이바토르! 카라는 그녀를 미끼로 쓰려해!
수하이 그녀는 내 것!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
카 라 너에게 계집의 식은 몸은 주지.
아 라 아무도 날 이용 못해.
병사들이 공격하자 수하이, 칼을 빼들고 대응하며 아라를 보호하려는 몸짓. 그러나 아라 어느사이 무녀들에게 묶인다.
아라의 비명 들은 수하이, 아라를 향해 몸을 돌리다 등에 병사의 칼을 맞는다.
짧은 비명- 아라, 죽어가는 수하이를 바라보며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려하지만 몸이 묶인채 마음만 안타깝고 절박할 뿐이다.
M-29 나도 한 번 쯤은 (수하이)
아.. 등줄기가 뜨겁다. 하.. 어머니 이런 건가요. 죽는 다는 게
어머니, 당신을 닮은 여자가 울고 있네요.
나도 한 번 쯤은 따뜻해지고 싶어 아아 이상하구나
이 여자 팔이 이렇게 따뜻했던가 이렇게
아라 날 용서해주오 아라 아라!
수하이, 쓰러지고 아라를 끌고 가는 무녀들. 아라, 저항하지만..
바리, 경악과 절망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다.
카 라 (바리에게. 소름끼치게) 가거라! 전해라, 이 여인의 운명을!
아 라 (저항과 절망을 담은 절규, 들려온다) 하늘님! 하늘님! 아아아----
아라의 절규 멀어지면서 암전.
2막 7장 결전, 봄을 위하여
전장. 카르마키군이 물밀 듯 들이닥치며 날뛴다.(BGM)
반대편에서 함성을 지르며 가라한이 이끄는 아무르 전사대가 달려나와 카르마키와 맞선다.
칼소리 요란하게 사방에서 울리고. 카르마키 군대가 우세한 가운데,
우르판과 가라한이 한 가운데서 만난다.
우르판 전사여! 오늘이 마지막이 되리라!
가라한 그대가 카르마키 최후의 전사가 될 것이다!
우르판 하하하! 오너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서로를 맞서 도는 두 사람.
미루. 우르판의 부하 (동시에) 수장 승부다! 깃발을 들어라----
양측 깃발 높이 오르면서 우- 하는 함성.
북소리 높아 가는 가운데 우르판과 가라한의 수장승부가 펼쳐진다..
수장의 대결다운 승부. 마침내-
불의 검이 크게 울고, 가라한의 몸이 높이 뛰어오르며 우르판을 내리친다.
우르판, 크게 비틀거리다 칼에 몸을 지탱한 채
우르판 (신음처럼) 너희가, 마침내 철검을 쥐었구나!
(하늘을 보며 비통하게) 우리는 초심에서 너무 멀리 왔다.
(크게) 도성을 지켜라-!
쿵, 쓰러지는 우르판. 가라한, 칼을 높이 치켜들어 승리를 알린다.( BG)
아무르 전사대 환호성. 와아아아--
카르마키군 우우- 황황히 달려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카르마키병사들 도성을 지켜라! 장군의 유언! 도성을 지켜라!!
아무르 전사대 승리! 승리! 아무르의 승리!
북소리와 환호 속에 마리한, 소서노, 신하1,2 등장. (이때 빠르게 주변정리)
북소리 높아지며 더욱 절정을 향해 치닫는 전운을 암시하고...
가라한, 마리한, 소서노, 신하들 등 한 자리에 모이는데 (수장회의 분위기로 빠른 전환)
그때 밖이 소란하더니, 바리가 피흘리며 다급히 들어온다.
바 리 (절박하게 외친다) 산마로!
가라한, 놀란 얼굴로 휙 고개 돌리는데. (산마로란 이름에 반응하고 있음) (BG out)
바 리 (다가오며) 그녀가 잡혀갔다. 그녀를 살려줘! 그녀 없이는 산마로란 이름도 없어!
충격적인 음향과 함께, 가라한, 갑자기 돌처럼 굳어진다. 모든 음과 움직임 일시 정지.
사방은 갑자기 고요. 찌를 듯한 조명 한줄기만이 가라한을 집중하고 있다.
