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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영하 4도까지 내려가서 몹시 춥다는 토요일 아침.
일요일에는 이보다 더 추워져서 영하 6도까지 내려간다 하여
일요일보다는 토요일에 둘레길 탐방을 나서기로 했다.
일단 어쨌든 어이하였던
서울둘레길에서의 익숙함 또는 매너리즘에 대한 일탈 차원도 있고
또한 정신적으로 분위기 전환 차원도 있고,
여기에 하나 더하면 길동무님들이 다녀가신 길을 답습하자는 차원에서
“한양도성길”로 탐방하기로 했다.
이 길을 통해 어쩌면 2017년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가을을 즐기자는 개념이다.
지난 주에 수명산님이 올리신 사진을 보면
그래도 아직은 마지막 잎새 정도는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조그만 기대를 갖고 출발을 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가을의 알록달록 총천연색의 잎새만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좋아하는 것은 겨울 나목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서울 둘레길이던 또는 그 어느 길이 되었든
또는 공원이든 간에 상관 없이 나목만을 찾아서 투어를 할지도 모르겠다.
제목은 “겨울 나목 투어”
나목에 대한 느낌이 생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한 이십여년 전쯤이다.
그때 어느 회의실에는 다양한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그림도 있고 사진도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름 아닌 나목과 관련 그림이었다.
그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수 십여종의 겨울 나무 모습을
손으로 자잘하게 그려서
하나의 액자 프레임에 넣은 것이다.
한 개의 나무 그림은 한 3cm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미국의 그 지방의 다양한 나무 개수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줄기며 나뭇가지를 세세하게 그려 놓은 것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나무마다 참으로 가지 모양이 다양하구나 하고 느낀 순간이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그림의 제목은 “Winter Bare Tree Silhouette”
비슷 했던 것 같다.
제목을 번역하면 그대로 “겨울 나목 실루엣” 이다. 이름만 봐도 뭔지 알 수 있다.
각설하고,
최근의 한양 도성길 투어는 작년 4월과 5월에 친구와 동행형으로 진행하였다.
그런데 그 때 친구와의 길나섬이 내게 서울 둘레길에 대한 모티브를 주었다.
왜냐면 한양도성길 완주 후 그 친구가 서울 둘레길을 같이 걷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친구는 신체적 컨디션이 좋지 않은 – 지금도 물론 딱히 더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
상태였고, 서울에 살면서도 산에는 올라본 적이 없는 완전 촌놈중의 상촌놈이었다.
그래서 자근자근 즐기자는 차원으로 길나섬을 하였고
낙산-백악산(북악산) 구간, 인왕산 구간, 그리고 남산 구간 이렇게
세가지로 나누어서 같이 길나섬을 하였다.
그 친구는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때 그랬지” 하면서 감상하고 있다니
가끔은 인생사진을 찍어줄 만 한 것 같다.
그런데 그때 걸었던 구간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구간은 인왕산 구간이다.
그건 다름 아닌, 그 친구와 속도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사전에 내가 미리 힘을 빼고 걸었던 길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 구간인 낙산-백악산 구간에서 내게 엄청 지진아(!)라는 구박을 받은 친구는
“너 미리 어디 좀 다녀와라” 하고 제안을 했었고
그래서 백악산 구간을 인왕산 구간 이전에 갈까 싶었는데
그 구간은 오픈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미리 탐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9시에 창의문에서 출발하는 인왕상 구간의 보조를 맞추기 위한 방법으로
나는 집에서부터 오전 5시 반에 출발을 하여
무려 3시간 반 동안 약 20km 정도의 한강길과 서울 도심을 통과한 후
창의문에 도착하였다.
그 때 바로 쉼 없이 9시 정각에 친구와 인왕산 구간의 탐방을 시작하였는데
정상으로 향하는 구비구비 계단이 왜 그렇게 많고 길었던지 하던 기억이 아련하다.
암튼 요즘은 덥고 힘든 시즌은 아니니 네 코스를 한번에 돌기로 했다.
전체 걸이는 약 19km 조금 못 되는 거리이므로,
거리상으로는 크게 길지 않고
서울 둘레길로 비유하자면 한 코스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다.
(안양천길 조금 넘는다)
다만 두 개의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 산을 넘어야 하고
남산 정상으로 향하는 많은 돌계단을 올라야 하는 이슈가 있는 코스이다.
날씨가 차가웠지만
그런 덕에 전체 코스는 붐비지 않았고
혼자서 고즈넉하게 오롯하게 걸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은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 여럿 있었다.
물론 이미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목 때문에 스산한 겨울을 느낄 수 있어서
요즘 시절이 가을과 겨울의 교차지점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탐방이었다.
만일 나무가 모두 한꺼번에 태어나서 똑 같이 낙엽을 맞이 하여 나뭇잎이 전부 떨어진다면
참으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 다행히도 기온에 빨리 적응하는 얼리 어댑터도 있고
그 반대로 늦둥이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다양성 때문에 어쩌면 자연이 더 아름답지도 모르겠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똑 같이 백인이고 똑 같이 황인종이라면 아마도 답답하고 재미 하나도 없을 것 같다.
