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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 2024. 11. 01(금) 베네딕도 수도원(미사) - 다낭 대성당 |
아침에 일찍 일어나 커튼을 걷으니 시가지가 한눈에 조망된다. 이른 시간이어서 흐릿하기는 하나 분명한 것은 비는 오지 않을 듯하다. 이틀 밤을 같은 호테ퟝ에 묵어서 익숙하지만 오늘은 떠나야 한다.
08시 버스 탑승. 베네딕도 수도원으로 향한다. 호텔에서 가까워 약 20여분 만에 도착했다.
티엔 안 베네딕토 수도원(Thien An Monastery)
수도원 건물 앞에 주차를 하고, 산책길 같은 좁다란 길을 따라 성당 쪽으로 간다. 좁은 석조 회랑문을 빠져나가서 계단을 통해 지하로 안내된다.
엄청 넓은 지하 경당이다. 벽이 모두 석조로 되어 퍽 장중하게 느껴진다. 제대가 후벽으로부터 많이 나와 교우석과 가깝고 또 측면에도 교우석이 있어 친화감을 준다. 제대 앞에는 중국문화의 영향인 듯 큼직한 청동 향로가 있고 후벽에는 십자고상 대신 예수부활상이 모셔져 있다. 그로고 제대 좌우에는 성모자상과 성 요셉상이 배치되어 있다. 십자고상은 제대 옆에 서 있다.
조금 후 본명이 요셉이라는 수사님으로부터 환영 인사와 간략한 수도원 소개가 있었다. 티엔 안 베네딕도수도회는 베트남에 있는 5개 수도회 중의 하나이며 베네딕토 수도회의 본원이다. 여기서 하노이 등 여러 분원으로 인력을 파견한다. 베트남 베네딕도회는 1940년에 설립되었고 태국에도 분원이 있다고 한다. 현재 70명의 수사와 7명의 수녀가 수도회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데 “기도하고 일하라“는 수도회 창설자 성 베테딕도의 유시에 따라 하루 5번, 5시간을 기도하고 잠자는 시간 이외 나머지는 땀 흘려 일한다고 한다. 수사님 자신은 올해로 여기에 온지 16년차란다.
11월1일, 오늘은 모든 성인의 대축일이면서 위령성월의 시작일이다. 위령의 날도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서기 998년 무렵 베네딕토 수도회 소속 프랑스의 클뤼니 수도원에서 11월 2일을 ‘위령의 날’로 정하여 연옥 영혼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여기서 비롯되어 오늘날 ‘위령의 날’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인사말씀에 이어서 미사를 봉헌했다. 청빈의 순명과 정결의 본산인 수도원에서 오늘의 복음인 ‘산상수훈’을 주제로 우리 신부님이 집전하는 미사를 봉헌하게 되니 참으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 경당에서 특이한 것은 좌우 회랑 기둥마다 칸칸이 소제대를 설치하여 성상을 모시고 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여러 기둥 벽에 붙은 소제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형태라고 하며 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하 경당에서의 미사를 마치고 성전으로 올라갔다. 성전 옆문으로 바로 들어가기에 성전의 외부는 아직은 볼 수 없다.
성전 내부는 일반 성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면 예수님상, 성모상, 성 요셉상은 모두 목각인 듯하고 감실은 전각형이다.
양족 벽의 창문 위쪽에 십자가의 길이 지나가고 성당 앞부분 회랑 기둥 위의 안쪽 벽에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걸렸는데 모두 성서에 나오는 내용들이라고 한다. 한쪽은 신약이고 다른 한쪽은 구약이란다.
나올 때는 출입문으로 나왔더니 성당 건물과 마당을 다 볼 수 있었다. 성당 건물은 서양식 건축에 동양식 양식이 가미되어 품위를 주고 특이하게도 종탑은 성당 옆에 7층 탑으로 세워져 있다. 아마도 7성사를 염두에 둔 것 같다. 이는 마치 후에(Hue)의 대표적인 불교사원인 티엔 무 사원의 7층탑과도 유사하다.
건물 양쪽에는 한자로 榮光天主, 安和世人이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이는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화”라는 복음 말씀을 요약한 것이다. 티엔 안 수도원의 ‘티엔 안(Thien An)’이란 뜻도 ‘하느님의 평화’를 뜻한다고 한다.
벌써 11시. 차를 타러 나오는 길에 성물방에 들러 제각기 기념으로 구입할 성물을 고른 후 차에 올랐다. 수도원 순례는 이번 성지 순례에 다양성을 부여한 유익한 곳이었다. 버스는 이제 후에를 떠나 오늘의 숙소가 있는 다낭으로 향한다. 2시간 정도 소요 예정.
다낭에 도착하니 오후 1시. 딱 점심시간이다. 해물요리(Sea Food)를 전문으로 하는 모크(MOC)라는 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식사를 하고 다낭대성당으로 이동.
