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하) 7-(1)춘향전(春香傳)
민근홍 언어마을
[단원 해제]
'춘향전'은 판소리로 불리다가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로 이본이 무려 120여 종에 이를 정도로 사람들의 호응을 많이 받아왔던 작품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본은 완판본 '열녀 춘향 수절가'로 비교적 판소리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고전 소설과 판소리의 관계를 학습하기에 적절한 제재이다. 이 작품을 하나의 소설로 감상하면서도 판소리의 제반 요소가 작품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아울러 관심을 갖도록 하자.
[작품 개관]
▷ 문종 : 고전 소설, 염정(艶情) 소설, 판소리계 소설
▷ 문체 : 4.4 조에 바탕을 둔 운문체와 산문체가 결합된 문체이다.
호흡이 짧은 어구를 반복하여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조선 후기 숙종조, 전라도 남원과 한양
▷ 형성 과정 :
열녀 설화, 신원 설화 등(구전 설화) → 춘향가(판소리 소설) → 춘향전(고전 소설) → 옥중화(신소설)
▷ 구성 :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교과서 수록분은 '절정, 결말'부분인)
▷ 특징 :
1) 판소리 특유의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표현이 많이 나타난다.
2) 다양한 수사법과 확장적 문체를 통해 표현의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3) 서술자가 작품의 전면에 나타나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편집자적 논평이 빈번히 나타나 있다.
4) 전라도 방언을 다양하게 구사하여 현장감을 높였다.
▶ 주제 : 신분을 초월한 남녀 간의 사랑, 불의(不義)한 지배 계층에 대한 서민의 항거
▷ 의의 :
1) 판소리계 소설의 대표작이다.
2) 조선 후기 대표적인 서민 소설로서, 당시 서민의 풍속을 잘 그리고 있다.
3) 당대 사회에 싹트고 있던 근대 의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내용 정리]
처음 : 줄거리 - 이 도령과의 이별과 춘향의 하옥
절정 : - 탐관오리에 대한 이 도령의 풍자
- 이 도령의 암행 어사 출도
- 춘향과 이 도령의 재회
결말 : 춘향과 이 도령의 백년 동락
[춘향전의 근원 설화]
▷ 암행어사 설화 : 암행 어사가 관력자나 부자의 횡포를 징치하고자 약자의 한을 풀어 주었다는 내용의 설화 - 박문수 설화, 성이성 설화, 이시방 설화
▷ 열녀 설화 : 여자가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정절을 지켰다는 내용의 설화 - 지리산녀 설화
▷ 관탈 민녀 설화 : 임금이나 관리가 평민의 내용으로 하는 설화 - 도미 설화, 우렁색시 설화
▷ 신원 설화 : 억울하게 죽은 혼의 원한 풀이를 내용으로 하는 설화 - 남녀 추녀 설화, 박색터 설화
▷ 염정 설화 : 기생과 양반 자제의 사랑을 내용으로 하는 설화 - 성세창 설화
[갈등 구조와 주제 의식]
▷ 춘향과 변학도의 갈등 : 이 도령에 대한 절개를 지키려는 춘향과 권력을 이용하여 춘향을 유린하려는 변학도 사이의 갈등 - 탐관오리에 대한 서민의 갈등
▷ 이 도령과 변학도의 갈등 : 탐관오리를 징치하려는 이 도령과 학정을 일삼는 변학도 사이의 갈등
- 권선징악
▷ 춘향과 사회의 갈등 : 퇴기의 딸이라는 신분적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춘향과 신분 질서가 엄존하는 사회의 갈등 - 여성의 인간 해방
[서술자의 서술 태도]
대부분의 고전 소설과 마찬가지로 '춘향전'에서도 서술자가 작품 속에 개입하여 자신의 의견을 직접 피력하는 부분과 판소리의 공연 예술적 성격을 반영하여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부분이 눈에 많이 띄는데, 이러한 서술을 우리는 흔히 편집자적 논평이라고 한다.
- 등 밀쳐 내니 어찌 아니 명관인가
- 한참 이리 요란할 제 물색없는 거동 보소.
- 청파 역졸 거동 보소
- 춘향의 높은 절개 광채 있게 되었으니 어찌 아니 좋을소냐?
- 한참 이리 즐길 적에 춘향 모 들어와서 가없이 즐겨하는 말을 어찌 다 설화(說話)하랴.
