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책꾸러미 우는 아이들을 사랑한 임길택 선생님 임길택 연구 모임 거창지회
임길택 선생님은 교사로서 ‘나는 어떤 교사로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맑게 살다 가셨다. ‘아이를 울게 하는 것처럼 나쁜 일이 없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는 것들의 동무가 되어 주신 선생님은 탄광마을 아이들, 산골마을 아이들, 특수 학급 아이들을 자진해서 맡아 가르쳤다. 1952년 전라도 무안에서 출생한 임길택 선생님은 1974년 목포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976년 강원도 정선에 있는 도전초등학교 군대분교에서 첫 교사 생활을 하였다. 한국글쓰기연구회의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회 초기 회보에 필진으로도 참여하였다. 1992년 거창으로 옮겨와 거창문학회에서 활동하였다. 1997년 12월 11일 충주 무너미에서 폐암으로 마흔 여섯 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강원도 정성군 동면 태백산 두리봉 어우실에 묻혔다. 어린이도서연구회를 비롯해서 여러 단체에서 2001년 어우실에 시비를 세웠다. 이 시비는 2012년 7월 29일 해체식을 갖고 8월 5일 거창 한마음도서관 앞에 다시 세워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임길택 선생님(1952~1997)이 돌아가신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해마다 기일인 12월 11일을 앞뒤로 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에서는 ‘임길택 문학의 날, 그리운 임길택’ 행사로 선생님을 추모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거창지회에서는 부서 모임 이외에 임길택 연구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해마다 하는 임길택 문학의 날 행사를 기획하고, 임길택 문학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내가 만든 책꾸러미 글을 의뢰받을 때도 한 사람이 쓰는 것보다 여럿이 책을 나눠 읽고 소개 글을 써 내는 것으로 하였다. 책꾸러미에 선생님의 작품을 다 담을 수 없지만 그래도 다양하게 시집, 그림책, 동화책, 수필집, 노래집을 중심으로 꾸며 보았다. 《똥 누고 가는 새》 | 임길택 글 | 조동광 그림 | 실천문학사 | 2014 이 시집은 임길택 선생님의 마지막 시집이다. 표지는 돌아가시기 한 해 전, 한국글쓰기연구회에서 중국기행을 갔을 때 노인을 안고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다. 1997년 5월부터 무너미에서 요양하기 시작할 때의 사진이 글과 함께 있어 늘 메모하며 하루를 반성했던 선생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늙은 돌배나무에 단풍이 지던 저녁 어스름에 임길택을 처음 만났다.’는 해광 스님의 편지에서 보듯 어느 가을 처음 만나 달이 좋아서 산이 좋아서 스님과 동무되어 나누던 이야기들이 이 시집에 담겨있다.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시면 더욱 좋은 스님마을 냉이차를 알아 버렸으니 선생님은 주말이면 덕동으로 가서 눈여겨 본 작은 것, 스쳐 지나가는 것을 놓치지 않고 시어를 만들었으리라.(박은주)
《할아버지 요강》 | 임길택 글 |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5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보는 시’의 부제가 붙은 《할아버지 요강》의 시는 어른, 아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시를 쓰고픈 시인의 바람으로 편안하게 읽힌다. 임길택 선생님은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의 일상, 자연의 모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시에 담았다. 이 시집은 1984년 강원도 봉정에서 근무하면서 쓴 시를 모아 1995년에 발표한 것이다. 그 시절 선생님은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선생님들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어려운 것을 어렵다 하지 않고 견뎌 내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한국글쓰기연구회에 몸담고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면서 쓴 시들이다. 이 시집에는 손이 가늘한 아이 유순이, 걸레 빠느라 붉어진 작은 손을 가진 영미, 소가 불쌍해 소 풀을 비어오는 영근이, 순덕이, 종희 등 선생님이 만난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을 꽃으로 생각해 쓴 시를 보면서 맑은 마음을 배운다. 작고 여린 생명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들은 우리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김은옥)
《느릅골 아이들》 | 임길택 글 | 강봉승 그림 | 산하 | 2015 거창읍에서 산길을 삼사십 분쯤 굽이굽이 돌아가면 신원면이 나온다. 가을이면 거창사건추모공원에 국화꽃 축제가 한창이고 연수사 맛난 물은 부스럼에 좋다. 임길택 선생님은 신원면 중유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돈으로 매긴 쌀 한 되 값보다 비싼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이 그 아이스크림과 쌀을 돈으로만 견주지 말기를 바랍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아도 우리가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밥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크나큰 차이를 먼저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 1994년 초가을에, 인사말에서 90년대 도시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고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를 할 때 산골 아이들은 소 먹이러 산에 가고 모내기를 돕고 용돈을 벌기 위해 벌집을 캐고 뱀을 잡았다. 그림에 색을 입히지 않은 것이 흑백 사진처럼 그 시절을 추억하는데 한 몫을 한다. 책을 읽으면 임길택 선생님이 학교에서 어떻게 근무하셨는지 짐작이 간다. 어려운 사제지간이 아니라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음이 책 속에 녹아 있어 ‘참으로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가?’ 함께 생각하게 한다.