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전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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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정오. 자이드라의 수도 자이드라의 광장에 많은 군중들이 서 있었다. 군중들은 왕궁
까지 길을 내며 그 가운데에는 서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왕궁앞에 모인 군대때문이었다. 그들의 위
압감에 아이들조차 앞에 나서지 못하였다.
왕궁의 앞뜰. 자이드라에 필요한 최소 병력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그곳에 모여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2만.
자이드라는 긴데스와 더불어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였지만 하라스나 바슈그램같은 나라들은 돈으로 자이
드라나 긴데스의 병사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러했기에 병사들은 그렇게 많지않은 편이었다.
발코니에 서서 자신들의 병사를 자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던 이코 자이드라 13세가 말했다.
"제군들!"
그의 말에 병사들은 모두 차렷자세를 하였다. 아까부터 굳어있었지만 이코의 말에 더욱 굳은 그들이었다. 그
들의 눈은 이코를 향해 있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우리나라의 영원한 경쟁자이자 우리를 막아왔던 긴데스를 칠때가 왔다!"
"와와~~~~"
이코의 말에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코는 그런 병사들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코가 다시 입을 열었을때 병사들은 약속이라
도 한듯이 입을 다물었다.
"긴데스라는 나라는 옛부터 우리를 많이 괴롭혀왔다. 언제나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우리들에게 쳐들어올 생
각만하는 그런 몰상식한 자들이었다! 만약 대마법사 펜러스님이 살아계셨다면! 그 분이 살아계셨다면, 긴데스
는 저렇게 타락하지 않았을것이다. 이제 우리는 타락할데로 타락한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한다."
그러자 다시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와~~~~~~"
"긴데스의 왕과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지금 악마의 조종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가! 용사 바하무드님의
힘을 빌려! 악마들을 몰아내고! 타락한 그들을 다시 깨끗하게 하여야 한다! 병사들이여! 바하무드님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들이여! 나가라. 나가서 싸우고 이겨라! 우리들에겐 절대 패배란 없다! 바하무드님이여 우릴 보살
피소서!"
이코가 말을 끝내자 이코의 주위에는 얇은 막이 형성되며 황금빛을 내뿜었다. 그것이 진짜 바하무드가 내리
는 계시라고 착각한 병사들은 미친듯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왕궁을 벗어나 긴데스가 자주
침범하는 피스로 향했다. 그들의 걸음거리는 하나하나 힘이 새겨져 있었다. 아까 이코의 말과 그의 몸이 빛나
는 것이 그들에게는 엄청난 힘이 되었던것이다. 그들의 사기는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깃대와 같았다.
"바하무드가 울고 가겠군, 울고 가겠어."
"그러게 말야."
이코가 땀을 닦으며 발코니에서 나오자 그를 냉소하는 남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충분히 사형죄가 될만한 발
언이었으나 이코는 그들을 무섭게 노려보고는 돌아서 가버렸다. 옆에 있던 가신들이나 기사들도 그들을 노려
볼 뿐이다.
퉁가리와 나미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더욱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만약 저곳에 뛰어나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마법사가 있었다면 아마 이코 저 녀석의 자존심과 백성들의 믿음
은 산산조각이 났겠지?"
"그렇게 말하지마.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는데는 사기극만큼 뛰어난 것도 없어."
"칫, 그렇지만 난 그게 마음에 안들어. 그냥 확 앞에 나서서 다 베어버리면 될 것을......"
"나미...... 저들은 우리만큼 강하지 않아."
"칫, 알아 알아."
나미가 얼굴을 부풀리며 토라졌다는 표시를 하려고 할때 뒤에서 누군가가 왔다. 퉁가리와 나미는 의외의 사
람이 나타나자 다들 놀란표정을 지었다.
"귀신이라도 나왔어? 왜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봐?"
"라...... 라이샤......"
"라이샤님......"
퉁가리와 나미는 그의 출현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라이샤가 가이샤에게 클렉시온을 받고 쓰러진지 한달.
이제는 숨도 거의 쉬지 않아 의사들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어섰다. 약간 수척해지긴 했
지만 강력한 무기를 얻고서......
"마이샤? 마이샤? 마이샤~~!!!"
"......린화......"
