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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黃氏)의 『한중록(閑中錄)』에 이르기를, “북쪽 오랑캐의
방언으로 은(銀)을 몽고(蒙古, mongo)라 부른다. 그래서 원(元)나라의 선조들은 ‘은의 나라’라는 의미로 국호를 ‘몽고’라 하였다. 이는
청나라의 선조인 여진이 ‘금의 나라’라는 의미로 국호를 ‘금(金)’이라 한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김(金)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신라와 가야의 후손이다. 이들은 모두 금빛 상자와 금빛 알에서 시조가 태어났기 때문에 그러한 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라
이름인 ‘금(金)’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붙인 것이다. 그런데도 김씨를 금씨라 부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일설에 의하면, 고려가 금나라를
대국으로 섬겼기 때문에 금씨가 김씨로 바뀐 것이라 한다. 즉, 금나라의 국호를 함부로 부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黃氏『閑中錄』云: “北狄稱銀曰蒙古, 元之先國號蒙古, 如淸之先國號金也.”
我國之姓金者, 多新羅․伽耶之後, 皆因金櫃·金卵而得, 國之號金, 亦不過如是也. 音與金銀之金不同, 說者謂以高麗服事金, 而金姓變音也, 盖嫌其僭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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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李瀷, 1681~1763), 『성호사설(星湖僿說)』
「몽고금(蒙古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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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김천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경계가 맞닿은 삼남
내륙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 행정구역의 이름은 ‘金山’이었으며 교통의 요지로 파발마가 빈번하게 오가는 ‘金泉’ 역참이
있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金陵’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같은 지역의 이름을 앞의 것은 ‘김산’과 ‘김천’이라 읽고 뒤의
것은 ‘금릉’이라 읽어 왔다. 똑같이 ‘金’ 자를 쓰면서 왜 달리 읽는지 어릴 적부터 늘 궁금했다.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우리나라 지명 가운데 김해(金海), 김포(金浦), 김제(金堤), 김화(金化) 또한 ‘금’이 아닌 ‘김’으로 읽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제는 삼한 시대 대표적 저수지인 벽골제(碧骨堤)가 있어 붙여진 오래된 이름으로, 금처럼 단단하게 쌓은 제방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 뜻을 살리자면 ‘김제’가 아니라 ‘금제’라 불러야 옳지 않을까? 여전히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고유 지명에 사용하는 ‘金’ 자는 ‘김’으로 읽었다고 한다. 예외적으로 ‘金陵’을 ‘금릉’으로 읽은 것은 중국 지명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며,
그래서 이태백이 올라가 시를 지었다는 봉황대(鳳凰臺)와 같은 이름의 정자를 이곳 금릉에도 세운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지명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적 성씨인 김씨(金氏)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성호 이익의 시대에도 같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천 년 이상을
습관적으로 그렇게 불러 왔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쓴 것이 아닐까?
성호는
금씨가 김씨로 불리게 된 연유를 밝히기 위해 먼저 명나라 학자 황부(黃溥)가 지은 『한중금고록(閑中今古錄)』을 인용하여 몽고와 금나라의 국호가
생기게 된 유래를 언급한 다음 김씨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그에 의하면 우리나라 김씨의 대부분은 경주 계림의 금빛 상자에서 나온 김알지와
여섯 개의 금빛 알을 깨고 태어난 여섯 가야 왕의 후손들이며, 그들이 ‘金’씨 성을 가지게 된 것은 여진이 국호를 ‘金’이라 정한 것과 같다.
그런데 똑같이 금(金)에서 나온 성씨와 국호가 ‘김’과 ‘금’으로 음이 갈라지게 된 것은 고려 시대 북방의 금나라가 동아시아의 최강국으로
등장하면서부터이다. 당시 금나라는 거란의 요나라를 멸망시킨 다음 중원의 송나라를 양쯔강 이남으로 몰아냈으며, 고려와는 군신(君臣)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약소국인 고려는 금나라의 국호인 ‘금’과 같은 글자를 쓰고 있는 금씨를 글자 그대로 부르지 못하고 약간의 변형을 가하여 김씨로
부른 것이다.
전통시대에는
제왕이나 성현을 존경하는 뜻에서 그 이름자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이를 피휘(避諱)라 하며 시대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였다. 대구는 원래 한자로 ‘大丘’라 썼으나 조선 후기에 들어와 ‘大邱’로 바뀌게 되는데, 이는 공자의 이름이 ‘구(丘)’였기
때문이다. 만약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글자라면 어떻게 하였을까? 김씨나 김천처럼 그 음을 달리 부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김씨에
대한 성호의 설명은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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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최채기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주요
저·역서
- 『고전적정리입문』,
학민문화사, 2011
- 『서울2천년사』(공저),
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 2014
- 『승정원일기』(인조/영조/고종대)
번역에 참여
- 『홍재전서』,『졸고천백』,『기언』,『명재유고』,『성호전집』번역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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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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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금은 중국어로 jin이어서 김이 금보다 원음에 가깝다고 생각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