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하게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좋네요...
이 세 사람이 주인공이군요.
아버지 '벤' 아들 '매트' 죽어가는 '벤'의 개인 간호사 '조이'
(에드 해리스 Ed Harris) (제이슨 수데키스 Jason Sudeikis) (엘리자베스 올슨 Elizabeth Olsen)

내용은
유명한 사진작가인 '벤'이
간암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아주 오래 전, 그의 작품활동 초기에 찍은 슬라이드용 필름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그것을 현상해서 마지막 전시회를 하려는데
이제는 코닥회사가 그런 슬라이드용 필름 현상하는 일을 완전히 그만두기로 결정했기에 그 마지막시한 전에 필름현상을 하기 위해
'벤'이 거의 3600km나 떨어진 곳을 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몸이 쇠약해 비행기를 못타기에
자동차로
개인 간호사 '조이'와
오랫동안 교류를 하지 않았던 아들 '매트'와 함께 말이지요.
하지만 영화의 주요 내용은 틀어진 관계에 있던 두 남자,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이네요.
우리 문화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의 살벌한 대화가 오고가는 두 사람.
아빠를 '아빠'나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그냥 아버지의 이름 '벤'을 부르는 아들 '매트'.
우선 아버지 '벤'이 죽어가는데도
서른은 넘었을 것같은 그의 아들은 아버지를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벤'의 젊고 예쁜 간호사 '조이'가 아들 '매트'를 찾아가
어찌어찌 간신히 설득과 애원을 해서 같이 저녁 먹는 자리에 '매트'를 데려왔는데
그 자리에서도 아버지 '벤'은 아주 신랄한 말을 아들에게 해대니
옆에서 보던 간호사 '조이'가 '벤'에게 그럽니다.
조이: 좀 삼가세요.
벤 : 삼갈 시간이 없다. 나는 죽어가잖냐.
그 말에 아들이 내뱉습니다.
개소리!
너는 암에 걸리기 오래 이전부터 성질나게 찔러대는 인간이었다.
같이 밥을 먹으며 그 말을 듣던 '벤'의 매니저가 말합니다.
적어도 둘이 말은 하고 있네.
좋은 거지.
으으...
아버지 벤이 일과 다른 여자들에 빠져
아들 매트가 어릴 때 그와 엄마를 떠난 바람에
매트의 엄마가 외롭게 살다가 혼자 죽었던 모양입니다.
한이 맺힌 아들.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아들: 엄마는 혼자 죽었다.
아버지 : 나도 그럴거다.
아들: 그래, 하지만 너는 그래도 싸지.
이 험한 말에 침묵을 하다가
같이 식사를 하던 간호사와 매니저가 오히려 난감해하자 벤이 그들에게 그럽니다.
괜찮다. 우리는 그냥 지난 세월을 따라잡고 있는 거다.
조이가 아들 '매트'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사람은 변한다.
그러자 아들과 아버지가 동시에 내뱉습니다.
아니, 안변한다!
그 건 둘이 동의가 되는 모양입니다. ㅎㅎ
임박한 죽음을 앞두고도 전시회를 하려드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그럽니다.
너는 절망적이고 필사적인 늙은이다.
뭘 하겠다고?
무슨 개 같은 구원을 만드는 거냐?
왜?
그렇게 해서 텅 비고 이기적인 네 삶을
의미없는 것이 아닌 척 할 수 있냐?
네가 죽었을 때 아무도 네가 사라진 것에 신경쓰지 않을 거다.
아마 여기 두 사람(매니저와 간호사)은 마음 쓸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네가 그들에게 돈을 주니까 그런 거고.
참...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필름 현상을 위한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나가버립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결국은 함께 길을 나서는데
아버지의 지붕을 접을 수 있는 차, 컨버터블을 운전을 하는 아들은 네비게이션의 목소리를 듣고 길을 따라갑니다.
아버지가 간호사에게 네비게이션을 한 번 보여달라고 합니다.
그것을 건네주자 아버지는 받자마자 바로
그냥 차 뒷쪽 바깥으로 던져버리구요. ㅎㅎ
예전 방식으로 지도를 보며
경치 좋은 길로 가겠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제안으로
자동차 안에 있는 카세트 테이프를 틀었는데 아버지가 그 음악을 좋아하나봅니다.
볼륨을 높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아들이 카세트 테이프를 멈추고 꺼내
달리는 차 바깥 멀리 던지구요.
한치도 지지 않는 팽팽한 싸움!
하루치 이동을 마치고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아들은 식당에서 아버지, 간호사와 함께 셋이서 저녁을 먹습니다. .
역시 티격태격... 대화가 이렇게 흘러갑니다.
아버지 : 너 질투나서 그러지.
아버지가 이룬 업적의 그림자 속에 사는 남자의 부러움과 원한.
비양거리는 아들: 그래, 네 삶은 위대하고 큰 삶이었지.
아버지 : 그래, 네 딱부러지는 표현대로 내 삶이 그랬다.
아들: 그런데 네 그 친구들은 모두 어디있냐?
네가 죽어가는데.
혼자.
그런 아들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이윽고 이럽니다.
내가 한 일들은 내가 떠나고 난 한참 후에도 살아남을 거다.
너는 뭘했냐?
이번에는 할 말이 없는 아들.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조이가 나중에 아들에게 그럽니다.
