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講說)
분신(分身)이란?
지장보살(地藏菩薩)님의 무수한 분신(分身)에 대한 말씀이 나왔다. 한마디로 말해서 부처님의 경지는 불가사의(不可思議)의 바다인 것이다.
중생의 인식의 차원에서 보면 이것이 과연 실지일까? 의심을 자아내게 하는, 추상 소설에나 나옴직한 일들이 부처님의 세계에서는 실지로 있었다는 것으로 기록된 것이 불교(佛敎)의 경전(經典)에는 많이 나온다.
중생에겐 누구나 따져 보는 마음이 있고, 이 따져 보는 마음이 현실을 가누어 나가는 눈이 되어서 행동의 지침 구실을 하지만, 이것이 한편으로는 자신의 차원에서 벗어난 것을 대하면, 보다 높은 차원에 엄연히 있는 실존(實存)도 덮어 놓고 부정하는 것이어서 이것이 바로 고차원의 불세계(佛世界)와의 접촉을 막는 큰 병, 즉 업장(業障)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중생의 현실 문제는그 따져 보는 마음으로 따져 보아야 맹목적인 행동을 않게 되지만, 중생의 차원을 넘어선 높은 차원에 대한 것은 중생의 소견으로는 아무리 따져 보아도 모르는 것이므로 부처님 경전에 누누히 되풀이된 부처님의 말씀이면 비록 우리의 소견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우선 믿어야만 하는 것이다.
분신(分身). 화신(化身)에 대한 것도 석가모니(釋迦牟尼)부처님의 천백억 화신의 말씀이나 여기 이 지장보살님의 무수한 분신. 화신설이나 다 같은 맥락인데 불(佛). 보살(菩薩)님의 세계는 고사하고 오욕락(五慾樂)을 탐착하여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는 어리석은 중생의 세계에도 분신이 있다는 걸 알면, 이에 대한 의심도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중생도 분신을 한다는 예화를 하나 들어 보자.
중국의 송나라 때 장감이라는 사람에게 천랑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같은 마을에 사는 왕주라는 청년과 서로 눈이 맞아서 차츰 저희끼리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 갔다.
그러나 왕주라는 청년은 그 가문에 있어서 천랑의 집에 비하여 여러 가지로 떨어지는 상태였으므로 천랑의 부모는 이들의 결합을 허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부잣집 아들인 빈료라는 청년과 허혼(許婚)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되니 천랑은 마침내 머리를 싸매고 몸저 누웠고, 왕주도 실의와 한을 품고 고향을 떠나 타향에 가서 돈벌이를 해야겠다고 촉(蜀)나라로 가는 배를 탔다.
한데 배가 떠나려는 찰나에 급히 달려 온 여인이 있어서 보니 천랑이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 그들은 촉땅으로 가서 동거하기를 3년, 그 동안 아들까지 하나 낳아서 단란한 생활을 하다가 하루는 천랑이 남편에게,
"우리가 이제는 이렇게 자식까지 낳았으니 부모님을 찾아가서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삽시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동구 밖에서 이들을 보고 놀란 동네 사람들이 먼저 천랑의 부모에게 달려 와서 이 사실을 알렸을 때, 그 동안 골방에서 뼈와 가죽만 남아 가지고 앓기만 하던 천랑이 비실비실 일어났고, 다시 문 밖으로 마중을 나오더니, 두 천랑이 맞닥치자 그 순간 하나로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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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문관(無門關)이라는 선문어록(禪門語錄)에 소개된 이야기이다. 이렇게 미망(迷妄)의 세계에서 부침(浮沈)하는 중생에게도 그 마음이 외골로 강렬하게 움직일 때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중생을 구제하시려는 거룩한 서원(誓願)만이 생동(生動)하는 대자재(大自在). 대초월(大超越)의 신력(神力)을 갖추신 불(佛). 보살(菩薩)님에게 중생을 위한 분신을 화현한다는 것은 조금도 어려울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당연지사일 것으로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계속)
[고려 지장보살도, 일본주구지(中宮寺) 소장]
[출처] 묘허스님의 지장보살본원경 강설-30 (중생도 분신을 한다)|작성자 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