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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1)
유광수**2)
【국문초록】
<하진양문록>은 장편한글소설이다. 필사를 통해 유통되던 것이 19세기에 접어
들면서 대중적 텍스트로 만들어져 유통되었다. 대중적 텍스트는 다수의 사람들이
읽고 향유했다는 점에서 당대 문화지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데, <하진양문록>의
대중적 텍스트는 세책본과 활판본이 있다. 본고에서는 善本인 러시아본과 세책본
인 동양문고본을 활판본 동미서시본과 비교ㆍ대조하여 활판본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1915년에 간행된 최초의 활판본인 동미서시본은 러시아본이나 동양문
고본과는 서로 같지 않은 이본임이 밝혀졌고, 세 텍스트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채 형성되고 유통되었음도 알게 되었다.
동미서시본은 자잘한 실수와 부주의로 인한 오류가 꽤 많지만, 이는 단순한 실
수가 아니라 나름대로 ‘<하진양문록>’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
력을 하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다. 본래 <하진양문록>의 갈등 발생의 원인과 인물
들의 대립 양상은 개연성이 떨어졌는데, 동미서시본은 인물형상화를 강화하고 서
사의 구성을 조정, 대립ㆍ갈등 상황의 예각화, 비개연적인 부분 삭제와 생략 그리
고 보완적 첨가 등과 같은 개작을 통해 개연성을 높였다. 그 결과 다른 이본들과
달리 갈등이 더 첨예하게 부각되었고 서술이 명확하며 안정적인 서사가 되어 대중
소설이 지니고 있는 ‘기대-확인’의 통속적 전략에 충실하게 되었다.
이런 점은 최초의 활판본이 지니고 있는 부주의한 실수와 오류에도 불구하고 이
후 다른 활판본에 영향을 주게 되었고, 나아가 활판본이 대중적 텍스트로 널리 유
* 이 논문은 2011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
행된 연구임(NRF-2011-332-A00103).
** 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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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어:하진양문록, 동미서시, 활판본, 세책본, 대중성, 문화지형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81
차례
1. 서론
2. 이본 상황
2.1. 주요 이본
2.2. 이본들의 관계
3. 활판본의 특징
3.1 부족한 정제미
3.2 장면화 시도와 개연성 추구
4. 결론
1. 서론
창작된 고소설은 주로 필사를 통해 유통되었다. 하나의 텍스트를 놓고
다른 하나의 텍스트를 만드는 방식인 필사는 그 확산되는 속도와 양, 범위
등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가 18, 19세기로 접어들면서 판각을 통
해 대량으로 텍스트를 제작하는 방각본이 나타나고, 1900년대 초에 신식
활판인쇄기술로 텍스트를 생산해내는 활판본이 출현하면서, 고소설 유통
이 전에 없이 활기를 띄게 되었다. 방각본은 판각비용으로 인해 상대적으
로 긴 분량의 장편소설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글씨도 보기 좋게 인쇄할 수 있었던 활판인쇄는 긴 장편소설도 충분
히 담아낼 수 있어 점차 방각본을 대체했다.
고소설이 대중적으로 유통되는데 방각본과 활판본이 제작방법 측면에
공이 있었다면 세책본은 유통 측면에 영향을 주었다. 필사본이나 방각본,
활판본은 모두 개인 소장이 주목적이었지만 세책본은 세전을 받고 빌려주
는 것이 목적이었다.1) 그래서 세책본은 필사를 통해 주로 제작되기는 했어
1) 그래서 세책은 경제적으로 활성화된 지역에서 유통이 가능했다. 세책은 조선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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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2) 방각본, 활판본과 함께 고소설을 널리 유통시킨 대중적 텍스트라 할
수 있다.3)
고소설의 대중적 텍스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해당 작품의 이본 중
에서 가장 많은 독자들이 읽었던 텍스트가 방각본, 세책본, 활판본 같은
대중적 텍스트이기 때문이다.4) 출판사에서 출판한 동일한 내용의 텍스트
를 해당 작품으로 고정시켜 이해하고 읽는 현대의 독자들과 달리, 이전 시
기 독자들은 각기 다른 특정 이본을 읽었고 그 독자들은 자신이 읽은 특정
이본을 그 작품 자체와 동일시했다. 각 이본의 디테일한 차이는 스토리의
큰 차이가 아닌 이상 독서과정에서 내면화될 뿐이지 쉽게 외현화되지 않았
다. 그래서 스토리가 차이나거나 다른 내용이 끼어있는 경우가 아니면, 독
자들은 모두 ‘동일한 작품’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읽었던 것
서울에서만 세책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는 언급은 꾸랑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공통적
으로 지적했는데, 이를 보면 세책은 넓게 보아도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 지역 정도까
지 유통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모리스 꾸랑, 이희재 역, 朝鮮書誌, 일조각, 1994,
3-4면 참조.
2) 현재 남아 있는 세책본은 대부분 필사본이지만 목판본과 활판본도 있다. 이윤석, 「임
경업전 목판본 49장본에 대하여」, 열상고전연구 28, 열상고전연구회, 2008, 355-
381면 ; 안춘근, 「韓國貰冊業變遷考」, 서지학 6, 한국서지학회, 1974, 73-84면;
유춘동, 「20세기 초 구활자본 고소설의 세책 유통에 대한 연구」, 장서각 15, 2006,
171-188면 참조.
3) 셋은 비슷한 대중적 텍스트이기는 하나 존재 양상은 조금씩 달랐다. 제작방식도 방각
본이나 활판본은 한번 제작하면 다수의 동일한 텍스트를 양산해 내기에 처음 판각ㆍ
조판할 때 실수나 오류가 한동안 수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세책본은 필사를 통해
제작되기에 사소한 오류는 여백을 통해 교정하고 다수의 오류가 있든지 아니면 필요
에 따라 해당 장만 다시 필사해서 삽입하는 방법을 쓸 수 있어 텍스트 상황이 훨씬
유연했다.
4) 특정 작품의 특정 이본군의 필사본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의 내용이
그 이본군의 내용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필사본들이 많다고 해도 그
필사본을 향유한 독자들의 수는 세책본이나 활판본을 읽은 독자들의 수보다는 적다.
그러므로 당연히 해당 작품의 내용은 다수의 독자들이 향유하고 내면화한 텍스트의
내용으로 내면화하게 된다.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83
은 각기 다른 텍스트들이었지 결코 같은 작품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하진
양문록>의 善本인 러시아본을 읽은 독자와 세책 동양문고본을 읽은 독자,
그리고 활판 동미서시본을 읽은 독자들은 모두 “<하진양문록>을 읽었다”
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각기 다른 텍스트를 읽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각기 다른 독서과정을 통해 사뭇 다른 내용과 의미를 내면화하게 된다. 러
시아본이 가지고 있는 남성에 대한 과도한 희화화는 결코 동양문고본이
가지고 있는 회복된 남성의 모습과 같지 않은데,5) 이는 스토리의 차이가
아니라 서술태도와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감지되는 것으로 독자는 ‘동일한
작품’을 읽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가치와 의미를 내면
화하게 되고,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아비튀스(Habitus)를 형성하게 된다.6)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동일한 작품을 읽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연구에
서 독자들이 모두 ‘같은 작품 <하진양문록>을 읽었다’는 사실의 결과만 주
목하여 판단한다면, 실상과는 다른 오판을 할 수도 있게 된다. 가부장제의
희화화와 가부장제의 유지 강화는 그 지향점이 서로 상반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중적 텍스트의 가치가 있다. 널리 유통된 이본이기에
당대 사회ㆍ문화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다른 이본 텍스트들보다 의미 있기
때문이다. 이 텍스트들의 내용이 당대 상황을 더 잘 반영해준다고 할 수
5)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의 내용적 차이에 대해서는 이대형, 「19세기 장편소설 「하진양
문록」의 대중적 변모」, 민족문학사연구 39, 민족문학사학회, 2009, 28-55면 참조.
6) 부르디외는 교육을 문화적 취향에 따른 재생산의 고착화에 기여하여 아비튀스
(Habitus)를 재생산하여 계층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영속화하는 과정이라 보았다.
즉 교육은 사회질서의 위계화를 내재화시키며 지배계급의 지배와 기득권을 정당화
시키고 이런 불평등한 문화사회적 구조를 고착화하고 은폐함으로써 지배계급에 의
해 정의된 문화를 주입시키는 상징폭력(Violence symbolique)을 행사하는 기제라
고 본 것이다. 삐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최종철 옮김,
새물결, 1995, 11-29면; 현택수, 「아비튀스와 상징폭력의 사회비판이론」, 현택수 외,
문화와 권력, 나남출판, 1998, 101-120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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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이다.
세책본이나 활판본은 모두 경제적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하기에 흥미
있는 소설 작품을 선별하고 그 작품의 여러 이본 중에서 의미 있는 텍스트
를 골라 세책본 또는 활판본을 만든다. 이때 선정된 대본 텍스트는 세책업
자나 출판업자의 판단에 따라 의도적으로 개작이 이루어진다. 세책이든 출
판이든 한번 만든 텍스트는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개작은
신경 써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해당 업자들은 민감하게 시장
의 독자 성향을 살펴 그것을 반영한다.7)
본고는 이런 관점에서 <하진양문록>의 대중적 텍스트 중 활판본 동미
서시본의 특징을 규명해 보도록 하겠다. <하진양문록>은 필사본과 활판본
그리고 세책본이 존재한다. 러시아본, 낙선재본, 동양문고본, 고대본, 연대
본, 김광순본, 이대본, 충남대본, 박순호본 등의 필사본과 동미서시본, 신구
서림본, 동양대학당본, 공동문화사본 등의 활판본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8)
하지만 활판본을 善本, 세책본 등과 대비하여 비교하지 않음으로 인해 활
판본의 특징을 제대로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간의 연구에서는 활판 공동문
화사본이 활판 동미서시본과 동일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전제에서9) 연구
대본으로 공동문화사본을 사용하여 활판본과 세책본과 별다른 차이가 없
7) 이에 대해서는 졸고, 「세책본 고소설의 성립 연원과 제작 방식에 대하여-향목동 세책
본 <적성의전>(1915)을 중심으로」, 고소설연구 29, 한국고소설학회, 2010, 443-
474면; 졸고, 「구활자본 <적성의전>의 두 연원에 대하여」, 열상고전연구 32, 열상
고전연구회, 2010, 1-34면; 졸고, 「세책 <옥루몽> 동양문고본에 대하여」, 열상고전
연구 35, 열상고전연구회, 2012, 199-233면 참조.
