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 10. 모자)삿갓모자 닮은 논라를 쓰며-곽선희
19. EURO MOVIE 특선방화. 남편은 ''애마부인1''을 보고 있다. 잠못이루는 내가 자려고 하면 거실로 나와 텔레비젼을 켠다. 초저녁 잠이 많은 그다. 스크린에는 술집에서 배우 안소영이 어디에 취한듯 탁자위에 상체를 숙이고 옆에 엉큼한 남자가 접근한다. 난 그 장면에서 그 사나이의 행동보다 그가 쓴 모자에 눈길이 간다. 이번 수필 제목이 모자이기 때문이다. 며칠째 모자 그 무엇에 대해 쓰야 한담~생각 중이었기에 19금(19세 이하는 이 영화 보는것을 금한다.) 나대로 그렇게 해석하고 텔레비젼 맨위 동그라미 안에 적힌 숫자 19를 본다. 그는 거기에 꽂히고 나는 모자에 꽂혔다. ''늙어서 주책이야.'' 하면 ''엔돌핀이 돌지.'' 그와 나의 대화는 항상 어긋지다. 성욕에 사로잡힌 그남자가 쓴 모자는 까만 학생모자를 닮았다. 그 위기속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시골에서 도자기를 굽는 예술하는 남자였다. 후에 안소영이 모자를 쓰고 시골길을 걸어 가는데 그 모자는 어떤 모자일까? 모자에 눈길이 갔다. 그 다음 비가 쏟아졌다. 움막인가? 꼭 우리나라 삿갓모자 같네 하고 또 거기에 꽂혔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마음으로 모자를 골랐을까?
나는 모자를 무척 좋아한다. 친정식구들은 모자엔 별로 관심없고 화장하고 옷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참 반대다. 문제는 진득하니 그 모자를 쓰나 하면 몇번 쓰고는 옷걸이에 걸어둔다. 새로운 모자가 나오면 마음에 들면 거금을 주고라도 산다. 꼭 필요할 때만 쓰고 나간다. 주로 햇볕을 차단하고 양산을 사용해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것을 피하기 위한 실용성으로 이제 나이들어 추위를 막아주는 따스함으로 멋보다 내 만족을 위해 사용한다.
사람의 마음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내가 마음에 드는 모자는 돈을 주고 살수 있다. 오래 간직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모자가 있다면 큰 만족이다. 딸아이는 환심을 사고 싶었을까? ''엄마! 그 사람은 운동을 좋아해. 대학교 기숙사에 질려 원룸에 이사 와 햄스터 한 마리를 잘 키우는 동영상을 보고 내아이도 저렇게 잘 키우겠다 하고 말했어.'' 하고는 ''결혼하면 엄마랑 외국여행도 시켜 준댔어.'' 라고 한다. ''결혼하려면 무슨 말을 못하겠냐?'' 하며 함부로 정해놓고 사귈 생각은 말거라 했다. ''아직 너는 졸업하고 할 일이 많다.'' 하였지만 사돈 될 사람들이 서울에서 대구까지 손수 운전해 한 시간도 훨씬 먼저 도착했다. 서로서로 선 채로 세례명으로 인사했다. 신앙이 같으니 몇마디 주고 받고 일치점을 찾았다. 상견례를 잘 치루었다. 대학교 졸업을 위해 1년을 기다려 주었다. 사돈 말을 빌리자면 ''콧구멍 만한 집'' 장만해 수리를 완성해 들어갔던 것이다. 챙이 긴 모자를 쓰고 딸은 보름도 넘는 유럽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아기가 생겼다. 출가해도 자식은 집에 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없는데로 신경이 쓰였다.
