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즈
처음 락 음악이 등장했을 때 기성세대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바윗돌 굴러다니는 것처럼 시끄럽다고 해서 그것을 락Rock 음악이라고 불렀다.
195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의 뒤를 이어 60년대 비틀즈의 등장은, 결정적으로 락 음악을 대중 속에 뿌리 내리게 했다.
그런데 혹시 당신이 락음악을 좋아한다면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반복되는 리듬에 여성 보컬의 인상적인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
[I Love Rock N Roll]이라는 곡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영화 [런어웨이즈]는 1982년 [I Love Rock N Roll]을 부른 [조안 제트와 블랙허츠]의 전신이었던
10대 걸그룹 락밴드 [런어웨이즈]의 결성부터 해체까지를 다룬 음악영화이자 성장영화이다.
요즘만 해도 걸그룹이 대세지만,
조안 제트, 체리 커리, 샌디 웨스트, 재키 폭스, 리타 포드 등 5명의 십대 소녀들로
락밴드 [런어웨이즈]가 결성되던 1975년 당시만 해도
락음악을 하는 소녀들을 바라보는 사
회의 시선은 차가웠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나 비욕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플로리아 시지스몬디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런어웨이즈]는,
대부분의 곡을 작곡했던 조안 제트(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리드 보컬 체리 커리(다코타 패닝)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원작은 1989년 발표된 체리 커리의 자서전 [네온 엔젤]이지만,
감독은 전기영화나 다큐멘타리가 아니라
자신들의 욕망을 찾아가는 10대 소녀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훌륭한 성장영화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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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소녀 체리 커리는, 늘 침대에 누워 있는 병약한 아버지와 답답한 가정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락커를 꿈꾸는 소녀 조안 제트는,
포크송이 대세인 세상에서 락음악을 하는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자 탈출구를 찾는다.
조안 제트는 프로듀서 킴 파울리(마이클 새넌)를 만나
10대 걸그룹 락밴드를 결성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팀이 만들어지지만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미모의 보컬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깨닫는다.
그때 불우한 가정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밤거리를 배회하며 클럽을 드나들던
체리 커리를 보고 보컬을 제안하다.
걸그룹 락밴드 [런어웨이즈]의 탄생까지 영화는 순조롭게 흘러간다.
여성감독인 플로리아 시지스몬디는 단순한 음악영화나 전기영화가 아니라,
10대 소녀들이 그들 자신의 내적 갈등과 부딪치고 세상의
편견과 싸워가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화면으로 탄생시켰다.
특히 체리 커리와 같은 나이에 캐스팅 된 다코타 패닝은
[아이엠 샘]의 꼬마 스타에서 성숙된 이미지의 소녀로 변신해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트와일라잇]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순수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짧게 커팅된 블랙 헤어와 보이시한 스타일로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파워풀한 캐릭터를 뛰어나게 형상화한다.
[런어웨이즈]는 2년여에 걸친 하드 트레이닝 끝에
데뷔곡 [체리 범(Cherry Bomb)을 가지고 1975년, 전국 투어를 실시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런어웨이즈]에 집중된 대중들의 관심은 멤버들이 10대 소녀들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 못지 않은 파워풀한 사운드와 가창력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투어가 지속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미모의 보컬 체리 커리에 집중되자
다른 멤버들이 시기와 질투를 하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어느 그룹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결국 이 갈등은 [런어웨이즈]가 해체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두면서
체리 커리는 마약 등 약물의 힘에 몸을 의지하기 시작하고,
또 섹스 심벌로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정체성의 혼돈을 겪는다.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비키니에 망사 스타킹만 신고 잡지 화보 사진을 찍자
다른 멤버들은 불만을 폭발시킨다. 대중들이 [런어웨이즈]의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체리 커리의 몸에 시선을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본 순회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런어웨이즈]는
활동 3년만인 1978년 12월 31일 팀을 해체하게 된다,
결정적 이유는 프로듀서 킴 파울리의 강압적인 운영이었고,
꽉 짜여진 스케쥴에 움직이는데 반항적인 십대 소녀들의 아이덴티티도 작용하였지만,
멤버들 내부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숨어 있었다.
팀 해체후 조안 제트는 자신의 밴드를 결성해서
1982년 [I Love Rock N Roll]을 불러 빌보드 차트 7주동안 1위를 차지하는 대성공을 거둔다.
조안 제트는 영화 [런어웨이즈]의 제작책임도 맡아
70년대 후반의 공기가 완벽하게 재현될 수 있도록 했다.