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화홍련전 민근홍 언어마을 ■ 핵심정리
1. 갈래 : 고전 소설, 가정 소설 2.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3. 연대: 조선 효종? 4. 작가 : 미상 5. 주제 : 권선징악(勸善懲惡), 가정 불화로 인한 비극과 한(恨)풀이 6. 의의 : 계모형 가정 소설의 표본 7. 출전: 파리 동양어학교본<장화홍련전>
■ 줄거리
세종 때 평안도 철산에 배 좌수와 강씨 부인이 장화, 홍련 두 딸과 살다가 강씨가 먼저 죽었다. 배 좌수는 후사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허씨를 후처로 들였다. 허씨가 잇달아 아들 셋을 낳았으나, 배 좌수는 전실의 소생인 장화, 홍련을 애틋하게 여겼다. 허씨는 시기심으로 장화, 홍련을 학대하던 끝에 장화가 낙태한 것처럼 흉계를 꾸몄다. 배 좌수가 허씨의 흉계에 속아서 장화를 외가로 쫓아버리고 장쇠를 시켜 연못에 빠뜨려 죽게 하였다. 갑자기 범이 나타나 장쇠를 물어 병신이 되게 하니 허씨가 분노하여 홍련까지 모해하려 하였다. 장화의 죽음을 알게 된 홍련은 유서를 남기고 장화가 죽은 연못에 투신하였다. 두 처녀가 원귀가 되어 부사에게 신원하여 줄 것을 하소연 하니 부사마다 기절하여 죽었다. 담력이 강한 전동호가 철산 부사를 자원하여, 원귀의 호소에 따라 내막을 밝혀 낸다. 부사는 허씨와 장쇠를 죽이고 장화, 홍련의 시신을 건져 안장하여 그 혼백을 위로한다. 배 좌수가 세 번째 부인으로 윤씨를 취하였더니 그 몸을 빌려 장화, 홍련이 쌍녀로 재생한다. 배 좌수는 쌍녀를 평양 이연호의 쌍남과 혼인시키니 모두 부귀를 누리며 잘 살았다.
■ 이해와 감상
조선 후기의 가정 소설로, 작자-연대 미상(未詳)이다. 효종(孝宗) 때에 철산 부사로 가 있던전동흘이 겪은 실화(實話)를 후인(後人)이 소설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뒤에 나온 계모형 가정 소설의 표본이 되었던 것이니만큼, 악독한 계모에게 온갖 학대를 받다가 끝내는 계모의 흉계에 죽어가는 전처(前妻) 소생에게 동정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고는 악행(惡行)에 대한 증오심을 환기시켜서 조선 시대 소설의 공통적 주제인 권선징악(勸善懲惡)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보고자 한 작품이다.
■ 장화홍련전의 적층문학적 성격
장화홍련전의 소설 구조를 살펴보면 장화와 홍련이 물에 뛰어드는 것을 분기점으로 하여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전자는 '계모학대형 소설'의 구조를, 후자는 '공안류 소설'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태몽 설화, 적강화소, 청조의 길안내 전설, 원혼의 공청출현설화, 재생환생 설화 등 여러 가지 설화를 포용하고 있다. 이로 보아 이 소설은 어떤 하나의 실담이 소설화하였다고 보기보다는 어떤 이야기가 상당한 시간을 지나면서 많은 다른 이야기와 화소들을 첨가시켜 다듬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즉, 작자에 의한 하나의 창작이라기보다 어떤 이야기의 골격을 중심으로 발전을 거듭한 적층문화적 성격을 지녔다고 봄이 타당하다.
■ 장화홍련전에 나타난 인물들의 갈등 양상
장화홍련전의 뛰어난 점은 인물의 전형성과 인물간의 대립, 갈등 양상이 치밀하다는 점이다. 장화홍련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가 약간씩 기형적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다. 구태의연한 방법인 선인 악인의 대립을 심화시킴에 의해 흥미를 유발시키려 하지만 선인 자체도 약간의 문제성이 있다. 장화홍련은 극심한 어머니 콤플렉스의 소유자, 계모는 열등컴플렉스에 빠져 전처 소생에 대한 학대를 일삼고 자식인 장쇠까지 불행에 빠뜨린다. 배좌수는 우유부단하고 용렬한 인물이라서 갈등을 풀지 못하고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간다. 이와같이 장화홍련전에는 개별 인물의 왜곡된 성격 때문에 인물간에 극도의 대립을 보인다. 이 문제를 풀 사람은 배좌수밖에 없지만 그의 성격 또한 우유부단하기 때문에 중간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파란으로 몰고갈 뿐이다.