[양반의 말투와 민중 말투의 뒤섞임]
판소리는 원래 서민 광대들이 지어 부르다가 차츰 상층 사회의 애호를 받음으로써 더욱 융성, 발전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민중의 말투와 양반의 말투가 섞여서 나타난다. 상스럽고 비속한 말들은 서민들의 말투로 판단할 수 있고, 전아한 한자어나 고상한 시구, 문헌에 나오는 말 등은 양반들의 기호나 취향을 반영한 말투로 볼 수 있다.
[주제 의식]
'춘향전'은 '여성의 굳은 정절'이라는 유교적인 도덕률을 강조한 소서로 볼 수도 있고, 이와는 반대로 '신분적 제약의 타파를 통한 인간적 해방'이라는 근대적 주제를 다룬 소설로 볼 수 있다. 정절은 유교라는 사회 규범에 순응하는 행위인 반면, 신분 차별의 철폐를 시도하는 것은 당시의 사회 규범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주제는 일견 사로 모순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분을 초월한 애정(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정절 관념(유교적 윤리 규범)을 도구적으로 내세웠다고 본다면, 이러한 주제의 상반성에서 생겨나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춘향전'의 상반된 두 주제를 대립적인 관계로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춘향전'은 이처럼 다양한 줄거리를 갖는 이유는 구비 문학으로서 오랜 세월 첨삭, 변이의 단계를 거친 후 문자로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詩作과 의미]
부패한 지방 정부 수령의 가렴 주구와 농민 수탈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와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철없는 망나니 양반 자제로만 보이던 어사또가 애민적인 인물로 변모했는데, 이러한 어사또의 시는 이 소설의 사건 전개에 있어 극적인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의 극적인 반전은 그 동안 백성들에게 갖은 악행을 하며 그들 위에 군림했던 탐관오리들이 어사또에 의해 징벌을 받는 부분에서 일어난다. 어사또의 한시는 지배 계급의 부도덕성을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이러한 일들을 은영 중에 암시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암행 어사 출도 부분의 감동성과 구조]
암행 어사 출도 장면이 주는 감동은 치밀하게 조직된 플롯의 긴장이 일으키는 효과보다는 다른 요인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요인이란 길 게 부연된 사설 속에서 골계화(滑稽化)된 아수라장의 숨가쁜 모습과 이를 효과적으로 연출하는 음악성 - 자진 모리 장단의 급박하고도 경쾌한 흐름이 일치된 작용이다. 극도의 희화적 과장으로 연속된 사설(辭說)은, 청중들의 정의감이 예상한 바를 충족시키면서, 허둥거리는 관속들의 모습과 야단스런 난장판을 흥겨운 음악으로 노래한다. 이렇게 사설, 장단, 발림이 동시적 결합을 이루어 발휘하는 흥과 통쾌감은 이 부분만이 엮어진 구성상의 긴장에서가 아니라, '어사 출도 장면'이라는 상황이 지닌 의미, 정서를 수사와 음악으로 확대, 강화함에서 이룩된 것이기 때문이다.
[춘향의 下獄이 지니는 의미]
춘향은 단호한 자세로 수청 욕구를 끝내 거절한 죄로 옥에 갇히게 되는데, 이러한 춘향의 사정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 사대에서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위해서 거쳐야 할 일종의 통과 제의적인 시련으로 볼 수 있다. 즉, 10대의 치기(稚氣) 어린 풋사랑을 성숙된 것으로, 춘향을 기생 월매의 딸에서 기생이 아닌 자유인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설정된 소설적 장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감옥은 단군 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근신했던 '굴[穴]', 또는 심청전에서 심청이가 뛰어들었던 인당수와 같은 재생을 위한 제의적(祭儀的)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체적 이원성]
판소리계 소설에는 상스럽고 비속한 말투와 고상하고 우아한 양반들의 말투가 함께 나타난다. 서민 예술로 출발한 판소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양반들에게까지 사랑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판소리 광대는 새로운 관객인 양반들의 기호에 맞도록 유식한 문자로 사용하여 사설을 꾸미게 된다. 여기서 춘향이 중국 시인 왕유의 시를 인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춘향의 신분이 천기 소생임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현실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의 근간이 되었던 판소리는 사실성이나 개연성보다는 청중의 흥미와 기호를 더 중시한다. 그러므로 이 부분도 양반 청중들을 의식해서 원작과는 관계없이 나중에 판소리 창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첨가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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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춘향전(02)_천재(박)Ⅱ 국어 1학년 2학기 중간 [29문제] [Q].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