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과 물리학] 25. 시공간의 탄생
- 150억년전 우주 하나의 점서 탄생 -
- 진공서 물질 출현 …‘시고공중 무색’증명 -
경전에서 말하는 색과 공을 물리학적으로 살펴볼 때 공을 물리적 진공으로 생각하면 진공중에서 입자-반입자의 쌍이 생겨나고 입자-반입자의 쌍이 소멸되어 진공으로 돌아가니 이 사건만으로도 색과 공은 서로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전은 아예 공 가운데 색이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즉 ‘…시고공중 무색…’을 우주 전체에 적용시켜 보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자론이건 상대이론이건 모두 색과 아(我)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아(我)’에 집착하는 한 아도 있고 색도 있는 것이 된다. 그것이 비록 집착이 만들어낸 헛것이라고 하더라도…. 아상은 탄생을 갖는다. 전생이 있던 없던 ‘아’는 시작과 끝을 갖는다.
그렇다면 색에도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일까? ‘…시고공중 무색…’이라는 말을 역으로 해석하면 공(空)중에는 색이라 할만 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색을 본다면 그렇게 보이는 색은 ‘아’가 공 가운데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뜻이 된다.
물리학적으로 풀이하면 물질과 시공간이 함께 진공중에서 나왔다는 뜻이 된다. 물리학자들은 실제로 물질과 시공간이 함께 진공중에서 홀연히 출현하였다고 믿는다. 물질과 시공간 모두가 어느 순간 탄생한 것이라는 학설이 있다. 이른바 우주의 탄생과 기원에 관한 대폭발 모형이다. 살펴보기로 하자.
일반상대성 이론이 발표된지 몇년 후 프리드만(Friedman)이라는 물리학자가 우주의 모형을 나타내는 방정식을 풀어 답을 얻었더니 우주는 풍선이 팽창하듯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별과 별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으며 거리가 멀수록 비례하여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답이 나왔다.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우주는 결코 안정된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안정된 우주를 물리학에서는 정상상태(stationary state)의 우주라고 부르는데 당시의 물리학자들은 정상우주를 믿고 있었다. 우주의 크기는 일정하고 이 일정한 크기 내에서 질서있게 별들이 움직인다고 믿었던 것이다.
상대성이론의 창시자인 아인슈타인마저도 정상우주를 믿고 있었다. 자신의 이론으로부터 정상우주에 관한 답을 얻을 수 없게되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을 수정하여 정상우주에 관한 답을 이끌어 낼 정도로 당시의 물리학자들은 모두 정상우주를 믿고 있었던 것이다.
프리드만의 이론이 맞는다면 이 이론을 거꾸로 생각할 때 우주는 150억년전 쯤에 는 우주가 하나의 점에 불과하였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우주란 물질 뿐만 아니라 시공간 전체를 뜻하는 것이므로 150억년 전 어느 순간 하나의 점(點)으로부터 시공간과 물질이 나타났다는 뜻이 된다. 이 점의 크기는 원자(原子)의 크기를 일억분의 일로 쪼갠 것을 다시 일억분의 일로 세번쯤 쪼갠 것만큼 작은 것이므로 크기가 없는 글자 그대로의 점이라고 생각해도 큰 잘못은 없다.
프리드만의 이론이 나온 후 7년쯤 되었을 때 허블(Hubble)이라는 천문학자가 은하계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관측하였다. 은하계는 실제로 거리가 멀면 멀수록 비례하여 더 빨리 멀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관측사실이 있는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지만 우주가 한점으로부터 폭발하여 그 때 비로소 시간과 공간의 시작이 있었고 물질이 생겨났느냐에 대한 물음에는 더 많은 관측사실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더 많은 관측사실이 있다. 프리드만의 수학적 모형을 바탕으로 하여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고 나아가 우주가 한점으로부터 출발하였다면 예견될 수 있는 물리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델이 앞서 말한대로 대폭발 모형 인데 이 모형에는 여러가지 모델이 있고 세부적인 차이가 있어 아직까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나 이론과 실험 모두에 걸쳐 우주는 대락 150년전 쯤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탄생하였다는 사실에는 많은 물리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시고공중 무색…”이므로 진공에서 색이 출현할 수도 있으나 이 색도 결국엔 무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성구 <이화여대 교수.물리학>
[출처 : 부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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