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통보였다.
그것도 한순간의 통화로 나는 비참히 무너져 내렸다.
지금 나의 귓속으로 들어오는 이야기가 꿈인가 ...갑작이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나는 아찔하게 다가오는 현기증에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곧 바로 전화할 용기가 없었다.
그저 이 일이 꿈이기를 핸드폰을 손에 꼭쥔 체
방한 쪽 구석에서 누구에게 들킬까 숨을 죽인 체 숨어버렸다.
그렇게 해가 저물어 하늘이 보라색으로 물들어 갈 때 쯤
나는 백번이고 더 쓰고 지우고 반복한 번호를 떨리는 손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이 번호는 없는 번호...
끝났구나.
머리에 알싸한 기운이 올라오면서 힘없이 흘러내리는 손
고작 우린 전화 한 통화로 끝날 사이 이었구나. 고작 나는 이정도 밖에 안됐던 인간이구나.
이제까지 내가 생각했던 자신감은 ..결국 자만심에 지나지 않았구나.
그럼 도대체 1년7개월 이란 시간들이 무엇인지 무색하게 공중분해 되어버림과 동시에
울컥 울음이 북받혀 올라온다. 그렇게 미간이 찌그러지면서 가슴에 전기충격이 온 것처럼
너무나 아파서 울음이 난다.
목 놓아 큰소리로 울어버리고 싶은데 너무나도 큰 아픔에
목소리조차 먹혀 버려서 끅끅 거리며 답답한 울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또 다가오는 아침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피식 웃음 나온다.
이렇게 아프면서 이렇게 너무 울어버려서 기운이 빠져 혼이 나가기 직전이면서
회사출근은 해야겠어 서 불어터진 얼굴을 찬물로 씻어 내린다.
그렇게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한다.
그러다가도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몇 번이나 번진 화장을 지우고 다시하기를 반복
그러곤 힘들게 마무리 짓고 거울을 보고 가슴을 주먹으로 힘껏 때렸다.
제발 진정 좀 해달라고…….
어떻게 회사에 도착했는지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커피를 아주 진하게 타서 마신다. 쓴지 단지도 못 느낀 체 ..
책상에 앉아 업무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멍하니 …….
아니 생각하면서 당최 생각을 안 할수 없다. 이제 자괴감에서 분노로 바뀐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그 자식을 수십 번을 죽였다 살렸다 했다
온간 욕이란 욕을 한다. 머릿속으로는 근데..마음..마음은 그렇지 못하다고 외친다.
알싸한 이 아픔이 각인시켜준다.
자꾸 안하던 실수와 넋 나감을 반복하니 주위에서 아프냐고 물어본다.
나는 더 이상 일한다고 설쳐봤자 민폐일 꺼 같아 조퇴를 하고 힘없이 옷과 가방을 챙겨
거리로 나간다.
한산한 아침과 정오 사이의 시간
커피를 산다. 사실 먹으려고 했던 것은 달달한 카라멜마끼야또 이었는데
입에서는 어느새 그 자식이 즐겨먹던 아메리카노를 부르고 있었다.
둘이서 자주 앉아 있던 창가에 오늘은 혼자 사람구경을 한다.
사실 눈만 뜨고 있다라는게 맞는 것 같다.
어느새 나의 생각의 늪은 삼류 영화로 치닫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학생인 신분 때문에 내가 부담스러울까봐 ?
안 그래도 약한 녀석 어디 병에 걸린 건 아닐까 등등 막장드라마 못지않은 생각꾸러미들이
치고 들어온다. 하지만 3살이나 어린주제에 조숙한척 하는
그 아이는 그럴 수도 있다라고 자꾸 합리화를 시킨다.
시럽도 넣지 않은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는 너무나 썼다.
나는 단숨에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는 일어나 무작정 그 아이의 동네로 향했다.
그 아이의 집 앞에서 조금 떨어진 가로등에 숨어 핸드폰 시계를 열어 본다.
아르바이트 가는 시간까지 넉넉잡고 2시간이 남았다.