8) 박숙례, 「<하진양문록> 연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석사논문, 1999, 7-15면; 김민조,
「<河陳兩門錄>의 創作方式과 小說史的 位相」, 고려대학교 석사논문, 1999, 9-23면.
9) 활판본 이본들의 관계를 살펴보면, 공동문화사본은 동미서시본의 판형을 그대로 가
져다가 출간한 것으로 ‘ → 하’로 바꾸는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 하지만 동양대학
당본의 경우는 판형이 다른 이본으로 좀 더 구체적이고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본고의 범위를 넘으므로 지면을 달리 하여 논하겠다.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85
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는 활판본의 실체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상태
에서 내린 것으로, 활판본의 특성으로 도출했던 것들이10) 실제로는 이미
기존에 있었다는 반론이11) 제기되기도 했다.12) 이런 상황이 빚어진 이유
는 <하진양문록>의 세책본과 활판본의 텍스트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지
못했기에 때문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하진양문록> 활판본 텍스트 중 가장 먼저 출판된 동
미시서본을 대상으로 善本인 러시아본(필사)은 물론 같은 대중적 텍스트
인 세책본(필사)과 비교 분석함으로써 활판본 동미서시본의 위치를 비정
하고 그 특징을 밝혀보도록 하겠다.
2. 이본 상황
2.1. 주요 이본
<하진양문록> 이본 중에서 원본에 가장 가까운 善本은 한글필사본인
러시아본이다.13) 러시아본은 25권 25책의 완질로 현재 러시아 동방학연구
소에 소장되어 있다. 8권 말미에 ‘셰 무신칠월초 일뇽호필셔’라는 필사
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戊申年에 필사한 것으로 판단된다.14) 본고에서 다
루는 세 이본 중 가장 분량이 길고 내용이 충실하다.
10) 박숙례, 앞의 논문, 1999, 48-64면.
11) 김민조, 앞의 논문, 1999, 16면.
12) 이 점에 대해서는 이대형, 앞의 논문, 2009, 33-35면 참조.
13) 김민조, 앞의 논문, 1999, 13-23면 참조.
14) 러시아본의 필사기인지 아니면 러시아본의 대본이 된 텍스트의 필사기인지는 조금
더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자료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연구사를 종합할 때 일단 戊申年은 선행 연구에서
1848년으로 비정한 것을 따른다. 김민조, 앞의 논문, 1999, 13-2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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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양문록>의 세책본으로는 동양문고본을 대상으로 한다. 일본 동양
문고에 소장되어 있는 동양문고본은 29권 29책의 완질 한글필사본으로, 각
권 말미에 ‘셰무신 삼월일 향목동 셔’ 등 같은 필사기가 적혀 있다. 이로
보아 동양문고본은 1908년(戊申)에 향목동 세책집에서 필사된 이본으로
판단된다.15) 동양문고본은 러시아본보다 권수는 많지만 쪽당 줄 수와 행당
글자 수가 적어 실제 분량은 러시아본보다 적다.
활판본으로는 가장 먼저 출간된 한글활판 동미서시본을 대상으로 한다.
동미서시본은 1915년 동미서시에서 3권 3책으로 출간한 이본으로 가장 앞
서 발간된 이본이다.16) 그간의 <하진양문록> 연구에서는 주로 1954년에
출간된 공동문화사본을17) 사용했는데 이보다 앞서 1915년에 동미서시본
과 신구서림본,18) 그리고 1925년에 동양대학당본이19) 출간되었다. 여기에
1915년에 <하진양문록>을 조선서관에서 간행했다는 광고문안이 있어 조
선서관본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실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까지로
는 활판본 <하진양문록> 중 가장 앞선 이본은 1915년 출간된 동미서시본
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활판본들의 경우, 후대 활판본들은 앞선 활판 지형을 그대로 인수하여
15) 이와 같은 동양문고본 세책본에 대해서는 이윤석ㆍ大谷森繁ㆍ정명기 편저, 貰冊
古小說 硏究, 혜안, 2003, 21-392면; 정명기, 「세책본소설의 유통양상 - 동양문고
소장 세책본소설에 나타난 세책장부를 중심으로」, 고소설연구 16, 한국고소설학
회, 2003, 71-99면; 정명기, 「세책본소설에 대한 새 자료의 성격 연구-諺文厚生錄
소재 목록을 중심으로」, 고소설연구 19, 한국고소설학회, 2005, 227-254면; 전상
욱, 「세책 대출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 - 동양문고본 대출장부를 중심으로」, 고소설
연구 26, 한국고소설학회, 2008, 239-274면 참조.
16) 책 끝에 大正4년 간행되었다는 간지가 있어 1915년에 출간된 이본임을 알 수 있다.
17) 하진양문록, 활자본고전소설전집 11권, 아세아문화사, 1977.
18) 신구서림본은 같은 1915년에 출간되었지만 동미서시본보다 조금 늦게 출간되었다.
자세한 것은 김민조, 앞의 논문, 1999, 16-17면 참조.
19) 하진양문록,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87
출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우에 따라 의도적으로 조금 새롭게 조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경우가 가장 손쉽고 편한 그 방법이기에 후대 활판
본들은 대부분 선행 활판본들과 내용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초
활판본 텍스트는 善本에 가까운 이본이든 대중적 텍스트인 방각본, 세책본
이든 여타 다른 매체로 존재하는 텍스트를 대본으로 할 수 밖에 없기에,
활판본이 어떻게 성립하고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었는지를 살피는데 가장
적합하다. <하진양문록>의 경우는 동미서시본이 바로 그렇다.
2.2. 이본 간의 관계
선본인 러시아본과 세책본인 동양문고본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행 연구
가 있었다.20) 이를 통해 다른 이본에 비해 러시아본의 맥락이 자연스럽다
는 점과 동양문고본이 생략이 잦아 오류가 발생한 대목이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고, 나아가 세책본인 동양문고본이 대중적 측면에서 ‘남성의 권위
를 강화’하며 ‘여성 중심적 서술을 완화’하는 전략을 취했으며, 대화의 축약
을 통해 통속적 흥미를 확대하였음까지 밝혀졌다.21) 이를 통해 어느 정도
善本과 세책본의 관계가 드러났으나, 활판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했다. 활판본의 위치를 온전히 비정하고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善本과
세책본은 물론 그들과 활판본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러시아본, 동양문고본, 동미서시본은 서로 동일하지는 않다. 세 이본을
모두 상호 비교ㆍ대조해 본 결과, 여러 내용과 대목에서 비슷하지만 활판
본인 동미서시본은 러시아본보다는 그래도 대중적 텍스트인 세책 동양문
고본에 더 가깝다. 대표적인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22)
20) 박숙례, 앞의 논문, 1999; 김민조, 앞의 논문, 1999 참조.
21) 이대형, 앞의 논문, 2009, 28-55면.
22) 본고에서 원문을 인용할 경우 해당 권수와 쪽수를 ‘ : ’로 구분해 표시한다. 인용문
388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챵고 아 봉며 셩을 위로 후 관동의 나아와 원슈긔 뵈올,
원 그 가쇽을 보매 허챵후의 쇼녀가 이시니 나히 십오 셰에 인믈이 텬
하졀이어 원 보고 탄왈, “진이 호가 엿더니 됴녀의 져런
졀을 본 톄 아냐 이러 이 잡아와시니 낫 졍심은 잇도다.”고 (러
시아 11:21뒤~22앞)
원쉬 셩즁의 드러가 창고 봉고 셩을 안무며 광동의 나아가 보니
허창후의 일 녜 잇시니 나히 삼오의 텬하졀이라 그 어미 진의게 비러
왈, “쇼녀 밧칠 거시니 목숨을 살녀 쥬쇼셔.” 원 불쳥여더니
이윽고 기녀 잡아왓지라. 하원 그 졀미믈 보고 갈오, “ 부원
호 쥴 아라더니 이졔 녀 보고 요동치 아니니 가히 일단 졍심
은 잇도다.” 진이 쇼왈, “셰이 일단 호 듯나 일단 졍심이 남과
다르니이다.” 하원쉬 못 듯 듯 묵연더라. (동양 14:1뒤~2앞)
진원수 셩즁에 드러가 창고를 봉고 셩 을 안돈하며 관동을 나아가
뵈니 허창후에 소녜라. 나이 삼오에 텬하졀이 라 그 어미 진의 게 비러,
“를 밧칠 거시니 목숨을 살오라.” 진원수 불쳥하얏다 하더니 이윽
고 기녀를 잡아 왓지 라. 원수 그 졀미을 보고 왈, “ 부원수 호고하
쥴로 아랏더니 이졔 녀를 보고 요동치 아니하니 과연 일단 졍심은 잇도
다.” 진원수 소왈, “셰이 일단 졍심은 잇노라.” 하니 하원수 못 듯 체
하더라. (동미 中:4)
이렇게 몇 구절이 다른 부분은 상당히 많이 여러 대목에서 확인된다. 이
런 차이 외에 러시아본의 상당히 긴 분량이 동양문고본과 동미서시본에서
동일하게 줄어드는 대목도 있다.