탐방 결과,
널리 알려져 있는 하이라이트 되는 코스는 백악산(북한산)과 인왕산 구간이 좋기는 하지만,
어제 걸은 길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이 늦은 가을에 즐길 수 있는 나름 접근성이 좋은 도심의 비경도 많다는 사실이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배재학당 공원이다.
길은 강북삼성병원에서 출발하여 정동교회를 지나 중앙일보 JTBC 쪽으로 이어지는데
그 중 건물 사이의 배재학당 앞쪽의 가을 풍경이 참으로 삼삼하다.
그곳에서는 뭐랄까? 화려하지는 않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의
차분한 도심의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남산 구간의 일부로, 길은 국립극장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예전의 타워호텔 (지금은 반얀트리클럽 & 스파서울이라는 엄청 긴 이름의 호텔)
앞을 지나는데, 그곳에서 시작하여 성곽 옆길을 따라 신라호텔의 면세점까지 내려가는
도보 길이다.
다른 시즌은 모르겠지만,
이 즈음에는 가장 고즈넉하고 늦둥이의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참고로 국립극장에서 도로를 횡단하면
한양도성길 이정표가 타워호텔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어쩌면 약간 갸우뜽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실제로 호텔 바로 앞쪽으로 산책길이 이어지므로
그냥 믿고 가면 될 것 같다.
한양도성길은 서울 둘레길과 마찬가지로 코스 자체는 환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완주를 위해서는 출발 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면 되고
다만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 중 하나면 정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결정을 위해서 하나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동절기 (11월부터) 시즌에는 백악구간 탐방은 오전 10시에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통은 오전 9시이고, 월요일은 닫는다)
그래서 추운 때에는 미리 도착해서 떨지 말고
오픈 시간에 맞추어서 도착을 하도록 스케줄을 정하면 될 것 같다.
나는 어제 이미 여러 차례 익숙한 반시계 방향으로 탐방하기로 했고
말바위 안내소에 10시 정각 도착 시간을 정하고 출발을 하였음에도
도착 예상 시간이 실제 도보 시간을 따라가지 못했는지
탐방 안내소에서 약 10여분간 기다린 후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
통계적으로 백악산 코스를 시계 방향으로 탐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창의문에서 시작하여 혜화문으로 내려오는 방식이다.
그건 다름아닌
백악산 정상이 창의문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창의문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위치하여 있고
또한 탐방 안내소가 바로 붙어 있어서 바로 길나섬을 시작할 수 있다.
백악산은 비록 340여미터 조금 넘는 산이지만
만일 정상 도전을 목표로 한다면 창의문에서 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출발 시점에는
탐방인은 대부분 기운이 많은 상태이므로
비록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금새 정상에 오를 수가 있다.
정상 이후에는 다시 창의문 방향이든 또는 혜화문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 반대로 헤화문 출발 코스는 여러 주택가, 고등학교 옆을 지나므로
창의문 출발 코스와 비교하면 다분히 지리하게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물론 이 길 중간에는 성균관대 뒤쪽의 와룡공원에서 접속되는 입구가 있어
버스로 접근이 되는 와룡공원에서 직접 출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창의문 출발에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혜화문 - 성북동 방향에는 맛집이 수북히 널려 있다는 점이다..
창의문이 시작하는 부암동에도 맛집이 없지는 않으나,
가성비 차원에서 또는 개수로도 성북동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제도 신한은행을 비롯해서 몇 단체 팀의 등반이 있었는데
한결 같이 창의문 출발 방식이다.
이미 백악산에 오른 사람, 그리고 아직은 중간의 쉼터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등.
그런데 참으로 우연인 사실은
지난 주 서울둘레길 3주년 기념으로 당고개역에서 수락산으로 길나섬을 위해
당고개 공원에서 등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도 신한은행팀 – 물론 여러 신한은행 내에서도 관련 단체가 있겠지만 -에서도
당고개 청소를 하려는지 아니면 짧은 등반을 하려는지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단체 모임을 보았다.
모두 신한은행의 파란색 조끼를 입은 차림이었다.
둘레길 차원으로 보면 이 신한은행과는 왠지 인연이 깊다.
사장님이 등산을 좋아하시나?
그리고 서울둘레길의 다양한 이정표를 생각하면
한양 도성길의 이정표는 부실(?) 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짧은 구간과 길의 단순성,
그리고 도심에서의 이정표 설치의 제한성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한양도성길의 이정표는 서울둘레길 이정표에 익숙한 이에게는
참으로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양 도성길 초기에는 주로 시계 방향으로 걷는 것을 기준으로
이정표가 구성되어 있으나, 요즘은 반시계 방향으로도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탐방시 눈을 크게 뜨고 이정표를 잘 살펴보고,
가라는 곳으로 잘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사실 길을 조심해야 하는 구간은 모두 서울의 도심 구간이다.
이제는 도성이 없어지거나, 또는 도성이 부분적으로 있지만 접근로가 없거나
또는 도성을 어느 집의 담벼락으로 사용하여 길의 의미가 없어진 그런 곳이다.
