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Adam) 선생 / 김석수
그는 잊을 만하면 만나자고 느닷없이 연락한다. 장소는 시내 ‘샤부샤부’ 맛집이다. 집에서 버스로 30여 분 걸린다. 약속 시간은 저녁 여섯 시다. 처음 가는 곳이라 한 시간 전에 출발했다. 예상보다 10여 분 일찍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올라가니 뷔페식당이다. 이곳저곳 둘러봐도 그는 보이지 않는다.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차가 막혀서 늦는다고 한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휴대 전화로 뉴스를 검색한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됐다는 소식이 눈에 띈다. 요즘 짜증스런 뉴스만 나오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다.
한참 동안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푹 빠져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쳐서 쳐다보니 그다. 곱슬머리에 얼굴이 둥그렇고 눈이 부리부리하다. 중키에 배가 약간 나왔다. 나이는 30대 후반이다. 그의 아버지는 이탈리아인이고 어머니는 유대인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대학까지 졸업했다. 국제 정치학을 전공했다. 뉴욕에서 생활하다 이곳으로 왔다. 지금은 ㅈ 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영어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내가 채소를 좋아해서 이곳을 예약했다고 한다. 14년 전에 그가 영어 원어민 교사로 ㅂ 중학교에서 근무할 적에 처음 만났다. 국제 문제와 정치 관련 지식이 해박하다. 생활하면서 고민거리가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는다. 그에게 나는 자문가이자 상담자이다. 상담의 주제는 개인 문제부터 직장 생활까지 다양하다. 미국 정치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 문제를 주로 이야기한다. 가끔 세계 정치 지도자의 기묘하고 이상한 점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의 최근 미국 정치 분석은 다음과 같다. “미국 대선이 한 달이 채 안 남았는데 초박빙 판세라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다. 일곱 개 경합 주 대결에서 막판 승부수가 날 수 있다. 근소한 차이로 해리스가 승리할 수 있다. 미국인 대부분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국제 관계나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백인 중산층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대부분 실업 문제다. 그들 대부분은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인에게 좋은 일자리를 빼앗겼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트럼프가 당선되기를 바란다. 트럼프는 동맹과의 관계에서 의리나 도덕적 가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경제적 이익만 추구한다.”
그는 지난여름에 영국 런던과 미국 플로리다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물가가 비싸서 여행하기 힘들었다. 예전보다 길거리에 노숙자가 눈에 많이 띄고 쓰레기가 높이 쌓여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럽은 극우파 정당이 점점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극우 정당이 이미 집권했고 프랑스도 마린 르팬이 이끄는 극우 ‘국민전선’이 정권을 잡으려고 한다. 스페인과 독일도 보수 우파 정당이 커지고 있다. 헝가리는 서방 민주 진영에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서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전쟁이 중단되면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야후’가 자신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로 탄핵될 것 같아서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 유대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들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에 막대한 정치 자금을 대고 있다. 양당에서 누구도 이스라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레바논 ‘헤즈볼라’는 가자 지구 ‘하마스’와 다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지상 작전에 능숙해서 이스라엘과 오랜 기간 전쟁하게 될 것이다. 지금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식당 대부분은 문을 열지 않고 그곳에 사는 수백만 명이 산으로 피난 간다. 세계 도처에 위험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종업원이 10분 뒤에 문을 닫는다고 귀띔한다. 그는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곳도 괜찮지만 오래 근무하다 보니 답답하다. 내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를 만나서 오랜만에 글로벌 교육을 받은 느낌이다. 가끔 비비시(BBC)나 시엔엔(CNN) 방송을 보면서 다른 나라의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들으면 텔레비젼을 보는 것보다 이해가 잘되고 재미가 있다. 그는 글로벌 안목을 높여 주는 선생이자 우정을 나누는 친구다.
첫댓글 역시 선생님은 글로벌하시네요.
덕분에 세계 정세에 어렴풋이나마 눈을 떠 봅니다.
영어로 국제정치를 논할 정도이니 선생님의 영어 실력이 짐작이 갑니다.
부러운 능력입니다.
원어민의 상담 선생님, 대단하세요. 늘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시니 누구와도 소통이 잘 되실 거 같아요.
우와, 미국 친구.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