"흐에엥~. 마이샤가 안 일어나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히에엥~."
마이샤의 품에서 힝얼거리며 우는 린화를 마이샤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옆에는 하이네가 웃으며
있었다.
「마이샤님, 이시테온을 자유자제로 사용하게 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하이네, 고마워."
"흐에에엥~~."
마이샤는 자신의 품에 안긴 린화의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어 줄뿐이었다.
"맘에 안 들어."
"......별 수 없습니다."
"제길......"
라이샤는 투덜댔다. 그도 그럴만한것이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아버지인 가이샤가 무언가를 남기고 갔던것이다.
「가이샤님이 가시면서 모두에게 외친말...... 긴데스로 가라였습니다. 그때는 모두들 몰랐을거에요. 하지만 이
제 알 수 있겠지요?」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하이네를 클렉시온으로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라이샤는 말했다.
"왜! 대체 왜! 우린 방금 일어났어! 힘도 없다고!"
「아, 가이샤님이 덧붙이시길, 힘이 없다고 투정부리면......」
하이네는 라이샤의 귀에다대고 뭐라 속삭였다. 그러자 라이샤의 얼굴이 하애지며 붉은검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망할...... 망할...... 자식!"
라이샤는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렇게 힘을 둔것은 아니었지만 돌로 만들어진 벽은 무너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시종의 이마에 주름살이 약간 생겼다.
"형, 너무 그러지마. 힘이 다 빠져나간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새로얻은 무기를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잖
아."
"젠장. 난 이 검을 시험해보고 싶지 않아.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고생고생해서 얻은 걸 써보지도 않겠단 말야?"
"난 충분히 사용해봤어. 제기랄!"
왠지 욕하는게 더욱 많아진 라이샤였다. 마이샤의 지금 라이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것은 아니었다. 그도
라이샤와 같은 경험을 하였기에......
「그럼, 갑니다~~.」
"잠깐, 난 아직......"
퉁가리의 말은 싹 무시된체 거기에 있던 시종을 제외한 모두가 순간이동마법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자
시종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드디어 폭풍이 다 지나갔군. 휴....... 이제 좀 살 수 있겠어."
시종의 태도는 당연했다. 라이샤일행이 왕궁에 머물면서 무너진 성곽이나 벽의 숫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
도로 많았다. 또한 그들의 식성또한 보통 인간과는 달랐다. 무지하게 먹어버린 것이었다. 가이샤가 보석을 몇
개줘서 투정부리지 못하게 했지만...... 이코나 기사들, 그리고 시종. 왕궁의 모든 인물들은 라이샤일행을 별로
반기지 않았었다. 아, 한명이 있군. 민트를 제외하고......
어두웠다. 어두웠다. 너무나 어두웠다. 자신의 몸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어둠을 제외한 모든 존재들
은 사라져 버린것만 같았다. 라이샤는 자신의 주먹을 꽉 쥐어 보았다.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일어나라.'
머릿속을 통해 무언가가 말을 했다. 그제서야 라이샤는 자신이 앉아있음을 알았다.
'일어나라.'
싫어.
'일어나라.'
라이샤는 일어서지 않으려 했지만 이상한 힘에 이끌려 결국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일어난 라이샤 앞에 빛
이 한가닥생기며 무언가가 보였다. 검이 었다.
'쥐어라.'
......
검은 양손검이었다. 하지만 보통 양손검과는 달리 칼손잡이가 따로따로 있었다. 맨 밑에 칼손잡이가 있고 그
위에 폼멜이 보였다. 그리고 원래 그 위에는 검날이 있어야 할 부분에 손잡이가 하나 더 있었다. 그러니까 폼
멜을 가운데 두고 한손은 위에, 한손은 밑에 두고 잡는 것이었다. 왠지 그 검이 라이샤는 마음에 들었다. 왠지
모르게 이끌렸다.
'쥐어라.'
네가 뭔데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야?
마음은 끌기고 있었지만 라이샤 특유의 오기로 뻗댔다. 하지만 라이샤의 태도는 금방 무너졌다.
크르르르르르
괴물이 나타났다. 아무것도 없던 암흑속에서. 라이샤의 눈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라이샤는 주위를 살피며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하지만 그 괴물의 위치조차 제대로 짚히지 않았다.
