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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물차로 마실가다 (수도원 체험기) 최 화 웅(비오) 최 화 웅(비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신학원에서 성체현시 ) 신학원에 살다 바깥세상으로 마실가는 순간 어린애가 됩니다. 밭일, 공소미사, 도보묵주기도뿐만 아니라 시장을 보러나가는 나들이에서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은 괜한 기대감으로 설레고 들뜨니까요. 그럴 때면 마치 개구쟁이가 된 것 같습니다. 아니, 그 옛날 할머니들이 세상이 궁금해서 이웃마을로 마실을 나가시고 나들이를 나서는 젊은이들이 가슴부풀었던 것 같이 말입니다.
(루도비코 수사님과 시장 보러가기) 점심을 먹고 쉬고 있을 때 항상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는 루도비코 수사님이 저를 찾았습니다. 오늘 장보러 나갈 때 같이 나가자고 나직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뻤습니다. 주방에서 함께 일하면서 가까워졌나 봅니다. 전등사 길목인 강화 온수리는 초등학교와 농협, 약국과 종묘사, 중국집이 있을 만큼 강화에서는 번화한 다운타운이었습니다. 예부터 따뜻한 지하수가 솟았다고 온수리(溫水里)라는 지명이 붙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는 길상면 온수리까지 가는 길은 수도원으로부터 군도와 지방도를 따라 이어집니다. 길 양쪽으로 넓게 펼쳐진 논밭, 드문드문 나무가 선 야트막한 언덕, 그 뒤로 끝없이 달리는 능선 아래 크고 작은 집들이 엎드린 정겨운 풍광은 우리가 살았던 때 묻지 않은 고향마을 그대로였습니다. 시오리 길을 오가며 나는 수도원의생활의 숨은 애환과 강화의 옛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포터를 타고 신학원을 빠져나올 때는 외박이나 휴가를 나가는 병사처럼 기분이 한껏 들떴습니다.
신현리를 거쳐 온수리로 나가는 길은 길치인 나에게 언제나 새롭고 낯설었습니다. 그러나 화물차를 타고 시골길을 달릴 때면 목마를 탄 기사처럼 몸속의 꿈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강화수도원에서 겪은 체험이 되살아나 마음은 흥겨웠습니다. 오늘 사야할 식품은 쌀과 식용유, 가지찜에 필요한 돼지고기와 양파를 비롯한 마늘 고추 깨 등 갖가지 양념류를 빠뜨리지 않고 모두 챙겼습니다. 계산대를 앞서 나가던 루도비코 수사님이 빙그레 웃으며 김을 뿜는 냉동고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아이스캔디를 집어 들었습니다. 장보러 따라 나왔다가 얻어먹는 얼음과자는 어린 날 엄마 따라 시장갔던 추억처럼 꿀맛이 감돌았습니다.
(뒤에 보이는 산이 강화에서 가장 높은 마니산 해발 468m)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 해발 468m의 마니산(摩尼山)입니다. 마니산은 한반도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산으로 원래 이름이 두악(頭嶽)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마리산 또는 머리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마리는 머리를 뜻하는 고어(古語)입니다. 마니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아기자기한 흥왕리 들녘과 건너편의 동막리갯벌, 그리고 멀리 서해바다에 피는 눈부신 윤슬이 고흐의 화폭처럼 현란했습니다. 마니산 남단의 동막해변은 세계 4대 갯벌 중의 하나로 광활합니다. 마니산 정상에는 고조선시대 단군할아버지께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쌓았던 참성단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강화 고인돌) 강화에는 침묵하는 돌, 고인돌이 죽어서도 멈추지 않은 많은 선사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강화에는 아직까지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가 없습니다. 그러나 호암미술관이 소장 전시하고 있는 국보 제 133호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라는 도자기가 강화에서 출토된 문화재입니다. 강화는 겉으로 보기엔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나의 섬에 불과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화는 살아 있는 보물섬이나 다름없습니다. 강화청자가 재현한 그윽한 비치빛 바닷물빛이 강화바다의 은은한 색깔입니다. 그뿐인가요. 역사를 배우고 공부했으나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망각의 저 편에서 가물거리는 역사를 다시 더듬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4대 동천 중에 하나인 강화 함허동천) 강화에는 선사시대로부터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립니다. 화물자동차를 타고 장보러 오가는 길목에서도 외침을 막겠다고 강화를 뛰어다니던 옛 선조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강화의 풍토와 지나간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교감이 이뤄졌던 루도비코 수사님은 늦은 사제서품을 받으신 뒤 장애아들을 돌보며 열심히 살고 계시다는 소식을 간간이 전해 듣고 있습니다.
