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의 춘천 이야기30
추전리와 추곡리에 전승하는 장수하늘소 이야기
<중학생 곤충채집으로 발견한 장수하늘소>
장수하늘소. 그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하늘소임을 알 수 있다. 무려 몸길이가 10cm가 훨씬 넘는 곤충 가운데 큰 곤충에 해당한다. 워낙 희귀한 곤충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춘성의 맥》(1982)에 의하면, 장수하늘소가 처음 발견된 경위는 춘천에 사는 박시동(朴時東)이라는 중학생에 의해서이다. 1939년경의 일이다. 일본인 교사는 학생들에게 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을 시켰다. 곤충채집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에게 늘 있는 방학숙제였다. 아마도 우리나라 60세 이상은 곤충채집, 쥐 잡아 오기, 퇴비 해오기, 나무 가져오기, 잔디 씨 받아오기 등등의 숙제를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시킨 곤충채집에서 20cm가 되는 곤충을 잡아 왔으니, 일본인 교사도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그는 그 곤충이 무엇인지 몰라서 일본으로 곤충을 보내서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그 대답은 아주 귀한 곤충 장수하늘소였다. 그 당시 같은 장소에서 4개체가 더 발견되었다. 그래서 이 사실은 언론을 탔으며, 장수하늘소를 발견한 학생의 이름도 남게 되었다.
<소양호에 잠긴 장수하늘소 서식지>
박시동 학생이 장수하늘소를 발견한 장소는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였다. 그는 신갈나무에 붙어 있는 곤충을 잡아 왔다. 그 당시 잡은 장수하늘소는 무려 20cm 정도나 되는 크기였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1962년 12월 15일 곤충으로서는 유일하게 장수하늘소를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장수하늘소 서식지인 춘성군 북산면 추전리는 천연기념물 제75호로 지정하였다. 훗날 장수하늘소가 더 발견되지 않아서 서식지는 1973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하였다.
장수하늘소가 발견된 추전리 일대는 소양호 물속에 모두 잠겨있어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때 장수하늘소가 발견된 추전리에는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를 발견하였다는 표석을 세웠다. 그러나 그곳이 물속에 묻혔고, 표석은 소양강댐 관리공단에서 가져갔는데, 추전리 옆 마을인 추곡리에서 표석을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소양강댐 관리공단에서 원래 표석은 보관하고, 다른 표석을 하나 만들어서 추곡약수터로 오르는 길가에 세워주었다. 아직도 그 표석은 그 장소에 그대로 놓여 있다. 앞면에는 “천연기념물(天然記念物) 제75호 춘성의 장수하늘소 발생지”라고 국한문으로 표기돼 있고, 뒷면에는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고 한자로 썼다.
<6.25한국전쟁 때 적군의 위치를 알린 장수하늘소>
“장수하늘소의 원 발견지는 추전리에요. 난리가 나면 장수하늘소가 날아가면서 소리를 내서 적의 위치를 알려주고 했대요. 돌다람쥐라고도 하는데 돌을 달아서 날랐다는 얘기도 있어요.”(《북산면 사람들》)
추곡약수터 옆에서 식당을 하던 백창영(71세, 2008.3.31. 채록) 씨의 제보이다.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 장수하늘소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전승되었다. 백창영 씨에 의하면 강원대학교 농생물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장수하늘소를 찾으려고 추곡약수터 올라가는 길목에서 텐트를 치고 조사를 했는데, 더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예민한 곤충이라 서식지가 물속에 들어가면서 살길을 찾아 다른 장소로 이동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춘천에 다시 장수하늘소가 보이고, 돌을 달고 날아서 적의 위치를 알리는 것처럼 또 다른 이변을 보일 날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