이러구러 삼 일 유과 후 궐하의 사은니 샹이 인견시고 그 문무
망을 아다이 너기샤 특지로 즁셔인 오호쟝군 병부시랑을 시고 셩
안의 설명과 ‘……’ 등은 인용자가 넣은 것이다. 인용은 善本 필사본-세책본-활판본
순으로 한다.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89
의 대가 급시며 노비 젼결을 후히 주시니, 진이 텬은을 망극
며 고두슉고 다시 쥬왈, “신을 수 월 말 주옵시면 션산의 소분옵
기 라옵이다.” 고 수 월 말 쳥니, 샹이 윤허시고 수히 도
라와 국 다리라 시며 열노 졔읍의 하교샤, “진쟝원의 디나 바
의 지현 방이 지영송라.” 하시고 본읍 태슈 명여, “진쟝원 영친
소분 믈역을 도으라.” 시니 각읍이 진동여 진쟝원의 게 니
곳마다 셜연관여 각각 본읍 소산으로 예단이 무슈나 진이 의긔낙
낙여 일믈도 밧지 아니며, 각도의 일홈난 녀기 셩쟝쥬로 쳥가묘뮈
운을 도으며 션삼 츄풍의 나븟기니 아릿다온디라. 졔녜 진쟝원
의 만고무젹 풍신모 우러러 혼이 날고 이 흐터져 번 침셕 겻
용납믈 갈망나 져 진시랑의 고안이 임의 무산을 디내고 요지 귀경
며 비록 음악나 교쥬의 쳔향국을 유졍며 다시 옥윤 쇼져의 만고
의 희한 모덕과 셩지풍을 귀경여시니 엇디 하림 송구영신
요음 졍 유의리오? 다만 대좌여 츈풍화긔 득여 희쇼약
고 답논니 풍여 잔이 니 양치 아니고 말을 일운 도도
답논이 챵연파 기우리 나, 만일 챵녀의 무리 아리다온 우음
과 공교 태도로 갓가이 니 츈양지화 거두어 싁싁 긔샹이 동쳔
한월 고 샹풍이 한골 부으 여 슈졍후의 월하의 대도 빗겨 초
션을 버히 위풍이 늠늠니, 각읍 쥬현이 블승긔탄여 감히 미 연
희로 권치 못고 챵녀 등이 낙담고 감히 교 발뵈디 못여 함구
고 믈너나니, 시랑이 심히 실쇼믈 마지 아니나 지 아니더라. 일
노의 영화로이 여 고향의 니니 (러시아 4:11앞~12뒤)
이유과 후 궐하의 은니 상이 인견시고 문무지 아다이
넉이 특지로 즁셔인 병부시랑을 이시고 장원각을 급시며 노비
젼결을 쥬시니 장원니 텬은을 슉고 다시 슈 월 말 어더 쇼분을
쳥니 상이 윤허시고 슈히 도라와 국 다리라 시며 각도 열읍
의 하됴 진시랑 지나 바의 방 슈령이 지라 시고 본읍 슈
의게 장원의 영친쇼분 물역을 도아쥬라 시니 각읍이 진동여 진시
랑의 위의 이르 곳마다 셜연관며 지셩으로 영숑더라. 일노의 무
390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히 여 슌여의 고향의 이르니 (동양 5:18앞~19앞)
삼일유과한 후에 텬펴에 은 고 슉 온 상이 인견 특지를
나리와 즁셔 인 병부시랑을 이시고 장원각을 급 시며 노비 젼결를
쥬시니 장원이 텬은을 슉 고 다시 슈 월 말 를 어더 소분을 쳥 니
상이 륜허 시고 수이 도라와 국 를 다사리라 시고 본읍 수를 명
야 장원의 영친 소분 물역을 도으라 시 니 각읍이 진동야 진시랑
의 위의 이르 곳마다 셜년관 며 지경영송더 라. 일노 무사이
야 고향에 이르니 (동미上:65)
이렇게 차이 나는 대목이 이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23)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러시아본 / 동양문고본≒동미서시본’인 것처럼 보
인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동양문고본 특유의 장면화 서술로 인해 러시아본
과 동미서시본은 동일하나 동양문고본만 특이하게 대목도 두루 나타난다.
원비 윤시 덕이 겸비며 슉뇨졀셰나 늣도록 녀간 혈속이 업셔
듀야 탄식더니, 부인이 이공을 권여 믈 쳥더니 공이 부인을 듕
도로혀 념녀 업 다만 후 근심여 브득이 시랑 쥬윤의 녀
니 쥬시 진짓 국이오 딜이 총혜여 공의 을 영합니 공이 비록
듕나 마 윤부인을 듕믄 감치 아니터라. (러시아 1:1앞~뒤)
원비 뉸시 다만 덕을 겸비고 이 졀셰 늣도록 슬하의 일
졈혈쇽이 업니 공의 부뷔 탄왈, “우리 부뷔 일 쇽이 업니 조션향
홰 칠지라. 지하의 도라가 무 면목으로 조션을 뵈오리오.” 고 양
슬어더니, 일〃은 부인니 공을 권여 어진 슉녀 취여 혈쇽 보기
권니 공이 마지못여 시량 쥬공의 녀 니 진짓 경국지이오
질이 총혜민쳡여 공의 을 영합더라. (동양 1:1앞~뒤)
원비 윤시난 젼님 윤통젼의 녀라. 셩안화뫼 침어락안지 갓초와 슉덕
23) 대표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5:19뒤~21앞) - (동양7:8뒤~9앞) - (동미
上:92); (러시아 18:18앞~19앞) - (동양 23:19앞) - (동미 中:162) 참조.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91
이 겸비 되 늣도록 혈속이 업슴을 탄식 야 공을 권 야 를 강권
니 공이 마지못야 시랑 쥬공의 녀를 취니 슉묘현미지이 오 질 이
총혜야 공의 슬 영합더 라. (동미 上:1)
동양문고본만의 독특함은 러시아본과 동미서시본은 그대로인데 동양문
고본만 대폭 축약한 대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여러 곳 존재한다.
진셰이 탄왈, “군의 졍 날노 갓도다. 과일이 머지 아냐시니 이곳의
머믈미 엇더시 뇨?” 이 왈 , “후의 다감니 블감쳥이언졍 고소원이로
소이다.” 진샹셰 깃거 쥬찬을 나와 권 하시 임의 화식을 허 디 라
블열 나 브득이 햐져 고 더브러 고금을 논난 니, 호치 이의 븡음이
낭낭여 강하 드리온 단일졍슉여 그 모 거시 업고 보지 아닌
거시 업셔 그 신긔호호미 츄풍만고여 당 리 업디 라. 날이 오 록
새로오니 샹셔의 경 미 늣게 만나믈 한고 , 시부 챵화 조화의
긔이미 산쳔의 명슈과 강하의 너믈 거두어시니 두의허랑믈 웃고,
필법이 졀묘믄 희지 압두고 동황을 우으니, 가 의 반셔 부 므 로
도 오히려 하등을 감슈 리니, 진짓 챵 밧긔 챵 잇고 산 밧긔 산이
이시믈 라 할연쟝탄 왈, “쇼졔 진실노 부 미 아니로 그 지긔 업
가 더 니, 금일 존형을 우 진실노 오 듕 봉황과 창의 젹은 고기
겻지으미로다.” 하이 한가히 함쇼 왈, “형을 쟝부로 아라더니 낫 부허
사이 로다.” 샹세 대쇼더 라.……24) 쇼졔 그 신의 감 나 긔 근본
을 알면 죽기로 노치 아닐디라 깁히 근심 고 심 요동 여 비졀 나 강잉
여 모로 더 라. 쇼졔 우문 왈, “형이 비록 아직 져러나 연 날이
오면 쟝뷔 일 녀로 슈의 거시 아니니 요됴슉녀 위여 녯일을 츈몽
치 이리 니, 그 하시 죽지 아냐 여 셔도 시방은 역가폐죡이니 국법
의 니이 믈 면치 못 여시리니, 셜 하시 죽지 아니코 라셔도 블관 닷
다?” 샹셰 기리 탄왈, “그 을 랑 미 아니라 그 졀효 감동미 니
24) 인용이 길고 번다하여 2,000여 자 정도 생략하였다.
392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비록 셔시 녀 들 엇디 이며 , 비록 폐죡이 되여시나 만일
라 시면 내 공명은 려 도 이 안 리 지 못리 라.” 하이 미쇼며
과토다 더라. 이 월광이 옥난의 바 고 금풍이 소슬 여 (러시아 7:12
앞~16앞)
상셰 탄 왈, “형의 졍 날과 갓도다. 과일이 불원여시니 이곳의 머
물미 하여오?” 하이 후의 칭니 상셰 희여 하을 쳥뉴고
이노부터 고금치란과 흥망셩 논란 답논니 운뉴슈 갓트니 상
셰 하으로 슈유불니더라. 일〃은 하으로 더브러 문의랄 창화
의 월광이 옥난의 바고 금풍이 쇼슬여 (동양 8:35앞~뒤)
상셔 차탄 왈, “군의 뎡셰 과 갓도다. 과일이 불원얏 스니 이곳에 유함
이 하여오?” 이 왈 , “후의 감격니 부러 쳥치 못할지언졍 엇지 양
리오?” 상셔 깃거 쥬찬을 나와 권한 하씨 님의 화식을 쳣 지 라 불렬
나 브득이 하져고 셔로 고금을 논 니 호치 이 에 봉음이 낭낭야
강하를 드리온 듯 단일졍쇽 야 그 모를 글리 업고 보지 아닌 거시 업셔
그 신긔함이 만고에 당 리 업지 라. 진 상셔 한갓 벽항궁촌에 쇼년션로
외모 아람다옴을 랑 얏더니 이에 도도한 문장과 쳥산류슈 갓튼 말삼을
드르 심하에 혜오, 이 사람의 식견이 나의 평 공부함으로도 오히려
등을 감슈 리니 진짓 창 밧게 창 잇고 산 밧게 산이 잇슴을
다라 홀련 장탄 왈, “소제 진실노 부함이 아니로 그 지긔 업슬가 더
니 금일 존형을 만나 진실노 오작 즁 봉황과 창 에 져근 고기를 겻지오미
로다.” 하이 함소 왈, “형을 장부로 아랏더니 한갓 부허한 람 이로다.”
상셔 쇼 더라. ……25) 소제 그 신의은 감사 나 자긔 근본을 알면 쥭기
로써 놋치 아닐지라 깁히 근심 고 심사 요동 야 비졀 나 강잉 야 모로
듯고 다시 무러 왈, “형이 비록 아직은 져러나 자연 이 오면
장부 일 녀자로 수의 거시 안이 요됴슉녀를 구야 옛일를 츈몽갓치 이즈
리니 그 하씨 쥭지 안냐 야셔도 지금은 역가폐죡이니 왕법에 이이
을 면치 못 얏스리니 셜사 하씨 사랏셔도 불관하겟도다.” 상셔 기리 탄왈,
25) 인용이 길고 번다하여 2,000여 자 정도 생략하였다.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93
“그 자을 사랑함이 아니라 그 졀효를 공경함이니 비록 하씨 갓튼 녀자를
한 들 엇지 이즈며 비록 폐족이 되얏스나 만일 사스 면 공명을 바려도
이 안 바리지 못리 라.” 하씨 미소며 과도타 더 라. 잇 월광이
옥에 비최고 금풍이 소슬야 (동양上:121~124)
이외에도 공주를 두고 진세백과 ‘하옥윤 / 하옥주’26)가 논하는 부분,27) 공
주가 발호하여 하옥주를 핍박하다가 폐위되는 부분의 상당량이 대폭 빠져
있다.28) 이는 동양문고본 필사자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 생략과 축약이다.29)
이상을 통해 세 이본의 위치를 정리하면, 활판본인 동미서시본은 선본인
러시아본과도 거리가 있지만 세책본인 동양문고본과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고, 세 이본은 같은 계열이라기에는 서술과 내용에 차이가 크므로 각기
다른 계열로 구분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동안 활판본을 세책본과 동일한 내용으로 파악했던 기존의 논의는 이
로 보아 어느 정도 수정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3. 활판본의 특징
3.1. 부족한 정제미
활판본 동미서시본은 다른 이본에 비해 자잘한 오류가 많다. 주인공 이
26) 후술하겠지만,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은 여성 주인공이 ‘하옥윤’이지만 활판본은 ‘하
옥주’이다. 논의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본고에서 지칭할 때는 판본에 상관없이 ‘하
옥주’로 통일해서 부르겠다.
