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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좋아 스크랩 렌트 RENT The Broadway Tour, 사랑하며 살기에도 우리 삶은 짧다
날아보자 추천 0 조회 65 10.04.07 09:2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렌트(RENT)

2009년 9월 8일 오후 8시

KBS홀

극본/작사/작곡 : 조나단 라슨

출연 : 아담 파스칼, 안소니 랩

 

뮤지컬 <렌트>의 브로드웨이 투어팀의 내한 공연을 보았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떠다녀서,

어떤 말부터 꺼내어 리뷰를 시작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번 공연이 무엇보다도 화제가 되었던 것은

 

<렌트>의 초연 주연 배우인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이 이번 투어팀에 포함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무수히 들어온 CD의 주인공들이기도 하지요.

 

제가 <렌트>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1998년도 아니면 1999년도 여름입니다.

뮤지컬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중이었는데,

그때 동호회의 어떤 분이 미국에 가서 <렌트> CD를 사가지고 오셨고,

그 CD 중에서 주요 넘버만을 뽑아 구워주셨습니다. (네, 처음에는 불법으로 들었습니다. ^^;;)

 

<렌트>가 어떤 뮤지컬인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음악만 듣고 또 들었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당연히 음악이 너무 좋기 때문이었습니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의 CD를 너무 들어서 그들의 목소리가 귀에 박혀버렸습니다.

 

그런 그들의 무대를 실제로 보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요?

 

마이클 크로포드와 사라 브라이트만의 <오페라의 유령>,

로버트 쿠치올리와 린다 에더의 <지킬 앤 하이드>,

레아 살롱가의 <미스 사이공>을 보는 것과 같은 그런 기분이겠지요?

 

음악을 듣고 들으면서 생각했던 건,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노래들을 작곡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한 뮤지컬의 넘버들은 비슷한 분위기와 느낌입니다.

앞서 언급한 오페라의 유령이나 지킬 앤 하이드, 미스 사이공을 생각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그런데 <렌트>의 노래들은 정말 분위기가 각각 다 다르고 느낌도 다양하면서,

각 넘버들의 일부가 곡 전체에 퍼즐처럼 꼭꼭 들어맞게 반복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바로 여기에서 조나단 라슨의 천재성이 들어난다고 봅니다.

 

<렌트>가 화제가 되었던 한 면에는 <렌트>의 극본, 작사, 작곡을 모두 담당했던

조나단 라슨의 영화같은 삶도 들어있습니다.

 

오페라 <라 보엠>의 현대적 버전인 <렌트>, 뉴욕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이 뮤지컬은

실제 조나단 라슨과 안소니 랩과 아담 파스칼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1996년 <렌트>의 첫번째 프리뷰 전날, 조나단 라슨은 3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유작이 되고 만 것이지요. 그리고 <렌트>는 그해 뮤지컬 계의 아카데미 상인 토니상의 최우수뮤지컬작품상 등 총 4개 부문을 수상합니다. 그 이후 12년동안 15개 언어로 25개국에서 공연되며 최고의 뮤지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지요.

 

한국에서도 2000년 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주원성, 김영주, 황현정 등 당시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초연을 올리고 그 다음해 2001년도에 두번째 공연, 그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2000년 공연과 2001년도 공연을 보았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작품 <렌트>가 한국에서 이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다소 의외입니다. <렌트>의 내용이 다소 한국인 정서와 맞지 않는 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단 마약이나 동성애, 에이즈의 소재들이 그렇고요.

 

19살의 소녀가 마약중독자인 클럽 댄서라는 설정도 그렇고. 애인이 자살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로저)가 금방 또 다른 사랑에 빠진다거나, 자신(마크)의 여자친구가 자신을 차고 여자 애인을 만나 살고 있는데 그 둘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는 등이...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 작품을 세 번째 보았음에도 내용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미미는 로저를 어떻게 알고 접근한 것일까, 탐과 엔젠은 어떻게 한번 우연히 마주친 이후 그토록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을까, 베니는 왜 부인이 있으면서 미미에게 추근댈까, 미미는 왜 다시 베니에게 갔을까, 배신했던 베니는 왜 다시 친구들에게 돌아왔을까, 그런데 왜 미미는 다시 버림받고 떠돌이 신세가 되었을까, 베니가 로저에게서 미미를 채갔지만 미미가 다시 행방불명이 된 상태에서 어떻게 친구들은 베니를 받아줄까, 그리고 한 번도 등장은 하지 않는 베니의 부인 엘리슨은 왜 베니를 남편으로 선택했을까.. 등등이 아직도 이해는 잘 되지 않습니다.

 

또 마지막에 미미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설정도 좀... 처음 볼 때부터... 이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바로 '음악' 때문입니다.

