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열쇠
박 용 섭
밥 세끼 공부할 형편은 더욱 안 되는데
꿈은 야물딱졌다
산골 어린이의 꿈은 왕이 되는 것이다
독학 공부하던 강의록 노트 두권 들고 서울에 왔다
부잣집 개밥을 보고 침을 삼키며 뛰었다
잠자는 밤은 없어도 되겠다
아니 야 집 없는 서러움 겪어 나 봤어
오갈 데 없을 때 기차역은 호텔이지
어물 시장 쓰레기통에 가마니 두어 장 깔고
신문지 고깔 만들어 코에 대고
잠들면
생선뼈 썩는 온기
참 따뜻했었지
하늘이 더 가까운 마천동 경계선에 게딱지 집하나
잔금이 없어 문패도 달지 못했는데
그 앞으로 소방 도로 뚫리며
주공 아파트 한 채 생겼다
어제도 꿈을 꿨다
충신이 될 사람 모이게 해야지
아파트 열쇠 꾸러미 받던 날!
초승 달 하숙집
박 용 섭
별이 선단으로 불 밝히던 고향
밤 꽃 모깃불 싸 그리한 마당에
멍석 펼쳐
둥그런 밥상에 피 감자 양푼 옥수수 한 소쿠리
저녁 허기 지나면
초승달도 지나가다 추녀 아래 눕고
아버지 생손 아리에
보리쌀 외상값으로
삽짝으로 울며 끌려가던
그 후손
햇볕 잘 드는 마구간에 이제 갓
뿔 돋는 송아지 둬 마리 키우면
내 일곱 살 때 메고 다니던 꼴망태는 삭아져 없지만
열 살 때 지던 지게는 아직 헛간을 지키는 것을
지게 목발 늘려
소 꼴 베어와
엄마 떨어져 슬픔에 쓸쓸한
송아지 달래며 보드라운 풀
어 여 먹어라
첫닭이 어둠 물고 패대기치면
푸른 새벽 마당가 텃밭에 대파 쪽파 모종 심고
선하품하며 도라지꽃도 피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