27) 해당 대목은 ‘(러시아9:28뒤~34앞)≒(동미上:163~166) / (동양11:4앞~뒤)’이다.
28) 해당 대목은 ‘(러시아 22:15앞~23:10뒤)≒(동미 下62~71) / (동양 27:10앞~11앞)’
이다.
29) 세책본 서술의 특징에 대해서는 이대형, 앞의 논문, 2009, 28-55면 참조.
394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름부터 다르다.
쥬시 년여 삼일녀 고 윤시 늣게야 일일녀 니 품
질이 각각 특이, 댱 영화요, 계화요, 삼 죵화니 질이 츌뉴
니 쥬시의 소이오, 화 윤부인 소이라. 영화 삼 인이 미목
이 츌닌니 공이 긔고 화 인품이 인효공검여 믈욕의 버셔나더
라. 댱녀 옥윤은 윤시 소이오, 녀 교쥬 쥬시의 소이라. (러시아
1:1뒤~2앞)
쥬시 년여 삼일녀 고 뉸시 늣게야 일녀일 니
〃히 특이더라. 장 영화와 삼 등화 쥬시 쇼이니 츌일미 빙
옥골이오 사 화 뉸시 쇼이니 위인니 옥골션풍이오 인효공검
여 특이더라. 댱녀 옥윤은 뉸시 쇼이오 녀 교쥬 쥬시 쇼이니
(동양 1:1뒤~2앞)
쥬시 삼일 녀를 두고 윤시 남녀를 니 , 장자의 명은 영화요 자
난 계화오 삼난 종화니 실 쥬시 소이 요, 사 화 난 윤부인 소이
라. 영화 삼형뎨 미목이 츌뉴니 공이 과 고 화 난 인효공검야 물
룍을 버셔낫더라. 장녀 옥쥬은 윤부인 소이 니 (동미 上:1)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은 여성주인공을 ‘하옥윤’이라했지만 동미서시본
은 ‘하옥쥬’라 했다.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은 시종일관 ‘하옥윤’으로 ‘옥쥬’
라는 명칭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동미서시본은 ‘하옥쥬’만 등장하지 ‘옥윤’
이란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이를 보면 활판업자의 실수나 오식은 아닌 것
같다.30) 또, 부수적인 인물들인 세 며느리의 이름이 세 이본 모두 다른데31)
30) 동미서시본의 대본이 된 선행본이 ‘옥쥬’로 되어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른 여주인공이 ‘교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옥쥬’가 더 의미 있는 명칭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황만으로 옳고 그름이나 先本의 상황을 추정하는 것은
명징한 논의가 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기존에 ‘옥윤’이던 것이 활판본에서
‘옥쥬’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활판본에 영향을 받은 필사본들을 판별하는데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95
이 역시 단순히 한두 번 지나듯이 언급되는 인물이다 보니 거듭 전사되어
유통되는 필사본의 경우 쉽게 바뀔 수도 있기에 동미서시본이 잘못된 것이
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의 인용처럼 동미서시본에서 처음 인물
을 소개할 때 주요 인물인 ‘교주’를 빠뜨린 것은 명백한 오류다.32) 또 주인
공 진세백의 인정서술 대목에서 그의 字를 동미서시본만 잘못 언급하는
데,33) 이 역시 오류이다. 다른 이본들과 마찬가지로 동미서시본도 서사 후
반에서는 진세백의 자를 ‘천주’라고 여러 번 지칭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
세한 부분, 예를 들어 벼슬 이름 같은 것이 혼선을 빚거나 차이가 나는 부
분은 상당히 많다.34)
그런 단순한 실수 이상의 오류도 있는데, 다음과 같이 전혀 문맥을 알
수 없게 된 부분이 그렇다.
(가) 공이 머리 흔드러 왈, “부인은 단명여 보디 못려니와 비록
녀나 남의 디나리라.”더라. 윤부인이 임지덕이 이셔 쥬시 후
고 가부의 은총을 즐기지 아냐 일양 졍도로 규간고 어진 덕과 너른
도량이 원근 친쳑과 하의게 은혜 만흐니 인인이 탄복디라. (러시아
1:2뒤~3앞)
공이 머리 흔드러 왈, “부인은 단명여 녀아의 낙을 못 보려니와 비록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31) 위시, 니시, 진시(러시아) / 위시, 녀시, 셩시(동양) / 륜씨, 리시, 진시(동미)
32) 동양문고본도 둘째 아들의 이름을 빠뜨리는 오류를 저질렀는데, 주 씨의 둘째 아들보
다 주 씨의 딸인 교주가 서사에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동미서시본의
실수가 더 문제적이라 하겠다.
33) 명은 셰이라 고 텬쥬라 니 (러시아1:6앞)
일홈을 셰이라 고 쳔쥬라 니 (동양1:6앞)
일홈은 셰이 라 고 자난 현피라. (동미上:3)
34) 두 곳만 보면 다음과 같다. (러시아8:4앞~뒤) - (동양9:11앞) - (동미上:132); (러시
아8:24앞) - (동양10:3뒤) - (동미上:144~145).
396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녀나 남의 지나리라.” 뉸시 임지덕이 잇셔 쥬시로 화목고 가부의
은총을 흘너 친쳑과 노비의게 밋츠니 인〃니 칭숑더라. (동양1:3앞)
부모 쳔만 즁 야, “ …… 부인은 원 일월이 부족 니 필야 녀아의
부귀를 보지 못 련이와 나난 장 영욕을 누리고져 노라.” 부인니 답
왈, “엇지 공의 일으심과 갓기를 바라릿가?” 그러나 심지덕이 잇셔 쥬시
를 총 나 하공의 은총을 질기지 아니 더라. (동양 上:1~2)
(나) 인(하재옥-인용자)이 문왈, “거긔 무어시 잇관 형이 샹감시
뇨?” 샹셰(진세백-인용자) 활연쟝탄 왈, “져 글시 나의 슉인의 그 별셰
라. 호 셕라, 슉뇨셩으로 슈듕원혼이 되니 내 감회시 지어 화답
엿니, 비지젼의 엇디 이리오?”인이 역시 감 지 아니
고 위로 왈 (러시아 8:3앞)
장원(하재옥-인용자) 왈, “형이 무 쇼회 잇관 져리 상감뇨?” 상
셰(진세백-인용자) 녁탄 왈, “져 글시 나의 슉인 고별시라. 호 셕라,
슉요현으로 슈즁원혼니 되니 회시 지어 화답여니 미지젼의
엇지 이리오?” 인니 녁시 감탄 지 아니코 위로 왈 (동양 9:9뒤)
사인(하재옥-인용자)니 문왈, “형의 상감함은 엇지미요?” 상셔(진세백-
인용자) 활련장탄 야 왈, “져 혈셔 나의 고별셔라. 호 셕 라. 슉도셩
을 슈즁원혼니 되니 감히 시를 지어 화답 얏나니 미 지젼에 엇지 이
즈랴?” 사인니 역시 감 되 지 아니코 위로 왈 (동미 上:131)
(다) 됴샹셰 왈, “군언이 그다 . 규듕 현부 엇디 시 알며, 방금의
그 젹슈의 녀 업리 니, 잠간 차지나 혐의치 아닐진 아다 온 규
슈 쳔거리 라. 그 너모 고집지 말나. 다만 엇던 녀 구 뇨 ?”
샹셰(진세백-인용자) 웃고 하시랑(하재옥-인용자)을 가쳐 왈, “쇼이
져와 녀 구 이 다.” 됴샹셰 왈, “이 망언이라. 하시랑
니 고금의 업 분 아냐 텬샹의도 젹 업 니 , 어 가 져런 녀
어드리오? 만일 쳐 하시랑 면 도로혀 손복가 두리오니, 고
로 홍안이 박명 니 만흐니 예 요, 됴가인이 죡 리니 너모 과히 구 다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97
가 조화옹의 헌 미 오니라.” (러시아 8:20뒤~21앞)
됴상셰 왈, “군언이 그르다. 규즁 현부 엇지 알며 당금의 그 젹슈
될 녀 업니 잠간 지나 혐의치 아닐진 아다온 규슈 쳔거
리라. 그 너모 고집지 말나. 다만 엇던 녀 구뇨?” 상셰(진세
백-인용자) 하시랑(하재옥-인용자)을 가르쳐 왈, “쇼이 져와 갓튼 녀
구노라.” 됴상셰 왈, “이 망언이라. 하시랑 갓튼 니 고금의 업살
아냐 텬상의도 젹쉬 업 듯니 어 가 져런 인 어드리오? 만닐
쳐 하시랑 갓흔 람이면 도로혀 숀복가 두리나니 고로 홍안박명이
만흐니 너무 과도이 구다가 도로혀 됴화옹의 헌미 쉬오리라.” (동양
9:31앞~뒤)
하샹셔 소왈, “군언니 그르다. 규즁 현부를 엇지 알며 방금 그 와 젹슈
여 업스리니 잠간 참치나 혐의치 아닐진 아람다은 규슈를 쳔거리
라. 그 너모 고집지 말나. 엇던 녀를 구나 뇨?” 샹셔(진세백-인용
자) 웃고 하랑(하재옥-인용자)을 가릇쳐 왈, “이 갓튼 녀 여든 쳔거 소
셔.” 하샹셔 왈, “이 망언이라. 이 고금의 드물 아니라 텬샹의셔 그
둘이 업스리니 어 가 어드리오? 만일 쳐 하시랑 갓트면 도로혀 손복
될가 두리오니 고 로 홍안니 박명이니 너모 구다 가 됴화옹의 현 을
닙으리라.” (동미 上:142~143)
(가)는 본래 서술이 ‘임지덕’이고 그 주체는 ‘윤 씨’부인으로 둘째 부인
인 주 씨와 화목하게 지낸다는 단순한 서술인데, 동미서시본처럼 혼란이
되어서는 온전히 문맥을 파악할 수 없다. (나)는 남장을 하고 벼슬을 한
하재옥(하옥주)이 진세백과 수작을 하는 대목으로, 예전에 하옥주가 써서
진세백을 준 시가 있는데 그것을 동미서시본은 진세백 자신이 쓴 시라고
탄식한다. 문맥으로 보나 작품 서사의 내용으로 보나 동미서시본이 오류이
다. (다)는 진세백과 하재옥이 한담하는 곳에 조 상서가 찾아와 결혼을 말
하는 대목인데 조 상서의 말을 하재옥의 말로 바꿔 버리는 오류를 저질러
398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문맥을 크게 그르치고 말았다.
