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고 읽어 볼만한 책
대입상담센터 권혜란 전문원
벌써 10월이 되었습니다. 10월호에서는 수능이 끝나고 여유로울 때 읽어 볼 만한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그동안 오랜 시간 수능 공부를 하느라 힘들었을 여러분을 위해, 이번에는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책으로 엄선했답니다. 마음이 끌리는 책이 있다면 잘 기억해 두고, 여유가 찾아왔을 때 읽어보세요. 마지막까지 수험생활을 잘 마무리하시기를 대입정보매거진이 응원합니다!
1.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 | 이연식 지음, 은행나무, 2023년
빛나는 문장들
호퍼의 그림을 볼 때면 낯선 어른 앞에 선 아이 같은 마음이 된다. 호퍼는 냉엄한 어른의 시선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어른은 한편으로 용의주도하다. 그는 그림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날실과 씨실처럼 엮어 넣는다. ‘그림에 감정을 담는다’라는 말은 단순하지만 어렵다. 과연 그림에 감정을 담을 수 있을까? 감정과 그림, 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객 사이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호퍼의 그림은 이야기를 암시하고 감정을 환기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그의 붓질에 대해, 화가로서 호퍼가 구사한 기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호퍼의 그림들을 몇몇 어휘로 나눠 펼쳐 보이려 한다. 여러 색의 색실로 짜인 직물을 풀어헤치는 것처럼. 이 어휘들은 그림이 담아 옮기는 감정을, 화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화면을 구성하는 책략을 헤집어 보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게 풀어헤친 실들을 다시 엮어 만든 직물에서 독자와 관객이 새로운 광채를 찾아낼 수 있기를 감히 바란다.
여러분, 혹시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전시회가 열렸다는 것을 아시나요? 이 책은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55점을 소개하고 있는데 전시회에서 공개하지 않은 작품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호퍼의 작품은 소외와 고립, 단절과 고독을 드러내고 있고, 반짝이는 현대사회의 이면을 그리고 있어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해요. 때로 마음이 외롭고 혼자인 듯한 기분이 들 때, 호퍼의 그림이 담긴 이 책을 추천합니다.
2.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 최지환 지음, 북라이프, 2023년
빛나는 문장들
1. 음악을 들을 때 관점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클래식 음악은 이제 과거에 알았던 음악보다 더 깊은 흥미진진함과 감동으로 다가올 겁니다. 클래식 음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곡의 음악적 특징을 아는 것보다 어떠한 관점을 갖고 그 곡을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2. 이 곡을 쓸 당시인 1801년 베토벤은 피아노 제자인 귀차르디와 결혼을 생각할 만큼 진지한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베토벤은 당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그녀를 너무 사랑하지만 신분 차이로 결혼은 힘들 것 같다는 고민을 내비치고 있어요. 이것을 보면 실패가 예상되는 안타까운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중략) 이 글의 취지는 베토벤 소나타 각각의 곡을 작곡 당시의 피아노로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쯤은 베토벤 생전의 소리를 들으며 그의 마음을 읽어보자는 겁니다. 이러한 경험은 누가 어떤 피아노로 소나타 14번을 연주하더라도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도와줄 테지요.
