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씨들을 고용한 공장제 만화가라고 하면 기라성같이 많지만 대표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분들이 이현세, 김성모, 그리고 매니아들 사이에는 이우정씨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년 중앙’시절부터 재미있게 봤지만 소년중앙 말기부터 차츰차츰 그 한계를 드러내셨습니다.
이분의 아주 오랜 작품중에 기억나는게 ‘꼰두쇠 팔보’라는 작품이 있죠. 중종 반정 전후를 다룬 역사물이라고 하는데 남사당패의 생활상과 궁중 권력 암투쪽을 다룸에 있어서 애들 보는 수준에서도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중종 반정 후 2부에 가서는 최만길?인가 하는 남자 주인공이 암행어사가 되고 실질적 주인공인 남사당패 ‘서팔보’가 방자 비슷하게 되서 활약하는 걸로 버전업했죠. 김성모 화벩처럼 대놓은 도장은 아니지만.. 여기 저기 출연한 캐릭터가 워낙 비슷한 작가인지라 후기에 나오는 모든 표준 주인공 얼굴의 프로토 타입입니다. ( 단발령 이전에 현대식 머리의 압박)
역시 후기의 007적 구성이 여기 조금씩 보이는 활극이지만 애들만화 답지 않는 허무한 결말이 여운에 남습니다.
역시 소년 중앙 연재물중에 기억나는게 ‘스피드 텐’이었죠. 아직 이우정씨가 설정뿐 아니라 드라마적인 재미를 동시에 가졌을때 작품입니다. 일종의 국제적 해결사 업무를 하는 다국적 정보기업의 요원 10명중에 하나로서 세계를 무대로 벌이는 007적 액션인데. ‘사진용 저격총’ ‘낙하산 기능우산’ 의 엽기 장치가 재미있죠.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소련 위성국의 반체제 인사가 서방으로 추방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성형수술한 가짜이고 진짜는 모처에서 처형직전이라는 설정인데 , 이건 ’맹렬 타키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대단히 허접으로 리메이크된 반면 원 이야기는 상당히 짜임새 있습니다. 성형수술을 집도한 의사의 일기장에서 모든 비밀을 알게 되는 설정부터 최종적으로는 그 반체제 인사가 가족들과 함께 서방으로 탈출하는 과정이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게 그 반체제 인사의 과년한 딸인데요. 아버지 때문에 수사기관에 끌려가 성적 모욕과 가혹행위로 인해 정신병을 앓고 있는다는 설정은 80년대 한국만화에서 과연 이런 걸 다룰수 있는지 꽤 충격적인 설정이었습니다.
극 후반기에는 ‘생도 요원’ 비슷하게 11과 12가 투입되죠. 11요원은 주먹코 ‘제비’ 캐릭터이고 12요원 역시 조역으로 잘 나온 캐릭터입니다.
소년중앙 중,후반기에 연재된 ‘맹렬 타키온’ 역시 기억에 남는 작품이죠. 루팡 4세 에피소드와 마지막 에피소드는 날아다니는 졸작입니다만. 몇몇 작품의 경우는 대단한 수작입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용서하지 않겠다’ 편은 아프리카 모국의 수상(만델라?)을 납치하고 그 국가를 먹으려는 칼라킬러 군벌( 두목은 백인임 -_-;;)과의 사투를 바탕으로 그 군벌 두목의 실질적인 후견인인 미피아 두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타키온의 과거 ( 마피아 전담 요원인 형은 죽고 보복으로 모친은 하반신 마비가 됨)가 나오는 거죠. 역시 깨끗한 결말 ( 마네킹 위장 낙하산 작전은 기발한 건줄 알았는데 2차 대전때 자주쓰던 방법 -_-;;)
만능 형 장갑 ( 웬만한 소대 화력 이상가는 무기 -_-;;)과 마이크로 미사일을 빙자한 강아지 로봇이 인상적이고... 헬기 추격전은 이우정씨 특유의 박진감과 유치함이 조화된 작품입니다.
여자 파트너 1호인 말괄량이 공주 샤넬이 이 에피소드에 출연하고 다소 황당하지만 암울한 분위기의 ‘풀코 형사와 백여우’ 편에서 출연하는게 세기적 소매치기 미셀이죠. 이 에피소드에서는 찰손 브론손과 아르센 뤼팽을 방불케 할 도둑과의 대결인데.. (끝은 못봤음) 에피소드 내내 시한부 인생 티를 내던 미셀이 나중에는 타키온 일행이 되는게 좀 깨더군요.
솔직히 나중에 나온 작품인 ‘마법사 부바’에서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반 팔레스타인 노선과는 다르게 맹렬 타키온 에피소드 중에서 정 반대의 시각을 그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스라엘을 빗댄 중동의 모 국가의 여객기를 납치한 PLO를 빗댄 모 조직과의 대결인데. 외교적이나 인권이나 대단히 악질적인 모국의 진압작전에도 불구하고 신기에 가까운 방어책 ( 이라고 하지만 타키온은 모두 꿰뚫고 있음)으로 막아내는 설정은 아랍 테러범=악당이라는 공식을 깰만큼 신선한 설정이었죠.. 결국 우리의 타키온 일당이 테러범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중동 모국의 지옥같은 감옥에 수감된 저항운동 지도자 ( 아라파트?)를 구하는 에피소드는 80년대 만화로서는 신선한 설정이었습니다.