(청정 하늘에 뜬 달) 강화 넙성리의 수도원에 어둠이 내리면 땅 위에서는 어제 죽은 별빛이 하나둘 되살아나 밤바람을 타고 말을 걸어옵니다. 은하수는 사람들의 마음에 흐르는 유령처럼 떠돌며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합니다. 그럴 때면 나는 윤동주의 ‘서시’를 읊으며 정결한 시어(詩語) 따라 오늘도 강화의 끝없는 감동과 깊은 통찰을 마주합니다.
서 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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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화물차로 마실 가시는 모습 재미있게 느껴져요^^ 저도 한 번 타 보고 싶은...
윤동주의 서시가 경건한 마음을 불러 오네요.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겨울하늘에서 따사로운 햇살이 번집니다.
남쪽으로 난 창을 타고 들어온 햇살이 추위에 떠는 저희를 부등켜안습니다.
그리고는 엄마처럼 "따뜻하지"하고 묻습니다.
햇살이 그렇게 강추위를 포옹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수도원 체험기 잘 읽고 갑니다.어린시절을 섬에서 보냈던 저는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갈때면 무척이나 들뜨고 설레었던 기억이 체험기를 읽으면서 되살아납니다.고희에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어떻게 갖고 계실 수 있으신지 꼭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윤동주 서시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아봅니다.
생활속에 모든 것들을 일깨워 주시니 그저 고맙고 감사할뿐입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요.뵙고 싶습니다.
지난 2008년 7~8월에 걸쳐 보름 동안 산 수도원 체험을 정리한 '어느 나그네의 귀향'은
모두 15편의 글로 나누어 쓰기로 했습니다.
이번까지 7편의 글을 올려씁니다. 벌써 중반에 이르렀군요.
본대로 느낀대로 저장된 기억을 그대로 풀어낼 수 없는 안타까움도 있답니다.
세월은 흐르고 저도 함께 늙어가나 봅니다.
긴 밤 지새운 겨울햇살이 아침을 따뜻하게 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수도원에서 마트 가는길은 저도 지금 가물 가물 하면서 기억이 납니다. 짧은 시간에 언제 그렇게 강화도 공부도 많이 하셨네요. 저도 여러번 다녀 왔습니다만 별로 기억에 남는곳이 없습니다. 소중한 체험 잘 묵상하고 갑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관심을 가지면 다 보이더군요.
하물며 돋보기를 들이대듯 집중하는 통찰력과 상상 덕분이었나 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 소망이 체험기를 쓰게했나 봅니다.
새해에는 김평겸 신부님의 명강론도 함께 듣고싶습니다.
부디 건강하소서.^^*
한겨울에 접하는 아이스크림! 벌써 5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지만 참 그리울것 같네요,
그리움이 머문 자리는 늘 그립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실감나게 하는 추운 겨울밤입니다.
그리움에 잠겼을 그리움님에게 그리운 선물로 따끈한 오뎅국물 곁들인 막걸리 한병(절주 하셨으니 냉동실 보관해 주시면 처리는 제가 책임 지겠습니다.) 퀵서비스로 배송하겠습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편안한 시간 되십시요.
아닙니다.
오뎅국은 신부님께서 좋아하십니다. 엄청 좋아하신다구요.
저는 미르님의 마음을 받고 싶습니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보다 영원을 지배하는 마음을 원한다는 말이죠.
고맙습니다.^^*
눈에 익은 풍경들이 반갑네요.
그리움님, 저두요, 수녀원 체험을 할 수 있는 티켓을 땄답니다. 제가 맘만 먹으면 일주일 정도 수녀님들과 같이 살수 있지요.지금은 너무 춥고 봄이 오면 한번 체험 길에 나서볼랍니다.
선생님! '하늘에서 내려온 꽃과 선물'을 보면서 눈치챘어요.