어느 날, ''엄마! 의사선생님이 이제 임신이라도 안정기라며 비행기 타도 된다 하였어.'' 했다. 같이 다낭에 자유여행을 가자고 졸랐다. 어떤 자매가 우리 베트남 여행 같이 갈까요? 했을때는 위험하데요~ 음식에 뭐를 섞어 요리한다 하잖아요 해놓고는 딸아이가 말했을때는 또다시 함께 한다는 마음에 보디가드 역할을 해야지 하며 따라 나섰다. 둘만의 여행. 낯선 곳에서의 잠자리. 바닷가를 낀 호텔의 야자수 잎은 세찬 바람에 몹시 나부꼈다. 딸아이가 창문을 열고 긴 커튼을 젖혔다. 바람이 불어 긴 나뭇잎들이 손을 맞잡으려 할때다. 그 사이 보름달이 잎들이 모우기만 하면 곧장 잡힐 찰나에 부르짖었다. ''정아~얼른 찍어줘.'' 그래서 이국의 밤에서 우리나라와 꼭 같은 보름달을 낚았던 것이다. 딸이 안겨 준 보름달은 또 다른 상징처럼 느껴졌다. 딸과 서울 남산 타워에서 오르내릴때 찰나에 해가 지는 장면. 노을같은 구름들 사이 그 둥근 태양이 꼴깍 넘어가던 장면처럼 신비로왔다. 마음에 드는 모자를 쟁취한 것 보다 더 흥분되었다. 그렇게 자연이 나에게 씌워준 모자는 더 강렬했다. 잉태를 예고 하는듯 했다.
쌀국수, 반미,반세오, 분짜란 음식과 진한 베트님 커피에 연유와 카페 쓰아다도 마시고 자리를 옮겨가며 모닝글로리(공심채) 볶음, 까오라우(비빔 쌀국수), 화이트로즈(새우 만두)도 맛보았다. 미선 유적지는 볼만 하였다.
미케 비치의 길고 아름다운 백사장을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다녔다. 다음 날 아예 호텔로 콜택시를 불러 한시장에 들렸다. 놀랍게도.그곳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오자이를 팔았다. 붉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그 옷은 딸아이가 골랐다. 난 워낙 초록색을 좋아해 초록색 아오자이를 골랐다. 그녀는 치수를 재더니 딱 알맞은 옷을 건내주었다. 걸어서 곧장 나룻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소원배이기도 한 그 배에 소원을 적은 작은 종이배에 불을 켜고 다리가 있는 긴 강물로 띄워 보냈다. 잠시 기도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이다. 화려한 등불을 달고 다리밑을 운행하는 배에서 바라보는 은은한 달밤의 달빛은 교교하였다. 삿갓을 닮은 논라를 쓰고 나그네가 되어 밤하늘을 잠시 누볐다. 호이안 올드타운을 중심으로 가로지르는 투본강은 인상적이다. 도시전체가 형형색색 낭만적인 야경이다. 오색등이 춤을 추는 곳에서 소원을 빌며 ''인생샷''을 남겼다.
베트남 전통모자 논라는 우리나라 삿갓 모자를 많이 닮아 친근감이 든다. 잎사귀 모자는 야자수 잎이다. 대나무를 엮어 만들어 뜨거운 햇살을 가려준다. 비도 막아주고 부채대용으로도 쓰인다. 바구니처럼 물건을 담기도 한다. 모자는 머리를 보호하는 것 외에 사람의 정체성, 사회적 지위, 심리적 방어 기제를 상징하는 등 그 사용이 흥미롭다. 이 작은 소품 안에 복잡한 심리가 품어 있다. 집단소속감, 은둔과 보호로 보호막을 형성하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을 피하고 싶을때, 체온을 유지하고 싶을때 포근함과 안정감을 준다. 탈모를 고민하는 사람, 헝컬어진 머리를 가려준다. 시선을 분산하고 외부 오브제로 돌리려는 의도도 존중할만 하다. 개성과 미적 감각을 우선시 하는 사람에겐 차별화되고 싶은 욕망을 채워준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하듯 요즈음처럼 살기 힘든 세상에 서로서로 자신의 모자를 챙기듯 챙겨가며 각각의 모자가 그 역할을 다하듯 우리도 서로 도와가며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20260209)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