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굵게 들리던 새벽 빗소리에
불면은 길어졌다.
불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눈 감고,
눈과 함께 입도 감고,
입과 함께 귀도 감고
오로지 생각하는 일 하나에만 매달린다.
참 귀한 시간이고
참 괴로운 시간이다.
수영강변에
미국 스페셜티 전문 커피 체인점인 ‘blue bottle’이
나름 괜찮았던 ‘오후의 홍차’를 밀어내고 앉은
그 맛이 궁금하여
하루치 잠을 싱글오리진 커피와 바꾸기로 했다.
오랜 시간 길들여진 단골 가게 커피 맛을 제압하지 못하였지만
가볍고 달콤한 과일향은 좋았다.
낮이거나
또는
종일 일하지 않은 혀로
다시 맛본다면 반할 수도 있을라나......
황장산 구간 산행은 블루보틀의 커피맛으로 남는다.
바스라질 희망같던 산란스런 렌튼빛을 이마에 달고
무심한 가을별들을 훑으며
서리내린 바윗덩이를 네발로 오르내린 시간과
어느새 무릎까지 쌓인 낙엽 내리막길과
건성보던 그게 그것같던 풍경처럼
습관적으로 반복되던 업다운.
아무 생각없이 걷고 걸었다.
생각없이 혼자 걷는 시공은 지극히 단순하다.
힐끔거리지 않아도 되고
가다 멈추다를 맘먹은 대로 할 수 있어 빈곤하지 않다.
다소 짧은 구간이라 심신이 깨끔하다.
발걸음 잡아당기는 조망터는 적었지만
어둠속에서 지나쳤던 비밀스런 구간이 궁금하다.
황장산서 다음에 걸을 묘적봉과 도솔봉을 더듬고
치마바위를 감상하며
운달산을 조망한다면
이번보다 더 중후한 바디감과
고소달콤한 캐러멀 맛도 느낄 수 있을라나...
여전히 기대되고
다녀오면 좋은 대간길...
한 주 쉼없이 생활한 나에게 주는 값진 선물이다.
* 세계최초 여성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가
‘왜 비행을 하느냐?’라는 질문에
‘좋아서 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신은 왜 백두대간을 걸으세요??’
** 비오는 날의 출근길,
빙글빙글 돌면서 들었던
이탈리아 전설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의 인생이 담긴 <카루소>,
파바로티와 함께 핸들돌려 동해바다로 고고씽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아냈다.
견뎌야 할 땐 견디어야 한다.
불끈불끈 솟는 욕심들을 견디려면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있어야 한다.
https://youtu.be/yZDABtCVUr0?si=J5F_VTvSHWzZ2m2F
https://youtu.be/Z8SYww3rb-E?si=m85e5W9d_S-g0jYF
첫댓글 겨울하늘의 별이 아름답습니다
동이트는 어렷한 여명이 황홀할만큼 시립니다
멋지게 임무완수 하신 란선님~
대단하시고 감사하지 말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혜롭고 영리하신분과 함께 산행할수 있어 다행이고 복이라 생각해요
담구간도 기대하면서 오늘도 그날을 생각합니다~~^^
이제 새벽녘 기온은 영하로 들어가는 초겨울의 맛처럼 바위와 풀잎에 하얀서리가 내려앉았네요~~
불면의시간을 갖게하는 복잡한생각은 대간길 걸어면서
잊어지기를 바래봅니다!!
겨울이면 낮게 내려앉은 별자리구경하는것도 대간길을즐기는 방법이기도하네요~~
점점추워지는 날씨겨울 산행모드로 준비해야될것같네요!!
무박일정 정문님과 함께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구름 한 점 없는 새벽 하늘에 빛나는 별, 북두칠성(?)인가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던 것을 보지 못했는데, 란선 님 사진으로 봅니다.
나는 사진기가 금방 찍히지 않고, 말썽이라 많은 것을 찍지 않았는데,
공덕산 천주봉, 유난히 돋보였던 노루발까지 찍으셨군요.
무척 빨리 걸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뒤따르던 내가 혹시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가 몇 번을 뒤돌아 보았습니다.
청년 중의 청년이었습니다.
바쁘게 걸으면서 중요한 장면, 정수 중의 정수를 빠짐없이 사진에 담은 부지런함, 예리함과 섬세함.
가슴에 와 닿는 명문장까지....
존경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불면은 상징계를 파괴하고, 가끔 실재계인 바깥으로 안내하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니체가 주장한 운명적인 것을 긍정하는 아모르파티와 대동소이한 의미를 갖춘, 개인의 역사성이 숨겨져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야 말로 귀와 눈을 사라지게 하는 얼굴 없는 미학이 가득한 실천이 아닐까요? 그래서 '두이노의 비가' 릴케의 시집에서 동물의 눈을 가진 천사를 대입해 삶의 미학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론을 나는 긍정했었습니다.
란선님의 빗소리에 의한 불면은, 몰입을 대하는 삶의 미학으로 넘쳐나 보입니다 읽는 독자는 빗소리에 집중하게 돼, 잠시 침묵으로 나를 보게 합니다.
고맙습니다.
한반도를 사랑하고,
자연을 벗삼으시는 사람들의
모임. 낙동산악회.
친구분을 대동하시고 챙기시는
모습 본 받아야 겠습니다.
추운 날씨 수고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