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호수공원산책 - 일요일 아침에는 거의 올림픽공원엘 간다. 이 날도 잠실역에서 그곳으로 가려고 8호선 전철을 기다리는데 연장된 별내행로선이 눈에 들어왔다. 연장구간 중에서도 장자호수공원이 궁금했다. 그래서 몽촌토성역에서 내리지 않고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기왕에 알고 있던 암사 등 몇 개의 역을 지났고 암사역사공원도 있어서 구미가 땡겼으나 이참에는 일단 장자호수공원역으로 갔다. 역 6번출구로 나와서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일때 외국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자가 지나가기에 그녀에게 호수공원 가는 길을 물었다. 그녀는 '여기가 광장인데 똑바로 가시면 공원이 나온다'고 짧게 답하고 서둘러 지나갔다.
그녀의 말대로 얼미쯤 갔더니 오른쪽으로 꺾어서 가는 사람들이 보여서 그들을 따라갔다. 반원형의 광장에 들어서니 바닥에서는 칼라풀한 물안개가 불꽃처럼 솟아오르고 위쪽에서도 신령스런 물안개가 광장으로 내리고 있었다. 속으로 '세상 너무 좋아졌다'고 생각하면서 '몽유도원도'를 떠올려보았다. 사람들은 물론이고 주인 따라 나온 견공들도 꿈길 속을 걷는 것 같았다.
그들을 따라가다 말고 호수를 찾아보았다. 왼편으로 구릉이 있었고 그 너머로 그다지 크지 않는 호수가 보였다. 호수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언덕진 길을 따라 호수가장자리 가까이 내려갔다. 호수의 머리부분에 해당된 곳에서는 폭포가 두군데 있었는데 크지도 않고 평평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별로였다. 그 뒤편으로 태극기가 있어서 민밋함을 감해주었다. 태극기를 좋아해서 그 이와 폭포가 한 컷에 나오도록 셀카 인증샷을 남겼다.
호수가장자리를 따라서 가니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두 개 있었는데 가능하면 제대로 돌아보려고 먼저 것은 패싱했다. 이어서 장자교가 있었다. 호수 이름이 장자호수라니 중국 賢者 '장자'와 무슨관계가 있는지...궁금했다. 그래서 견공과 함께 산책중인 중년부인에게 그 유래를 물으니 '저기쯤 어딜 가면 있을 거'라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운동하는 곳으로 갔는데 공원조성사업설명만 있었다.
되돌아 나와서 멋드러진 장자교를 넘어가다가 인증샷도 남겼다. 그 다리를 건너니 뜻밖에 농촌풍경이 전개되었다. 밭귀퉁에는 잎이 커다란 토란잎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더위에 지친 모습이었다. 그 옆으로는 키가 작달막한 고추나무들도 시들시들해 보였고 그 옆으론는 가지나무들이 있었는데 가뭄 때문인지 까지들이 비폐로웠다.
그 밭뚝에는 농부의 아내로 보이는 노파가낡은 해가림막 밑에서 그 밭에서 난 것인가 싶은 푸정거리를 늘어놓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노파와 대화하고 있었다. 나도 염사가 있어서 다가보니 호박, 고추, 완두콩, 가지등이 놓여있었다. 먼저는 호박이 탐이 났으나 물어보고사지 않으면 결례일 것 같아서 참았다 농로를 따라서 몇 걸음 더 걸어가지 이번에도 장마당이 열리고 있었다
대충 들여다보니 이번에는 호박은 없었고 그대신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대가 눈에 들어왔다. 껍질을 벗긴 고구마대가 채반 두개에 무더기로 있어서 가격을 물어보니 2,000원이라했다.주머니를 뒤줘서 이천원을 내밀면서 좋은 거로 주세요 했더니 아주머니는 '마침 천원짜리가 있어서 잘 되었네요'했다. 노파가 검정비닐에 고구마대를 한웅큼 담아주었고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헤어졌다.
다시 산책길이 이어졌는데 '가을'을 노래한 시화판 등이 여러개 세워져있었다. 그리고 옆으로는 황토길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맨발로 걸으면서 즐거워했다. 나는 그럴 시간이 없어서 그 건 생략하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역사로 들어갈 때 출입문 유리창에 비추인 내 행색을 보니 허접하고 땀냄새도 스물스물 나는데다 검정비닐까지 들어서 좀 머시기했다. 그래서 승객이 거의 없는 칸 경로석 귀퉁이를 찾아갔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내에게 별것이나 구한 것처럼 내밀었고. 아내는 점심 반찬으로 만들어주었는데 내가 구해서 먹어서인지 맛이 엄청 좋았다. 그런데 지근거리에 살고 있는 둘째 아들녀석이 나처럼 이걸 좋아하는데 나눠줄 양이 못되어서 아쉬웠다. 다음에 가게되면 더블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2주일 후 다시 찾게 되었는데 이참에는 걷는 것보담 고구마대를 사가기위해서였다. 그래서 서둘러서 가는데 이전에 패싱했던 효행교 다리 옆에서 한 할머니가 밭에서 난 농산물을 이것저것 팔고 있었다. 들여다보니 대뜸 고구마대가 눈에들어왔는데 3무더기였다. 가격을 물으니 이전 딴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2,000원씩이란다. 3무더기를 5,000원에 흥정했다.
노파는 하얀비닐에 싸주었는데 걸어가면서보니 통닭배달봉지였다. 무게가 제법되어서 미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들었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아주머니 두 분이 내가 고구마대 사는 것을 보았는지 '어떤 남자들은 반찬꺼리를 사들고 가는지 모르겠다' 하기도 하고 '생선에 넣어서 졸이면 정말 맛있다'고도 했'다. 나는 못들은 척 하고서둘러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