 

이번 브로드웨이 투어팀의 공연을 보면서, 정말로 '음악'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라이브 연주,

최고의 실력을 가진 배우들의 폭발적인 노래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

매끄러운 음향...

정말 모처럼 공연 보면서 속이 후련했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뮤지컬도 많이 발전해서 라이센스 공연도 원작 공연에 비해 떨어지지는 않지만,

(오히려 브로드웨이 공연보다 더 나을 때도 있지요.)

<렌트>는 절대적으로 라이센스 공연보다는 오리지널 공연이 낫습니다.

 

그것은 배우들의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의 문제입니다.

(2001년 이후, 비교적 최근 한국 <렌트>의 경우에는 배우들의 문제도 조금은 있다고 봅니다.

너무 어린 신인 배우들만으로는 <렌트>가 담고 있는 한많은(?) 예술가를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지요.)

번역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미스 사이공>처럼 스토리가 중요한 공연들은 한국어 가사로도

그 느낌을 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렌트>의 경우 가사 자체가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게 많아서 한국어 번역 가사로는 그 내용을 다 담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조나단 라슨이 공들여 선택했을 단어들의 절묘한 운율을 한국어 번역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죠. 특히 '라 비 보엠'이라는 노래 같은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그 노래는 계속 단어들이 열거되는 식으로 가사가 전개되는데, 그 단어의 각운이 딱딱 맞거든요. 그리고 그 노래에서 열거하는 미국의 예술가들을... 우리는 다 모릅니다. 한국 공연에서는 그 단어들이 예술가 이름이라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자막에 전부 표시가 되었지요. 이번 공연의 자막 번역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 초연인 2000년도 공연의 경우, 배우 남경주 씨가 번역에 참여했는데.

공연 후 말이 좀 많았지요.ㅎㅎ

 

그 동안 내한 공연을 많이 본 건 아니었지만,

그중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니, <레 미제라블>도 좋았고, '노트르담 드 파리'도 좋았는데....

음....<오페라의 유령>이나 <캣츠>보다는 이게 더 좋아요...)

 

저 <렌트> 보면서 울었습니다. ㅡㅡ;;

요새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나요.

 

나이 들더니 감수성이 예민해졌나요....

어릴 땐(?) 아무렇지도 않게 보았던 작품인데 요샌 하나둘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첫 주요 넘버인 'Rent'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Rent가 가진 두 개의 주요한 의미는 이 작품의 주요 테마가 됩니다.

 

첫번째 뜻인 '집세'. 마크와 로저는 이 '집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예술가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가는 가난하다'는 명제는 깔려있나봅니다. 집세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곧 삶의 터전이 불안하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 작품에서도 마크와 로저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거리 예술가들의 터전인 공터는 재개발을 위해 철거 예정입니다. 이 부분에서 또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재개발'과 '철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부자'로 대변되는 베니와 그의 부인, 장인의 계획하에 마크와 로저와 그 친구들은 쫓겨날 처지에 처했습니다. 예술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시대와 국가에 상관없이 투영되는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뜻인 '빌리다', 빌린다는 뜻은 이 노래뿐 아니라 다른 노래 곳곳에도 쓰입니다. 우선 이 노래에서는 '우린 집세를 낼 수 없어, 작년에도 안 냈고, 올해도 안 냈고, 내년에도 안 낼 거야, 어차피 우리 인생도 빌린 거니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I'll cover you'라는 노래에서는 '사랑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빌릴 순 있다는 걸 알게됐어, 이제부터 내가 널 빌릴게..'라고 하지요.

 

'빌린다'는 것은 '가진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의 '소유'는 아니며, 언젠가는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랑도, 인생도 마찬가지지요. 사랑도 인생도 언젠가는 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빌린' 상태일 때, 지금 내가 사랑할 때, 내가 살아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One Song Glory

 

저는 사실 <렌트>에서 이 노래를 제일 싫어했습니다. 아니, 제일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유일하게 싫어하는 곡이었습니다. CD 들을 때도 이 노래는 그냥 넘기고 들었습니다. 뭐랄까요.... 그냥 너무 멋있는 척, 있어보이는 척, 폼만 잡는 노래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한국 공연을 보고 받은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노래는 단순히 예술가가 폼 잡기 위해 부르는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에이즈 판정을 받은 한 음악가가, 죽기 전에 자신의 영혼이 담긴 노래를 남기고 싶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노래였습니다. 음악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가 담긴 노래였습니다.

 

그때 미미가 들어오지요.

이 노래를 부르면서요.

 

Light My Candle

 

참 재미있는 노래입니다. 얼마나 가난하면 촛불 켤 성냥이 없을까도 싶지만, 미미에게 불을 붙여주면서 로저 역시 '이게 마지막 성냥'라고 하는 걸 보면 절박한 상황이긴 한가 봅니다. 하지만 미미가 정말로 촛불 켤 성냥이 없어서 불을 빌리러 온 것은 아니라는 건, 노래 마지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불을 켜달라고 하면서 미미는 계속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결국은 초에 불이 꺼진 채로 로저의 방을 나가니까요.

