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 우리라는 볕
글 / 은율 장기주
‘우리’라는 이 가만하고 다정한 말속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방이 있어서, 둘이 마주 앉아도 좋고 셋이 나란히 걸어도 늘 아늑한 볕이 든다. 그 방의 벽은 서로를 묵묵히 품어주는 이해이고, 바닥은 흔들림 없이 삶을 받쳐주는 신뢰여서, 우리는 그 안에서 눈빛만으로 정을 나누고 숨결만으로 사랑을 채운다. 너와 내가 각자의 외로운 섬으로 유실되지 않도록 서로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가장 다정한 온기, 그것이 바로 우리라는 볕이다. 그러나 이 마음들이 문득 서운함으로 멀어지고 오해로 흩어질 때, 그 아늑하던 볕은 한순간에 흩어지는 안개처럼 지워진다. 따스함이 가신 자리에는 시린 눈물만 고여,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닌 서글픈 ‘너’와 ‘나’로 돌아선다. 등을 돌려 각자의 길로 걸어가는 뒷모습만큼 세상은 한순간에 차가워지고, 한때 나를 채우던 가장 따뜻한 이름은 밤하늘의 먼 별처럼 아득해진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의 길을 내고 다리를 놓는 삶은 언제나 서툴고 아프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타인에게 가만히 손을 내밀어 볕을 청하는 것은, 홀로 삼키는 밤의 한기보다 비바람 속에서도 서로의 체온을 나누던 ‘우리’라는 그 당연한 기적을 여전히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