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내 이야기 – 찾아 나서다
길거리에 있는 고양이를 잡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빠르고, 점프를 높이 뛰고,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다 보니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고양이가 사람에게 순순히 다가 온다면 이는 대부분 사람 손에 길러지다 버려진 고양이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천성 때문에 사람 손에 안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길 고양이와 집 고양이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변 습관이다. 길 고양이는 땅을 파고 일을 본 다음 다시 흙을 덮는 것이 일반적이고, 집 고양이는 배변통에 들어가 일을 본다. 따라서 길 고양이를 입양하여 집에서 기르게 되면 배변습관부터 훈련을 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대부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깔끔하고 똑똑한 성품 때문인지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한국에선 길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지나친 경향이 있다. 나쁜 병을 옮기고 지저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길 고양이에게 밥을 제공하는 캣맘 (고양이를 보호하고 음식을 제공하는 개인을 지칭)에게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편견에 따른 오해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양이가 전염병의 매체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는데 톡소플라즈마라는 전염병은 인간이 배설물을 먹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고, 아직 보고된 경우가 한 건도 없다. 피부병 역시 전염될 소지는 있지만 현저히 눈에 띄는 증상이므로 이 피부병에 걸린 고양이를 만지지 않는 한 전염 될 여지가 없다.
길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결과로 돌아온다. 고양이가 쓰레기 통을 뒤질 이유가 없어지고, 때론 쥐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고양이는 사람이 공격하지 않는 한 사람을 절대 공격하지 않으므로 무서워할 이유도 전혀 없다.
우리는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아무런 신상명세가 없는 이 고양이의 정체를 캐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 보았다. 밥을 먹으러 오가는 방향이 늘 같아 길목에서 잠복하여 따라도 가 보고, 카메라를 설치해 관찰 해 볼 생각도 했다. 그러나 오랜 동안 시도했던 노력은 모두 허사로 끝났다. 고양이란 녀석이 본능적 감각이 유별난지라 사람 쫓아 오는 것도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사람이 쫓아 가지 못할 곳으로만 다니기 때문이다. 그 녀석과의 숨바꼭질은 계속 이어졌다.
우린 이 고양이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다. 매번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출근해서 퇴근하는 이 녀석은 분명 주인의 허락 하에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 가면 주인이 반겨 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이유는 늘 제공하는 최고급 코스 요리에 탐닉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건사료만 먹다가 캔 음식 맛을 알게 되면 입 맛이 돌변하여 이 것만 선호하게 되기 십상이다.
가족간 대화에선 이름 모를 고양이가 늘 주제의 중심에 서있다. 이젠 제법 식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족 구성원이기도 하다. 여행을 가더라도 이 아이의 저녁식사를 위해 이웃 집 아주머니에게 부탁하는가 하면, 와야 할 시간에 오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더라도 얼굴을 보고 자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벌써 인연의 끈이 9개월 째 접어든 시점이다.
물론 힘든 부분도 많다. 그러나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 우선 아내와 늘 대화가 부족했던 나로서는 공통 화제가 생겼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퇴근 후 귀가하면 아이들은 방에서 공부하고 있고, 아내는 식사준비, 설거지를 하다 보면 내 영혼을 치유 받을 데가 없어 무척 외로웠다. 그런 와중에 창가에 다가와 혀를 낼름 거리며 밥을 달라고 신호를 하는 이 녀석이 이젠 진정한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고양이가 우리 중심에 들어 선 순간부터 아내와의 대화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때론 부부간 냉전상황이 발생하여 대화가 단절된 경우에도 “야옹이 밥 먹었나?" 물어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답을 하면서 상황이 종료되곤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강아지와 고양이를 반려동물이라 하는가 보다. 사람들의 손에서 잠깐 머무르다 버려지는 장난감이 아니라 진정한 동반자 말이다. 이젠 애완견이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사랑하고 즐기는 존재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젠 가족이 되어 버린 예쁜 손님>
한국에는 25만 마리의 강아지와 고양이가 매년 분양되고, 10만 마리가 유기된다. 이렇게 많은 반려동물들이 유기되는 이유는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잘 못 됐기 때문이다. 빈려동물은 말 그대로 동반자적 관계다. 흥미를 해소하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이유는 대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알러지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해서, 출산 때문에, 이웃과의 갈등으로, 너무 짖거나 배변습관이 잘 못 돼서, 군대/유학가야 하므로, 부모님이 반대해서,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등등.
수 많은 이유 중, 마지막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이성간 교제에서 여자친구가 강아지를 좋아해서 선물로 사주고, 헤어지고 나니 개도 유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태를 탓 할 문제가 아니라 동물에 대한 인식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경이 주범인 셈이다.
반려동물들은 주인이 손을 놓는 순간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인간의 손길이 없으면 살 수 없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15년이나 되는 삶을 비참하게 살아 가야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② 한국이야기- 유기동물 실태’에서 다시 거론토록 하겠다.
이 녀석과의 만남이 어느새 후 쩍 1년이 넘었다. 우리 내외의 마음을 홀딱 녹여버린 이 귀여운 녀석의 정체를 밝혀야겠다. 봄이 다가 오고 있으니 네 주인을 찾아 나서야겠다. 너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본격적인 고양이 수색작전이 개시된다
<계속>
첫댓글 재미있네요. 흥미진진한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