이렇게 동미서시본은 정제성이 떨어지는 이본으로 여러 문제점을 지니
고 있다. 이는 활판 인쇄를 할 때 오식으로 인해 생긴 것일 수도 있고 대본
인 필사본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35) 어느 경우
든 동미서시본은 상업적 출판물로 제작되면서도 정제성에 신경을 쓰지 못
한 이본인 것은 분명하다.
3.2. 장면화 시도와 개연성 추구
활판본 동미서시본에 오류가 많은 것은 단순한 부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근본 이유는 동미서시본 출판업자가 나름의 의도를 가지고 텍스트를 재구
성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36) 동미서시본은 기존 이본과는 달리 갈등상
황을 분명하게 예각화시켜 주제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장면화를 시도하고
개연성을 높이려 했다. 동미서시본에는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과 다른 내
용이 텍스트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데, 이런 독특한 서술은 덜 중요한 부분
은 과감하게 축소ㆍ삭제하고 중요하다고 판단한 상황을 부각시켜 장면화
를 꾀한 것과 서사에 미진하다고 판단된 부분을 나름의 서술을 통해 개연
성을 높이려는 노력 때문이다.
<하진양문록>은 진세백과 하옥주의 결연을 통해 가문이 창달되는 내용
이라 할 수 있는데, 본래 서사의37) 몇몇 내용은 조금 무리가 있다. 대표적
35) 先本인 대본의 문제인지 여부는 활판본을 형성시킨 선행본을 찾아낸 후에야 분명하
게 규명될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이본 대조 연구를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6) 필자의 능력 부족과 과문함이 문제이지만, 현재까지 <하진양문록>의 필사본을 살펴
본 바에 의하면, 활판본에서 영향을 받은 필사본을 제외하고는 본고에서 논의하는
바와 같은 활판본의 특징을 지닌 이본을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이로 보아 활판본의
독특한 서술은 활판본업자의 의도적 개작노력으로 보아야할 것 같다.
37) ‘본래 서사’로 지칭한 것은 善本을 비롯한 작가 원본에 해당하는 <하진양문록>의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399
인 것이 하 씨 집안의 가통이 데릴사위인 진세백에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하 씨 집안에는 정실에게서 태어난 엄연한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이 인덕을
갖춘 善人으로 형상화됨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인 하공이 데릴사위로 진세
백을 들여 딸인 하옥주와 결연시켜 가통을 잇게 하는데 이는 분명 문제적
이다. 그래서 惡人으로 형상화되는 주 씨와 그의 아들들 그리고 교주가 발
호하여 진세백과 하옥주를 곤경에 처하게 하지만 이들을 단순히 惡人으로
보기 어렵게 된다. 애초에 하공이 온당치 않게 근본 없는 진세백을 데릴사
위로 들여 과도하게 편애하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기 때문이다. 부실인 주
씨가 정실의 아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아들들이 가권을 잇게 하려고 발호하
는 것이 아니라, 집안을 진세백에게 넘기려는 하공의 행동에 반대하는 것
이기에 이들의 행위를 극단적 악으로 단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하진양문록>의 문제점을 동미서시본은 인물형상화 강화, 내용
구성의 조정, 대립과 갈등 상황의 예각화, 과감한 생략과 삭제 및 첨가 등
과 같은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서사를 보완하여38)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
① 우선 ‘진세백’의 등장 순서를 조정하고 당당한 인물로 형상화시켰다.
다른 이본과 달리 진세백을 서사 처음부터 등장시키고, 그를 매우 강단 있
는 인물로 형상화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 상황을 개연적이게 구성
하여 강조했다.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은 하공이 형주 지방을 순행하다가 우연히 피리
소리를 듣고 진세백을 만나게 되고, 진세백에게서 홀로 떠도는 사연을 듣
서사 내용을 뜻한다.
38) 서사의 내용을 완전히 바꾸려 했다면 동미서시본 <하진양문록>은 ‘하진양문록’이
아닌 다른 작품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활판본업자는 <하진양문록>이 지녀야할 기
본 서사와 토대 안에서 최대한 노력한 것이다.
400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는다. 그런 진세백이 맘에 든 하공은 그를 데리고 돌아와 집에 머물게 하다
가 자신의 딸 하옥주와 성혼을 시킨다. 그런데 동미서시본은 이 형주 지방
순행 장면에 앞서 일찍이 진세백을 등장시킨다.
차시 옥쥬 소졔 졈졈 자라 긔이한 골격과 화려한 풍되 날노 로우니
공이 과 야 볼 젹마다 문호를 보젼할 난 차아라 야 륜부인니 보지
못함을 쳑년 삼 니 쥬시 깁히 아쳡 나 공의 위엄을 두려 함구잉분 더
라. 공이 셔 등한치 아니리요 며 진 공( 진세백-인용자)의 손을
잡고 당으로 드러가니 진․윤․리부인이 경 야 이러 답례 고 좌를
졍 니, 원 이 소년은 젼님 악쥬자 진원경의 일자라. (동미 上:2~3)
동미서시본만 있는 이 서술을 통해 진세백이 분명하게 하옥주의 배필로
사위가 될 것을 명시한다. 그 다음에 진세백에 대한 인정서술과 함께 그가
떠돌게 된 연유를 서술한다. 그 서술도 역시 다른 두 이본과 다르다. 진세
백의 부친이 노복들에게 유언을 하는 장면, 부친이 돌아가신 후 治喪하는
장면, 화재가 나서 집이 타버린 후 노복들과 생활을 이어가는 장면 등은
축소해 버렸다.39) 그 부분이 전체 서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아니고 진
세백 인물 형상화에 크게 기여하는 부분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동미서시본은 진세백이 도인에게 음률을 배우는 대목은 크게 확장시켜 장
면화를 꾀했다.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이 단 한 줄로 정리한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40) 이렇게 음률을 배우는 장면이 부각되는 것은 그가 주체적
39) 해당 부분은 (러시아1:5뒤~11앞), (동양1:4뒤~11뒤), (동미上:3~5)이다.
40) 공 식냥이 과인여 일 두 식과 열 근 고기 먹고 일 두 쥬 젹게 너기 고로
다 어려이 너기더라. 진이 유락여 쟝긔 굴여 곤믈 바드나 괴로이 아니 너기
고 강호의 한유더니, 홀연 이인을 만나 거믄고 화 음뉼을 치 본 죄
신긔디라 묘 곳을 득여 곡죄 졍명니 인인이 탄복더니, 이러구러 형
풍경이 졀승믈 완샹코져 여 형 니러 두로 유람 (러시아 1:10뒤~11앞)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401
으로 능력을 획득하는 점에서 ‘진세백’이란 인물형상화에 도움이 되기 때
문이다.
이렇게 동미서시본은 진세백의 인물형상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서술
을 시도하는데 다른 이본과 달리 더 당당하고 강단 있는 남자로 형상화한
다. 관찰사인 하공이 진세백을 부를 때, 동미서시본의 진세백은 다음과 같
이 행동한다.
이 쇼왈, “ …… 내 실노 듕신을 볼 의 업나 됴흔 으로 쳥
아니 가믄 댱부의 아니라 내 가셔 그 위인을 보리라.”하고 (러시아
1:12뒤)
아역이 다시 쳥여 왈, “관찰 조졍 즁신이라. 본현 슈로 노르시
다가 옥쇼셩을 듯고 특별이 쳥 간졀이 바라시니 상공이 엇지 조흔
슬 져바리시나니잇고?” 진이 침음양구의 각, ‘ 가셔 그 위인을
한 번 구경리라.’ (동양 1:12뒤)
관녜 다시 나아와 공슌니 졀 고 고왈, “상공게셔 공 를 비록 상면치
이 식냥이 남과 다른 고로 쥬리믈 면치 못더라. 호련 이인을 만나 거문고 화
음뉼을 치니 곡죄 졍묘 인〃니 그 조 흠탄불니더라. 명년 츈니 되
형쥬 풍경을 완상코져 여 두로 유완 (동양 1:11뒤)
공 식양이 과 야 일 두 식, 일 근 육을 능히 먹고 한 일 두 쥬를 사양치 아니 니
다 어려이 너기더라. 이 여 궁곤이 지나다가 헐릴업셔 이에 지향 업시 두루 노라
강호에 류락랴 고 , 곳에 니르니 경 졀승한 곳의 한 로인니 단쇼를 불며
무릅 우의 현금을 언고 쳐량이 희롱거 날 셰이 듯다가 혜오, ‘그 곡조를 비록
통치 못나 인간 곡조난 아이니 장 호 리라.’ 고 나아가 졀고 엿오
“동 비록 조 업 오나 한 번 호기를 원 나이다.” 로인 왈, “네 엇지 이 곡조를
아난다?” 셰이 왈 , “엇지 션곡을 누지소동이 알이잇고?” 로인 왈, “션곡을 엇지
염양나 뇨?” 셰 왈, “쇼동이 여간 례악을 닑엇기 로 쇽악 곡조난 강 짐작옵
더니 이졔 로인의 곡조를 듯 오 인간의 곡조난 아니온 고로 션곡인 쥴 아옵거니
와 감히 뭇나 니 로인 존호을 듯고 나 이다.” “ 쳔명을 아라 무엇리 오? 다만
금젹 곡조만 호라.” 고 문득 져를 들고 손가락 난 법슈와 거문고를 언고 난
보슐를 강 이로며 률음보젹을 닙으로 외와 가릇치니 총명한 인 가 엇지 닷지
못리 오? 문일지십고 견일지 니 (동미上:5~6)
402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못얏 오 나 일곡 봉젹의 회 쳐량오 무로 동시 디 의 셔로 만나 회
포를 펴고져 야 연셕의 뫼혀 쥬 를 날여 울회를 풀고 쳥 오시니
이 가시미 조흘가 나 이다.” 셰이 마지못야 나아가 왓슴을 고라
니 (동미上:6)
이렇게 동미서시본이 보여주는 진세백의 당당함은41) 하공에게 자신을
거둬달라는 간청을 하는 대목을 삭제함으로써 더 강화된다. 하공과 진세백
이 만나서 수작하는 대목을 보면, ‘①진세백의 자기 처지 설명 - ②진세백
의 음률 연주 - ③진세백의 문장 짓기 - ④하공이 진세백을 집으로 데려
가기’ 순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①에서 진세백이 자신의 부모가 돌아가셔
서 외삼촌에게 의탁할 생각이라는 점을 말하는데 하공이 그 외삼촌도 사망
했음을 알려 준다. 그 후 ②의 연주를 하는데, 그 후 러시아본과 동양문고
본은 다음과 같은 서술이 있다.
