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언제 읽어줘야 할까요 : 그램책보다 줄넘기
2학기를 시작하면서 유치원과 1학년 아이들에게 그림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정보부장님이 지난주에 가져다주신 실물화상기를 사용하면 좋은데, 몇 번 테스트를 해봐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습니다. 학교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기사님이 오셔서 살펴봐 주셨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교장실 컴퓨터와 TV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 실물화상기를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그림책의 각 장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사진을 USB에 담아 TV에 연결하고, 외부 장치에서 USB를 찾아 폴더에 정리해둔 그림책을 한 장씩 슬라이드처럼 넘겨가며 읽어주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풀잎국수』였고, 오늘은 『줄넘기』입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은 사서 선생님께 좋은 책으로 추천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간인 오늘은 중간놀이 시간에 유치원 아이들이 왔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만나기로 한 1학년 아이들은 한 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재미있게 뛰어노느라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중간놀이 시간과 점심시간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답답한 교장실에 불러놓고 내가 읽어주는 책을 가만히 앉아 보고 듣게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1학년 아이들이 오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림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중간놀이 시간에 교장실을 방문한 유치원 아이 6명에게는 계획대로 『줄넘기』를 읽어주었습니다.
심심한 아이가 무엇을 하고 놀면 재미있을까 생각하다가 줄넘기를 떠올립니다. 혼자 줄넘기를 하다가 둘이서 하고, 셋이서 하다가 어느새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함께 줄넘기를 합니다. 그렇게 신나게 줄넘기를 하다 보니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줄넘기 줄을 놓고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철수: “날아가도 괜찮아요?”
나: “예. 다시 땅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영희: “왜 떨어지죠?”
책에는 날아가던 아이들이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지 잠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가만히 있자 앞에 앉아 있던 동수가 거들었습니다.
동수: “중력 때문이죠!”
유치원 아이가 중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력 때문에 하늘로 계속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동수가 계속 말합니다.
동수: “우주에는 양력도 중력도 없다고 했어요.”
단순한 줄넘기 이야기에 갑자기 ‘우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양력’과 ‘중력’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동수의 이야기가 놀랍기만 한데 옆에 앉아 있는 다른 아이들이 동수의 말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눈동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나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누구에게 하고 있는가?’
그때 수지가 말합니다.
수지: “우주에서는 안 떨어지겠네요.”
수지도 중력의 개념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놀라운 아이들.
그러자 민지가 말합니다.
민지: “떨어지면 다칠 수 있잖아요.”
한나: “조심해야 해요.”
맞습니다. 여기 앉아 있는 아이들은 유치원 아이들입니다. 떨어지면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제야 내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누구인지 다시 제대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동수와 수지가 한참 앞서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날 빼꼼히 쳐다보던 민지가 얼굴을 찌푸립니다.
민지: “다리가 간지러워요.”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물파스를 가지고 왔습니다. 민지가 가려워하는 다리를 보니 빨갛게 부어 있습니다. 벌레에 살짝 물린 것 같습니다. 물파스를 발라주고 다시 제자리에 놓은 뒤 아이들 앞으로 돌아가는데 한나가 이야기합니다.
“아, 줄넘기 하고 싶다.”
맞습니다.
줄넘기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밖에 나가 직접 줄넘기를 하는 것입니다. 모든 에너지가 발끝에 가 있는 아이들을 10분이 넘도록 높은 의자에 앉혀놓았습니다. 아이들은 얼른 밖으로 나가 뛰어놀고 싶은 것입니다.
드디어 『줄넘기』 그림동화책이 끝났습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초코파이를 하나씩 나눠주며 책 읽어주기를 마쳤습니다. 아이들은 종종걸음으로 유치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떤 아이는 가는 길에 뻥튀기를 몇 개 가져갑니다. 자기도 먹고 선생님께도 드리고 싶은가 봅니다.
아무도 떠들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준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지도 못하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줄넘기인데 아이들을 앉혀놓고 줄넘기 이야기를 잔뜩 했네요.
아이들이 밖에 나가면 줄넘기를 몇 개나 뛸 수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나는 줄넘기를 하기 어려운 다리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튼튼한 두 다리가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직접 줄넘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점심시간에 교장실에 오지 않은 1학년 아이들 일이 마음에 걸립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교장실을 잊지 않고 잘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먼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쉬는 시간에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쉬는 시간은 쉬고, 뛰고, 놀아야 하는 시간이니까요.
그렇다면 그림동화책은 언제 읽어줘야 할까요.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선생님들의 귀한 수업시간을 빼앗는 것이고, 쉬는 시간에 부르면 아이들의 귀한 놀이시간을 빼앗는 것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 몇 권 읽어주는 일이라 너무 간단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해서 방법까지 저절로 좋은 것은 아닌가 봅니다.
쉬운 일이 없습니다. 세상일에는.
그래도 오늘은 유치원 아이들과 조금 더 친해진 것 같습니다.
그건 큰 수확입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202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