나는 초조하게 그 아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막상 마주치면 뭘 어떻게 할 것 인지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웃으면서 인사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괜히 내 자신이 더 구차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갑작이 대문이 열린다.
그 아이는 문에서 나와 귀에 이어폰을 꼽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쳐다보다
곧장 내가 서있는 골목을 지나쳐간다. 나는 놀라서 등을 돌려버렸다.
나는 두근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좀 멀리 떨어져 그 아이를 따라간다.
그 아이 갑자기 잘 걸어가다가 길을 멈춘다. 나는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마냥
바로 뒤를 돌아 걷기를 시작했다.
“어이 - 거기 걸어가는 바보 ”
발빠르게 잘 움직이던 다리가 그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리는 순간
무조건 반사를 하듯 내 두 다리는 멈춰버렸다.
난 눈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귓가에 들리는 나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그 아이의 발자국소리만을 들으며
내 팔목이 잡혀 힘없는 내 몸은 뒤로 확 돌아 그 아이가 이끄는 방향으로 그저 따라간다.
한 5분쯤 걸어 들어간 곳은 둘이서 자주 가던 카페 안
난 쳐다볼 용기가 없어 시선을 발끝에만 놓았다.
10분이고 20분이고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에 이기지 못하고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며칠사이에 많이 수척해진 얼굴로 바라본다.
그것도 무슨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상처받은 눈으로
“현진아”
갈라진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그 아이 나는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버림받은 건 난데 왜..왜 !!! 자신이 더 아픈 것처럼 마치 버림받은것 처럼 구는 못되 쳐 먹은 저 자식
“하진솔 !! 지금 장난하니 ? ”
나는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한 마디를 꺼냈다.
“진아, 미안해”
“....하..”
나는 허무했다
고작 하는 말이 미안하다라는 뻔 한 말을 하는 저 자식 진짜 뺨이라도 후려치고 싶었다.
“....너가 아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구나. 내가 지금 그런 뻔 한말 듣자고
구질구질하게 여기까지 찾아 온거 아니거든 변명이든 이유든 뭐라고 말 좀 해보라고!!!!!”
눈앞이 뿌옇게 빛바래져 보인다. 울면 안 되는데 마스카라 다 번지는데
결국 넘쳐흘러 버렸다.
다시금 시야는 깔끔해졌다.
나는 아마 내 얼굴은 흉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할 여유가 생겼다.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진솔을 바라보았다.
“나 배신당했어.”
어처구니가 없었다.
화를 내려던 차에 말을 하는 진솔
아픈 표정으로 자신의 심장께로 손을 얻는 솔이 가끔씩 심장통증을 소호라던 것이 생각나
나는 진짜 아픈 줄 알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 ...내 마음한테 내 이 병신 같은 심장한테 배신당했어. 나 ..머리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장현 진이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은 장현진이다. 알거든 ? 나 정말 알거든 …….아는데
나 왜 이렇게 버겁냐. ...사랑한다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 너무 무겁고 아프다.. 하아 ...미안
.......개소리 떨었다 생각해”
울먹이듯이 말을 마친 진솔..
젠장 괜히 나까지 저 자식 때문에 더 아프다 정말 너무 아프다 ...밉다 정말 불쌍하다
재수없다. 짜증난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아까 한 방울 흘린 눈물로 내 눈물샘은 이미 빵 터져버려서 얼굴은 엉망일꺼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목 놓아 울고 있으니 아마 미친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시원하게 그저 이 자리에서 다 끊어 버리고 싶으닌깐
하, 내가 제일 웃긴다고 말도 안 된다고 비웃던 말
사랑하니까 보내준다. 라는 말
지금이 적격인거 같다.
------------------------------------------------------------------------------------------------
^^엘문학에는 처음 글을 올리네요
반갑습니다 .
첫댓글 와.... 잘 읽었습니다.... 느낌좋네요... 현진이의 감정이 팍팍 느껴지네요... 다음에도 좋은글 부탁 드려요~^^ 헤 헤
정말 사랑하면 잡아야 하는데요~후에 엄청 후회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