(임혜윤) 《수경이》 | 임길택 글 | 유진희 그림 |우리교육 | 2000 이 책은 임길택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생전에 써 놓은 동화와 그전에 발표했던 동화를 함께 엮은 책이다. 1부는 4편의 짧은 동화로 구성되어 있고 2부 수필 3편에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찍은 사진 속의 해맑은 선생님의 얼굴처럼 글 속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반성하는 마음을 맑게 드러낸다. 또 교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많은 고민을 보게 된다. 3부에 실은 <수경이>는 생활 동화로 농촌 생활에서 어른 못지않게 노동의 한몫을 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음을 묵직하게 울린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자연과 하나 되는 마음이 귀하게 다가온다. 수경이네 집 식구들, 이웃집 아이들, 골목길, 뒷간, 돼지, 마을, 구멍가게, 소 꼴 베기 등 우리가 흔하게 봐오던 풍경과 소재들이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주 낯선 풍경이 되어 버렸지만 선생님이 이야기 하고자 했던 마음은 우리에게 오롯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이소영)
《들꽃 아이》 | 임길택 글 | 김동성 그림 | 길벗어린이 | 2008 거창 한마음도서관 앞에는 대나무가 병풍처럼 에워싸여 있는 곳에 비목이 하나 고즈넉하게 서있다. 그것은 임길택 선생님의 시비인데 만들어진 이후로 덧칠 한번 하지 않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들꽃 아이》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시며 겪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으로, 산골소녀 보선이와 도회지에서 온 김 선생님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김선생님의 책상 위 꽃병엔 늘 이름 모를 들꽃들이 꽂혀있다. 보선이는 한번을 거르지 않고 철마다 들꽃을 꺾어다 선생님 책상에 둔다. 보선이의 집을 가정 방문을 하던 중 숲에서 길을 잃게 된 김 선생님은 보선이가 그동안 이 먼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참을 헤매다 마을 불빛을 발견하여 반가운 마음에 “보선아!” 외쳐 부르는데 나는 이 대목을 읽을 때 마다 목이 멘다. 아마 김 선생님이 부르는 반가움 속에 미안함도 숨어있기 때문이리라. 보선이도 이런 임길택 선생님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이다. 보선이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들꽃처럼 소박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의 보선이가 나도 참 그립다.(민지혜)
《나무 꼭대기 까치네 집 : 임길택 노래상자》|임길택이 가르친 탄광마을 아이들|백창우 작곡|보리|2010 이 노래집은 임길택 선생님의 시와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의 시를 바탕으로 백창우 선생님이 작곡한 것이다. 아이들의 시를 노래로 만들 때 사투리와 입말은 되도록이면 그대로 따랐다. 노래의 바탕이 된 원래의 시를 노래와 함께 불러 볼 수 있도록 악보가 함께 실려 있다. 간결하고 짧은 시가 노래가 되어 누구라도 따라 부르기 쉽고 흥얼거리게 된다. 처음 노래를 들을 때는 시가 너무 슬프거나 서러운 느낌이 들어 아이들이 좋아할까 싶었지만 아이들은 노래를 들려줄 때마다 노래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임길택 선생님의 마음과 순수한 탄광마을 아이들의 마음 그리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백창우 선생님의 마음이 깊은 가락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옷 사줘’ ‘모르겠다’ ‘맞고 맞고 맞고’는 아이들의 솔직하고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으며 간결하여 따라 부르기도 좋다. ‘엉겅퀴’는 선생님의 간절하고 고운 마음이 느껴져 부를 때마다 눈물이 난다. 모임 때마다 하도 불러 입속에서 흘러나온다.(홍순희)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 임길택 글 | 보리 | 2004 이 수필집은 임길택 선생님이 남긴 산문과 교단 일기를 모은 책이다. 작고 여리고 보잘 것 없는 것에 눈길을 주었던 선생님의 자취가 담겨있다. 탄광 학교에서 만난 영심이, 금주, 혜숙이, 영근이, 옥희와 복녀 이야기에서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을 더욱 따뜻하게 대했던 선생님이 보인다. 부모님의 고생을 이해하고 맘 아파하는 철든 아이들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선생님은 촌아이들이 오히려 잘 자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여겼다. 선생님이 만난 산골 큰 선생님이신 박상철 선생님과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인간적이고 따스한 선생님의 인품을 느낄 수 있다. 현덕 동화의 노마를 좋아하고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을 존경했던 선생님은 자신이 쓴 동화책이 이야기책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아가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꾸밈이 없고 솔직하게 쓴 글이 자기 삶의 역사가 되고 그것은 ‘삶과 글이 다르지 않다’는 평소 소신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특수 학급 교사로 아이들 손톱을 일일이 깎아 주셨던 선생님은 얼마나 사랑이 크셨을까? “가르친다는 것은 이제까지 생각 없이 지나치던 일에 뜻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배우는 이의 경험이 되도록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나름대로 생각해 오고 있다. 잔잔한 물에 돌멩이를 던지면 물결이 일 듯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일’ 말이다.” (93쪽)
이 한 권에 오롯이 녹아있는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생각, 진솔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렇게 맑은 분이셨구나.’ 싶어 가슴이 뜨거워진다. 우리는 그리워할 수 있는 분이 있어 참 행복하고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고맙다.(이정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