젠장.
'쥐어라.'
알았어, 알았다구!
라이샤는 짜증을 내며 자신의 앞에 있는 검을 왼손으로 잡았다. 알 수 없는 힘이 라이샤를 끌어당겼다. 라이
샤의 의사가 아닌데도 오른손이 움직여 검을 잡았다. 라이샤는 뚫어져라 그 검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멋있는
검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라이샤의 시선을 끌었다.
'언제까지 검만 보고 있을 건가! 검은 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물을 베고 자르고 죽이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검을 어째서 보고만 있는 것이냐!'
라이샤는 갑자기 울려퍼진 호통에 정신을 차렸다. 이 검은 전사를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 강했다. 라이샤는 찡
그리며 아까 그 괴물의 위치를 찾았다.
괴물은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라이샤 앞에 있었으니. 검을 잡자 그 괴물이 라이샤의 눈에 보였
는데 라이샤는 검을 바라본다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이샤는 검을 제대로 쥐었다.
간다.
크르르르
라이샤는 검을 휘둘렀다. 괴물은 곰 정도의 크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날쌔기는 라이샤보다 더했다. 라이샤
의 검을 쉽게피한 괴물은 입에서 불을 내뿜었다.
윽.
'뭐하는 거냐! 고작 저런 하급 존재도 처리하지 못하는거냐!'
젠장. 알고 있어! 빨리 없애면 되는거 아냐!
라이샤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괴물은 쉽게 피했다. 괴물의 입에서 또 다시 불꽃이 내뿜어졌다.
라이샤는 불의 신이다. 불의 힘에 타격을 입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라이샤는 불에 타격을 심하게 입
었다.
'넌 지금 아무것도 아니다! 보통 인간에 불과해! 넌 신이 아니다!'
일찍 이야기해주지!
라이샤는 몸을 놀려 다시 검을 좌로 베었다. 하지만 괴물은 그대로 피했다.
으아아아아
크륵?
괴물은 믿을 수 없다는 소리를 내며 불에 타 쓰러졌다. 라이샤 몸속에 있던 순수한 불의 힘이 움직여 그 검
에게까지 움직였던 것이다. 라이샤가 검을 휘두르고 괴물이 피하는 순간 그 검의 끝에서 불의 기둥이 한가닥
생겨나 괴물의 몸을 태워버린 것이었다.
'아냐! 그게 아냐!'
뭐야, 또 뭐야?
기분좋은 웃음을 짓던 라이샤는 다시 인상을 쓰며 말했다. 호통은 계속되었다.
'넌 지금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 넌 너 자신의 힘. 너의 완력과 스피드만으로 상대해야 해!
불의 힘따위는 사용하면 안된단 말이다!'
시끄러! 너 같으면 이런 상황에 그러지 않을 수 있어?
'이건 너 자신이 강해지기 위한 네가 만든 공간이다! 그런데 그 스스로는 투정을 부리다니! 앞으로 다시 불의 힘이 생긴다면 내가 없애버리겠다!'
시끄러! 시끄러! 시끄러~!
라이샤는 고함을 쳤다.
"야! 라이샤! 야!"
"으, 응......?"
"이거 희안한 자식일세. 순간이동을 하자마자 뻗어서 일어나질 않네?"
라이샤는 무거워진 눈꺼풀을 억지로 당겨 눈을 떴다. 눈을 뜬 라이샤의 눈 앞에는 나미의 짜증내는 얼굴과
걱정스런 듯한 마이샤의 얼굴이 있었다.
'꿈......? 젠장...... 하필 그 꿈을......'
라이샤는 속으로 욕했다. 자신이 한달동안 누워서 겪었던 고통을 다시 꿈에서도 겪게 된 것이었다.
"제길!"
라이샤가 갑자기 욕을 내뱉자 마이샤는 그가 방금 무엇을 보았는지 알았고 나미는 얼굴을 붉히며 욕을 해댔
다.
"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실컷 자는 놈을 깨웠더니 나오는 소리가 고작......"
"됐어, 나미."
나미는 퉁가리에게 붙잡혀 가면서도 계속해서 라이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라이샤는 고개를 떨구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