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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힘
198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후쿠이 겐이치 박사는 메모와 관련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의 부인이 발표한 수필집 '일편단
심'에는 박사의 메모 습관이 자세히 나온다.
한밤중에 벌떡 일어난 남편이 베개 옆에 늘 놓아두는 연필을 집어 들고 수첩에 뭔가 휘갈겨 쓴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아
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몽유병 환자처럼 다시 잠들어버린다.
이런 메모들이 나중에 R. 호프만과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프론티어 궤도'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좋은 생각이나 영감은 항상 스치듯 지나갑니다. 저는 산책을 하다가, 차를 타고 가다가, 목욕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
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란 놈은 나타났을 때 바로 잡지 않으면 곧 희미해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립니다. 메모가 중요한 이
유입니다.
'이매진'이라는 노래를 만든 비틀즈의 존 레논. 그는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시상이 떠올랐습니다. 가지고 있던 호
텔 메모지에 가사를 급히 메모했고, 그 메모가 유명한 곡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후쿠이 겐이치 박사의 메모는 더 극적이지요. 그는 꿈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까지도 놓치지 않
고 일어나 메모를 했고, 그 메모들이 모여 노벨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갑자기 떠올랐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아이디어들. 메모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1. 메모의 중요성
디테일을 강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 넘버원은 단연 메모이다.
우리가 뭔가 일을 산뜻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주범은 바로 자꾸 잊기 때문이다. 무슨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
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깜빡해서, 급한 일에 쫓겨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종이 한 장 차이 때문에 믿을만한 사람이 되고 신
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만일 메모만 제대로 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일을 똑 부러지게 하는 믿을만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잭 웰치는 메모를 잘 하는 사람이다. 그는 냅킨에 메모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구조조정의 첫 신호인 ‘1 등과 2등이 될 수 없는 사업은 포기 혹은 매각 한다’ 는 아이디어는 처음에 냅킨에 적어 놓았다.
왜 그렇게 메모가 중요한 것일까? 도대체 메모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시점과 활용 시점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떠오른다. 그리고 유효기간이 아주 짧다. 많은 아이디어들은 당장 사용할 수 없을 때 떠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그때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그것이 메모의 가장 중요
한 효용성이다.
둘째, 메모를 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사소한 기억력이 나쁘기로 유명하다. 특히 집 전화번호를 책에서 찾거나 비서에게 물어 보곤 했다.
답답했던 사람들이 왜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 집 전화번호 같은 건 잘 기억
을 안 합니다.
적어두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걸 뭐하러 기억해야 합니까?” 메모가 좋은 것은 마음의 평화를 주기 때문이다. 메모를 하면
잊어도 좋다.
그렇게 되면 마음의 평화가 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인간은 한정된 뇌 용량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용
량을 어디다 사용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지식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다른 곳에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두뇌를 활용하려면 두뇌를 저장과 기억기능으로
사용하지 말고 창조적 기능으로 사용해야 한다.
기록을 반드시 해야 할 것,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울 것과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을 구분
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외울 필요가 없는 것을 외우려고 노력할 때 마음의 평화는 깨진다. “기록하고 잊어라. 잊을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하면서 항
상 머리를 창의적으로 쓰는 사람이 성공한다.
그 비결은 바로 메모 습관에 있다.” 메모의 기술 저자 사카토 켄지의 말이다.
셋째, 메모하면 신뢰성이 높아진다.
식당에서 겪은 일이다. 열명 정도가 파스타 집에 가서 전채요리와 메인 메뉴를 시켰다. 제법 많은 숫자의 음식이다.
하지만 웨이터는 전혀 메모를 하지 않는다. 천재인지, 멍청한 것인지… 불안해진 내가 다 기억할 수 있겠냐고 묻자 걱정
말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음식이 나오는데 3개나 엉뚱한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웨이터도 얼굴이 벌개졌다. 당연한 것 아닌가?
