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4/10일 지리산 종주 계획을 세우기 위해 열심히 지리산 국립공원 사이트를 검색해본다. 5월 황금연휴에 5/4일만 예약이 가능하고 다른날은 대기자 예약까지 끝났다ㅠㅠ. 보통은 연하천 또는 벽소령에서 1박하고 장터목에서 1박을 해서 2박3일 코스가 통상적이다. 하지만 1박으로 종주를 할려면 화대종주는 어렵고, 단축으로 종주를 한다고 해도 세석대피소에서 1박을 해야한다. 성삼재~세석대피소까지 23km를 걸어 가야한다. 취소는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예약부터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겐 너무 무리일까? 처음부터 힘든 산행이 될거란 생각에 많이 망설였는데 막내가 작년에 겨울 한라산(왕복 18km) 등산도 했다고 자신감이 충만하다. 하지만 나도 처음해보는 종주라 더 걱정이다.뭘 준비해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해서 인터넷에 열심히 검색해본다.
국립공원 내에서는 비박금지에 벌금도 있단다. 그래서 대피소가 항상 만원이다.
벌금을 내더라도 비박을 할생각도 해봤는데, 비박 배낭을 메고 23km를 간다는 것은 무리 일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리고 종주산행 실패 사례의 원인도 배낭의 무게였다. 각 구간별 시간도 파악했다. 산행도중에 남은 구간의 거리와 시간을 잘 파악해서, 무리한 산행이면 일몰 전에 중도 하산길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코스의 난이도와 거리, 시간등을 파악하고 부족한 장비들은 옥션에 주문했다.
지리산은 5/1부터 하절기에 속해서 종주 등산객들이 전국에서 몰려오고 성삼재 산문은 새벽 3시에 열린단다. 구례터미널에서도 3:50분 성삼재행 첫차가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제 하늘만 도와주면 되는데....
5/2일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단다. 다행히 산행중에는 비 소식이 없다. 그래도 산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대비해서 우비는 챙겨가기로 했다.
배낭을 꾸려보고 무게도 확인해본다.
<준비물>
배낭 52리터(1),30리터(1)
카메라
물통 900ml,500ml(3)
스프레이 파스(1)
접착식 파스(1)
멘솔래담,압박붕대
아스피린
구급낭(벤드외 10종)
숏스팻치(2)※아주 유용함,헤드랜턴(2)
비상용 후레쉬(1)
의자(2)
라이터(1)
장갑(2),썬크림,워머(1)
물티슈30매 2개
여행용 티슈 70매 1개
비닐 봉지 5장
두루마리 휴지 절반
우비(1),1회용 우비(1)
지갑(신분증 지참)
휴대폰(지리산은 전화 잘됨)
휴대폰용 대용량 밧테리(1)
휴대폰 충전기(1)
휴대폰 여유분 밧테리(2)
썬그라스(2)
머릿수건(1)
지도&메모장
칼(1)
수저(1),스포크(1),시에라컵(2)
코팰(1),버너,가스450g(1)
슬리퍼(1)
소형 돗자리(1)
돼지고기 담을 빈통(1)
<여벌옷>
바지(각1),티(각1),팬티(각1)
양말(각2),바람막이(각1)※반드시 필요함.
<식량>
전투식량(2),햇반(2)
초코파이(6),커피(6),핫쵸코(6)
껌(2)※꼭 필요함, 에너지바(각3),소시지(6) 삼양라면(2)
김치,소고기 볶음고추장
김,멸치볶음
오랜지(3)
돼지고기 400g(구례에서 구입)
배낭 무게는 20kg(52리터)+6kg(30리터)정도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우비가 있어서 바람막이를 가져갈지 망설이다가 아내가 가져가라고 신신 당부를 해서 가져갔는데 가져가지 않았으면 얼어서 동태가 될뻔했다. 지리산은 아직도 서릿발에 군데군데 얼음도 많이있다. 장갑도 손가락장갑을 끼고 갔는데 손가락도 많이 얼었다. 그리고 산행에 힘들어 구강호흡을 하면 입이 마른다. 물을 마셔도 그때뿐이지만 이때 껌은 아주 유용했다.