그래도 지난 해와 비교해보면
이정표도 많이 정비 되어서 이정표만 잘 따라가면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한양도성길의 표지는 모두 회색으로 되어 있는데
회색의 네모판 모양과
또한 도심형의 안내판으로
전봇대나 가로등 같은 곳 아래 설치 되어서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 둘레길의 종합 안내판 지도처럼
주요 길목마다 한양도성길 (정확히는 “한양 도성 순성길”)이라는
약도 그림이 설치 되어 있다.
어제 투어는 8시 40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박물관역 도착하여
10여분 뒤쯤 DDP를 출발하여 낙산 구간을 시작으로 하여
오후 1시 50분에 광희문에서 마무리를 하였다.
더 이른 아침에 남대문부터 출발하는 남산투어로 시작할까 싶었지만
토요일 아침에 처리 해야 할 일이 있었고
또한 해가 높아짐에 따라
탐방객이 많아져 좁은 탐방로가 붐비게 되는
백악산, 인왕산 구간을 피하고 싶어서
오전 10시쯤 백악산 입구인 말바위 안내소에 도착하도록 코스를 정하였다.
백악산, 인왕산 그리고 남산 정상에서 너른 서울을 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한 서울의 높은 고층 건물이 아니라,
서울 북쪽의 북한산 능선들이다.
어제의 맑고 청아한 날씨 덕분에 – 서울 도심은 스모그 현상 때문에 뿌옇다 하더라도 –
북한산은 늘 길과 함께 다녔다.
그런데 그 많은 북한산 능선의 봉우리들 중에서의 군계일학은
가장 높이 보이는 보현봉 – 백운대, 인수봉등 삼각산은 서울 도심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이
아니라 그건 다름아닌 비봉이었다.
높지는 않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형세. .
그래서 어쩌면 진흥왕 순수비가 설치 된 것은
다른 봉우리가 아닌 이 비봉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봉우리 이름도 “비봉”이다.
여의도에서는 오히려 사모바위가 잘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한양도성길에서는 서울둘레길과 달리
여태 스탬프 투어는 하지 않았는데,
어제는 재미 삼아 스탬프를 찍으면서 다녔다.
숭례문(남대문), 돈화문터(삼성병원 안내센터), 말바위 안내소 실내, 흥인문(동대문)
이렇게 네 군데에 도장 찍는 장치가 있는데
숭례문 – 돈화문터 구간은 너무 짧은 것 같고
남산의 꼭대기에는 스탬프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곳에선 없다.
그래서 거리상으로 따지면 좀 언발란스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한양도성길 도장을 처음 찍는 탐방인은
이걸 어떻게 찍나 하고 약간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여기에도 야트막한 스킬이 필요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커다란 지도 종이를 밀어 넣으면 된다.
그리고 도장 꽉!
도장의 위치가 해당 칸에 찍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모티브가 있어야 몸이 움직일까?
앞선 길동무들이 올리는 삼삼한 사진에 나도 같은 코스로 길나섬을 하게 되었다.
늦가을에 원 없이 수많은 돌덩이(성곽)들 구경도하고
또한 아직은 늦둥이 낙엽 덕분에 눈도 많은 호사를 하였다.
좀 쌀쌀한 날씨였지만 참으로 아름답고 근사한 힐링 도보 길이었다………………. ###
첫댓글 ㅎㅎ
소그미님
둘레길 관심 갖게된 동기가
저랑 똑같네요.
저도 지난 겨울 친구 등쌀에 밀려 인왕구간 걸어보고
서울둘레길도 걷게 되었는데
사람들 생각이나 삶의 방식들은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에 또 놀라고
어디선가 꼭 마주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나는 네 번에 걸쳐서 돌았는데
5시간만에 한양순성길을 완주하시다니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됩니다요
안녕하세요? 일단 서울둘레길 7조에서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화수분님이 옳은 방식입니다. 길 이름도 그냥 한양도성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한양도성 순성길이라고 하였으니, 도성의 양쪽을 순례하듯이 걸으면서 즐기는 것이 맞는 방식입니다. (영어로도 excursion 이라고 표현했으니 소풍 가듯이 즐기라는 뜻이 아닐까요?) 저는 일종의 주마간산입니다..^^ 그리고 서울둘레길이든 한양도성길이든 화수분님은 길을 즐기시는 분이니 지난 3주년 기념식에서 불발되었지만, 분명 "길 위에서" 언젠가는 만나 뵐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소그미님의 따뜻한 글을 읽다보니 함께 걸은것 같습니다. *^^*
안녕하세요? 답글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의 아카데미 활동 잘 보고 있었습니다. 2기 하셨는데, 3기도 하신것 같은 느낌입니다. (확실치는 않지만요). 봉사 해주신 덕분에 잘 걷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간만에 이 글을 다시 읽으니, 저 때만 해도 늦가을, 지금은 완전 겨울이라는 생각입니다. 참으로 세월이 변화 무쌍하네요. 그런데 그 변화 무쌍한 기간 중에 화수분님도 만나서 같이 트레킹을 했네요...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조금씩 돌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나사 같은 삶인것 같습니다. 워킹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