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본 매화 : 강희안(姜希顔)
매, 난, 국, 죽은 그 품성이 군자와 같이 고결하다는 뜻에서 사군자四君子라고 이른다. 그 중에도 매화를 으뜸으로 치는 것은 매화의 품격이 그만큼 높이 때문일 것이다. 조선 세종 때의 명신 강희안(姜希顔)이 지은(양화소록養花小錄)에는 ‘꿈에서 본 매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내가 매화나무 아래서 졸고 있었더니 한 사람이 예스럽고 기이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흰옷을 입고 전신이 맑고 깨끗하였다. 나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장난삼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니 당신은 나를 잘 알고 있는가?
나를 알려고 하는 이가 누구며, 나를 찾는 이는 또 누구인가?
아마도 당신은 예스럽고 질박함을 숭상하여 벗을 삼는 자로다.
나는 성품이 세상 속의 번거로운 곳을 싫어하고 오직 산과 숲을 좋아하여 이름을 세속에서 피하여 사니, 비록 초나라의 영균(靈均)이라도 나를 듣고 알지 못하였다. 죽을 때까지 이름이 없으니 세상 사람들이 나와 더불어 자취를 감추고 사는 이가 또한 얼마인가. 나는 사실 초나라 굴원(屈原)을 원망하지 않고 송나라 소동파를 원망하고 있도다.
그가 공연히 나를 일러 '얼음처럼 차고 맑은 넋, 구슬처럼 희고 깨끗한 골격' 이라고 평하여 나의 자취를 누설시켰고, 제일 좋은 물건으로 나를 지목하였도다. 당신이 만일 나를 이해한다면 저 거칠고 적막한 산수 모퉁이 세상에서 버려 둔 땅에 같이 살고 죽고 할지니라, 그리하여 속세와 가까이함을 면하고 텅 빈 듯, 없는 듯이 살며, 함께 타고난 성품이나 온전히 하는 것이 어떻겠는고?" 내 매형(梅兄) 뜻을 이해하고 "예!" 대답하고 꿈을 깨어 기록하였다.
이 매화에 대한 꿈 이야기가 재미있어 나도 이렇게 기록하다.
<양화소록>말미에 '섣달 그믐밤에 매화를 대하여' 라는 오언절구五言絶句가 들어 있다.
매화 옛 등걸에 새봄이 오니
맑은 향기 산가(山家)에 넘쳐흐른다.
가물가물 타는 심지 다시 돋우고
이 밤을 함께 새는 두 해 된 꽃.
감로甘露 녹차에 매화꽃을 한 송이 따서 띄우면 매화차가 된다.
이런 차는 아마도 신선들이 마시는 차일 것이다. <96.2>
출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