공 쳑연여 니러 졀며 왈, “쇼 외구 차가려 엿더니 임의
졸여 겨오 쟝 어로 가리잇고? 강호의 유람여 풍진의 손이 되연
지 년이라 오즉 문을 폐믈 근심 라. 비록 텬 너르나 일신
을 용신 히 업고 집이 비록 만흐나 쥬착 곳이 업디라. 만일 대인
이 리지 아니시면 슬하의 문인 되기 원이다.” (러시아 1:16앞)
공 쳐연여 이러 졀고 왈, “쇼 외구 져 가려 더니 님의 기
셰신즉 어로 향지 모로옵고 강호의 유락여 풍진의 숀니 된 지
라. 아즉 고락을 폐믈 근심 오나 비록 텬 너르나 일신을 의탁
히 업고 집이 비록 만흐나 쥬착 곳시 업지라. 만닐 인니 바리
지 아니시면 슬하의 문인 되기 원나이다.” (동양 1:17앞~뒤)
41) 번다하여 인용을 길게 하지 못했지만, 러시아본이나 동양문고본의 진세백은 단순히
한번 가서 만나보겠다는 정도이나, 동미서시본의 진세백은 가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간다는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동미서시본의 진세백은
높은 관원이라고 해서 굽실거리며 고분고분해 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님이 드러난다.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403
의지할 곳이 없는 진세백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심정의 토로이다.
그러자 하공이 ‘불감청이지만 고소원이’라면서 ③처럼 글제를 주고 글을
짓게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동미서시본은 위에 인용한 해당 대목은
물론 하공이 ‘불감청이지만 고소원이’라고 말하는 내용도 없다. 대신 ②의
음률연주와 ③의 문장 짓기 대목에 구체적인 시구를 제시하면서 내용을
대폭 확장시킨다.42)
이 대목의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 서사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기
남자인 진세백을 우연히 만나 마음에 든 하공이 그의 면모를 음률연주(②)
와 문장 짓기(③)를 통해 확인하고 그를 집으로 데려가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②와 ③ 사이에 진세백의 “만일 대인이 리지 아니시
면 슬하의 문인 되기 원이다.”라는 하소연이 더해지고, 음률연주(②)
를 통해 진세백에게 호감이 생긴 하공이 문장 짓기(③)를 통해 그의 인품
과 능력을 재확인하여 마음에 흡족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미서시본은 그렇지 않다. 진세백은 외삼촌이 돌아가심을 알게
됨으로써 더 처지가 궁색해지지만 변함없이 당당하게 행동한다. 앞서 지적
한 것처럼 슬하에 문인이 되겠다며 데려가 달라는 하소연이 없는 것은 물
론이고, ②와 ③의 내용도 다음처럼 하공이 오히려 간청하듯 청하고 진세
백은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응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진세백은 시종일관
당당한 것이다.
하공 왈, “나난 마 장 군 관찰라 . 맛참 황죠를 밧와 슌현 읍
난 관찰 되여 열읍의 슌람 다가 우연이 이곳에 역로 되기로 금야의
루상 완경다 가 그를 밧 게 만나거이와 군의 퉁소 곡죠를 드르 여
42)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은 시를 지었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상찬 정도로 서술되나
동미서시본은 구체적인 시를 보여주고 있고 나아가 그를 둘러싼 이런저런 서술들이
장면화되어 이어진다. (동미上:7~11) 참조.
404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텬 상됴요 불인 간곡이라. 한번 시험할소냐?” 진이 퇴손 왈, “미거소
동이 작으 로 부 거슬 엇지 족히 드르시리잇고?” 공이 우어 왈, “슈연
이나 우리 희한니 드른 잇스니 사양치 말나.” 좌즁이 모다 권 거날 진
이 마지못야 젹 일셩의 아々양々야 …… 취필 후에 젹을 더지고
다시 곳쳐 왈, “조졀지셩으로 공연이 장 의 쳥금을 더러이니 죄민
야이다.” 공이 쳥파에 당연경아 문왈, “군이 연츙지의어날 어 셔 그 곡조
를 흔 고? 불의 금야에 견 경텬위디지로 다.”고 그 등을 어로만
지며 즁 야 신복 일습을 명 야 쥬어 닙히고 인하야 머물고 가기를 허
치 아니야 종야토록 담화하 고금력와 흥망득실과 젼진승와 경리
사체 문답에 쳬 함이 업스니 공이 희 야 흥 을 라 , “진아 , 일 슈
시를 어더니 평의 직회를 쓰게 랴 노라.” 진이 삼 겸손타가 마지못
야 글졔를 쳥 니 (동미上:8~9)
이렇기에 동미서시본에서 진세백은 하공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공의 집으로 가게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다른 본들과 달리 하공이
더 적극적으로 진세백을 청빙하는 내용이 된 것이다.
게다가 동미서시본은 다른 이본과 달리 하공이 진세백을 첫눈에 마음에
들어 사위감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서술되는데,43) 그러므로 이
후 이어지는 ①, ②, ③의 과정은 사위감에 대한 평가라 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마음속으로 사위 삼을 생각을 굳힌 하공은 그를 붙잡으려 한
다.44) 결국 ①~④의 모든 과정은 진세백이 아닌 하공의 간청으로 이루어
43) 하공이 자셔이 인물을 보 원비웅요며 호두용안과 봉목와잠미의 신장이 팔 쳑여오
소연니 산쳔조화를 실른 듯 고 흉금에 웅호영걸지 를 품은 듯 며 언어 여슈 고
어셩이 여뢰니 하공이 심즁에 암희 왈, ‘ 평 녀아의 필 를 구고 자 되 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할너니 오날 하날이 이 사람을 지시 심이라. 이 람을 동상을
삼으리라.’고 을 야 왈, “그 로부를 긔이지 말고 발키 이르라.”……(동미
上:7)
44) 공이 찬왈, “이 셩현츙졀지됴니 초년은 비록 곤궁나 후일은 셩 닙훈할 긔상이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405
지고 진세백은 당당한 기남자로 형상화된다. 그러므로 러시아본이나 동양
문고본의 하공보다 동미서시본의 하공은 진세백에게 훨씬 더 정감이 깊게
그려지고 그래서 이후 하옥주와 결연을 시키는 것이 더 개연적으로 받아들
여지게 되는 것이다.45) 정리하면,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이 ‘훌륭한 인물
을 만나 마음에 들어 집으로 데려옴’이라면, 동미서시본은 ‘탁월한 인물을
만나 사위로 삼을 작정으로 그의 품성을 확인하고 그에게 간청해 집으로
데려옴’이 된다.
② 동미서시본의 서사가 더 개연적인 것인 이후 진세백이 하 씨 집안에
들어온 후 결연하게 되는 과정에도 나타난다.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은 진
세백이 쓸쓸한 마음에 음률을 희롱하는 것을 하공이 보고, 자신에게 두 딸
이 있는데 첫째 딸인 옥주와 결연하라는 식으로 서술하지만, 동미서시본은
앞서 본 것처럼 이미 하공의 마음이 분명하게 정해졌기에 진세백의 마음이
쓸쓸해진 틈을 타서 딸인 하옥주와 성혼하라는 식으로 서술한다. 물론 그
개연성을 부각시키고 높이기 위해 동미서시본은 다른 본과 달리 울적해
하는 진세백과 그와 수작하는 하공의 장면을 대폭 확장시켜 형상화한다.46)
이때도 다른 본과 달리 동미서시본은 진세백의 속마음을 구체적인 서술로
명시적으로 드러내서 보여준다.47) 이런 일련의 서술을 통해 당당한 진세백
라. 군은 괴로옴을 각 지 말고 날를 라 감이 엇더뇨 ? 군 갓튼 인를 엇지
못 야 발분망식 더니 이졔 군을 맛나 지원니필이라 이졔 쥭은들 무삼 한니 잇스
리오? 원컨 그 나의 아람다온 긔약을 어긔지 말나. 군의 의향은 엇더뇨 ?”
(동미上:10)
45) 동미서시본에서 ②, ③의 장면이 확장된 것도 진세백의 인품과 심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아울러 하공이 진세백을 자신의 사위로 받아들일 작정으로
그를 확인하고 가늠하는 과정으로 기능한 것이다.
46) (러시아1:19앞~21앞), (동양1:21앞~23뒤), (동미上:11~12) 참조.
47) 그 곡됴에 일넛스되, “텬디가 너르다 하나 일신이 난용이요, 산하가 만타 들 셰류를
406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이 하옥주와 결연하는 것이 합당하도록 개연성을 높였다.
③ 앞서 언급했듯이 <하진양문록>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시발은 하공이
데릴사위로 진세백을 데려와 정실 소생의 딸 하옥주와 결연하게 하여 그에
게 집안의 주도권을 주고자 함에 있다. 이런 문제적 상황을 서사에서 흐리
기 위해 동미서시본은 집안의 갈등 상황을 주 씨와 교주의 발호 쪽에 더
비중을 두어 서술하고 그 대립의 정도를 강화시켰다.
우선 동미서시본은 하공의 진세백에 대한 편애부터 직접적으로 명시하
여48) 주 씨의 세 아들과 교주가 발호하는 것에 개연성을 더하고, 거기에
다음과 같이 주 씨가 진세백을 두고 탄복하는 내용을 삭제함과 동시에 그
대신 진세백을 ‘탕자’라고 폄하하는 내용으로 대체함으로써 동미서시본은
주 씨를 더 극단적 행동을 하는 악인으로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집안의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음을 개연적으로 설정한다.