가라한 아라! (<-아라에 대한 기억을 찾은 그런 느낌으로 ...)
바리, 지친 듯 반쯤 쓰러진 채 가라한을 간절히 응시하고
가라한, 그런 그를 본다. (이제 다 알았다)
가라한 (하늘 향해 탄식. 가슴을 뜯으며 마치 통곡하듯) 그래서 내 검이.. 내 가슴이..
BG 사람들 움직임 다시 시작되며 마리한 등, 이 갑작스런 일에 의아해하며 다가온다.
신하 1 대체 저 자는 누구요? 이 엄중한 순간에!
가라한 그녀를... 아라를 찾으러 가야해. (신하 쪽을 보진 않는다.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시키듯.)
신하 2 (신하 1을 보며 어처구니 없다는 듯) 한낱, 여자 때문에!
소서노 우리에게 철검을 안겨준 여인이오. (가라한을 보며) 그리고 아마도...
가라한, 복잡한 표정으로 소서노를 본다. 잠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듯.
이내 허공중의 어딘가를 노려보는데, 마치 건드리면 터질 듯한 폭탄같다.
(이런 동작들이 진행되는 동안 마리한은 묵묵히 그들 모두를 보고 있다.)
신하 2 가라하-
마리한 (신하 2가 말 맺기전에 크게) 다들 물러서라!
마리한, 앞으로 좀 나오고 신하들 물러선다. 가라한, 마리한을 똑바로 쳐다본다.
마리한 어차피, 선발대의 수장은 가라한. 먼저 출정하라!
카르마키의 마녀를 꺾어야 아무르가 이긴다. 신녀도 도우시오.
전열을 정비하여, 내가 뒤를 맡을지니.
신하1,신하2 마리한!
마리한 이제 우리는 검은 강, 우리의 터를 찾아간다. 우리는 해낼 것이다!
(가라한과 소서노 향해) 나의 전사여, 나의 신녀여.
(처음으로 두 팔을 크게 벌리며.) 부디, 천신의 가호를-!
가라한, 소서노, 비장한 모습으로 약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바리 안도와 걱정이 교차하며 가라한을 그대로 응시. 마리한 팔을 벌린 자세 그대로, 암전.
불이 켜지면 쿵.. 징소리와 함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음산한 신궁. (B.G)
신궁을 배경으로 높직한 단이 있고 그 위에 카라. 계단에 무녀들과 카르마키 병사들 포진.
가라한과 전사대. 소서노, 신궁을 향해 좌우로 포진. (소서노가 좌측)
팽팽한 긴장감과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는 격정.
카 라 과연! 미끼인 줄 알면서도 덥석 무는 게 인간이지.
가라한 (치잉- 칼을 뽑으며) 그녀는 살아있는가!
카 라 (짧은 손짓) 어디 데려가 보렴.
카라의 손짓과 함께 쿠구구궁... 단 한켠에 불이 켜지며. 아라의 실루엣이 비친다.
천에 묶인 채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 죽은 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
가라한, 다급한 마음에 아라 쪽으로 내달리려 하는데 수상한 검은 기운이 휘리릭, 앞을 가로막는다.
소서노 멈추세요, 가라한!
BG out. 가라한, 멈칫. 칼을 내두르며 한 발 물러선다. 검은 기운들 요동치다가 사그라든다.
바람이 불며 깃발들이, 소서노와 카라의 휘장들이 나부낀다.
카 라 아무르의 무녀야, 물러서라, 전투는 전사들에게 맡겨라.
소서노 카르마키의 여인아. 너의 방식도 전사의 방식은 아닌 터.
카 라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아느냐? 천지가 피요 증오인 인간세상에서, 네가 나를 이길까?
가라한 전사대, 준비하라!
가라한과 전사대, 칼을 겨누고 진격 자세. 소서노 앞으로 걸어나오면
조금 어두워지며 은빛 조명이 아무르 쪽을 감싼다. 카라 쪽은 검붉은 빛.
격렬한 음악과 몰아치는 바람, 빛(비의 효과). 결전이 시작된다.