자기가 무슨 천재도 아닌데 메모도 하지 않고 어떻게 10개가 넘는 요리를 제대로 기억하겠는가? 그런 면에는 나는 메모
하지 않는 사람은 신뢰하지 않는다.
강의 들을 때 아무 메모장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도 그렇다. 회의 때도 그런 사람은 늘 있다.
언제까지 무엇을 하자고 결론을 냈지만 메모를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
넷째, 메모는 좋은 학습 수단이다.
메모는 기억의 수단인 동시에 생각을 구체화하는 학습 수단이다. 메모는 극도로 짧은 행위지만, 그 짧은 순간 우리의 두
뇌는 대화의 기능을 수행한다.
두뇌활동과 가장 밀접한 신체부위는 손이다. 다음은 혀와 입이다. 베토벤은 열심히 메모를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악상이 떠오르면 어디에나 메모를 했지만 그 메모를 다시는 보지 않았다고 한다. 궁금해진 친구가 왜 메모를 하고 다시
보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메모를 하다 보면 외워집니다. 다시 꺼내볼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도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혼자 머릿속으로만 외우는 것, 말로만 중얼거리면서 외우는 것, 말로 중얼
거리고 메모를 하면서 외우는 것…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말로 하고 메모를 하면서 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메모는 그 자체가 중요한 기억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메모는 반성과 예측의 좋은 수단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 일을 계획하고, 자기 전에 하루 있었던 일을 반성하는 것은 성공의 중요한 습관이다.
그냥 머릿속으로 계획할 때하고 펜으로 쓰면서 계획하는 것은 품질에 큰 차이가 있다.
아침마다 플래너에 뭔가를 메모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 또 예전에 사용했던 수첩을 다
시 보다 보면 미루었던 일들이 기억나기도 한다.
또 그런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부자들은 모두 가계부를 쓴다. 가계부의 핵심은 반성과 예측인데 이
과정을 통해 부자들은 반성을 하고 예측을 하는 것이다.
메모를 하다 보면 영혼이 맑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 어제 일을 반성하고 하루 일을 계획할
때이다.
주말 저녁 한 주일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한 주를 계획할 때이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한 달에 한 일을 플래너에 꼼꼼히
옮겨 적는 시간이다.
한 주 동안 글은 얼마나 썼는지, 강의는 얼마나 했는지, 자문하는데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 새로운 사람은 얼마나 만났는
지, 책 은 몇 권이나 읽었는지를 기록하는데 정말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가슴 깊숙이 뿌듯함이 느껴진다.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메모가 영혼을 시원하게 한다.
여섯 째, 메모가 돈이 된다.
이노 디자인의 김영세 사장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메모했는데 나중에 이것이 12억 달러짜리 디자인이 되었단다.
아름다운 재단의 박원순 변호사도 메모광이다. 덕분에 그의 집은 빈 곳이 없다.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는 번개처럼 떠오를지도 모르지만 그런 아이디어가 생산
되기 위해서는 평소 많은 것을 저축해 두어야 한다.
독서도 하고, 좋은 강연도 듣고, 뭔가 머릿속에, 마음속에 저장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누에가 자기 몸에서 실을 뽑
아내어 누에고치를 만들듯이 뭔가 아웃풋을 만들 수 있다.
무딘 연필이 우수한 머리보다 앞선다. 아무리 머리가 총명한 사람도 꼼꼼히 기록하는 사람은 이길 수는 없다. 메모는 돈
이다.
단지 메모를 안 한 것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부도수표를 날렸을까? 얼마나 위대한 발견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났을
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을까? 메모를 잘 하는 것, 그 메모를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한 단계 업
그레이드 될 수 있다.
2. 메모로 유명한 사람들
역사상 천재로 불렸던 인물 중 300명의 일상습관을 조사한 캐서린 콕은 그들의 공통점을 찾는데 성공한다.