 

하지만 '촛불을 켜달라'는 것은 단순히 미미가 로저에게 접근할 '구실'로서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에 담겨 있는 중의적인 의미를 저를 이제서야 깨달은 겁니다. 우리 사이에 불을 켜자, 네 마음에 불을 지피고 싶다, 내 마음에 불을 켜달라... 뭐 이런 의미가 담긴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미미가 죽기 직전의 장면, 그 때도 미미는 이 노래를 부릅니다.

'Would you light my candle...'

 

그때의 촛불은 꺼져가는 미미 자신의 생명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죽어가는 내 생명의 불을 켜줘....

 

처음에는 유혹의 노래였는데, 끝에는 구원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한 노래가 여러 의미로 쓰인다는 것,

역시 조나단 라슨이 얼마나 치밀하게 이 작품을 구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Tango Maureen

 

조앤의 현재 애인이자 마크의 옛 애인인 모린을 두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렌트>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용되는데, 이 노래가 '탱고'라는 것도 또한 참으로 절묘합니다.

 

우선 탱고는 빠르고 강렬하게 움직이는데, 라틴 댄스가 아닌 모던 댄스에 속합니다.

그리고 열정적이지만 강한 절도가 있고,

밖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비애의 정서를 담고 있는 춤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이지만 소유할 수 없는 모린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습니다.

 

옛 애인 마크는 그런 모린을 '탱고 모린'이라고 말하고,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던 조앤 역시 마크의 말을 듣고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알 것 같다'고 합니다.

 

탱고 같은 여자 모린,

 

저는 어떤 여자일까요? 왈츠, 퀵스텝, 자이브, 룸바? ㅎㅎㅎ

 

 

 

Out Tonight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미미의 노래인데요. 처음에는 무척이나 화려하고 도발적이고 섹시한 노래인 것 같지만, 위 사진 속 미미의 표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은 그 화려함 뒤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절박함을 드러내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미미가 더 로저를 원하는 것이지요. 노래처럼 모두들 자신을 선망하고 부러워한다면, 굳이 남자가 아쉬울 게 없을 텐데 말이에요.

 

Santa Fe

 

탐의 중후한 저음이 매력적인 노래입니다. 산타페는 무슨 뜻일까요? 한국에서는 자동차 이름이기도 하고 커피 이름이기도 하고..ㅋㅋㅋ 이 작품에서는 약간 '이상향'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들은 계속 '산타페로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그곳에서 레스토랑을 차려서 우리만의 세상을 만들자.... 하지만 이들 중 아무도 실제로 산타페로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산타페는 아르헨티나의 한 도시 이름입니다.정말 산타페로 가면 원하는 대로 잘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가보지 못한 이상적인 세상의 하나로 '산타페'를 설정해놓은 것이겠지요.

 

저에게 '산타페'는 '파리'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제 머릿속의 '파리'는 너무 완벽한 곳이거든요.

 

그래서 남편은 가끔, 파리에서 살다오신 주변 지인의 이야기를 근거로 제 머릿속 파리의 환상을 깨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환상'이라도 없으면 각박한 현실 살기가 너무 힘들지 않겠어요?

 

 

 

I'll Cover You

 

이 작품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사랑을 부르짖는 수많은 사랑 노래가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또 있을까 싶게 가슴 절절한 사랑 노래입니다.

 

하지만 제목은 I love you가 아닌 I'll cover you입니다. cover라는 단어가 이렇게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cover는 그냥 덮다, 덮개 정도의 뜻, 혹은 전쟁이나 액션 영화에서 '날 엄호해' 뭐 이런 정도의 뜻이었는데.. 이렇게 말하니 정말 아름답습니다.

노래 가사도 정말 예술입니다.

 

우리 집에서 살아, 내가 너의 은신처가 되어줄게, 그냥 천 번의 키스만 해주면 돼,

내가 지켜줄게.

문을 열어줘, 내가 같이 살게, 짐은 없어 달콤한 키스만 있을 뿐, 내가 너에게로 갈게,

내가 지켜줄게.

사랑은 살 수 없다고 하지만 빌릴 수는 있다는 걸 알게 됐어.

내가 널 빌릴게, 내 사랑, 내가 너의 담요가 되어 줄게,

언제 어디서나 내가 너의 코트가 되어줄게.

나의 왕이 돼줘, 그럼 내가 너의 성이 될게.

아니야, 네가 나의 여왕이 되어줘, 그럼 내가 너의 성벽이 되어 줄게....

 

번역가가 아니라 번역은 이 모양입니다만.