M-30 결전의 노래( 카라. 소서노 ) - 전투씬과 함께, 한 동작 마다
가라한 별이 흐른다 아라 /태어날 너의 아이가 우리와는
아라 산마로 이리오지마요 /산마로 제발 당신만은
가라한 부디 다른 세상에서 태어나 자랄 수 있도록
카 라 이 너절한 세상
소서노 하늘 아래 사람으로 난 죄 뿐
카 라 누더기같은 인간들
소서노 넘어지고 깨져가며 한 발씩
카 라 무엇 때문에 그토록 감싸려고 하는가 너 역시 그들의 희생양
소서노 카라여 원한과 욕망만으로 이 세상을 지배할 순 없어
카 라 나는 카르마키의 여신 이 세상을 뒤엎으리라
소서노 인간 차츰 하늘을 잊어가리라
카 라 너도 한낱 인간의 여인인게냐
소서노 그것이 운명이라면
카 라 그것이 운명이라면 나는 그 운명에 반역하리라 아-아-아-아-
격렬한 음악과 몰아치는 바람, 빛(비의 효과), 카라 쪽 밀리기 시작한다.
카 라 신궁이여!
발악하듯 카라가 양손을 높이 치켜 들자 갑자기 신궁이 웅웅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한다.
(수많은 피와 원혼들의 울부짖음)
카라, 신궁에서 기를 흡수하는 듯- 기세가 무시무시해진다.
그 가공할 기운에 아무르측 주춤. 때를 틈타 카르마키 병사들 밀고 들어온다.
소서노 (비통하게 외친다) 왜 몰라주느냐! 네가 말하는 그것이 바로, 하늘의 방법인 것을!
소서노, 팔두령을 휘익 내두르고(청랑하고 날카로운 방울소리)
거의 동시에 가라한과 아무르 전사들 일제히 신궁을 향해 무기를 내지르는 동작. (기합소리와 함께) 방울소리와 날카로운 검울음 뒤섞이며.. 강렬하게 뻗어나간 기운들이 신궁을 강타한다.
(팔두령; 巫具. 소서노가 항상 차고 다니는 여덟 개의 방울이 달린 둥근 거울.)
엄청난 굉음(+영혼의 소리들 믹싱)과 함께 신궁이 마치 폭발하듯 무너져 내리고..
카 라 내 신궁! 내 피의 탑이! 내 야망이!!
아수라장. 카르마키 병사들 급격히 밀리고 카라의 기운과 빛도 힘을 잃어간다.
음악, 절정을 향해 치닫고 가라한, 단 위로 뛰쳐 올라간다. 무녀들과 병사들의 공격.
적들 하나둘 쓰러져가고..
카라, 싸우고 있는 가라한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팔을 뻗치자 그 손끝에 마치 불덩이가 모인 듯..
불덩이가 가라한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어디선가 아라의 절규가 들린다.
아 라 산마로-!
가라한, 빠르게 몸을 돌리며 칼을 내두르자 날아오던 카라의 기운. 번쩍이는 빛과 파열음을 남기며
사라지고 다음 순간 가라한 전진. 카라를 향해 불검을 찌른다. (검울음 등 음향효과)
카라의 긴 비명과 함께 저편 아라를 묶고 있던 천들도 산산히 부서진다(풀어져 내린다)
카라 우측으로 어느새 소서노가 마치 슬픈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카라, 짧은 샤먼적 동작과 함께 쓰러진다. 가라한, 검을 든 자세 그대로 꼼짝 않고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왠지 비장하여, 사람을 죽여야 하는 전사의 숙명적인 비애를 느끼게 하는 형태로.)
카 라 원혼들이.. 나를 거역하는구나! 모든 것이 나를 거역하는구나!
쓰러지는 카라를 소서노가 받아안는다.
카 라 (신음처럼) 나는 다시, 또 다시, 태어날 테다.
소서노 그때는..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주마.
카라, 한차례 몸을 떨고 숨을 거둔다. (이 때는 두사람 다 비스듬히 서 있는 상태)
소서노 그녀를 고이 눕히고 가라한을 바라본다. (기쁨과 슬픔이 엉킨 신녀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미동도 않던 가라한, 마침내 검을 높이 치켜들어 승리를 알린다. 살아남은 아무르 전사들 모두 무기를 들어 환호.
