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언덕 위의 좋은 예수님 성당’
(Bom Jejus Do Monte)
산티아고에서 포르투갈로 향하며 클라라가 잠시 스페인의 역사
얘기를 하였다. 레콩키스타(Reconquista)라는 무슬림에게 점령
당했던 지역의 탈환을 위한 가톨릭교도의 국토회복 운동을 설명
하면서 산티아고(스페인어로 성야고보)의 유래와 성인을 기리기도
하고 전쟁의 구심점이 필요하여 성 야고보 대성당 건립을 818년에
시작하여 1211년 완성 봉헌하였다는 것이다.
처음 이 순례에 참가할 때에는 산티아고가 무슨 뜻인지 어디
있는지 무얼 하는 곳인지를 몰랐었다. 단지 배우자 엘리가 성지
순례길에 동행하자 하여 걷는 것만을 생각하고 따라 나섰었다.
생각해보면 산티아고는 스페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미의
칠레, 과테말라, 미국의 샌디에이고, 필리핀의 포트 산티아고 등
세계에 그 이름이 널리 있었다. 왜 그런 이름들이 붙여졌는가는
앞으로의 숙제이리라.
산티아고(야고보) 대성당
클라라의 얘기를 듣던 중 모처럼 과거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각인이 되어 있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엘시드’라는
영화였다. 가슴에 화살을 맞은 엘시드가 화살을 빼면 살 수
있지만 아내에게 부탁하여 화살을 빼지 않고 그의 소원대로
백마에 태워 안장에 고정된 채 칼을 들고 무슬림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상대편을 혼비백산 도망치게 만들어 승리를 거두는
영웅의 대서사시적인 장면. 그런데 그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었으며,
발렌시아의 영토를 지배했다가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가 아니라
패배했으며, 현재 부르고스 대성당에 그의 부인과 함께 합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30년 이상 봉인되어 왔던 영웅의 기억이
각색된 것이었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랍고 혼란스런 기분이 들었다.
잠시 비고(Vigo)에서 휴식을 취한 뒤, 곧 “뭐 이래.” 할 정도로
검문이나 검색 없이 우리 일행들은 순례버스를 탄 채 포르투칼
국경선을 넘었다. 야고보 성인이 처음 발을 디딘 피니스테레
(땅끝마을)로 가는 것이 예정된 목적지였는데 주말이라 복잡하다며
신부님께서 브라가에 있는 ‘언덕 위의 좋은 예수님 성당’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언덕 위의 좋은 예수님 성당
클라라가 능청스럽게 “언덕 위 성당까지 이르는 길이 제법 길고
오르막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하면 껌값이죠.”하며 운을 뗀다. “언덕으로 오르는 구불길 코너마다 내부에 실물 크기로 만들어 진
십자가 고난의 길 형상들이 들어있는 작은 예배당 14처가 있고,
이 길을 지나 올라가면 성당으로 향하는 계단길이 나와요. 처음은
바로 올라가는 ‘십자가의 계단’으로 계단 양측에 예수님 수난의
형상이 있는 작은 각이 있고 다음은 지그재그 형태의 눈, 귀, 코,
미각, 촉각의 오감의 물이 나오는 분수가 있는 ‘오감 (五感)의 계단’
으로 인간의 탐욕을 경고하며 그리고 그 위에 믿음, 소망, 사랑을
상징하는 ‘삼덕(三德)의 계단’을 올라가야 성당입구가 나타나요.”
라는 설명을 듣고 있을 때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운전기사
토미가 실수로 정상까지 버스를 몰고 와 버렸다. 언덕을 오르며
신비의 계단들을 밟고 성당에 들어서려던 우리들의 꿈이 깨어진
것이다.
언덕 위의 좋은 예수님 성당 입구 계단(걸어서 올라감)
십자가의 길
오감의 계단
삼덕(三德)의 계단
세계 3대 성지 중 한 곳인 산티아고 대성당을 보고 와서인지
성당은 그다지 크지 않게 느껴졌지만 특색이 있었다. 정면에
중앙의 십자가 아래 루카, 요한, 마태오, 마르코 4 성인이 복음을
들고 있고 그 오른 발 옆에는 각각 양, 독수리, 천사, 사자가 보이며,
그 아래의 우측 벽에 왼손엔 책을 오른손 주먹은 들고 있는
예레미야 선지자와 좌측 벽엔 오른 손으로 왼손 위의 해골을
가리키고 있는 이사야 선지자가 보인다.
언덕 위의 좋은 예수님 성당 입구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중앙의 제단 뒤편에는 특이하게도 십자가의
예수님뿐만 아니라 좌우 십자가에 매달린 두 명의 죄수와 그 아래에
성모 마리아 일행과 창을 들고 지켜보는 병사들까지 형상화되어 있어 골고다 언덕의 상황을 보는 것 같았다.
제대 뒤편의 골고다 언덕의 모습
성당 우측엔 유명한 ‘유물의 제단’이라고 성인들의 동상이 인형처럼
층층이 놓인 제단과 그 아래엔 성 클레멘트의 유해가 유리를 통하여
보인다.
유물의 제단(성인들의 동상)
성당 좌측엔 파티마의 성모상이 보였고 그 옆의 작은 경당으로
들어서니 십자가에 매어달린 예수님을 바라보는 성모마리아의
애절한 눈빛과 가슴에 꽂혀진 7개의 칼! 말문이 막혀왔다.
여태껏 어느 성당이나 박물관에서 이런 성모상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인(忍)이라는 한자는 심장
위에 칼날이 있는 무시무시한 글로 세 번을 참으면 사람도 살린다고
한다. 성모님은 얼마나 많은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냈을까.
파티마 성모님
칠고의 성모님
우리 일행들은 성당 앞에서 여유롭게 브라가 시내를 내려다보며,
삼덕의 계단과 오감의 물이 나오는 분수를 지그재그로 내려 왔다.
그리고 십자가의 계단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모두가 이구동성
으로 너무나 의미가 깊고 아름답게 잘 꾸민 계단과 성당이라고 정말
잘 데려와 주셨다며 그 감동들을 표현하는 것이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 박승근님의 순례기를 제가 대신하여 올려드립니다.
첫댓글 칠고의 성모상...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의미있고 아름다운 언덕 위의 예수님 성당 잘 봤습니다.^^
참을 인자와 성모님의 묵상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사진과 글, 감사드립니다. 은혜로움 오래토록 간직하시길요~~~^^
+ 야훼이레
쉽게
언덕 위의 좋은 예수님 성당
참배하도록
길잡이가되신 예수님 감사 합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새롭게 사색할수있도록 귀한자료
감사드립니다.
다리 아프다고 힘든다고 위에서 아래로
길이신 주님께서 초대 ^^
그래도 묵상 잘하고
나눔하면서 ^^;
어떤것도 우연은 없어니까요 감사합니다.
좋은 예수님 성당. 잘 보았습니다.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