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에서 남성 연주자가 하프나 플루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운가요?트럼펫,튜바,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여성 연주자를 보면 신기하게 느끼나요?그러면 남성 팀파니스트나 트롬보니스트 혹은 여성 플루티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아마 별로 놀라지 않을 테지요. 이렇듯 우리는 은연중에 남성 악기와 여성 악기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있습니다.실제로 악기를 배우는 데 성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모든 악기의 교육과정이 남성과 여성에게 평등하게 개방되어 있지요.그런데도 이런 식의 관념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윗 왕의 악기인 하프는 수 세기 동안 남성의 악기로 여겨집니다. 그러다 18세기에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겪으며 전형적인 여성 악기로 탈바꿈하지요.악기 자체의 무게가 엄청나고 팽팽한 현을 연주하려면 손가락 힘이 상당히 세야하기 때문에,여성이 연주하기에는 좀 벅찰 수 있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바이올린은 오랫동안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은 악기로 여겨집니다. ‘여성적인’형상을 띤 악기의 모습이 동성의 여성에게 꺼림칙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죠. 마찬가지 이유로 류트 역시 남성 전용 악기였지요. 여성에게도 류트에 버금가는 아름답고 청아한 음향을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16세기에 버지널이라는 악기가 생깁니다. 이런 식으로 여성을 멀리한 악기들은20세기에도 존재하지요. 자궁에 공명감이 없다는 이유로 트럼펫은 여성에게 맞지 않는 악기로 분류됩니다. 또 베를린 필하모닉의 한 남성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1990년대에 한 인터뷰에서 여성은 땀을 많이 흘리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훌륭한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요. 심지어 20세기 말에 빈 필하모닉 단원들은 여성 음악가들을 압박하며 지극히 반동적인 발언을 내뱉습니다. “남성만이 좋은 오케스트라 음악가가 될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여성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으니,굳이 이 주장의 옳고 그름은 따질 필요도 없을 것 같군요. 하지만 여전히 ‘여성스러운 하프”나 “남성스러운 베이스 기타”같은 표현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구분은 악기의 구조나 제작 방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문화적인 관습의 문제일 뿐이지요.역사적으로 다양한 악기 분류 방식과 체계가 존재해왔습니다. 3세기의 아리스티데스 퀸틸리아누스Aristides Quintilianus는 악기의 음향에 따라 “남성적인 악기”와“여성적인 악기”를 구분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이 있는가”, “영혼이 없는가”라는 범주에 따라 악기를 나눕니다. 오늘날 성별은 악기를 분류하는 데 더 이상 아무런 기준도 되지 못합니다.빈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출처:쾰른음대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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