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 수필: 백령도 이야기>
대청도에서의 하룻밤
대청도 포구 / 농여해안 / 동백림군락지
작년의 소청도에 이어 금년 6월에는 청소년 단체(해양소년단) 31명을 인솔하고 대청도로 수련활동을 다녀왔다. 대청도는 백령도 용기포에서 여객선을 타면 20분 정도 걸리는 빤히 건너다보이는 작은 섬이다.
이따금 출항시간을 못 맞추고 늦게 포구에 도착한 관광객은 쏘내기(船外機:엔진이 바깥에 달린)를 타고 여객선을 쫓아가는데 대청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대청까지 가면 30만원, 다시 5분 거리인 소청까지 가면 50만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빠른 만큼 기름이 엄청나게 소비되어 비싸다고 한다.
대청도의 관문인 선진포구에 내리니 아담한 쉼터와 청동으로 빚은 어부상이 우리를 맞는다. 대청도는 인구와 넓이가 백령도의 1/3 정도로 16㎢에 1,200명 정도라고 하며, 대청면 소속인 소청도는 인구 300명이 채 안된다고 한다. 백령도는 비교적 큰 섬(전국 섬들 중 8번째)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대청과 소청은 경지면적이 거의 없고 높고 험한 산들이 둘려져 있는데 부근에 어초(魚礁)가 잘 발달하여 천혜의 어장을 이루고 있어 주민 대부분이 어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대청도에 있는 삼각산은 높이가 343m나 되는데 안내원 말로는 인천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민박집에서 나온 승합차로 꼬불꼬불 가파른 언덕길을 넘어서니 아담한 분지(內洞)가 펼쳐지고 논들이 제법 보인다. 대청 유일의 농지란다.
마을에 들어서면 먼저 보이는 것은 아름드리 적송으로 길 옆을 따라 늘어서 있는 모습이 신기하였다.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인 적송은 외래종 소나무에 밀려 찾아보기 어려운데 가는 곳마다 미끈한 붉은 적송들이 자라고 있어 신기하였다. 민박에 짐을 풀고는 사탄(沙灘:모래여울) 해안을 보러 가는데 꼬불꼬불 삼각산 등성이를 넘어가는 산길이 제법 가파르고 위험해 꼭 대관령을 넘는 기분이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해안 쪽으로는 드넓은 서해바다가 펼쳐져 있고, 뒤쪽으로는 방금 떠나온 옴폭하니 자리 잡은 내동 분지가 발아래 엎드려 있다. 가파른 언덕길을 반쯤 내려가다가 차를 내려 동백림(冬柏林)을 보러 갔다. 꼬불꼬불 가파른 계단을 200m쯤 내려가니 철책으로 보호되어있는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었다.
이 『동백나무 北限自生地』는 천연기념물 66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는데 아열대 식물인 동백이 이렇게 높은 위도인 대청도까지 자라고 있는 것이 신기했고 지금은 30여 그루가 철책으로 둘러싸여 보호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무척 많았는데 주민들이 굵은 것도 마구 잘라내어 땔감으로 썼다고 한다.
들꽃이 어우러진 계곡을 걸어 내려가니 작은 어촌마을(沙灘洞)이 있고 폐교된 사탄 분교가 을씨년스레 서있었다. 사탄해안의 관광지로는 서풍받이와 독바위가 있는데 한적한 해안에는 기암괴석의 깎아지른 절벽이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를 마주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다시 언덕 너머에 있는 지두리 해수욕장은 탈의실과 샤워실 만이 커다랗게 지어져 덩그마니 해변을 지키고 있는데 얕은 바다와 1km에 걸쳐 펼쳐진 넓은 백사장이 아늑하기 비할 데 없었다.
아침 해뜰 녘에 나가본 내동 근처의 농여(弄女)해안은 휘몰아 오는 해무(海霧)로 마치 꿈속에 서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고 바로 근처의 옥죽포 해안과 모래사막도 아늑하고 깨끗하여 사람이 없어 한적하기는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백령도도 오염되지 않고 한적하지만 소청, 대청은 더욱 청정지역이라는 느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