처음에는 성격을 조사했지만 뾰족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습관도 그랬다.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일을 했지만 어
떤 사람은 한가롭게 명상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에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기록의 달인이다. 그것도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 기록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는 행위
는 지성을 높이고, 잠재의식을 일깨운다.
아무리 시시한 생각이라도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링컨은 모자 속에 항상 종이와 연필을 넣고 다니면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나 남한테 들은 말을 즉시 기록하는 습관을 가
지고 있었다.
덕분에 정규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었지만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 있었다. 슈베르트는 때론 식당의 식당표에, 때론 입고
있던 옷에 그때 그 때 떠오른 악상을 적어 아름다운 곡을 남길 수 있었다. 1902 건의 발명 특허를 얻은 에디슨 역시 메모
광이다.
그의 연구실에서 발견된 발명 메모는 무려 3400여권의 노트에 달한다.
이병철 회장은 역시 메모광으로 유명하다. 사업에 관한 것, 떠오른 구상이나 전문가의 조언, 해야 할 일 등을 언제나 메모
로 정리했다.
그 메모습관이 시작된 것은 제일모직 건설 때부터였다. 그의 얘기이다. “기업은 업(業)을 기획하는 것이다. 경영에서 경
(經)이란 밧줄이나 끈으로 줄을 쳐 놓는다는 말이고,
영(營)이란 줄을 쳐 놓은 둘레를 두루 쌓는다는 뜻이다. 경영이란 집을 짓거나 길을 닦을 때 미리 해 놓는 측량계획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목욕을 한 후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언제나 메모였다. 그 메모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들어가 있었
다.
그날 챙겨야 할 일, 미결과제, 알아보아야 할 것, 확인할 것, 만날 사람과의 약속, 점심을 같이 할 사람, 전화할 곳, 방문할
곳, 구입할 물건, 상을 줄 사람, 벌을 줄 사람, 구입할 책 제목,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본 자료요약 등등…”
국내 포크송의 기수이자 광고 음악의 개척자인 가수 윤형주씨. 그의 메모 도구는 네 귀가 닳은 두툼한 대학노트 세 권. 손
바닥 크기 수첩 세 권이다.
작은 메모장 하나와 글씨 빼곡한 이면지 파일 두어 개. 윤형주씨의 메모 벽은 집안 내력이다.
경희대 산업대학원장을 지낸 아버지 윤영춘 교수도 늘 메모를 해 이곳저곳에 붙여 놓았단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형주
씨가 메모를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메모를 시작한 것은 연세대 재학 시절 가수로 데뷔하면서부터이다. 공부와 노래를 모두 하려면 꼼꼼함
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저기서 잡히는 스케줄과 자질구레한 일상을 틈나는 대로 메모장에 적는다. 시간이 날 때 이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이 일정들이 모두 확정되거나 실현된 뒤에는 자신이 정해놓은 원칙에 따라 색색의 볼펜으로 노트를 다시 정리한
다. 매일 밤 적어도 20분은 걸리는 작업이다.
노트 한 쪽은 모두 스물여덟 칸. 이걸 네 칸씩 나누면 한 쪽에 일주일이 들어간다. 두 장이면 한 달. 그래서 형주씨는 120
여장 분량의 이 노트 한 권을 정확히 5년 동안 쓴다.
그는 노트 4권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3권은 늘 지니고 다닌다. 경험을 다시 살려야 하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시간을 척척 복원해낸다.
몇 년 몇 월 며칠은 탤런트 누구와 통화를 했고, 아침엔 무슨 호텔에서 조찬을 했고, 저녁에는 구역모임을 했네요…
다른 노트에는 강연이나 강의에서 써먹을 만한 얘기가 적혀 있다. 기도 주제를 적은 수첩도 있다. 그가 이렇게 메모를 중
요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일 년 중 절반 정도는 해외 체류를 합니다. 공연 30여 회, 강의와 강연을 150여 회 하지요. 이렇게 바쁜 일상은 메모
가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메모 덕분에 펑크를 내지 않는 겁니다. 지나간 일을 메모하는 이유는 그 사람과 잘 지내고 싶어서입니다.