쥬 시 몬져 음영던 므니, 시녜 진이라 디라. 쥬 시 변
여 왈, “진짓 귀인니며 호걸이로다.” 더니 거문고 소 듯고 갓
가이 나아가 렴의셔 보니, …… 쥬시 실듕의 도라와 칭찬 왈, “인
비할쇼냐. 오홉다, 혈혈인이 의지할 곳지 바히 업. 황텬니 감 후덕에 븟치
시니 오날은 평 다 후일을 어이할고. 고국을 원별함 이칙을 당 고 명졀이 님시
되 션영의 것친 풀를 뉘라셔 금벌할고. 셩동이 갓가오되 진작이 무로 니 명조사
의 승사를 뉘라 할고. 만리종젹이 효의을 못 니 인간의 죄인이라 엇지면 관져종
로 인지지츄우를 어더 야 블고.” 곡됴를 맛치 (동미上:11)
48) 공이 진공 랑미 긔츌 갓흐여 졔로 화희라 니 (러시아1:18뒤)
공이 진 랑미 긔츌갓치 졔로 화호라 니 (동양1:20뒤)
하공이 이후로 항상 깃부물 이긔지 못 야 삼 (주 씨의 3형제-인용자)를 야
진의 덕 을 말삼며 셔로 관후기 를 당부고 , 화 (윤 씨의 아들)를 명야
진과 갓치 놀고 슈익기 를 쳥며 형으로 졉 라 고 , 쥬씨의게 당부야 후
라 더라. (동미上:10)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407
인이 다 진을 기리나 그도록 줄 몰나더니 금일이야 시 보니 진
짓 텬하 긔남라. 져러거든 샹공이 아니 혹샤 져런 풍도긔골노 옥
윤을 지어 일실의 쳐 진짓 텬졍일며 년냥필이 되리로다.”니
(러시아 1:36앞~37앞)
쥬시 먼져 읇든 무르니 이 곳 진이라. 쥬시 변고 닐커러 왈,
“진짓 귀인이며 호걸이로다.” 거문고 쇼 듯고 가이 나아가 발 안
의셔 시 보니 …… 쥬시 침당의 도라와 칭찬믈 마지아니며 왈, “인〃
니 다 진을 기리나 그도록 긔이믈 실노 몰낫더니 금일이야 시
보니 쳔하의 긔남자라. 져러틋 아름답거든 상공이 엇지 져의게 혹치 아
니리오? 져런 풍뉴긔질노 옥윤을 지어 일실의 쳐 그 혹미 남녀의
셩졍을 상키 오리로다.”고 암〃칭지니 (동양 1:6앞~7앞)
잇 영화 등 삼 인이 쇼공 진을 로 물 로고 증념니 가 지로
할 시 잇더라. 일々은 공이 조회를 맛고 도라와 뎡당에 좌졍며 화긔
자약 야 쥬시로 더부러 좌를 년 얏더니 부인니 념용감슈 왈,“쳡이 드르
니 문하인 진과 옥쥬의 혼를 졍시 고 피 신표를 바닷다 오 니 쳡
은 각 건 일이 맛당치 못나 이다.” 공이 졍 로왈, “부인은 이 엇진
말이뇨? …… 부인은 다시 어린 말를 말나.” 셜파의 안이 씩々엄졍니 ,
부인이 졍 왈 , “명공은 본 셰의를 두시나 져 문하 탕를 옥쥬 갓튼
졀륜미으 로 쌍을 하 이 닭이 봉을 함 이요, 졔 혹 닙신현달할진
탐관낙셰야 명공의 로 심 을 능만방 야 핍박고 화영 등을 경
쳔멸시리 니 이 은반위슈 되오리니, 이졔 다른 곳 쥬문갑졔의 왕공후
졔 즁 옥모군 젹지 안니커날 명공은 하방의 류락 걸 를 다려
다가 양육 야 회를 삼으시면 이 졍이 의논할 라 명졍현쳐함이 아니
오…….” (동미 上:19~20)
즉, 이렇게 됨으로써 주 씨가 현숙하지 못하고 느닷없이 발호하는 것 같
은 인상까지 드리우게 되어 주 씨는 부도덕한 악인으로 명확하게 형상화된
다. 여기에 동미서시본은 분명하게 家權이 진세백에게 뺏길 것이라는 불평
408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과 언급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49) 갈등의 이유가 다른 이본들보다
선명하게 부각된다.
하공의 부실인 주 씨를 이렇게 악인으로 형상화함과 동시에 주 씨의 딸
인 교주 역시 악독한 여인으로 형상화한다.
모든 이본에 교주가 진세백에게 자신이 몸종이라고 속이고 동침하는 내
용이 있는데, 그 시작은 교주 스스로 제가 옥주보다 먼저 진세백과 동침하
여 그를 호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다. 몸종이라고 속인 후
진세백과 동침한 교주는 자신을 ‘첩으로라도 받아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진세백이 ‘너와 같은 계급의 남자를 찾아 성혼하라’는 말로 물리치고, 교주
가 ‘망부석이 되어서라도 따르겠다’고 하자, 진세백이 ‘성혼한 후에 옥주가
숙덕이 있어 첩을 용납하고 하공이 너그럽게 용인하신다면 받아들이겠다’
고 답한다. 그러자 교주는 옥주가 “용뫼 박으로 의논실 아니
라. 큰 혹과 츄 마귀 도친 거시 그 슈 모로고 두역을 잘못여
눈이 멀고 입이 기울며 머리털이 업고 비각을 디 못니, 그런 듕 겸
셩되 긔험여 악이 구비(러시아1:10뒤)”50)다며 험담을 늘어놓은 후,
‘당신은 속아서 성혼한 것이’라며 모함한다. 그러자 진세백이 교주에게 호
통을 치며 물리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주는 자신이 진세백과 사사로이 간통한 것이 들
통 나서 아버지 하공에게 징치당할 것이 두려워진다. 그래서 모친 주 씨와
세 오빠에게 그간의 행적을 털어놓는다. 크게 놀란 주 씨와 3형제는 진세
백을 죽이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며 독살하든지 꾀어내어 비명횡사시키는
등의 방법을 논의한다. 그러나 그 모든 술수가 하공에게 탄로 날 수 있으니
안 된다며 ‘진세백이 교주를 강간했다’고 모함하는 것으로 논의를 매듭짓
49) (동미上:17)
50) 동양문고본도 동일하나 인용이 번잡하여 생략한다.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409
는다.51) 그런데 이런 수작을 옥주가 우연히 듣고 진세백에게 도망치라고
말한다. 결국 진세백이 도망친 후 교주가 강간당했다며 주 씨와 3형제가
패악을 부리자 하공은 그 모함을 믿게 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러시아본ㆍ동양문고본과 달리, 동미서시본은 전혀 다
른 서술로 꾸며져 있다. 교주가 몸종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동침하는 것까
지는 같으나, 이후 교주가 진세백을 꾀나 그가 넘어오지 않자 다음과 같이
그를 내당으로 불러들여 함정에 빠뜨린다.
교쥬 앙々야 , 일야 교를 머금고 시녀의 도 리로 진을 ‘공이 부
르신다’ 고 어두운 밤에 그림 를 뵐동말동 고 바로 당으로 드러가
니 진의 이 도라올 라 . 라 드러가더니, 홀련 쥬 시 쇼 질너 “도
젹이 든다.”고 외 진경니 공이 살펴보니 진이 라. 연고를 무르니
진이 쇼명으로 발명나 쥬 시 모녀 님의 약쇽한 일를 엇지 고지 드르
리오. 판 모함 이 되여 날이 발기를 기다려 바로 법에 고야 진을
쥭이려 하지 라. 진은 신셰를 탄식고 쳐쇼로 도라가니 (동미上:25)
곤경에 처한 진세백에게 옥주가 도망치라는 글을 보내고, 옥주를 만나
직접 말을 하며 수작한 진세백은 결국 도망친다.
동미서시본이 훨씬 더 개연적인 것은 진세백의 도주가 러시아본과 동양
문고본이 상대적으로 작위적이기 때문이다. 진세백이 옥주와 만나 수작할
때, 세 이본 모두 “요녀에게 속았다”고 서술하는데,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
은 ‘여종이 자신을 호렸다’는 의미로 읽히지만, 동미서시본은 위에서 본 것
51) 실제로 ‘진세백이 교주를 강간당했다고 모함하자’는 식의 말이 서술되는 것이 아니라,
서사에 궁금증과 흥미를 주기 위해서 어떤 계교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주
씨가 “이 계 신묘타”고 하는 것으로 장면이 끝난다(러시아1:12뒤, 동양1:23앞 참
조). 독자는 조금 후에 교주가 강간당했다고 모함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을 통해 이들
이 숙의한 내용이 ‘교주가 강간당했다고 모함하자’는 것임을 알게 된다.
410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처럼 내용이 개작되었기에 ‘하공이 부른다고 거짓으로 교주가 꾀어서 내당
에 들어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읽힌다. 다시 말해, “淫
女의 弄術에 걸렸다”는 언급은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에서는 ‘허락 없이
하공 댁 시비와 통간했다’는 정도의 서술로, 사실 그런 행위가 문제적이기
는 하나 그 당대에 받아들여지지 못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즉, 도망칠
정도로 과도한 일이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동미서시본같이 내당에 여성
을 겁박하려고 들어간 것처럼 되어버리고 ‘곧 날이 밝으면 고소당할 처지
에 놓였는데 변명의 여지도 없다’면 도주하는 것이 마땅하다. 동미서시본
이 훨씬 개연적인 것이다.
이렇게 동미서시본은 서술을 바꿈으로써 다른 이본에 비해 개연성을 높
이고 아울러 교주를 더 없이 간특하고 사악한 인물로 형상화했다.
④ 나름의 시도로 개연성을 높이려는 동미서시본은 불필요하다고 판단
하는 장면은 과감하게 삭제하는 것에서도 보인다. 옥주가 혀를 깨물어 자
살을 시도해서 인사불성이었는데 교주를 보더니 느닷없이 일어나서 도도
한 언술로 질책하는 장면이 있는데52) 동미서시본은 이처럼 비개연적인 부
분을 삭제했다. 인사불성으로 죽음을 넘나드는 옥주를 교주가 죽이려 한다
는 것도 어설프고 과도하지만, 혀를 물어 자살을 시도해 인사불성인 옥주
가 갑자기 눈을 뜬다는 것이나 찢어진 혀로 그토록 길게 말을 하는 것, 말
을 마치자 다시 눈을 감고 누워 인사불성이 된다는 것 등은 개연적이라
하기 어렵다.53)
52) (러시아2:34앞~35앞), (동양3:16앞~17앞)
53) 본래 원작에서 그렇게 서술한 작가의 의도는 명분과 도리를 설파하기 위한 것이지만,
시점자의 주관적인 개입과 과도한 설정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이다. 동미서시
본은 이를 개연적으로 바꾸었다.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411
이렇게 삭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미서시본은 명확하지 못한 부분에
구체적인 서술을 첨가하여 상황을 명료하게 만들기도 했다. 진세백이 문과
와 무과에 동시 장원을 하는데 문과 장원했다는 것은 언급되지만 무과는
상황을 통해 장원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도의 서술로 지나간다.54) 이를
동미서시본은 명확하게 진세백이 무과도 장원했다는 서술을 첨가해 보완
한다.55)
이상의 논의를 통해 활판본 동미서시본은 나름의 시각에서 작품의 개연
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이본임을 알게 되었다. <하진양문록>이 지니고
있는 원 서사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그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측면에서 서사
와 서술을 개작한 것이다. 인물 형상화를 강화시키고 서사 구성을 조정하
여 개연성을 제고하고 갈등 상황을 예각화시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불명
확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삭제ㆍ첨가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다듬었다. 비록
동미서시본은 최초의 활판본이 지니기 쉬운 부주의와 실수가 여러 곳에
산재해 있기는 하나, 기존의 대중적 텍스트인 세책본과는 다른 측면에서
대중성을 꾀한 차별적인 대중적 텍스트인 것이다.