어쨌거나 예쁜 단어만 갖다 쓴 예쁘기만 한 사랑노래보다

훨씬 와닿고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그러고보면, 엔젤이 처음 톰에게 사준 선물이 '코트'라는 것도 아무 이유가 없는 건 아닙니다.

역시나 조나단 라슨의 의도가 담긴....^^;;

 

그리고 엔젤이 죽은 다음에도 또 톰이 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렇게 아름답던 사랑노래가 한없이 슬픈 사랑노래로 들리는 순간입니다.

 

 

Over The Moon

 

모린의 공연 장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곡만큼은 2000년, 2001년 한국 공연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처음에는 적응이 좀 안 됐습니다. 모린의 보이스칼라나 안무 스타일 등이 한국 공연에서 김선영, 황현정 씨의 모린이 더 어울려 보였거든요. 조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공연의 전수경, 김영주 조앤이 제게는 더 강렬합니다.

 

이 곡 끝나고 나중에 가서야 이번 모린이 좀 익숙해졌습니다만......

조앤은 끝끝내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La Vie Boheme / I Should Tell You

 

'라비보헴'은 '보헤미안을 위하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글 초반부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번역에 있어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노래입니다. 어쩔 수 없기도 하고요.

 

이걸 한국 버전으로 바꾸려면 완전히 가사를 다 바꾸어야 할 텐데, 또 한국 버전으로 했을 경우 그 많은 단어들을 대치할 수 있는 그만한 인물과 현상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 노래에 곧바로 이어 미미와 로저가 부르는 'I should tell you'가 나옵니다.

이 노래 역시 짧게 지나가는 것 같지만 중요한 노래입니다.

 

미미와 로저는 계속 상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망설입니다.

 

말해야 하는데... 말해야 하는데....

말을 할까.... 말을 할까....

 

그러는 사이 둘의 오해는 커져갑니다.

 

제가 살면서 느낀 건데, '이심전심'이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부모자식간이라도 아무리 부부간이라도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도 말이 마음과 다르면 기분이 상하고요.

우리는 간혹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걸 꼭 말을 해야 하니?'

하지만 나 역시도 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은 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Seasons Of Love


 

이 작품의 주제가와도 같은 노래입니다.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시간,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소중한 시간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시간을 당신을 어떻게 재나요, 어떻게 일 년을 헤아리죠?

낮으로? 저녁으로? 자정으로? 한 잔의 커피로?

인치로? 마일로? 웃음과 싸움으로?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시간, 그 일 년의 시간을 당신은 어떻게 재나요?

사랑은 어때요? 사랑으로 재는 건 어때요?

사랑을 재보세요, 사랑의 날들...

사랑을 기억해요. 사랑으로 재보세요, 사랑의 날들....

 

이런 내용의 노래입니다.

 

뮤지컬 시상식이나 갈라쇼에서 단골 합창곡으로 쓰이는,

하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이 노래 들으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했네요.

 

나는 지금 얼마나 사랑하며 살고 있을까.

일 년의 시간을 사랑으로 잰다면 나의 일년은 얼만큼이었을까.

 

 

Take Me Or Leave Me

 

이 노래도 정말 명곡입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노래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싸우는 이유를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너는 왜 내가 아니고 너이니?'라고 합니다.

 

상대가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고,

두 사람이 완전히 같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싸우게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가 사랑하는 것은 상대일까, 아니면 사랑한다고 믿는 내 자신일까?

끊임없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Take me as I am'이라고 노래하지요.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모습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최고 경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라는 말입니다. ^^;;

 

 

 

Without You

 

이것도 아름다운 슬픈 노래인데요.

미미가 죽어가는 자신의 상태를 알고 로저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너 없이도 세상은 변함없이 흘러가지만,

너 없이 난 죽어가......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미는 로저에게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하지 않고

치료 비용을 대줄 수 있는 베니에게 갑니다.

 

하지만 결국은 다시 로저에게로 오지요.

 

 

2막에서는 1막에 비해 너무 오랜 시간이 후닥닥 지나가버려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좀 정신이 없기는 합니다.(저만 그런가요..)

 

내용도 좀 정리가 안 되고, 인물들의 감정변화도 어지럽구요.

맨 처음 말씀드렸듯이, 내용에 있어서는 저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동성애나 양성애를 그리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지만,

결국 누구를 사랑하든 중요한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니까요.

 

<렌트>의 주인공들이 가난한 예술가이고 마약중독자이고 에이즈 환자이고 부랑자라는.

 

그런 설정들은 아주 중요하면서도 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직업이 무엇이고 어떤 병에 걸렸는가와 상관없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2009년도 이제 2/3가 지나갔습니다.

 

얼만큼 사랑하며 사셨나요?

우리의 삶은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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