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15>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 산사나무(山査子)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부정맥은 심장의 흥분전도이상으로 심장박동의 자동리듬기능에 장애가 생긴 것을 말한다. 보통 교감신경 활성화에 따른 규칙적 리듬의 빠른 맥(분당 100~180회)과 교감신경 긴장저하의 규칙적이며 느린 맥(분당 60회 이하), 호흡주기에 따라 심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불규칙한 맥으로 구분하는데, 한의학적으로는 그 원인을 기체, 담음, 심화, 어혈, 혈기부족 등으로 보며 칠정내상, 과음, 과로, 불면, 긴장 등에 의한 것으로 설명한다. 빈맥의 심장 실화(實火)는 발작적으로 맥이 빨라진 상태를 말한다. 이는 심장으로 유입된 피가 온전히 채워질 새도 없이 밖으로 뿜어져야 하므로 방출된 피의 양이 부족해지는 현상이다. 반대로 노화, 기혈양허, 소화불량 등에서 나타나는 서맥의 허화(虛火)는 맥이 약하고 많이 느려져서 역시 심장에서 박출하는 피의 양이 크게 감소한다. 둘 다 심장조직의 영양과 산소결핍으로 결과하여 정상박동과 혈압유지가 어려워진다. 서맥은 무기력하고 숨이 차며 현기증으로 실신하는 경우이다. 빈맥은 자주 놀라거나 불안하며 통증이 오기도 하고 식은땀과 함께 경련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양방 약물치료의 주 대상은 빈맥성 부정맥이다.
심하지 않은 부정맥은 한방에서 일명 복맥탕(復脈湯)이라고도 하는 자감초탕(炙甘草湯: 생지황 32g, 맥문동·대추 각 10g, 자감초·마자인 각 8g, 생강·계지 각 6g, 인삼·아교 각4g)을 쓴다. 비교적 체력이 저하된 사람, 숨 가쁨, 손발 화끈거림, 구건 등이 있는 정도에 적합하다. 또 갈근은 부정맥 전반에 상용할만한 좋은 약초이다. 갈근은 부정맥을 예방하고 심근의 산소소비량을 감소시키며 세동맥의 경련을 완화하고 심근의 기능 향상, 미세순환 등을 개선한다.
대동맥이 시작되는 부위에서 좌우 두 갈래로 나뉘어져 양쪽 심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은 별도로 심장근육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다. 폐에서 심장으로 들어온 산소포화도가 높은 좌심실혈액을 수축하여 대동맥으로 방출하면 수축이 끝남과 동시에 일부 혈액이 심실방향으로 되돌아오는데 대동맥 판막이 닫히면서 혈액은 관상동맥으로 흘러든다. 이때 만일 관상동맥으로 유입되는 혈액의 양이 모자라거나 혈액 이상(고지혈, 어혈) 또는 혈관 이상(죽상동맥경화증)으로 흐름이 막히면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할 수 없어 통증이 발생한다. 이를 협심증이라 하고,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근의 일부가 괴사하는 단계는 심근경색이라 한다. 이때 청혈, 보혈, 활혈에 강심, 보기, 이기의 다원적 접근으로 대사와 순환을 원활히 하는 한약처방이 필요하다.
혈관 이완 내지 관상동맥 혈류량 증가에 관여하는 호장근, 천마·감국·갈근·상기생·진피·괴화·천궁·단삼·당귀·하수오·오미자와, 강심의 원지, 고혈압의 상엽·치자·하고초, 고지혈의 구기자·둥굴레·음양곽·결명자·영지 그리고 파어혈의 황금·도인·홍화·익모초·목단피 가운데서 필요에 따라 몇 가지를 선택해서 감초·대추와 함께 수전복(水煎服)하면 된다.
심부전은 만성적인 심장병으로 심장의 수축기능이 저하되어 심박출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즉 전신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혈관수축과 수분저류가 발생한다. 한방에서는 이를 주로 비·신의 기가 허해서 오는 현상으로 보는데, 비의 운화작용과 신의 기화작용에 장애가 발생하면 담음·수종이 되어 가슴에 정체됨으로써 심양(心陽)이 상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방기복령탕(복령 6, 방기·황기·계지 각 3, 감초 2)이나 방기황기탕(황기 9, 방기 8, 백출·생강·대추 각 6, 감초 4)이 유효하다.
산사자(山査子)는 장미과에 속한 낙엽교목인 산사나무의 열매를 건조한 것이다. ‘산사’란 산에서 나는 거친 과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성미는 시고 떫으며 달고 따뜻하다. 소식약으로 분류되나 심근경색의 응급치료에 응용할만한‘단삼’과 함께 심장질환의 요약이다. 산사자의 플라보노이드는 관상동맥을 결찰하여 유발한 토끼의 급성심근경색 모델에서 괴사영역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확인되었다. 또한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심근수축력을 증강시키며 심박동을 완만하게 회복하는 작용이 크다. 관상동맥 및 기타 부위의 혈관을 확장하여 혈압을 내리며 고지혈증의 치료와 죽상동맥경화 억제작용의 치료효과를 보인다. 심장병에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약초들 위에 주약으로 삼거나 예방을 위해 단미의 차로 이용할 수 있다.
심장을 동의학 고전에서는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 하여 오장육부 가운데 ‘향도’의 장기로 보았다. 마음의 거처이며 혈맥과 신명(神明, 정신활동)을 주관한다고 하였다. 과연 마음 쓰고 상하고 괴로우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고 아리다. 평생 심장에 열을 쌓고 놀라게 하고 혹사시키면 나이 들어 심장병이 온다. 아무것이나 욕심껏 사르지 말고 잘 사윈 참나무 잿불처럼 간수하면 비록 선천성이 있다 하여도 이로 인해 허망하게 졸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산사나무 잎
산사자(약재)
산사나무 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