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16. 율장의 정신 ③ 제계십리
재가 비판이 율장 제정의 배경
비판 겸허히 수용 때 교단 발전
최근, 일부 언론의 조계종 비판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 방영된 한 시사프로에서는 조계종 스님들이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해 1억 원대를 호가하는 고급승용차를 타고 골프를 치는 호화스러운 모습이 방영되었다. 조계종 스님들이 모두 이런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건만, 일부의 부도덕한 행동이 조계종 전체의 모습인 것처럼 비추어진 점에 대해서는 아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문제가 된 일부 스님들이 분명 조계종의 정식 승려라는 점에서, 그것도 사찰의 주지라는 요직에 있는 스님들이었다는 점에서 일부에 불과하다든가 언론의 편파적인 과잉보도라든가 하는 말로 자위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이미 오래전부터 조계종 안팎에서는 일부 스님들의 출가자로서의 도덕성이나 종단 자체의 자정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보다 근본적인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승가, 다시 말해 불교출가자들로 구성된 공동체를 이 사회와 완전히 독립된 집단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출가라는 행위를 통해 세간과 일선을 긋고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깨달음을 위해 수행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분명 이 사회로부터 한 발 떨어져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승가는 매우 특별한 일부 종교들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자급자족하며 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가 아니다. 승가는 일반인들의 신심과 존경에 의존해 그 보시로 생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출가자들의 훌륭한 가르침과 인격 속에서 물질적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지혜와 위안을 얻게 된다. 이 주고 받는 행위가 바람직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때 불교교단의 발전이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우리는 율장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율장이란 비구·비구니가 지켜야 할 율 조문을 모아 놓은 문헌이다. 출가자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저지르는 자가 나타날 때마다 부처님은 그 사건을 계기로 율 조문, 즉 학처(學處)를 제정하여 두 번 다시 똑같은 악행을 저지르는 출가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셨다. 학처 제정에 이른 인연담을 비롯하여, 구체적인 적용 사례 등 상세한 내용이 율장에 전해지는데, 항상 각 학처의 말미에서 그 학처를 제정하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학처의 대표적인 제정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바로 ‘제계십리(制戒十利)’이다. 학처를 제정함으로써 얻게 될 열 가지 이익, 다시 말해, 학처를 제정하여 이를 지킴으로써 승가가 얻게 될 열 가지 이익을 말한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 승가의 결속력을 위해, 둘째, 승가의 품위 유지를 위해, 셋째, 승가의 원활한 공동체생활을 위해, 넷째, 악인을 억제하기 위해, 다섯째, 선(善)비구의 안주를 위해, 여섯째, 현세의 번뇌(행)을 금하기 위해, 일곱째, 미래세의 번뇌를 끊게 하기 위해, 여덟째, 아직 믿지 않는 자를 믿게 하기 위해, 아홉째, 이미 믿고 있는 자의 신앙을 굳건하게 하기 위해, 열 번째, 정법의 구주(久住)를 위해, 이 열 가지이다.
이 가운데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거론되고 있는 학처제정의 이유에 주목해 보자. 이는 다름 아닌 그 사회의 재가자들의 눈을 의식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많은 학처가 재가자들의 비판을 계기로 제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부처님 당시부터 이미 승가와 일반사회의 적절한 조화가 승가발전의 기반으로서 중요시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승가가 이 사회와 관련을 맺고 살아가는 한, 이 사회의 가치관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금 바로 이 시대, 이 사회가 종교인들에게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그것이 내적인 것이든 외적인 것이든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지혜롭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자랑
(도쿄대 박사)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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