전사대 와아아아아!
모두 스톱.(B.G out)
분위기 급반전하여 한없이 고요하다. 가라한, 검을 내리며 아라 쪽을 본다.
아라 쪽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고 다른 조명 그에 맞춰 하나씩 off.
아라, 쓰러진채 반쯤 몸을 일으켜 가라한을 바라보고 있다.
가라한, 아라에게 다가간다. 지친 듯 비틀거리지만 빠른 발걸음. 가라한이 아라에게 다가감에 따라두사람 비추던 조명 서서히 하나로 합쳐진다. 천지간에 둘 뿐인 듯한 느낌.
아라, 가라한이 다가오자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선다. 그녀가 크게 휘청거리자 가라한 급하게 달려와
왼팔로 그녀를 감싸 안는다.
가라한 ...아라!
아 라 (기진하여) ...가라..한.
가라한 (아라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산마로라고 불러도 돼.
아라, 가라한을 바라본다.( 남자의 기억이 돌아왔음을 이해함. 어찌하나. 눈물이 난다.
일말의 망설임과 함께 조금 몸을 빼어보려 하지만)
가라한, 그대로 아라를 강하게 끌어 안는다. 아라,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눈을 꼬옥 감으며 함께 끌어 안는다.
아 라 ...산마로!
잠깐의 침묵 후에 조용히 이중창의 전주가 시작된다.
M-31 내게 온 당신 2 - 영원히. (아라+가라한(산마로))
(아라) 그토록 그리웠던 시간을 지나 내게 온 당신 산마로
(산마로) 아득한 꿈 속엔 언제나 그대가
(아라 ) 한결같은 그 눈빛
(산마로) 그대의 작은 어깨가
(아라) 당신의 아라 기억하나요
(산마로) 그 모든 시간 그 모든 바람 생각나 눈물이 나
(아라) 그대가 날 잊어도 난 언제나 그대를 사랑했어요 영원히
(산마로) 내 가슴만은 알고 있었어
(아라+산마로) 뒷모습만 보아도 언제나 가슴이 아파왔어 그대여
(산마로) 나는 한 전사 그러나 또 한 남자
(아라) 가라한 아사도 나의 산마로도
(산마로) 모두가 나 자신. 그대는 나의 칼집. 그대가 이룬 칼. 그것이 나.
(아라+산마로) 그대여 내 이름을 불러줘.
아라(대사) 산마로.. 당신 웃지 않아서, 난 그게 더 아팠어...
(산마로) 그대 웃는다면 나도 웃겠지 영원히
(아라 ) 영원히
(아라+산마로) 함께 할 거야
(아라) 산마로 산마로
(산마로) 사랑스런 아라
(아라+산마로) 그대와 함께 이세상 영원히 사랑해
이중창이 진행되는 동안 조명은 두 사람에게 집중. (그동안 주변정리 진행)
합창이 시작되면 주변 서서히 밝아지면서 서로 부축하거나 몸을 추스르고 있는
전사들과 하얀 천으로 모든 것을 위로하고 있는 듯한 소서노 등등 보인다.
곰바우와 청산녀, 바리를 부축하며 나오면서 합창에 합류. 마리한 등 등 모두가
천천히 등장하며... 거의 전 인원이 서서히 합창에 합류하면서 노래소리 점점 커진다.
M-32 봄을 위하여 (합창) -미정.
합 창 푸른 용의 전사야 / 강물 같은 여인아
빛을 찾는 그 길이 멀고 험했구나
빛을 지닌 거인은 우리의 가라한 / 불의 검을 만든 아무르의 딸 아라
빛의 머리 거인의 하얀 산 / 그 강가에 마음씨 착한 그 사람들
빛을 찾았네 / 아무르강 초원 위에 평화를 찾았네
사람으로 난 목숨 / 사람으로 살아가리 / 사랑하리라-
대합창과 함께 서서히 막이 내린다.
(2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