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작가의 추리소설 『누가 세바스찬을 쏘았는가』(푸른사상 소설선 40).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범인, 휘몰아치는 반전, 강렬한 몰입도를 자랑하는 본격 추리소설이다. 날카로운 직감을 지닌 종로경찰서의 강력계 형사 최선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사건과 일곱 개 비밀의 관문이 독자들의 앞에 놓여 있다. 2022년 11월 7일 간행.
■ 작가 소개
본명 주진균. 1931년 두만강이 가까운 두메산골인 함경남도 풍산에서 태어나 1943년 서울로 이주하여 이듬해 보성중학교에 입학했다. 연세대학교 영문과 재학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1031고지전을 비롯해 주로 중동부 전선의 전투에 참여했다. 1979년 미국의 반 다인처럼 추리 마니아에서 추리 작가로 변신하여, 1988년 제4회 한국추리문학대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악마의 일력』 『야간 법정』 『3호청사』 『바람의 여신』 『사미라에게 장미를』 등이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그동안 펴낸 30여 편의 에피소드와 『계간 미스터리』에 실린 최신작에서 일곱 편을 엄선해서 여러분의 지혜에 도전하려 합니다.
누가 범인일까요?
그리고 그는 혹은 그녀는 어떻게 완전범죄를 달성하려 했을까요?
퍼즐이 상실된 추리소설을 상상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내 딴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도 같은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를 마련하려 애썼습니다. 추리소설의 영원한 숙제라 할 밀실(密室)의 살인을 위한 환상적인 무대도 준비했습니다. 단지 ‘나의 우상’이라는 이유로 존 레논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현대사회의 병적인 인물도 등장시켰고요. 그러니 이들과 대결해야 할 명탐정도 등장해야겠지요.
오늘날의 미스터리 세계는 여전사의 시대인가 봅니다. 올리비아 벤슨과 올리비아 더넘! 두 사람은 한 시절 여형사에 여수사관의 아이콘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어벤저스 시리즈의 여전사,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은 또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그렇죠?
1997년 7월에 처음으로 등장한 종로경찰서 소속의 강력계 여형사 최선실! 한없이 초라합니다. 강원도 정선 골짝에서 자랐고 뚜렷한 스펙 하나 내세울 게 없습니다. 게다가 성질은 까탈스럽고, 제 분수도 모르고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도 알 수가 없고요. 어쩌다가 운세가 좋아 강력계 여형사가 되어 서울에 왔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온갖 풍상(風霜)입니다. 바람이 불거나 서리가 내리거나 언제나 아스팔트 길을 홀로 서성이는 솔로입니다.
그나저나 여러분도 아시죠? 1881년에 탄생한 셜록 홈즈 시리즈가 21세기의 오늘날 BBC에서 새로운 드라마로 화려하게 리턴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아마도 폭력만이 난무하는 스릴러에 식상한 사람들이 지적 게임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증표일 것입니다. 옛날에 좋았던 시절의 순수 추리문학으로의 회귀! 기대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 작품 속으로
여느 사람들처럼 ‘나의 세바스찬!’ 하고 나도 소리 지르고 싶었으나 참았다. 아마도 세바스찬 바흐처럼 불후의 록 발라드를 많이 남길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흥분도 환호도 오래가지 못했다. 조수빈이 노래하다가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심장마비라도 일으킨 사람처럼 가슴팍을 부여안고 비틀거리더니 나무토막 쓰러지듯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마이크 감전에 의한 쇼크! 나는 일순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둠 속에서 화살이 난데없이 날아와 조수빈의 심장에 꽂혔다는 느낌이 보다 강했다. 그것은 한순간 전광석화처럼 나의 뇌리를 스친 상념이었다.
운명의 화살!
누군가가 조수빈의 운명을 겨냥해서 활시위를 당긴 것이다. 모두가 잠시 영원히 허물어질 것 같지 않은 정적 속에 휩싸였다. (「누가 세바스찬을 쏘았는가」, 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