■ 소설 문학에 나타난 한(恨)
소설에 있어서는 개인과 개인의 갈등,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 또는 개인과 국가(혹은 민족) 사이의 갈등의 심도에 따라 한(恨)이 되기도 하고 원(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갈등의 심도가 낮으면 한으로, 심도가 깊으면 원(怨)이 되는 것이다. 또, 갈등의 심도가 깊다 할지라도 원이 복수 의지로 발전하지 않고 종교적 해한(解恨)의 차원에서 극복될 때, 즉 한이나 원이 휴머니즘으로 극복 승화될 때 그것은 화해와 사랑으로 정화된다. 여순 반란 사건을 소재로 한 김동리의 '형제'는 원한이 복수로 발전하지 않고 휴머니즘적 인간의 사랑으로 극복된 좋은 예이다.
아무튼, 소설은 시에 있어서보다 인간적 갈등의 심도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원한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타력이나 가학적이 아니고, 자기 마음 속에서 무엇인가 후회하고 희구하고 마음 아파하는 데서 생기는 자한(自恨)이나 회한, 정한이 소설 작품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나 '이생규장전', 김만중의 '구운몽' 등은 자한의 소망을 작품을 통하여 이루어 본 것들이다. 이와 같은 자한, 회한, 정한은 뒤에 김동인의 '배따라기'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이어지며, 우리 나라의 서정주의에 가까운 소설들은 모두 이러한 자한, 회한, 정한이 기초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고전 소설에서는 정한보다는 원한을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인 원한을 다룬 작품으로는 '운영전', '사씨남정기', '장화홍련전' 등이 있고, 궁중의 원한이 나타난 궁중 소설로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어느 궁녀의 '계축일기'(일명 서궁록), '인현왕후전' 등이 있다.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결한과 해한이 나타난 작품으로는 허균의 '홍길동전'과 작자 미상의 '춘향전'을 들 수 있다. 또 민족의 원과 한을 다룬 '임진록'은 패배한 민족의 역설적인 해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 현대 소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이광수의 '무정'에도 망국한이 보인다. '무정'은 바로 원한의 소리이다. 일본 헌병에게 잡혀 감옥살이를 하는 아버지에게 차입하여 줄 것을 사기 위하여 박영채는 기생으로 몸을 판다. 그러나 그 몸값을 중개인에게 사취당하고, 대동강에 빠져 자살하려고 한다. 박영채의 자살 기도 동기는 표면적으로는 정절이 깨어진 데 있지만, 실제로는 이형식에 대한 우회적 복수에 있다. 국권 상실로 이한 망국한이 박영채에게 투영된 것으로, 냉혹한 사회와 이형식에 대한 박영채의 원한은 곧 망국한이다. '무정'의 망국한은 채만식, 염상섭을 거쳐 이무영, 심훈, 김유정, 나도향, 김동리, 박경리, 등의 소설에서 나타나며, 1950년대 이후에는 조국 분단의 한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호철의 '월남한 사람들', 이문구의 '해벽', 김원일의 '노을', 윤흥길의 '장마',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한승원의 '안개바다', 조정래의 '인간의 탑', 유재용의 '누님의 초상', 현기영의 '순이 삼촌' 등에 분단의 한, 고향 상실의 한, 동족 상잔의 한 등 분단 시대의 민족의 한이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전 소설에서와는 달리, 신소설 이후의 소설에서는 원한이 복수를 통하여 해원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원한 감정은 복수 의지로 해원되지 않고 용서와 화해로 풀려 소설 미학으로 수용되고 있다. 또 가학자(원한을 준 사람) 쪽에서 죄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풀어 주려고 한다. 우리의 현대 소설에서 원한 감정은 휴머니즘으로 극복되고 있으며, 특히 6.25 소설들은 원한 감정을 화해와 용서로 풀어 민족의 동질성을 찾으려 하고 있음은 퍽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순태, 한(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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