축하드립니다. '동시동화의 나라'의 겨울뜨락을 거닐어 보십시오.
잎을 떨군 빈 가지마다 봄을 품고 섰을 것입니다.
동심에 깃든 주님의 사랑으로 모든 이를 사랑하게 하소서.
오~ 거룩한 예수성심이여! 온 세상에서 사랑받으소서.^^*
저도 마니산에 간 기억이 떠 오릅니다...집 사람이 올라가느라 고생을 해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마니산 등정을 끝으로 등산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통풍성 관절염으로 무릎수술을 받았거든요.
그래도 아름다운 기억 속의 마니산을 노상 그리워한답니다.
시루떡 같은 돌산으로 이뤄진 마니산길을 마구 뛰어내렸었지요.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뷰도 기가 막혔습니다.^^*
수사님과 트럭을 타고 즐거워하셨을 순수하신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예전에 박완서 작가님이 이해인 수녀님께 보낸 편지가 생각납니다.
우리 평신도들은 수도원 같은 곳에 가면 정화가 되고
수사님이나 수녀님들은 우리네 가정에 오시면 정화가 된답니다.
우리 모두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일까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수사님들의 일상을 간접체험 할 수 있기에 감사드려요. ^*^
저에게 수도원 체험은 잃어버린 自我를 발견하는 은총이었습니다.
그 길은 저를 새롭게 태어나도록 촉구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수도원 체험은 '내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경 뒤에 깊은 감동과 통찰을 마주할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애정어린 관심과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글을 읽고 있으려니 사근 사근 자상하게 강화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오는 듯하네요.
강화를 자주가도 잘알지 못했던 역사나 장소를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스캔디 드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데요^^..
오늘 아침 드리퍼할 때 커피향이 더욱 그윽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진한 감동과 성찰의 순간들을 그대로 복원시키지 못하고 군말이 많았습니다.
커피잔을 코밑으로 바짝 당겨서 당시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되살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리아가 그린 두 장의 작품 중 한 장을 외가에 전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수도원 체험기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세밀하게 알려주시는 강화수도원체험기 회를 거듭
할 수록 더많은 것을 알게됨에 감사합니다
강화들녁,수도원,피정의집, 모두가 새로운느낌을
받습니다. 많은것을 가지고 계심을 항상 글을 읽고
감상하며 느낍니다.무한함을.......
제법 추운 날입니다. 건강하시고 주님성모님!
은총,축복가득한 나날이시길 기도합니다.
행복하시죠? 쭈~~우욱 행복,사랑의샘 이시길....^^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옛 기자 선배님으로부터 한 통의 등기편지를 받았습니다.
일일특급 등기로 온 편지를 뜯어보니 연하글이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반철환의 시 '새해 첫 기적'을 붓글로 써서 보냈군요.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이사를 한 탓에 반송된 편지를 주소를 물어 다시 보냈더군요.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충분히 늦게온 연하글이 감동이었습니다.
이 감동을 함께 나눕니다.
내내 행복하십시오.^^*
네~~에!감사합니다. 감동의 시 주심에 고맙습니다.
어떤 맘으로 살아야 됨에 많은 묵상해야겠어요.
저 기슴 밑자락 깊은 곳에서 뭉클함에 나의 모습봅니다 8282에 젖은 나의 삶을요.....
깊은 감사드리며 주님 안에서 평화,행복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나날이 편안,건강하세요.~♥~
오늘 아침에는 양파할아버지의 메가폰 소리를 듣고 뛰어 내려갔습니다.
할아버내외에게 따끈한 커피를 대접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한차 가득히 야채와 과일을 불러다 앉히고 열심히 장사를 하는 양파할아버지의 모습이
저희들의 인생의 굴레 같았습니다.
그 곁으로는 모자에 외투, 장갑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꼬마들이 아장걸음으로
엄마 따라 나와 어린이집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서있었습니다.
모두에게 아침햇살이 쏟아져 내렸으면 했습니다.
지난 성탄 때 온 손녀, 리아가 오후에 떠나는 날입니다.
언제나 만남은 헤어짐을 예비했음에도 제 곁에 두고 싶은 너무나 인간적 정까지도
욕망이요, 고통이며 번뇌임을..
주여! 용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