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 천주교는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광야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교회 지도층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다. 깨어있는 교회가 되기 위한 성찰의 울림도 있었지만, 폐쇄적 권위주의에 맞서는 신자들의 힘겨운 투쟁도 있었다. 올 한 해 가톨릭프레스를 뜨겁게 달군 10대 뉴스를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한국 천주교 2016년 ‘붉은원숭이 해’의 기록을 되짚어보자.
1. 묵주기도 중단시킨 유정복 인천시장 - 1월 12일 (기사보기)
▲ 지난 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2016년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부제 서품식`이 열렸다. (사진출처=천주교 인천교구)
1월 5일 오후 2시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인천교구 사제‧부제서품식이 열렸다. 체육관에 모인 오천여 명의 신자들은 서품식 시작 전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하느님의 목자로 거듭될 사제‧부제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나 기도 중에 서품식 사회를 맡은 성직자가 갑자기 묵주기도를 중단시키고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신자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당황했다.
유정복 시장은 인사말을 전하며 세례명을 통해 자신이 천주교 신자임을 밝혔다. 이후 묵주기도는 이어졌지만, 이후 사회자는 서품식에 참석한 국회의원의 이름을 나열했다.
기고자는 “순간 여기가 성스러운 서품식장인지 선거 운동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감정을 설명했다. 신자라는 정치인이 기도를 중단시킨 것에도 분노를 느꼈지만, 서품식의 주인공 자리를 정치인에게 내어준 인천교구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독자들도 인천시장 한 명의 일정에 맞춰 수천 명의 기도를 중단시킨 상황에 분노하며 비판을 가했다.
2. 교황, “하느님 백성에 ‘더러운 돈’은 필요 없다” - 3월 4일 (기사보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2일 성 베드로 광장 수요 일반 알현에서 “교회를 후원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저임금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노예처럼 부려서 번 돈으로 후원한다. 나는 그들에게 그 더러운 돈을 다시 가져가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 백성은 사람들을 착취해 번 더러운 돈은 필요하지 않으며 하느님 자비에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속으로 스며든 자본주의의 습성에 대해 지속해서 경고해왔다.
교황은 교회가 추구해야 할 것을 ‘더러운 돈’이 아니라, ‘자비의 마음’이라고 밝혔고, 독자들은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 또한 한국 천주교회가 교황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실천해, 돈보다 영적인 것에 가치를 두는 공동체로 나아가길 바랐다.
3. 노동특집 : 한국 천주교 내부의 노동문제는 누가 말하나? - 6월 15일 (기사보기)
교회 노동자들의 실상을 고발하는 가톨릭프레스 저스티스 보도팀의 탐사취재 내용이다. 4명의 제보자를 통해 교회 내 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피고, 각종 자료를 분석하며 문제의 원인을 찾고자 했다.
제보자들은 교회가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노동법조차 준수하지 않으면서, ‘세속적인 것으로 하느님의 일을 판단치 마라’는 변명을 하는 교회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기관 성직자들의 배려를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러, 사실상 교회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를 방치하고 있었다. 또한 교회의 구인란 정보를 분석한 결과 80% 이상 비정규직 구인이란 점을 들며, 한국 천주교회가 ‘문명화된 인신매매’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사를 접한 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주변에서 벌어진 교회의 노동탄압 상황을 알리며, 교회가 사회 어느 기업보다 악독한 사업주라고 비판했다. 교회 노동자에 대한 사례가 다양하게 쏟아져, 추가 취재의 필요성을 알림과 동시에 교회의 안타까운 노동 현실이 기사 댓글을 통해 더욱 알려졌다.
4. 교황, 여성 부제직 검토 위원회 설립- 8월 3일 (기사보기)
8월 2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도와 숙고 끝에 여성 부제직 검토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며 그 명단을 공개했다.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의 직무에 대한 역사적인 연구와 향후 여성 부제직 수행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이레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관심이 쏠렸다.
위원회의 공식 명칭은 ‘여성 부제직 검토 위원회(Study Commission on the Women's Diaconate)’다. 공개된 위원은 사제와 수녀, 평신도를 포함해 총 12명이며, 교부학‧교회학 그리고 영성 전문가들로 알려졌다.
‘여성부제직 검토 위원회’가 여성부제직을 ‘허용’하기 위한 위원회라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초대교회의 여성부제직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교회 안에서 여성 직무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위원회는 11월 25일부터 26일 양일간 로마에서 교회 내 여성이 부제로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사안을 검토하는 첫 회의를 열었다. 천주교뿐 아니라, 성공회를 포함한 개신교와 이웃 종교에서도 크게 관심을 보였다.
