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
2016년 1월 10일(일) 09시 49분에 분당선 수내역1번 출구에서 회원들을 만나서 불곡산을 향하여 출발합니다.
한 친구는 친척 장례식이 있어서 불참하고 또 한명은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키 위하여 그리고 또 다른 한 녀석은 허리 통증을 핑게로 빠졌습니다. 허리가 아프다는 치빠흐는 하산 후에 한잔하는 회식 자리는 기필코 오겠답니다. 이런 저런 핑게로 오늘은 조단스 씨모우 까토나 셋이서 오붓한 산행이 될것입니다. 분명히 1번 출구에서 직진하여 한참을 가다보니 계획한 중앙공원 방향은 아니고 반대 방향으로 헤맸습니다. 머리 속으로 그리던 중앙공원 당골 공원을 지나서 불곡산으로 오르려던 생각을 접었습니다. 전철로 하산을 하려던 오리역까지 가서 3번 출구를 나와서 구미 마을을 지나서 구미초교를 오른편에 끼고 불곡산 입구로 접어들었습니다. 오리역에서 출발 시간이 11시 23분으로 1시간 정도를 괜히 길거리에서 낭비(?)했네요. 해발 300여 미터가 조금 넘는 산이지만 종주를 하고 수내역 방향으로 하산을 하면 3시간 정도 예상했으나 오늘은 덤으로 4시간은 족히 걸리겠으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오르면서 하늘을 쳐다보니 완전히 가을 하늘처럼 파아랗게 청명한 날씨입니다. 아주 낮은 영하의 기온은 아니지만 가끔 스치는 바람은 역시 겨울다운 찬 기운이 코끝을 아리게 합니다. 혈당이 떨어지면 걷는 자체가 짜증이 나고 그냥 주저 앉고 싶기만 하다며 주저리는 조단스에게 탄수화물과 당분 공급이 필요합니다. 초코렛 귤 떡 그리고 뜨거운 물에 견과류 차를 곁들여 흡입하니 이제야 하늘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계속 되는 가뭄으로 등산로에는 낙엽과 흙먼지가 산객들의 발걸음에 엉기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불곡산을 찾은 사람이 많지는 않으며 바위는 거의 보이지 않는 편안한 산행길입니다. 해발 250m 쯔음을 오르니 " 6.25 전쟁 전사자 유해 유품 발굴 지점 유해 4구 유품 45점 "이라는 팻말을 마주합니다. 잠시 움푹 파여 들어간 주위를 살펴보고 이 나라 조국을 위하여 한 몸 바쳐 산화(散華)한 영령들의 혼(魂)을 마음 속으로 나마 잠시 빌어 봅니다. 산행을 하노라면 가끔 씩 오늘처럼 6.25 전쟁 전사자 유해가 발굴 되었다는 표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리 높지 않은 3,4백 미터 전후의 산 능선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지난번의 경기 파주에 있는 월룡산에서도 유해 발굴을 했다는 장소 표시의 플랑카드를 보았습니다. 다른 산에서도 몇 번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럴 때 마다 아쉬운 점은 이 곳을 관리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무성의와 무관심을 여실히 느끼곤 합니다. 몇 십년 동안이나 찾아 주는 이도 없이 외딴 산 속에서 잊혀진채로 통한의 눈물을 흘렸을 영령을 생각하면 또 한번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비석 한 조각 없이 지나는 등산객들의 등산화에 짓 밟히고 발부리에 채이는 서러움까지 삼켜야 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흩뿌려져 계시던 분이 나의 부모요 형제 자매 친척이라면 어떠했겠습니까. 해마다 신년의 1월 1일을 시작으로 대통령 선거 운동을 시작할 때라든가 각 정당의 행사가 있으면 으레껏 줄줄이 국립 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하곤합니다. 향로에 향(香)을 서너번 뿌리고 잠시 묵념으로 고개를 숙이면 그것으로 호국 영령에 대한 할 도리를 다 한 것처럼 자리를 뜨면 그만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일년에 한 두번 똑 같은 방법으로 국립 현충원의 정문을 넘나 들곤합니다. 특히나 정치를 한다는 높으신 양반이나 고위 공직자들은 보여주기식의 요식 행위는 계속될 것입니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 한 복판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오가는 시민들을 굽어 보고 있습니다. 이 곳 뿐만이 아니라 한반도 곳곳에는 3.1 독립 운동을 하다가 순국하신 열사나 의사들을 기리는 기념관이나 영정들을 모신 곳이 많이 있습니다. 애국지사를 비롯하여 왜적들과 맞 서서 싸운 장군들의 대첩비와 기념비도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온 몸을 불사르신 애국 선열들을 영원히 기리며 추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6.25 전쟁으로 전사하신 무명의 용사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도리라고 봅니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내 부모 형제 자매를 지키고 보호하려다 산화하신 영령들입니다. 여기 저기 산등성이나 계곡에서 쓸쓸히 이슬처럼 사라져 버린 우리들의 선배 용사들입니다. 유해나 유품이 발견된 그 자리에 자그마한 표지석과 상석이라도 깔아 놓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그리고 주위에 벌목으로 흩어져 있는 나무를 이용해 의자 몇개 마련해 주면 더 좋겟습니다. 표지석에는 유해 발굴 당시의 사진과 6.25 전쟁의 발발한 이유와 배경도 간단히 기술헤 놓는다면 금상첨화라 하겠습니다. 그러면 언제든지 그 곳을 산행하는 등산객들의 쉼터가 될터이며 아울러 후손들에게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 되리라고도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나 혼자만의 생각을 머리 속에 그리며 발길을 돌려 30여분을 오르니 바로 불곡산 정상의 정자에 닿았습니다. 정상 표지석에는 불곡산 해발 335m로 표기가 되어 있으며 지도상에는 313m로도 나와 있어서 헷갈리게 됩니다. 정상에서 몇컷 누르고 오후 2시 30분에 모란역 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치빠흐를 생각하며 형제봉과 소봉을 거쳐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산 아래로는 분당시가의 아파트 숲이 회색 빛을 띄우며 버티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 옵니다. 조금 더 내려 오면 소나무 숲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한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삼림욕장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기가 흐느적 거리는 산객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습니다. 당골 공원과 중앙 공원을 거치며 양지 마을 아파트 촌을 지나서 수내역에서 전공노가 되어 모란역에 하차합니다. 합류한 치빠흐와 네명이 횟집으로 들어가 등산 자켓과 모자를 벗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짜릿한 한잔의 매혹에 빠져듭니다.
이 모습이 바로 우리 늘걷회 회원들의 존재하는 이유이며 산행을 하는 매력인가 합니다.
2016년 1월 12일 무 무 최 정 남
첫댓글 수고하셨어요, 역시 산악대장 에게 찬사을 보냅니다, 박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