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 독도의 무늬를 읽다 / 황영애
독도는 동해의 서사를 쓴 육필 원고이다
묵음을 찢고 터득한 득음의 서체로
퇴고하는 물결체 전기문이다
해풍에 깎여 지문이 닳은 바위에
철썩이는 부력의 변곡점을 건져 올려
필흔이 드러나는 침묵의 궤적을 읽어본다
격랑을 경험한 문드러진 수면,
물결 한 올 한 올에 상처를 봉하면
다시 개화가 시작될까
바위의 뼈를 보니 할머니 등골처럼 휘어져 있다
삭은 뼈를 쓰다듬으니 울컥한 상처를 열어준다
얼마나 찢기고 아프면 굳은살도 앙상할까
바위 등에 귀를 대고 수백 톤의 함성을 듣는다
바다가 성큼 들어온다
물결이 굳어 나이테가 된 오늘까지,
이사부의 혼이 서린 독도의 서사
오랜 염원이 서린 겹겹의 무늬가
가림토 문자로
뜨겁게 여백을 채운다
[제14회 독도문예대전] 수상자 명단 | 영남일보 | 최미애 기자 | 문화
▨일반부◆대상 △윤이나(산문·포항) △성지호(미술·구미) △안근영(사진·경기광주) △오화섭(서예·구미) ◆최우수상 △황영애(시·당진) △박규선(미술·안양)△이건우(사진·안동)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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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어느 결혼식 / 길덕호
환하게 웃는 사람들
해풍에 돛을 올린 축가가 바다 끝,
넘실대는 파도에 부딪혀 화려한 예식의 시작을 알린다.
여기는 두 섬의 결혼식이 매일 이루어지는
잔치의 한 마당
전야제의 별빛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뱃고동이 팡파르를 울린다.
익숙한 얼굴들 정겨운 하객들의 발걸음이
설레는 바람을 안고 뱃길을 나선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갈 수 있다는 독도의 결혼식
푸른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랑과 신부
동도와 서도의 맞절은 해가 뜨는 날부터 해가 지는 날까지
어둠 속에서도
폭풍의 거친 날씨 가운데서도 빠지지 않고 이어진다.
욕심 많은 이웃의 훼방에도
모진 칼날의 탄압에도 얼룩진 강치의 울음에도
우리는 피로 이어진 위대한 혈통
한 나라의 정기가 오롯이 스며드는 성혼의 순간
수평선에 태양의 족두리를 슬쩍 올리는 찰나의 감격이
불의 마음으로 폭발하는 입항의 시간이다.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들
그리움의 순간들이 교차하는 뭉클한 해변이여
촛대바위에 불을 밝혀라
울컥하는 몽돌 하나 주워 축복의 탑을 쌓아라
넙덕바위에서 신랑 신부 걸어온다.
삼형제굴바위 군함바위 물개바위에선 박수가 터져 나오고
독립문바위에선 만세를 부르리라
아버지 한반도의 덕담이 이어지고
눈시울 붉히는 어머니 백두대간이여
큰형 울릉도의 흐뭇한 미소에
이사부길에서 더덩실 춤판이 벌어지고
안용복길에선 덩덩덩 풍악이 울린다.
그래 이곳은 수백만 년 신생대 네오기에 점지된
삼신할미의 연분이 운행하는 곳이지
이젠 외롭다고 하지 마라
외로움은 저 먼 옛날의 기억
혼인식의 만찬에
꽃씨 같은 아이들의 보랏빛 웃음들이 자라나고
비상하는 철새들의 꿈이 알을 품는다.
이젠 다케시마라고 모욕하지 말아라
진실을 알리는 초록빛 글씨가 바위에 새겨져 있고
순수한 가문의 족보가 서약으로 남아 있다.
오늘은 모든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결혼식
초례청이 되는 이곳은 침묵의 말줄임표가 아니라
단호한 마침표로 우뚝 서는 곳
신랑 신부가 당당히 걸어 나갈 때
큰 바닷길을 가르고
푸른 내일을 열 수 있도록 박수를 보낸다.
신랑 신부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행진
당신과 나
함께 걷는다.
[제14회 독도문예대전] 심사평-김원길 심사위원장 | 영남일보 | 최미애 기자 | 문화
문학 부문은 독도에 대한 글짓기가 14회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회 상식적인 기행문이 대부분이어서 눈길을 끌지 못했습니다. 새로웠다면 바다 오염과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것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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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도재단과 영남일보가 주최하고 한국예총 경북도연합회가 주관한 '제14회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에서 윤이나(포항)씨의 '새로운 증거'가 일반부 문학(시·산문) 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일반부의 미술 대상작에는 성지호(구미)씨의 'Song of Eternity', 사진 대상작에는 안근영(경기 광주)씨의 '독도지킴이', 서예 대상작에는 오화섭(구미)씨의 '거국음'이 각각 뽑혔다. 또 최우수상에는 황영애(시·당진), 박규선(미술·안양), 이건우(사진·안동), 노성희(캘리그라피·상주)씨가 수상했다.
청소년부에선 미술 최은경(창원감계초 6), 문학 이연주(시·부천학교밖청소년 고1) 양이 각각 대상을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김한엽(시·대구성광고3), 문지인(산문·완주세인고1), 한채원(미술·대구대실초1), 김가람(서예한문·대구신성초6) 학생에게 돌아갔다.
제14회 독도문예대전에는 총 4천295편이 접수됐다. 이 중 일반부에서 대상 4명·최우수상 4명·우수상 8명·특별상 26명·특선 57명·입선 140명이 뽑혔다. 청소년부에선 대상 2명, 최우수상 4명, 우수상 12명, 특별상 24명, 특선 170명, 입선 656명이다. 총 입상자는 1천85명(일반부 218명, 청소년부 867명)이다.
[출처] 제14회 독도문예대전 / 황영애|작성자 ksujin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