다낭 - 베트남 중부지방의 관문
다낭(Danang)은 베트남 중부지방의 관문이 되는 도시로 이번 일정에 들어있는 후에(Hue)는 다낭의 북쪽에, 호이안(Hoi An 會安)은 다낭의 남쪽에 위치한다. 한강(漢江) 하구에 자리잡고 있으며 도시 동쪽으로 남중국해가 있다. 다낭(Danang)이라는 말 자체가 ‘강어구에 있는 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구는 약 102만 명.
역사적으로 다낭 남쪽의 호이안(Hoi An)이 16세기중엽 국제 해상교역의 중심지로 빛을 볼 때, 다낭은 선박수리 항 역할을 했다. 그러던 중 18세기초, 유럽의 큰 규모의 배가 쉽게 다낭 만(灣)으로 드나들 수 있게 되면서, 호이안을 대신할 정도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20세기에는 무역업이 형성되면서, 차, 건어물 등의 1차 산업과 선박 수리, 무역업 등의 수출산업으로 발돋움하였다. 기후는 계절풍이 흐르는 전형적인 아열대지역으로 뚜렷한 두 계절이 있다. 다낭의 지형은 높은 산과 언덕은 거의 해안의 서쪽과 남서쪽으로 뻗어 있다. 가장 고지대인 바나 산(Ba Na Mt.)은 해발 1,487미터이다. 다낭의 해변은 온난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을 비롯해 베트남의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다낭 대성당
다낭 대성당은 다낭 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으로 현재 건물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1923년에 지어진 중세의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프랑스 사제 발레(Vallet)가 설계하고 건축했다.
연분홍빛 건물 외관과 70m 높이의 첨탑 꼭대기에는 수탉 모양의 풍향계가 있는데, 이 때문에 현지인들에게는 수탉교회(치킨교회)로도 불린다. 예수님이 잡혀갔을 때에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에 3번이나 자신을 부인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베드로는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했다. 이 일로 인해 수탉은 베드로의 약한 믿음을 말해줌과 동시에 ‘회개’의 상징이 되었다. 건물 좌우에는 성 바오로와 성 베드로의 상이 서 있다.
성당 뒤편에 프랑스의 루르드의 동굴을 닮은 성모동굴이 있고 성모상을 모셨는데 성모상 밑에는 벨라뎃다가 성모님을 우러러보고 있고, 그 아래 신비의 약수가 솟는 샘이 있다. 샘 위에는 ‘聖水’, ‘NUOC THANH’, ‘HOLY WATER’, ‘성수’ 등 몇 개 국어로 적어 놓았고 마실 수 있다고 적어 놓았다.
성전 내부에 들어나니 성당 앞부분에만 그리스식 열주가 있고 천장은 높다란 아치형이다. 벽면에 십자고상이 있고 그 아래 제대가 있을 뿐 제단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제대 좌우에는 성모상과 성 요셉상이 배치되고 제대 앞 좌우 벽면에는 스테인글라스화가 걸렸다. 안드레아 등락 사제와안드레아 퓨엔 순교자도 볼 수 있다.
우리가 9월 20일을 성 김대건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로 정하고 103위 성인을 기념하듯, 베트남도 11월 24일을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순교자 축일로 정하고 117위 순교 성인을 기념한다. 이처럼 안드레아 등락 사제는 베트남 순교 성인을 대표한다. 그리고 안드레아 퓨엔은 베트남 최초의 순교자이다. 등락 성인의 뒤는 예수님이시고 퓨엔 성인은 순교자의 상징 팔마 가지를 들고 있다.
다시 성당 밖으로 나온다. 사무실과 교리실 같은 부속 건물 앞에는 성 안드레아 퓨엔 상이 서 있고, 성당 마당 한쪽에는 아버지 성 요셉의 목수 일을 돕는 어린 예수님의 조각상이 있고 그 반대쪽에는 피에타 상이 있다.
오후 3시가 좀 지나 다낭 대성당을 떠났다. 버스를 타러 가는데 성당 바로 옆에 있는 성 바오로 수녀원을 지나면서 들렀다. 관광객 금지 표지판이 있는데 아마도 우리 일행을 순례객으로 인정하여 방문을 허용한 것 같다. 엄청 많은 건물과 시설이 있는데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오후 3시 반. 오늘의 순례 일정은 끝났다. 순례 옵션인 발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에서 마사지는 필수 코스이다. 물론 원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쇼핑 센터 방문이 없는 대신 이조차 안 갈 수는 없다. 약 1시간 반 소요.
발마시지를 마치고 순례단의 요청에 따라 롯데마트에 가서 기념품 구입.
식당 ‘에모스’라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이번 순례 일정의 마지막 밤을 미케비치 해안에 위치한 복코 마 벨레 호텔로 이동하여 피곤한 몸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