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논란이 일자 진중권 선생이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진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뭔가 했네”라며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 이어 “그냥 배우들이 똥 밟은 사건으로 이해하렵니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 - 9월 29일자 서울신문 인터넷 기사 중에서 -
위의 주장에서 배우들이 무언가 잘못을 했는데, 그것을 '비유'로써 "X 밟은 사건"으로 이해한다고 하였다. 이는 전형적인 유비추리이다. 하나의 사건을 액면그대로 말하지 않고 알기 쉬운 비슷한 비유를 들어 추론하는 것이다. 이를 논리학에서는 '유비추리'라고 한다.
그런데 유비추리에서 올바른 추리이거나 잘못된 추리가 되는 기준은 비교하는 두 사건의 핵심되는 공통사안 사이에 얼마나 유사성이 있는가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위 두 사안의 유사성을 검토해보자.
1. 실제 배우들의 잘못 : 영화의 시나리오가 매우 나쁜 것임에도 그 영화의 주인공으로 승락을 하였다. 여기서 배우들의 잘못이라면, 그 영화의 시나리오가 매우 부정적이고 역사 왜곡이 심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승락을 했다는 것에 있다. 물론 어쩌면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시나리오가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배우들이 모든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승락을 하였다는 것에 있다. (어떤 배우도 시나리오 내용을 모르면서 승락하는 경우는 없다,) 만일의 경우 이 영화가 일종의 범법행위라고 가정한다면, 배우들은 이 범법행위에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일종의 가담자, 즉 공모자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배우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
2. 유비추리에서 배우들의 잘못 : 흔히 사람들이 "X밟았다"라고 할 때, 이는 길을 가다가 부주의 해서 우연히 X을 밟게 되었다는 것이며, 흔히 재수가 없는 일을 빗데어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배우들이 X밟은 사건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우연히 배우들이 부주의 해서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잘못된 일을 당하게 되었다라는 의미가 된다. 즉 여기에는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배우들의 자유의지로 선택하였다는 의미가 제거되어 있다. 일정부분 배우들을 쉴드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위 두 내용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공통사안은 무엇이며, 이들의 유사성은 얼마나 될까? 공통되는 사안은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승락하였다는 것이며, 1의 경우는 목적이 무엇이었든 내용을 분명히 인지하고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하였다는 것에 있다. 반면 2의 경우는 잘 모르고 있는 가운데 재수 없이 그것을 맡게 되어서 피해를 보았다는 의미가 강하다.
1은 내용을 잘 알고 자유의지에 의해 스스로 선택하였으니 응당히 책임이 있다는 것이며,
2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재수 없이 맡게 되었으니, 책임이 거의 없다. 혹은 배우들도 피해자다.라고 하는 것이다.
둘 사이에 명백하게 유사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반대된다. 하나는 알고 스스로 선택하여 책임이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모르는 가운데 재수 없이 맡게 되어서 오히려 피해자다라는 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비추리는 명백하게 <잘못된 유비추리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