여러분은 혹시 클래식에 관심이 있나요? 클래식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데 '음악사'나 '인물평전' 같은 책을 읽기에는 부담스럽다면, 이 책을 추천할게요.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은 클래식 음반 칼럼니스트가 엄선한 28곡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곡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연주자와 지휘자, 그리고 관련된 스토리까지 소개하기에 흥미롭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어요. 소개를 따라가다 보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든 적용해 볼 수 있는 관점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곡마다 QR코드가 있어서, 설명과 함께 작품을 바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참 좋답니다. 음악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니,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3.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여행산문집 | 이병률 지음, 달, 2020년
빛나는 문장들
1.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마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2.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 사랑을 통해 인간적인 완성을 이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명백히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은 사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만들어 사람의 결을 더욱 사람답게 한다. 사랑은 인간을 퇴보시킨 적이 없다. 사랑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수능이 끝나고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으로 기차를 타게 된다면 이 책을 챙겨가는 건 어떨까요? 이병률 시인은 '낯설고 외롭고 서툰 길에서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이 더 사람다워진다'고 말합니다. 혼자 여행을 떠나면 아주 사소한 것도 직접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그동안 '해야 하는 일'에 가려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 나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렇게 나를 알아가고, 내 마음을 이해하다 보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기준도 세워나가게 됩니다. 시인이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한다'라고 한 것처럼, 여행을 결심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여행은 여러분을 성장시킬 거예요.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과감하게 떠나서 좋은 감정과 따뜻한 마음들을 많이 받아오세요!
4. 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 안젤라 센 지음, 쌤앤파커스, 2023년
빛나는 문장들
1. 따뜻하면서 단호한 소통 기술은 올바른 소통과 관계의 근복적인 해법이 된다. 나 자신과의 건강한 소통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타인과의 건강한 소통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단호박형 소통은 감정을 쌓아 두지 않고 그때그때 건강하게 해소하고,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갈등을 원만하게 다루는 힘을 키워준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따라서 단호박형 소통은 자존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각자의 자유와 책임의 영역 안에서 관계를 편안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2. 반드시 그래야 했고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원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계속하려는 마음의 관성을 깨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상처를 덧나게 하는 삶의 규칙을 깨고 두렵거나 불편한 내 모습이라도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상처받은 아이를 가슴에 품은 마음의 양육자이다. 스스로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때 변화는 시작된다. 이따금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과거의 고통이 썰물처럼 빠질 때, 예쁜 조개 껍데기를 줍는 마음으로.
여러분은 혹시 누군가의 말에 휘들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원망과 후회가 쌓인 적이 있나요? 영국 공인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소통의 유형으로 4가지를 소개합니다. 참고 또 참는 '수동적 연두부형', 항상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공격적 불도저형', 겉과 속이 다른 '수동공격적 돌려까기형', 따뜻하지만 휘둘리지 않는 '건강한 단호박형'. 이 중 여러분은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나요? 저자는 우리가 익숙해진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반복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문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기', '감정의 이름을 읽어주기', '감정 속에 숨은 생각 찾기', '휘둘리기 쉬운 상황이 올 때마다 했던 반사적 행동 끊어내기'의 4단계를 통해서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서 피하고 끊는 방법을 택해왔다면, 이 책을 추천해요. 앞으로는 일방적으로 맞춰주고 상처 받는 관계가 아니라, 따뜻하지만 단호하고, 친근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관계를 통해, 여러분의 마음도 챙기고 건강한 관계도 만들어 나가기를 바라요.
5. 김씨네 과일 | 김도영 지음, 필름, 2023년
빛나는 문장들
1. 공감이라는 건 내가 사람들에게 맞춰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내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했을 때 생동감이 살아나는 것 같다. 과일티도 우연히 인쇄해봤던 토마토 티셔츠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던 것이고, 빨간 바구니에 담는 것도 단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들도 어떤 부분에선 나랑 생각이 다르거나 나랑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매력이 분명하기 때문에 좋아해왔다. 완벽함보다는 모자람이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 완전히 새로운 건 사람들이 공감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신선함을 줄 순 있겠지만 구매를 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상품을 만들든, 작품을 만들든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싶다면 새로운 것을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여러분, 혹시 '김씨네 과일'을 아시나요? 이 책은 빨간 소쿠리에 과일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담아, 새로운 방식으로 티셔츠를 판매했던 김도영 대표의 에세이입니다. 김씨네는 처음 플리마켓을 열었을 때부터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들어서기까지 84일밖에 소요되지 않았는데, 책을 읽어보면 이 성공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 지를 김씨네의 스토리를 통해 배워보세요. 수능이 끝난 이후에도, 무한하게 성장할 여러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