4. 결론
고소설을 읽고 향유했던 독자들은 자신이 향유한 텍스트를 그 작품으로
인식했고, 그 텍스트의 서술과 상황을 해당 작품의 내용으로 인지했다. 널
54) (러시아4:8앞~10뒤), (동양5:15앞~17뒤)
55) 감시관이 긔를 두루고 북을 울이며 좌우 졔셩 되, “무과 장원이라.” 고 셩명을 무른
즉 진이 총망이 궁시를 던지고 만인층즁에 몸을 다라 오다가 문득 드르니 ‘문과
장원 진셰위라.’ 고 소 진동 거날 (동미上:63~64)
412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리 유통된 대중적 텍스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당대 독자들이 읽고 내
면화했던 의미의 지평을 이해하는데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대중적
텍스트를 통해 당대 문화 지형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 살핀 <하진양문록> 활판본 동미서시본은 1915년에 간행된 최
초의 활판본으로 기존의 필사본인 러시아본이나 세책본인 동양문고본과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선본인 러시아본과 세책본인 동양문고본은 활판본
인 동미서시본과 서로 같지 않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채 형성되고 유통
된 이본이었다. 세 이본이 각기 다른 계통을 형성하고 있는데 굳이 더 가까
운 쪽이라면 같은 대중적 텍스트인 세책본과 활판본이었다.
그러나 대중적 텍스트인 세책 동양문고본과 활판 동미서시본은 동일한
계통이 아니고, 활판본 형성에 세책본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도 아니었
다. 활판본의 서술은 기존의 <하진양문록> 이본들은 물론이고 세책본도
지니고 있지 않은 독특한 서술로 되어 있다.
활판본 동미서시본의 특징을 러시아본과 동양문고본은 동일하지만 동
미서시본만이 다른 대목들을 대비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활판본 동미서시본은 인물형상화를 강화하고 서사의 구성을 조정, 대립과
갈등 상황 예각화, 비개연적이라고 판단된 부분은 삭제, 생략 또는 새롭게
첨가 하는 등의 개작을 통해 서사의 개연성을 추구했음을 알아냈다.
이런 동미서시본은 다른 이본들과 달리 서사의 갈등이 더 첨예하게 부
각되었고 서술이 명확하고 명시적인 안정적 서사 진행을 꾀하여 대중소설
이 지니고 있는 ‘기대-확인’의 통속적 전략을56) 충실히 구현했다. 이런 점
은 최초의 활판본이 지니고 있는 부주의한 실수와 오류에도 불구하고 활판
56) 이에 대해서는 움베르토 에코, 대중의 슈퍼맨,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1994, 233~
234면; 박성봉,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의 예술, 일빛, 2002, 111~132면 참조.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413
본이 대중적 텍스트로 널리 유통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
서 이후 신구서림, 공동문화사본 등과 같은 활판본으로 이어지면서 거듭
간행되게 된 것이다.57)
57) <하진양문록>의 활판본 중에서 동미서시본과 ‘릴 업셔’를 ‘릴 업셔’ 등과 같은 차
이를 지니고 그대로 동일하게 판형이 유지된 활판본은 신구서림본과 공동문화사본
이다. 다만, 동양대학당본은 일정 정도 동미서시본과 거리가 있는데 다음의 (가)와
(나)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의도적으로 축약하거나 삭제하는 (다),
(라)와 같은 경우도 있지만, 큰 서사와 내용은 동미서시본의 서사와 내용을 따른다.
(가) 셰 명문거족으로 남졍북벌함과 동토셔졍 며 명만번디 고 위진 야 공
열이 우쥬의 덥히고 훈업 유 의 헌미 되무로 열토봉작함 (동미上:1)
셰대 명문거족으로 남졍북벌하고 동토셔졍하야 위진해내하니 공렬이 우쥬에 덥히고
훈업이 바다 갓흔 고로 녈토봉작하매 (대학당上:1)
(나) 노복을 인의로 제어 니 덕화 건리에 펴이여 뉘 층송치 아니 리 업더라. (동미
上:2)
노복을 인의로 제어하니 덕홰 원근에 페히여 뉘 층송치 아니 리 업더라. (대학당上:2)
(다) 쥬시의게 남 를 부탁 난 말이 극진니 간졀 야 반다시 은혜로 칭 니, 쥬시
비록 불린암 위인이나 공의 즐 영합야 분부로 시 되 십분 조심야
아희들를 지셩으로 구야 기르더라. 이러구러 구 과극야 잇 옥쥬 소뎌의 츈광
이 십여 셰라. 공이 비록 쥬시를 지극 후 나 일졈의 륜시 각 이 간졀함을 이긔지
못 야 일 탄식불이함을 마지 아니 더라. 자녀를 차례로 셩합 고 총부 륜씨, 차
부 리시, 삼부 진시 이 곤산미옥이요 월궁항아라. 금분 모란화 아참 이슬의 조로
를 먹음어 아람다오미 금셰에 두 리 업더라. 차시 옥쥬 소졔 졈졈 자라 긔이한
골격과 화려한 풍되 날노 로우니 공이 과 야 볼 젹마다 문호를 보젼할 난
차아라 야 륜부인니 보지 못함을 쳑년 삼 니, 쥬시 깁히 아쳡 나 공의 위엄을
두려 함구잉분더 라. 공이 셔 등한치 아니리요 며 진공의 손을 잡고 당
으로 드러가니 진ㆍ윤ㆍ리 부인이 경 야 이러 답례 고 좌를 졍 니, 원 이
소년은 젼님 악쥬자 진원경의 일자라. (동미上:2~3)
쥬씨에게 남매를 부탁하고 매일 탄식함을 마지아니하더라. 차시 옥쥬 소졔 졈〃자라
매 긔이한 골격과 화려한 풍되 날노 새로오니 공이 과애하야 볼젹마다 문호를 보젼
할 자는 차애라 하야 윤부인이 보지 못하물 쳑연불니하니, 쥬씨 깁히 아쳠하나 공의
위엄을 두려 함구 잉분하더라. 공이 택서하기를 등한치 아니터니, 일일은 일개 쇼년
의 손을 잡고 마당으로 드러오니, 원 이 소년은 젼님 악쥬 자사 진원경의 라.
(대학당上:2)
(라) 관예 도라와 그 연유를 하공게 고한 하공이 다시 쳥라 명 관녜 다시
나아와 공슌니 졀 고 고왈, 상공게셔 공 를 비록 상면치 못 얏 오나 일곡 봉젹의
414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앞으로 활판본 동미서시본을 동양대학당본, 공동문화사본 등의 후대 활
판본 텍스트들이 동미서시본이 지니고 있는 장점과 단점의 특징을 어떻게
계승하고 변개시켰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하진양
문록>의 대중적 텍스트의 전변양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는 앞으로의 과제이다.
참고문헌
1) 기초자료
러시아본 하진양문록(한글필사).
동양문고본 하진양문록(한글필사).
동양대학당본 하진양문록(한글활판).
동미서시본 하진양문록(한글활판).
공동문화사본 하진양문록(한글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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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쳐량오 무로 동시 디 의 셔로 만나 회포를 펴고져 야 연셕의 뫼혀 쥬를
날여 울회를 풀고 쳥오 시니 이 가시미 조흘가 나 이다.” 셰이 마지못야
나아가 왓슴을 고라 니 사녜 즉시 나와 쳥거 날 셰이 쳥삼을 슈렴고 단졍
이 거러 나아가 졀 야 뵈오니 (동미上:6)
관녜 도라와 그 연유를 고한 하공이 다시 쳥하라 하니 관녜 다시 나와 쳥하거날,
생이 쳥삼을 슈렴하고 단졍이 거러나아가 배현하니 (대학당上:5)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보아 활판본들은 모두 동미서시본의 자장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활판본들 사이의 자세한 비교와 대조는 지면상 생략한다.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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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투고일 : 2014. 10. 29. 심사완료일 : 2014. 12. 5. 게재확정일 : 2014. 12. 11.
416 洌上古典硏究 제42집 (2014. 12)
Abstract
About a Printed book of <HaJinYangMoonRok(河陳兩門錄)>
which was printed in DongMiSerSi(東美書市)
Yu, Gwang-su*
58)
<HaJinYangMoonRok(河陳兩門錄)> is a novel written in Hangul. Being transcribed
by hands, it has been circulated as a popular text from the 19th century on. A popular
text is important for understanding the cultural topology of its period, for many people
have read it and shared it. There are a lending library and several printed books,
for the popular text of <HaJinYangMoonRok>. In this article, I have analyzed the
features of the printed book DongMiSerSi(東美書市) version, by comparing and
contrasting with the earlier version from Russia and the lending library DongYang-
MunGo version.
My conclusion is that the first printed book DongMiSerSi version is a different
version from the version Russia or from DongYangMunGo, and those three versions
were formed and circulated independently, separated from each other.
The DongMiSerSi version has quite many small mistakes and errors cased by
carelessness. Those errors are, however, not mere mistakes but made during the
process of supplementing and improving what lacks of the original <HaJinYang-
MoonRok>, in its own way.
The original <HaJinYangMoonRok> had problems of loose causal relationship
of its conflicts and the improbability of the opposing characters, but the DongMiSerSi
version made it a better narrative by strengthening the character representation,
modifying the structure of narrative, adjusting to a acute angle of conflicting situation,
removing improbable scenes, and adding supplemental statements. In the end the
narrative became clear and stable, highlighting the conflicts more than in other
versions. As a result it achieved to meet the needs of the conventional 'expect-check'
strategy of popular stories.
These features contributed for the printed version DongMiSerSi to be circulated
* Yonsei Univ.
활판본 <하진양문록> 동미서시본에 대하여 417
in popular, affecting other printed versions in spite of its careless mistakes and
errors.
key words HaJinYangMoonRok(河陳兩門錄), DongMiSerSi(東美書市), a printed
book, lending library, Popularity, Cultural Top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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