<일정>
일시:2015년 5/3~5/5
누구:아빠와 쭈니
총거리:(성삼재~중산리 36.15km 21시간30분)
5/3일: 사상터미널 구례행 탑승(09:20)
구례도착(12:30)
사성암
화엄사 관광
구례(예일각)에서 1박
5/4일: 24.44km 13시간 소요
3시 기상
구례 터미널 성삼재행 버스 탑승(3:50)
성삼재 도착(4:30)
산행시작(4:40)
노고단 대피소 도착(5:30)
아침:라면(1),햇반(1)
노고단 종주초입(6:00)
돼지령(6:36)
피아골 삼거리(6:46)
임걸령(6:55)
노루목(7:30) <--->반야봉(8:11)
삼도봉(9:00)
화개재(9:24)
토끼봉(10:02)
명신봉(11:05)
연하천 대피소 도착(11:21)
점심:라면(1),햇반(1),소시지(2)
연하천 대피소 출발((12:16)
삼각고지(12:30)
형제봉(13:12)
벽소령 대피소(13:57)
덕평봉(15:18)
칠선봉(16:39)
영신봉(17:49)
세석산장 도착(18:08)
1)체그인하고 담요 2장 렌탈
2)내일 산행 정보 수집함
3)라면(2),햇반(전자렌지 데워서 2개)구입
4)저녁:돼지고기400g으로 김치찌게,햇반(2)
세석산장에서 1박
5/5일: 산행:11.71m 8시간30분 소요
기상(4:00)및 아침
세석산장 출발(4:50)
촛대봉 일출(5:15)
연화봉(6:44)
장터목(6:55)
제석봉(7:38)
통천문(8.09)
천왕봉(8:27)
천왕샘(9:14)
법계사(10:51)
로타리 대피소(10:54)
칼가위 삼거리(12:18)
칼바위(12:58)
중산리(택시)(13:31)
원지
진주
부산 동래(16:50)도착
아침에 7시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챙겨서 서부터미널로 가서 구례행 9:20분발 버스를 탓다. 3시간정도 걸려서 구례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콩나물 국밥으로 점심을 먹고 숙소를 잡고 사성암, 화엄사에 갔다가 저녁을 일찍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정육점에 들러 세석대피소 만찬을 위해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 400g을 샀다. 숙소에서 샤워하고 여관의 정수기에서 물통도 채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걱정을 뒤척이며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2시 반에 일어났다. 지난밤의 선잠으로 머리가 무겁다. 3시쯤에 아들을 깨워 준비해서 첫차를 타기위해 구례터미널로 향했다.
헐! 새벽3:20분에 터미널에 왔는데 벌써 성산재행 버스는 만원이다ㅠㅠ
나는 입석으로, 막내는 하나 남은 빈자리에 앉아 정시에 출발해서 4:30분에 성삼재에 도착했다. 가로등 사이로 보이는 성삼재 휴게소는 안개로 히뿌였다. 어둠속으로 부지런히 올라 노고단 산장에서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산행중에 배운 지식인데 다른 분들은 집에서 소불고기를 볶아가지고 식혀서 냉동을 해왔다. 간편하게 버너로 녹여서 먹을 수 있어서 편리하게 보였다. 나도 다음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종주시작 표시가 있는 노고단 돌탑부근에서 6:00쯤에 출발했다. 간간히 노고단 운해도 보인다. 반야봉 가는 갈림길, 노루목(1:30분 소요)에서 시간을 확인해보니30분이나 단축했다. 이렇게 가면 세석대피소에 너무 빨리 도착할 것 같아 반야봉에 가보기로 했다. 배낭을 벗어놓고 가볍게 갔다 오기로 했다. 반야봉 정상엔 아직 철죽은 없다. 저기 멀리 우뚝 솟은 천왕봉과 가야할 봉우리들이 보인다. 서둘러 하산해서 배낭 옆으로 가는데 노고단에 소고기 드시던 분들을 다시 만났다. 우린 길을 재촉해서 연하천대피소(5:20분 소요)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20분 지각이다.
점심은 라면과 햇반, 소시지를 한군데 넣고 끓여 먹었다. 설거지는 두루마리 화장지로만 했다.
시에라컵에 커피와 코코아도 한잔했다. 라면맛과 어우러진 커피맛은 잊을수가 없다.
형제봉에서 한숨 돌리고 벽소령으로 향했다. 발은 점점더 무거워 졌다. 벽소령대피소(8:00소요)에 도착했을땐 계획대비 1시간 초과였다. 벽소령에서 물 한잔 마시고 식수 보충하고 부지런히 발을 옮겨본다. 여기서 세석대피소까지는 덕평,칠선,영신봉이 있는 3:30분의 긴 코스다.