새로 사람을 사귈 때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그 분과 나눈 얘기를 메모할 수 있고, 몇 년 후 그분을 다시 만났을 때 부드럽
게 얘기를 풀어나갈 수 있지요.
메모가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거든요. 당연히 사업도 잘 풀리지요. 모두 메모 덕분입니다.”
한국의 빌 게이츠라 불리는 이찬진 사장은 외출 후 돌아오면 언제나 메모가 가득 적혀 있는 종이가 이 주머니 저 주머니
에서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메모하면서 추상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고 구체화한다.
포춘지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 이라고 격찬한 미국의 비즈니스 연설가 하비 맥케이는 “성공 비결을 묻는 사람
들에게 해줄 수 있는 단 한 마디는 색인카드” 라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만한 질문 66개를 만들어 친구나 동료, 고객들에 대한 사항을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또한 8년 연속 보험왕에 선발된 정태웅씨 역시 고객을 만나며 기록한 메모장이 10,000 장에 달할 정도로 메모광이다.
메모는 단순히 무언가를 적는 행위를 넘어선다. 의욕이 없는 사람은 메모를 하지 않는다.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만이
메모를 한다.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고 효과적으로 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래서 뭔가 몰입해 메모를 하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
진다.
그 사람에 대해 신뢰가 느껴진다. 성공한 사람은 모두 열심히 메모를 했다. 메모하는 습관이 당신을 디테일에 강한 사람
으로 바꾸어 줄 것이다.
3. 메모의 기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모든 일에는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 메모도 그러하다. 천편일률적으로 얘기하기
는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는 메모의 기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메모는 습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는 의도적으로 메모를 해서 습관으로 만들어야한다. 메모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른 아침, 커피숍,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해서, 전철 안에서, 수시로 수첩을 펼쳐보아야 한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플래너를 펼쳐놓으면 신기하게 해야 할 일, 잊었던 것 등이 줄줄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다. 언제 어
디서든 메모를 하는 것,
수첩과 펜을 들고 다니는 것,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늘 메모하는 것은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는 성공의 좋은
습관이다.
반면 아무 것도 안 갖고 다니고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메모를 하지 않는 것 역시 습관이다. 늘 도구를 갖고 다녀야 한다.
도처에 메모를 위한 도구를 두어야 한다.
그래야 생각이 떠오를 때 지체 없이 메모가 가능하다. 번쩍 떠오른 아이디어는 떠오른 속도만큼 사라지는 것도 순식간이
다.
둘째, 장소를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 어디서 나올까? 아이디어는 예고를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갑자기 튀
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귀한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오로지 남는 것은 “조금 전에 끝내주는 아이디
어가 떠올랐는데, 참 아깝다”하는 마음뿐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결정적 순간은 언제일까? 운전을 하고 있을 때, 화장실에 있을 때, 길을 걸을 때,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등산이나 산책을 할 때,
고객과 얘기를 나눌 때, 샤워를 할 때 등등이다. 내 경우는 술 자리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온다. 그래서 남들
보기가 쑥스럽긴 하지만 과감하게 수첩을 꺼내어 열심히 적는다.
셋째, 기록 못지않게 찾기 쉽게 정리해야 한다.
기억보다 강한 것이 기록이다. 하지만 이는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유효하다. 기억은 임의로 생각해 낼 수 있지
만,
기록은 소재를 모르거나 끄집어내려고 생각하지 않는 한 계속 그대로 묻혀있다. 어떤 목적을 위해 쉽게 정보를 끄집어낼
수 있으면 기억이고,
경로를 통해 찾지 않으면 끄집어낼 수 없는 것이 기록이다. 메모가 파워를 발휘하려면 나중에 찾기 쉽도록 정리해야 한
다.