이우정씨의 밀리터리적 만화는 보물섬에 연재된 ‘맹코 상사’ 가 있죠. 사실 ‘밀리터리 ’이라는 표현을 쓴 건 월남전이라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 ‘맹코가 등장하는 타키온’ 적인 이야기입니다. 다른 작품에서 ‘팔도 야구단’등에서 얼간이로 잘 나오는 맹코가 여기서는 대단한 히어로로 나오죠. ( 아. 그러고 보니 미끈이 맹렬이 얼간이로, 얼간이 맹코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 헬로우 맹코도 있었다는 -_-;;)
하여간 이 맹코 상사는 전직 한국군 대령이다가 미군 그린베레 상사가 된 맹코의 베트남 인민 죽이기+ 잃어버린 손자 찾기를 그린 건데 적군 보스들은 이우정 만화의 그 보스들이고 최종 보스인 ‘민’은 호치민의 카피본 -_-;; 손자는 ‘비밀 경호원 탕’의 모스키토 캐릭터입니다.
웃기는 건 ‘합성 기술’이 발전 되지 않아서 조선일보 사에 나온 러일 전쟁 기록화를 그대로 복사한 것이 많아서 ‘맥심 기관총을 휘두르는 그린베레 -_-;;’가 나옵니다.
이 분의 후기 작중에서 3부작으로 마친 ‘비밀 경호원 탕’은 보통 수준이지만 ( 역시 어설픈 합병의 압박) 독재자가 동원한 계엄군이 총부리를 거꾸로 돌려서 민주화 인사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설정이 있고 ( 하지만 영 아닌 작품으로 일관) 본격적으로 어씨들의 작품인 ‘용용 용뿔이’ 같은 경우는 완전히 졸작인데. 이 졸작류로서 ‘꼬꼬’이야기나 기타 여러 이야기에 지난 작품 그대로 카피하기 등등의 괴작을 보여줍니다.
동시대에 ‘주부 생활’에 연재한 단편 ‘결혼 이야기’에서의 그림이나 모 성인잡지의 ‘살아있는 이성계 각하’에서의 극화체 그림을 본다면 .. 용뿔이 류의 이야기는 완전히 어씨들의 쓰레기라고 볼수 있습니다.
말기 작 중에서 ‘살아있는 이성계 각하’는 원래 전두환을 빗대서 그린 작품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초반까지는 ‘일제 시대 농민 옷을 입고 있는 이성계 부친’의 모습이나 ‘짚차타고 트럭에 분승하여 왜구를 토벌하는 최영장군’ 등이 나오고 최영도 우리가 아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 ‘야! 이 XXX 야! 늦으면 네 놈 뒤통수에 총알 박아준다’고 부하에게 공포탄을 날리는 그런 젊은 육군 준장으로 출연합니다. -_-;; 시대 상이나 그런 것 때문에 얼마 뒤부터는 ‘벗기고 벗기는’ 사극이 되었죠..
졸작으로 범벅이 된 말기 어린이 작품 중에서 그나마 재미있던게 앞에서도 설명 드렸던 ‘첩보원 보바’입니다. 이스라엘 마술사 아들인 보바가 어찌 어찌해서 모사드 최고의 사이보그 요원인 모사드 텐으로 오인 받아서 모사드 요인들과 벌이는 행각을 그리는데요. 처음에는 가
짜인줄 알고 경계한 우리의 모사드 텐은 결국 보바를 이용해서 성공적으로 신분을 숨기고 ‘몸으로 떼우는 일은 자기가’ 하는 그런 공생 관계가 되죠. 물론 보바 역시 모사드 텐을 물심 양면으로 돕습니다.
소년 경향에 잠시 그렸다가 말은 고려 말 극화 ( 이성계가 선한 역으로 나오는데 압박 -_-;;)에서 잠시 시도된 ‘힘과 무예’보다는 응용과학적 잔머리가 통하는 캐릭터로서 꽤 괜찮았습니다. -물론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악마 집단으로 그린 건 그렇지만
PS: 이우정씨의 최근작은 아마 ‘만화 김정일’일겁니다. 어씨 솜씨가 있긴 하지만 그나마 이전 그림체가 보일락 말락합니다. -_-;; 내용은 ‘반공’+‘지금 평양에선’입니다.
야구 만화나 무협만화 계통은 제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기억이 안나네요. 무협은 완전히 안보지만 야구 만화중에는 ‘마구 큐’라는 것을 이용해서 재일교포 2세인 일본 선수와 우리의 맹렬이 대결하는 유사과학 만화 -_-;; 하나와 노인들로 구성된 팔도 야구단 이야기, 죽은 동생의 혼과 만나서 힘을 얻는 ( 마지막이 더 감동적인) 박쥐라는 만화가 기억납니다.
첫댓글 개인적으로는 '돌풍 야생마' 등의 야구만화가 더 기억에 남죠. 새소년 등에서...
이우정 즐~ 자기표절 싫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