우린 4시간만인 오후6:00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우리 막내는 힘든 기색이 역력한데 잘버티고 여기까지 왔다. 체크인하고 담요 2장씩 주문을 했다.매점도 일찍 문을닫아서 라면(2)과 햇반(2)을 샀다. 햇반은 전자레인지에 데워주었다. 씻는 것 보다는 막내에게 체력보충이 급선무라 취사장으로 갔다. 무게를 줄일려고 후라이팬을 포기했는데, 걱정은 했지만 냄비에서 돼지고기를 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바로 눌러 붙는다. 물을 부워도 안되고 해서 바로 김치찌개로 메뉴를 바꿨다. 가져간 소금으로 간도 대충했다. 돼지고기 400g, 김치, 소금 세가지로 요리는 끝났다. 혹시 모를 배탈 걱정 때문에 한참을 끓였다. 막내가 반신반의하다가 먹어보더니 엄지손가락을 들어준다.ㅋㅋ내가 만들었지만 환상적인 맛이다! 막내는 집에 가서도 한번 더 해달라고 한다. 내일 아침은 일출을 봐야하기 때문에 간단히 아메리칸 스타일로 초코파이와 따뜻한 차를 먹기로 했다.
우린 그렇게 저녁을 먹고 대피소로 갔다. 가져온 물티슈로 세수하고 손도 닦고, 발도 닦았다.
막내가 다리가 아파서 가져온 멘솔래담으로 다리,손목을 마사지 해주었다. 가냘픈 막내의 종아리를 보면서 눈물이 날뻔했다. 아들이 안쓰럽고 미안했다.
(아빠 잘못만나 네가 고생이구나)
“아빠 내일도 힘들어요?”
내일 일정과 코스 난이도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아빠! 그럼 오늘보다 짧네요”
“그래! 그래도 장터목에서 천왕봉 구간은 빡세단다. 천천히 가야되 힘들면 자주 쉬어가고”
“아빠! 여기까지도 왔는데..”
“그래 아들아! 세상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 보인단다”
안내 방송이 나온다. 내일 일출 시간은 5:30이고, 5시에서 대피소 출발하면 촛대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단다.
우린 대피소에서 시계가 몇시인지도 모르고 기절했다. 눈을 떠보니 밤 11시반이다. 대피소 안에 코고는 소리, 이가는 소리, 방귀 소리에 참다양한 소리가 난다. 대피소에 난방이 잘되서 덮는 담요는 필요 없을 것 같다. 3시쯤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산행준비를 위해 부산하게 움직인다. 계속 졸다가 4시쯤에 막내를 깨워본다. 잠자리가 선지 금방 일어난다. 한번 안아주고 배낭을 챙겨서 취사장으로 갔다. 옷깃 속으로 한기가 스며든다.일출을 기다리는 동안 막내가 추워질까 걱정이 앞선다. 혹시 몰라서 코팰에 찻물을 많이 끓여 나머지는 팻트병에 담아서 손수건과 지퍼백으로 보온을 해서 핫팩을 만들었다.
헤더랜턴을 켜고 세석대피소를 4:50분에 출발해서 촛대봉으로 오른다. 음력 3/17일이라 달빛도 좋다.5:10쯤에 정상에 올랐다. 황홀한 새벽이다.“Google별지도” 어플로 아직 나오지 않은 해를 찾아 좋은 위치를 잡아본다. 5:20분쯤에 하늘 끝에서 붉은 기운이 돈다. 계속 카메라 샷터를 눌렀다.막내에겐 눈과 가슴에 일출을 담으라고 했다. 아침에 만들어온 핫팩으로 손가락 녹이라고 꺼내 주었다. 막내는 손이 시려웠는지 따뜻하다고 연신 이야기한다. 아들이 아빠 손시려울까봐 핫팩 물병을 나에게 자꾸준다. 기특한놈^^
5:30분경에 삼대가 적선을 해야만 본다는 일출을 아들과 같이 보았다.
일출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한참을 그곳에 있다가 천왕봉으로 출발했다. 연하봉을 지나서 장터목대피소에 7:00시 쯤에 도착했다. 장터목 물맛만 보고 바로 제석봉 방향 오르막으로 오른다. 숨이 목까지 찬다. 아들이 자꾸 뒤쳐져서 되도록 천천히 조금씩 올랐다. 그렇게 둘이서 의지하며 통천문을 지나서 8:25분에 천왕봉에 올랐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가슴이 박차오른다. 다음엔 설악산을 기약하며 둘만의 소증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지리산 종주 1박2일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