5. 천주교 시국미사 봉헌 “대통령은 물러남이 옳다” - 10월 11일 (기사보기)
▲ 10일 천주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와 한국가톨릭농민회,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천주교 단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불의한 정권의 회개와 민중을 위로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 최진
10월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된 천주교 시국미사 현장을 담은 영상과 성명 전문이 올라간 기사다. 1,000여 명의 신자들이 미사를 봉헌하며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모습에 많은 독자가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의 분명한 목소리를 전했다. 이후 사회 곳곳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교회 내에서도 교구와 수도회,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가톨릭대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이날 미사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은 “국민을 죽이고 진실을 은폐하는 대통령은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말했고, 독자들은 사제단의 용기 있는 결단에 자부심과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6. ‘희망원’ 특집-1 : 천주교 고위공직자 모임, 독일까 약일까 – 10월 21일 (기사보기)
천주교 사회복지 시설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희망원 사태’에 대해 저스티스 보도팀이 탐사취재를 했다. 사회 언론에서 현상에 대한 문제 지적과 사실 확인에 중점을 뒀고, 교계 언론들은 이에 대해 침묵하거나 거리를 뒀지만, 보도팀은 사태의 원인과 구조적 문제 파악을 시도했다.
희망원을 복음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파견된 성직자들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그 비리의 당사자라는 의혹이 나왔다. 임성무 전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교회가 희망원 문제를 키운 것에는 천주교 고위공직자 모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교회 문제만 보면 무조건 덮으려 해, 문제가 곪아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구대교구가 고위공직 신자 모임을 청산하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길 바랐다. 그는 희망원 사태가 대구대교구를 쇄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교회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밥그릇에서 이득을 챙겼다는 점과 이에 대한 구조적 사태분석은 현재도 취재 중이다.
7. 함세웅 신부, “예수가 교회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다”- 11월 16일 (기사보기)
▲ 지난 11월 11일, 가톨릭네트워크준비위원회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함세웅 신부 ⓒ 최진
11월 11일 가톨릭네트워크준비위원회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함세웅 신부의 강연을 요약한 기사는 교회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함 신부는 교회가 조직과 권력을 우선할 때 부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태어난 곳은 골고타 언덕”이라며 권력 지향적인 한국 교회가 예수를 통해 깨우침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가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정의를 말하기 전에 스스로 정의로워야 한다는 점을 짚으며,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교회 쇄신의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주길 호소했다.
이날 함 신부는 국민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 정부와 한국 교회를 비교하며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천주교의 모습을 비판했다. 일부 독자들은 교회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함 신부의 강연이 편파적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지만, 기사는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많은 공유를 통해 알려졌다.
8. “성모병원, 이럴 거면 이름 바꿔라”- 11월 18일 (기사보기)
▲ 지난 11월 11일, 가톨릭네트워크준비위원회 포럼에서 홍명옥 전 인천성모병원 노조 지부장이 나와서, 인천·국제성모병원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 최진
11월 11일 가톨릭네트워크준비위원회 포럼에 나왔던 홍명옥 전 인천성모병원 노조 지부장의 강연을 요약한 기사다. 30년간 인천성모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고, ‘성모병원 사태’로 인해 해고까지 된 홍 전 지부장의 강연에 많은 독자들이 함께 분노했다.
홍 전 지부장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프레젠테이션, 동영상 그리고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국제성모‧인천성모병원의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노조원 탄압에 동조하는 수녀의 모습이 동영상에 공개돼, 많은 이들이 탄식했다.
인천교구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성모병원 사태’에 대한 기사는 그동안에도 있었지만, 피해 당사자의 직접적인 호소는 많은 독자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줬다. 특히 노동자를 상대로 교회 지도부가 손해배상을 연달아 청구함에 따라, 악덕 기업에서나 하는 수법을 교회가 따라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9. 김영한 비망록 속 염수정 추기경…무엇을 뜻하나 – 12월 9일 (기사보기)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종교인, 법조인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사찰하고 각종 사안에 개입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비망록을 분석해, 민간인·법조인·종교인을 사찰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비망록에는 염 추기경이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선처를 탄원한 것에 대해 “국가전복기도세력에 대한 선처탄원은 곤란”이라며 “교황 관련 각종 지원에 불구, 기록으로 남겨야”라는 내용이 나왔다.
정부의 지원 내역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천주교가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어 염 추기경이 그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지원에 발이 묶여 지금 같은 혼란정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10. 천주교 인천교구, 신자 몰래 답동성당 부지 매각 – 12월 20일 (기사보기)
▲ 천주교 인천교구 답동성당. 인천교구는 답동성당 일대 성당 부지를 신자들 모르게 지자체의 주차장 부지로 매각하자, 신자들은 독단적인 매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 최진
천주교 인천교구가 신자들 몰래 답동성당 부지를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교구는 가톨릭회관을 포함해 성당 앞마당에 이르는 부지를 인천시 중구청에 매각했고, 신자들은 성역화 사업을 한다던 교구가 갑자기 성당 앞마당을 팔았다며 항의시위를 진행했다.
교회법에서는 교회가 신자에게 봉헌 받은 재산을 운영‧관리‧매각 할 때는 그 내용을 신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인천교구는 비밀리에 부지를 팔았다. 교구가 대화를 통해 신자들과 소통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성역화 사업을 둘러싸고 교구와 신자들 간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