아버지가 죽어가니 좀 봐줘라.
아들이 바로 되받아 치네요.
죽어간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빌어먹을 놈이 되는 자유를 주지는 않는다.
맞기는 맞는데...그래도 참으로 못말리는 아들입니다.
아버지는 뒷좌석에서 잠 들고
앞좌석에 나란히 앉은 아들과 간호사.
간호사가 아들 매트에게 물으니
매트가 13살 때 엄마가 죽었군요.
아버지 벤은 그 때 아프리카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장례식에도 안 왔구요.
그 대목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아버지가 답합니다.
그 때 그곳에 전쟁이 나서 못왔던 거다.
길을 가던 중 아버지의 동생 집에 들렀습니다.
그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다가 동생이 형 '벤'에게 묻습니다.
이 사진들이 뭐 그리 특별하기에 나라 절반 거리를 운전하며 현상을 하려고 드냐?
벤 : 내 초기 작품이다. 오래 오래 전에 찍었던 것.
아들 매트가 끼어듭니다.
아들: 이렇게 애써서 현상을 했는데 쓰레기에 불과하면 어쩔 건데?
그 사진들이 무엇인지 어떻게 아냐?
아버지 : 나는 내가 찍은 모든 사진들을 기억한다.
아들: 수십만장은 될 건데 그것을 다 기억한다고?
아버지: 그럼!
아들 : 거참 대단하네.
그러다가 갑자기 묻습니다.
내 생일은 언제인지 아냐?
찍은 모든 사진을 기억한다니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인 자신의 생일은 기억하는지 묻고 있는 겁니다.
대답을 못하는 아버지...
모르는 거지요.ㅠㅠ
자신이 찍은 수많은 사진들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아는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생일은
모르다.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는 형 '벤'에게
그를 대신해서 조카 '매트'를 키웠던 동생이 속삭입니다.
2월 19일.
그 말을 그냥 반복하는 아버지: 2월 19일.
......
복잡한 표정의 사람들...
그 후에도 계속 삐걱거리는 두 사람의 관계.
아웅다웅이 이렇게 흐릅니다.
아들: 한 번이라도 행복해본적 있냐?
아버지 : 너 있지, 행복은 개소리다.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위대한 신화.
너 피카소가 행복했다고 생각하냐?
헤밍웨이가 행복했고?
헨드릭스는?
그 모두가 비참한 망나니들이었다.
가치있는 어떤 예술도 행복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은 없다.
야망, 자기도취, 섹스, 광적인 열망
그것들이 모든 위대한 예술가, 모든 위대한 사람을 몰아부치는 엔진이다.
채워질 수 없는 구멍이고.
그 게
우리가 정말 비참한 빌어먹을 놈인 이유다.
아들: 그래서 너는 네 자신이 비참한 빌어먹을 놈인 것은 아냐?
아버지 : 뭐라고?
너 내가 멍청한 바보라고 생각하냐?
물론 안다...
물론 알지...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자신이 문제가 많은 인간이었음을 인정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해 아들은 더 공격할 마음이 없나봅니다.
그냥 침묵...
여행 중에 결국 의식을 잃었다가 하루 반 만에 병상에서 깨어난 아버지.
필름을 카메라에 넣으려고 애를 쓰는데 손이 말을 듣지 않아 고전을 하자
아들이 가로챕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 아마 아버지가 가르쳤었겠지요?
그 순서였을 듯한대로 그 모든 과정을 소리내어 말하며 필름을 넣어줍니다.
침대에 기대서 그것을 바라보는 아버지.
중얼거립니다.
아버지 : 네게 먹을 것을 줬었다.
아들: 뭐라고?
아버지: 밤중에 네 엄마가 자고 있었을 때 네게 우유병을 줬었다.
그 때 우리는 아주 형편없는 작은 셋집에 살았었다.
먹고나면 너는 누웠었다. 그냥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누웠어.
냄새가 났었지. 아기들이 갖는 냄새 말이다.
나는 그냥 ...나는 그냥 너를 안고 있었다. 네 숨 쉬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삼키느라고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합니다.
네게 온갖 약속을 하곤 했었다.
영원히 너를 사랑하겠다고
너를 항상 안전하게 지키겠다고
결코 네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만들겠다고.
그러면서 너를 향한 무한한 사랑으로 가득 찼었다.
아버지는 드디어 울고 맙니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내 속에서 부서져버린 것인지.
아마 나는 원래부터 항상 부서져있었던 모양인지.... 정말 모르겠다.
손으로 눈물을 닦는 아버지.
하지만 너와 함께 했던 그 밤들,
만약에 내가 어떤 순간의 내 삶을 영원히 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 선택이다.
그것이 내 선택.
네게 나를 용서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그럴 염치가 없어서.
그냥... 너를 사랑한다.
사랑해.
정말로...사랑해.
그리고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며 아버지가 웁니다.
아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를 껴안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붙들다.
정말 오랜 세월 얽혔던 감정이 풀리기 시작함을 보는 겁니다.
그 다음부터 아들의 입에서 처음으로 '아빠'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이름 '벤 Ben'이 아닌 '아빠 Dad'.
화해를 한 거지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아버지와 아들이 되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런 과정이 가슴에 깊이 젖어드는 영화입니다.
눈까지도 젖게 만드는 영화...코닥크롬 Kodachr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