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12,1-11; 2티모 4,6-8.17-18; 마태 16,13-19
오늘 우리는 교회의 성인들 중 가장 위대한 두 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이 안 계셨더라면 오늘날 교회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 위에 세워진 가톨릭교회는, 지난 2천 년 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저승의 세력도 내 교회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예수님 약속의 힘으로 주님의 구원 사업을 꿋꿋이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편 성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들의 사도로서, 전 세계를 향해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한편, 사도께서 수많은 공동체에 보낸 편지가 신약성경에 포함되면서 그리스도교 신학과 교의에 주춧돌이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셨고, 바오로 사도를 통해 그 교회를 온 세상으로 확장하셨습니다. 그런데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께서는 당신의 능력에 기대서 그 일을 하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도들은 당신 자신을 주님께 내놓았고 주님께서 사도들을 당신의 도구로 쓰셨습니다. 사도들은 이를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 놓으셨는데, 바오로 사도는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주셨습니다. 나를 통하여 복음 선포가 완수되고 모든 민족이 그것을 듣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오늘 이 거룩한 대축일에, 사제 서품 50주년을 맞이하시는 윤인용 바오로 신부님께서 우리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973년에 사제서품을 받으신 신부님께서는 1989년에 성남동 본당 주임신부님이셨는데요, 저는 그때 성소에 대해 고민하던 청년이었습니다. 대학을 다니고 있던 저는 신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신자가 아닌 아버지 생각에 과연 이것을 성소라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빨리 결정하라’고 독촉하시지 않고 기다려주시고 지켜봐 주셨습니다.
그러다가 성모승천대축일에 제가 아버지께 신학교 가겠다고 말씀드리니, 그야말로 난리가 났는데, 이런 아버지의 노염을 잘 달래주신 분이 윤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님은 술을 좋아하시던 저희 아버지에게 소고기 등심을 사주시고 소주를 받아 주시며 아버지의 마음을 잘 달래주셨는데, 아버지는 제가 신학교에 합격한 이후 성탄 성야 미사 때 성당에 찾아가 신부님께 ‘당신이 내 아들 꼬셨느냐’며 눈을 흘긴 일이 참 죄송했다고 훗날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은 저희 아버지에게 예비세례명으로 ‘바오로’라는 본명을 지어주셨는데, 그 이유는 무척 단순했습니다. ‘바오로’가 최고 좋은 세례명이라고…. 그리고 아버지에게 묵주를 주셨는데, 아버지는 그 묵주를 차에 갖고 다니시다가 간신히 차 사고를 면한 날, 그것이 묵주 덕택이었다며 차츰 신앙에 귀의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 성남동을 떠나시고, 저희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후 아버지는 마침내 예비자 교리를 시작하셨습니다. 7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모든 본당 신부님들은 다 윤인용 신부님처럼 예비자인 신학생 아버지에게 관심 가져주시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또, 신학교에서 학장 신부님이 면담 때 저에게 “여태까지 아버지 영세도 못 시키고 뭐 했느냐”고 나무라실 때까지, 이것이 질책받을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본당에 와서 예비 신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또 자기 탓이 아닌 일을 가지고 질책하는 일을 무척 경계하는데 이것이 신부님께 배운 많은 가르침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물론 신부님께 가장 크게 배웠고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은 매일 미사에 대한 충실성과 교우들 한 분 한 분께 대한 깊은 관심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1997년 12월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세례식 후 술 한잔 하시고 윤 신부님께 전화드려서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신부님, 저 바오롭니다.”라고 말씀하실 때, 저는 ‘정말 세상에 기적이 있기는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윤신부님 말씀대로 아버지는 ‘바오로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세례를 받으셨고, 오늘 하늘나라에서 25번째 영명 축일을 맞이하고 계십니다.
아버지 신부님과 저희 아버지 축일에 이렇게 신부님을 모시고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은총 허락해 주심에 하느님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서품 성구로 지난 50년간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려 노력하신 신부님, 10년 전 40주년 때에는 이 성구에 대해 ‘아니’라며, ‘돌아보니 아무에게도 아무 것도 못되어 준 것 같다’며 사양하셨지만, 신부님께서는 분명 저를 포함한 많은 이에게는 많은 것이 되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피와 땀으로 교회를 건설하고 지탱하는 수많은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를 위해 기도드리며, 영명 축일을 맞으시는 모든 분들 위해 기도드립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첫댓글 윤인용 신부님 바오로 신부님, 축일 축하드립니다. 또한 부럽습니다
목자 냄새 폴폴 나는
김유정 신부님을 아들 신부님으로 두셔서....
역시,
선한 사람은 선한 사람을 알아보고, 닮게 합니다^^
두 분 바오로 님의 영명축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