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이야기를 좀 하자. 현지 취재를 간 영화 담당 기자들이 한국영화보다 러시아 영화 소개에 열을 올린다. 구 소련의 전설적 로커이자 고려인 빅토르 최 일대기를 담은 '레토'(여름)다. 무명배우 출신 유태오가 주연. 하지만 칸 평가는 아직 야박하다. 다 믿을 게 아니다
제71회 칸영화제는 지난 8일 개막했다. 칸 영화제로 취재를 간 한국 영화 담당 기자들이 경쟁부문에 올라간 국내 영화보다는 구 소련의 전설적 로커이자 고려인 빅토르 초이(빅토르 최)의 일대기를 담은 러시아 영화 '레토'(여름)(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에 더 관심을 갖는 듯하다. 무명배우 출신 유태오가 주연인 빅토르 초이 역을 맡은 탓도 있겠지만, 현지의 반응도 감안했으리라 본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러시아 영화 ‘레토’는 초반 상영작 가운데 큰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이 영화는 옛 소련에 로큰롤이 태동하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체제 저항적 성향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모습과 로맨스를 매력적으로 그렸다고 소개했다. 주인공 유태오는 2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빅토르 초이 역할을 맡았다고도 했다. (사진은 칸 영화제에 온 주연배우들)
칸 영화제 초반에 상영된 이후 '레토'에 대한 평가에 대해 미국과 프랑스 영화 잡지의 호평을 전하기도 했고, 현지에 온 비평가들의 평가도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 평가는 냉정하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 등 10개국 평론가가 참여해 매일 그날의 상영 영화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전문 잡지 ‘스크린’ 별점에서 '레토'는 5점 만점에 2.4점을 받았다. 객관적으로 낮은 평가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경쟁부문에 올라온 21개 작품 가운데, 지난 주말로 7개 영화가 상영됐는데, 중간에도 끼지 못했다.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영화는 프랑스 출신의 노장(87세)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이미지와 책’ Образ и речь (3점)이다. 중국 지아장커 감독의 ‘재는 가장 깨끗하고 희다' Пепельный – самый чистый белый(Ash is Purest White) (2.9점)와 폴란드 감독 파벨 폴리코프스키의 ‘냉전' Холодная война (2.9점) 등에 이어 7편 중 4번째다.
더 야박한 평가도 있다. 인터넷 평가시스템 herokuapp.com 평점에 따르면 폴란드 영화 '냉전'이 10점 만점에 7.44점을 받아 1위, 프랑스 '이미지와 책'이 2위, '레토'는 6위(6.67점)에 그쳤다. 아직도 개봉되어야 할 14편이 남아 있고,개막일이 19일이어서 최종 결과는 두고봐야겠지만, '레토'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나갔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영화가 칸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가 러시아 수사당국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해 공식 상영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녀 주연 배우와 제작진이 레드카펫에서 감독의 이름이 적힌 보드를 들면서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