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
예전에 농부님네들은 이맘 때부터 논둑이나 밭둑의 풀을 깎아주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예초기로 깎는 것이 아니라 낫으로 깎았다. 기다란 논고랑, 밭고랑을 다 깎으려면 며칠이나 아님 거의 한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사방 둑의 풀을 다 깎았을 쯤에는 처음 깎아주었던 곳에서는 풀들이 다시 새순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병충해나 벌레는 연하고 달달한 새순으로 이사를 한다.
경쟁자가 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진 모가 연할 때 벌레들이 달라붙기는 하지만 아직 논둑에는 잡풀들이 꽃을 피우고 같이 성장하기 때문에 많은 벌레들이 바람을 타고 물을 건너 억지로 모에게 이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잡풀이 씨앗을 맺으면서 억세지기 시작하면 자연적으로 벌레들은 아직은 연한 모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바로 이때 낫으로 제초작업을 하여 잡풀이 다시 새순을 올리게 한다. 그렇게 하면 벌레들은 굳이 물을 건너지 않고 깍아서 새순을 올리는 이웃동네로 발길을 돌릴 뿐이다.
일년에 한두 번 이렇게 잡풀을 깎아주면 벼에는 거의 피해가 없을 뿐 아니라 우렁, 드렁허리, 미꾸라지 때론 붕어나 송사리 등이 돌아다니며 병충해가 되는 것들을 먹어치운다. 벼가 이삭을 여물면 새들이 달라붙지만 맛난 물고기나 벌레들을 그냥 두고 이삭의 즙만을 빨아먹지는 않는다.
농약을 쳐서 먹을거리 즉 벌레나 송사리, 소금쟁이 같은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잘 익은 과일을 파먹어 미운털이 박힌 까치도 그들의 먹을거리를 인간이 농약을 쳐서 다 죽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의 먹을거리의 씨를 말려놓고 과일을 파먹었다고 나무라고 사냥을 시작한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 애꿎은 자연을 탓하는 것이다. 자연적 본능으로 살아가는 새나 벌레 등은 죄가 없다. 인간이 망쳐놓고 그들을 나무라며 천적이나 먹거리를 싸그리 없애고 그들도 사냥을 해버린다. 즉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애꿎은 대상에게 화풀이를 하는 꼴이다.
그런데 결국은 그 죄값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인간은 자연을 파괴한 댓가를 톡톡히 받고 있다. 그것도 잔혹하고 냉정하게 말이다. 농약사나 제약사의 농간에 놀아나면서 결국 자신이 질병에 걸린다. 그들의 돈벌이에 이용당하면서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농사가 식량보급의 유일한 수단일 때 더 많은 수확을 위해 병해충을 없애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농약사들은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농부들은 알게 모르게 농약에 중독이 되어 몸이 아파지기 시작한다. 그리되면 제약사들이 다 낫지도 않는 치료제를 내어 놓으면서 더불어 돈을 번다.
영농교육이다, 뭐다하면서 농민들을 기관에 모아놓고 각종 해충을 박멸하는 교육을 시킨다. 지속적인 교육은 쇄뇌가 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된다. 똑똑하고 배운 그들의 말이니 당연하다고 믿고 서슴없이 농약을 뿌려댄다.
농약은 뿌리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살포된 농약으로 인해 산천은 오염되고 농약성분을 빨아들여 자란 곡물이나 채소, 과일이 도시나 농촌 등 모든 식단에 오르게 된다. 결국 농약사는 나몰라라하며 자신들의 부를 쌓는데만 급급하다. 냉정히 따져서 불량식품을 파는 업자보다 더 나쁜 자들인 것이다.
깨끗히 씻어 먹으라고..?
그럼 채소나 곡물, 과일이 뿌리나 줄기로 빨아들인 성분도 씻어지는가? 사람들이 병이 들면 제약사와 병원, 약국이 돈을 벌고 또 병들게 만들어야 하니까 농약사에서는 열심히 농약을 치게 하는 것이다.
자연은 먹이사슬에 의해 균형을 유지해간다.
벌레가 있으면 천적인 새가 있고 고라니가 있으면 승냥이나 삵, 살쾡이가 있고 멧돼지가 있으면 곰이나 호랑이가 있는 것이다. 계체수는 그들이 굶어죽지 않을 만큼 생기고 서로 돌고 돌면서 세상은 자연의 순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결과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간다. 고통의 질병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노인들의 소원은 아프지 않다가 잠자면서 조용히 숨을 거두는 것이었다. 하루를 살더라도 고통의 질병을 앓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시각을 달리하고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자연의 법칙은 경이롭다. 그 경이로움에 어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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