단순 보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벽장 개념에서 냉장고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전의 냉장
고는 보관 개념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최근 냉장고는 어떻게 쉽게 음식을 넣고 꺼낼까에 초점을 맞추어 개발을 한다. 아무리 멋진 메모를 했더라도 찾기
가 어렵다면 효용성이 떨어진다.
생각나는 것은 “어딘가에 분명 메모를 해 놓았다”는 사실만을 떠올릴 뿐이다.
다윈이 대성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철저한 메모와 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한 것 때문이다.
그는 연구와 관련된 주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읽은 책마다 자신만의 색인을 만들었다. 이런 방식 덕에 자신이 수집
한 모든 자료를 필요할 때마다 즉시 이용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메모를 아주 열심히 하는 편이고 메모를 한 이후에 이를 나만의 보관함에 찾기 쉽도록 보관을 한다.
이런 식이다. 컴퓨터에 따로 이슈함이란 보관상자를 만들고 관심 주제별로 늘어놓는다. 관심, 배려, 겸손, 친절… 이런 식
으로 보관함을 만든다.
그리고 각 이슈에 적합한 사례나 격언을 집어넣는다. 예를 들어, 겸손에 관한 사례나 격언을 어디서 보았다면 겸손이란
창고에 모든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집어넣는다.
그것이 쌓이면 많은 경우 A4 10장이 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누군가 겸손에 대한 강의나 글을 요청하면 그 지식창고에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원재료를 요리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지금 메모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평소에 모아둔 메모에 관련한 각종 자료 창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10권 가까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메모로 축적된 자료실 덕분이다.
넷째,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다.
아무 곳에나 별다른 구분 없이 메모를 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도구가 있을 때 메모의 생산성은 올라간다.
내 경우는 약속이나 해야 할 과제 등은 철저히 플래너를 활용한다. 나는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
을 쓰고 강의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그때 떠오른 아이디어를 치밀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시간과 장소를 가
리지 않고 튀어 나온다. 최근 것만 살펴보자.
나는 디테일에 관한 책, 중년예찬에 대한 책, 마음을 편하게 하는 법, 격언집 등의 책을 준비 중이다.
또 모 신문사 간부 대상 리더십 교육, 화장품 회사 커뮤니케이션 교육, IT 회사 대상 프로의 조건 강의, 환경경영 강의 등
이 20개 이상 잡혀 있다.
그 많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 책을 읽다 발견한 구절, 신문을 보다 적합한 소재
등을 잘 배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자들에게 해 주면 좋을 것 같은 소재가 발견되면 강의할 날짜의 빈 노트에 기록을 하고 잊어버린다. 간단한
키워드 정도만 적어둬도 나중에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환경경영 관련 기사가 눈에 띄면 오려 두었다가 강의안에 첨가하기도 한다. 내게 메모는 가장 절실한 밥벌이 수단이다.
메모를 하지 않으면 그런 일정을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동 중에는 작은 수첩을 반드시 갖고 다닌다. 언
제 어디서든지 쉽게 꺼내어 기록할 수 있게끔 한다.
버스 안에서, 찻집에서, 강의를 들을 때, 심지어 등산을 갈 때도 반드시 이 수첩은 갖고 다닌다. 수첩이 없으면 불안하다.
그럴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수첩에 있던 내용을 컴퓨터에 옮겨 찾기 쉽도록 보
관한다.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씨의 메모에 대한 생각은 배울 점이 있다. “복잡한 머리를 비워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솟아납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갑자기 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생각이 떠오를 때 5초안에 메모할 수 있는
장비(?)를 몸에 지녀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식도 경험도 생각도 메모해야 자기 것이 됩니다. 메모도 기술입니다. 다시없는 지적 재산입니다. 메모를 하면 머리가
자유로워집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메모에 머물지 않고 그 메모를 활용할 줄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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