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 하느님을 만납니다(조용민, 요셉, 구글 코리아)
구글은 매년 다양한 콘퍼런스를 한국에서 개최합니다. 2018년 역시 장충체육관에서 수천 명이 모여 구글의 인공지능 사례와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사례를 공유하는 콘퍼런스가 열렸습니다. 당시 인공지능 부분 발표를 맡은 저는 청중 중에 지원자를 받아서 무대로 모신 다음, 태블릿 피씨와 펜을 드리면서 그림 실력은 상관없으니 저희 팀에서 준비한 주제나 사물의 명칭을 혼자 보신 후에 그림으로 묘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분은 메모장에 낙서하듯이 서툴게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고, 이는 아주 큰 무대 화면을 통해 체육관 안의 모든 청중이 볼 수 있었습니다. 공원의 분수, 팔꿈치, 모나리자 등등 모호한 것들을 그려나가는 동안,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림 때문에 콘퍼런스 장내는 웃음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허나 동시에 놀라움의 환호성도 함께 터졌습니다. 그림이 그려지는 내내 구글의 인공지능이 그 그림의 주제와 사물을 정확히 음성으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러한 인공지능은 앞으로 어떻게 사용될까 생각하며 모두가 숨죽이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전환되었습니다.
바로 다음 해인 2019년에는 같은 콘퍼런스에서 동탄고등학교 김윤기 학생의 시각 장애인용 애플리케이션을 사례로 소개하였습니다. 김윤기 학생은 인공지능의 시각 기능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길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위험들을 감지하고 이를 진동과 인공지능 음성으로 안내하도록 구현하였습니다. 인공지능의 시각 기능이 장애인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등학생 개발자가 구현해낸 것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저는 기술이 우리의 삶과 사회를 얼마나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도구가 되는지를 강조합니다. 결국, 이타적인 마음, 모든 사람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그러한 기술들을 중력과도 같은 힘으로 끌어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천주교 안에서 강조되어온 하느님의 가르침이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류에게 울림이 되어야 함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제임스 마틴 신부님의 「기도, 이렇게 하니 좋네요」를 번역하신 서강대학교 김순기 부총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모든 상황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신다고 합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도와주라는 주님의 초대일 수도 있고, 아끼는 물건이 망가지면 속상해하기보다는 물욕을 버리라는 주님의 초대일 수 있으며, 출퇴근 시간에 교통지옥을 겪으면 좀 더 인내하라는 가르침으로 읽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상황에서 자기가 가진 도구나 재료를 폄훼하지 않고, 자기가 처한 상황을 폄하하지 않으며, 그럴 시간에 그 상황에 맞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이 하느님이 보여주시는 ‘우리의 마음을 넓게 만들어주는’ 기회의 기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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